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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포유여향 1권(11화)
5장 법술의 후계자(1)
본래 차는, 생엽을 따는 채엽(采葉)에서 시작하여 위조(萎凋), 주청(做靑), 살청(殺靑), 유념(?捻), 홍배(烘焙), 선별(選別), 복배(腹焙)한 뒤에 완전한 무이암차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사부가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바로 차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제부터 집중력을 연마하도록 하겠다. 다행히 어제 따 둔 찻잎이 있구나.”
말과 함께 그는 직접 한쪽에 쌓아 둔 생엽들을 모조리 평상 앞으로 가져다 놓았다.
사실 이 생잎들은 별로 좋은 것들이 아니었다.
본래 차는 따는 시기에 따라 달리 부르는데, 곡우(穀雨) 전에 딴 우전(雨前)을 최고로 치고, 그다음이 세작(細雀), 중작(中雀), 대작(大雀)으로 나눈다.
우전과 세작에 딴 차들이 차에 미친 전문가들이 마시는 차라면, 중작은 대중화된 차로 맛도 그렇게 떨어지지 않고 잘 마시면 색향미를 다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오월 말이나 유월 초에 따는 대작은 차들 중에서 가장 하품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금 현허가 평상 앞에 쌓아 둔 잎들은 바로 그 대작이었다.
“……!”
지난 오 년 동안 사부가 직접 움직이는 걸 처음 본 백천성이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고 있자, 현허가 느긋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너는 지금부터 차를 만들어야만 한다.”
“커억……!”
백천성은 어찌나 놀랐던지 두 눈이 튀어나올 뻔했다.
지난 오 년 동안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차를 만들어 왔지만, 문제는 지금 눈앞에 쌓여 있는 찻잎들의 양이었다.
사부가 모옥 앞에 쌓아 둔 찻잎들의 양은 적어도 그가 한 달 동안은 꼬박 일해야 차를 만들 수 있는 엄청난 양이었다.
백천성은 설마 하는 심성으로 사부를 바라보았다.
“사부님, 그러니까 저 차들을 오늘 중으로…… 설마 아니겠죠?”
“그 설마 아닌 게 설마 아니다.”
‘맙소사’였다.
저 많은 양이 오늘 하루 동안 일할 거라니…….
갑자기 눈앞에 노래져 왔다.
현허는 그런 그를 보며 누런 이를 드러낸 채 히죽 웃었다.
“서둘러야 할 것이다. 긴 듯하지만 하루는 짧으니까.”
그랬다.
모옥 앞에 잔뜩 쌓아 둔 찻잎들을 오늘 중으로 완전한 차로 만들기엔 하루는 너무 짧았다. 아니, 짧은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한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부의 입에서 한 번 말이 떨어진 이상, 백천성은 반드시 해야만 했다.
‘사부는 결코 말을 물리는 법이 없다. 그러니까 명이 떨어진 이상…… 나는 반드시 해야만 해. 안 그랬다간 무차별한 체벌이 뒤따를 게 틀림없으니까.’
체벌.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게 아니라 심장이 덜컹 내려앉을 정도였다.
‘그 정도 가지고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질지도 모르지만 중요한 건 체벌 시간이 엄청 길다는 사실이지. 한 시진은 기본이며 어떤 날은 하루 온종일 체벌로 지낼 때도 있었다.’
생각만 해도 치가 떨렸다.
결국 백천성에게 있어 최선의 선택은 사부가 말한 대로 차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아직은 해가 뜨기 직전인 시각.
그는 먼저 모옥 뒤에서 커다란 돗자리 석 장을 가져와 모옥 앞에다 펼쳐 놓았다.
그러고는 즉시 찻잎들을 돗자리 위에다 가지런히 펼쳐 놓기 시작했는데, 워낙 양이 많다 보니 돗자리 위에다 찻잎들을 깔아 놓는 데만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쇄청(풆靑)과 양청(凉靑)을 하려면 제법 많은 시간이 걸린다. 서두르지 않으면 저녁때까지 못할지도 몰라.’
쇄청은 찻잎을 햇빛에 한 시진 동안 말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말린 찻잎을 그늘에서 세 시진 이상 말려 수분을 조절하는 걸 양청이라고 하는데, 그 두 가지 작업을 합쳐 위조(찻잎 시들게 하기)라고 한다.
그는 한 시진 동안 햇볕에 잘 마른 찻잎들을 골라 다시 그늘로 옮겨 놓은 뒤, 지게를 지고 모옥 아래로 부리나케 달려 나갔다.
‘저 많은 찻잎들을 덖으려면 나뭇가지가 엄청 많이 필요할 테니까. 그것도 모두 참나무만으로…….’
차를 덖을 때 오직 참나무만으로 땔감을 쓴다.
불길이 거세지 않으면서 오래가기 때문이며 잡스런 냄새가 배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강조하여 말하지만, 그는 현허가 펼친 중압술에 걸려 있는 몸이다. 그런 그가 뭐 빠지도록 움직이는 것은 그만큼 다급(?)했기 때문이리라.
그가 다시 지게에 자기 키보다 많은 나뭇짐을 해 가지고 모옥에 돌아왔을 땐 어느덧 하늘가로 붉은 노을이 지고 있었다.
거의 기진맥진했지만 그렇다고 쉴 수도 없었다.
‘벌써 해가 지고 있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까지 주청을 끝내야만 된다.’
그는 모옥 뒤에서 자신의 키만 한 대나무 바구니를 가지고 왔다.
이어 잘 마른 찻잎들부터 골라 대바구니에 올려놓고는 흔들기 시작했다.
찻잎을 흔드는 작업인 주청은 대바구니에 찻잎들을 올려놓고 이다경(30분)마다 흔들어 발효시키는데, 또한 그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게 되면 그 열을 식히는 등 제법 신경을 써야만 했다.
“이젠 화로에 불을 붙여야지.”
백천성은 꽤 지친 얼굴을 하고는 화로에 참나무 가지들을 던져 불을 붙였다.
화드드득…….
불길이 오르자 그는 그 위에다 무쇠 솥을 올려놓고는 잠시 솥이 달아오를 때까지 기다렸다.
이어 찻잎들을 적당한 양만큼 솥 안에 넣고 덖기 시작했다.
“살청이라는 말은 찻잎의 푸른색을 없앤다는 의미…… 그렇다고 지나치게 불에 노출되게 하면 차 맛이 사라지고, 제대로 덖지 못하면 비린내가 나는 법이니 주의해야 한다.”
연신 닭똥 같은 눈물, 아니 땀을 흘리는 백천성의 귓가로 사부의 느긋하고도 극히 여유가 넘치는 음성이 들려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현허는 여전히 평상 위에 앉아 있었는데, 어디에서 구했는지 소홍주 한 병을 홀짝거리며 마시고 있었다.
“하지만 네 녀석이 내가 알려 준 태극오형대로만 차를 덖는다면, 능히 최고 품질의 무이암차를 만들 수 있다. 이 사부는 그걸 기대하고 있겠다.”
‘이런…… 망할 영감탱이……!’
백천성은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터트렸다. 물론 속으로만…….
아까도 말했지만 지금 자신이 덖고 있는 찻잎은 대작이다.
심하게 말하면 낙엽보다 조금 나은 수준인 대작을 가지고 기대하고 있겠다는 망발을 하는 사부의 정신 상태가 의심스러웠다.
‘술에 취해 꼭지가 돈 게 틀림없어.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말을 할 수 없지. 고작 대작을 가지고…….’
도라지를 아무리 다듬는다고 해도 인삼 뿌리가 될 수 없는 법이다.
걸레를 아무리 빨아도 행주가 될 수 없듯, 천하제일의 다인이 있다고 해도 대작 가지고선 최고의 무이암차를 만들 수 없는 게 상식이다.
‘쓰파쓰파쓰파…….’
연달아 욕설을 터트린 백천성은 양손을 무쇠 솥에 놓고 마구 휘둘렀다.
가볍게 움직이는 난화경.
끊어지지 않고 연속적으로 뻗어 가는 쾌속연.
손을 부드럽게 움직여 가는 상유면.
둥글게 원을 그리며 이동하는 천이원.
온화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 건곤화.
다섯 가지 동작이 그의 손에 의해 무쇠 솥 안에서 쉴 새 없이 펼쳐졌다.
치익칙…….
휘리릭…….
그가 손을 움직일 때마다 찻잎들은 달아오른 무쇠 솥 안에서 이리 비틀어지고, 저리 비틀어졌다.
그다음은 유념인데, 이는 덖은 찻잎들을 양손으로 비비는 것으로, 양손에 적당한 압력을 주고 찻잎에 남아 있던 수분이 빠져나오게 한다.
유념 뒤에 고온에서 건조하는 홍배가 있다. 그리고 다음이 좋은 찻잎과 나쁜 찻잎들을 골라내는 선별이었다.
‘망가지거나 원형이 파손된 것…… 혹은 제대로 덖여지지 않은 것 등을 모두 찾아 골라내야만 하지. 이건 생각보다 엄청 신경 쓰인단 말이야.’
많은 찻잎들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살피다 보니, 백천성의 두 눈에 핏발이 곤두설 정도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건조하는 복배인데, 이는 숯불로 찻잎을 은은하게 건조하여 차의 맛과 향을 돋우기 위해서였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게 차였다.
백천성이 마지막 복배까지 끝내고 차를 만들어 냈을 땐 이미 하늘은 환하게 밝아 오고 있었다.
‘밤을 샜다. 그것도 꼬박…… 차를 만들어 가면서…….’
꼬박 하루 동안을 앉아서 쉬지도 못하고 차를 만든 백천성은 사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사부, 이제 다 끝……?”
그는 말을 끝맺을 수 없었다.
사부가 앉아 있던 평상은 빈자리였고, 대신 모옥 안에서부터 요란하게 코고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드르렁…… 음야…… 음냐…….”
코고는 소리의 주인은 볼 것도 없이 사부였다.
만약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모옥을 통째로 무너뜨려 사부를 영원히 잠들게 해 주고 싶은 심정뿐이었다.
“이런 쓰파……!”
기어코 입 밖으로 욕설을 터트린 백천성은 그 자리에 벌렁 누워 버렸다.
손끝 하나 움직일 여력도 없었다.
한 달 치 양의 찻잎을 하룻밤 사이에 만든다는 건 고역 중의 고역이었고, 극심한 체력을 소비하는 막노동이나 다름없었다.
“집중력은 무슨 얼어 죽을……. 차 만드는 게 집중력하고 무슨 관계가 있다고…….”
바닥에 쓰러진 백천성은 전신을 푸들푸들 떨었다.
사부가 집중력 운운하면서 밤새워 차를 만들게 한 건 꼬투리 삼아 자신에게 체벌을 주기위한 짓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그는 사부가 자고 있는 모옥을 향해 슬며시 손을 들어 감자를 먹였다.
‘쓰파…… 시방새…… 개뿔…… 닝기미…….’
그러고는 이내 그대로 곯아떨어지고야 말았다.
* * *
집중력.
사전적으로 정의하자면 마음이나 주의를 집중할 수 있는 힘인 이 집중력에 대해, 그다음 날 사부는 백천성을 모옥 뒤쪽 산 아래 들판으로 불러놓고는 이렇게 말했다.
“어제 네가 차를 만든 건 집중력을 수련하기 위한 일종의 기초 시험이었다. 그러니까 진정한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훈련은 오늘부터라고 할 수 있지.”
“…….”
엄청난 양의 차를 만들기 위해 하마터면 과로사할 뻔한 자신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고작 기초 시험에 지나지 않다니, 백천성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이었다.
“……!”
백천성은 현허의 발아래를 노려보았다.
“그럼 오늘 할 집중력 훈련이 뭔가요?”
“바로 이거다.”
현허는 등 뒤에서 미리 준비해 두었던 것들을 그 앞으로 내밀었다.
실타래 한 뭉치와 코바늘 두 개.
이것들은 모두 여자들이 사용하는 뜨개질 도구였기에 백천성은 그만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다.
“이게 뭡니까? 사부님…….”
“보는 대로다.”
“설마 저보고 뜨개질하라는 건가요?”
“허허……. 역시 내 뒤를 이를 법술의 후계자답게 눈치 하난 칼이로구나. 사부가 고안한 초절정 집중력 훈련 도구라고 할 수 있는 터…… 주위를 둘러보거라.”
현허의 말에 백천성은 여전히 못마땅한 얼굴을 한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난데없이 끌려 나온 이 들판 주위는 울창한 나무들로 가로막혀 있었다.
어딘가 모르게 갇혀 있다는 느낌을 주는 그런 곳인데,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이 어딘가 모르게 을씨년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이때 현허는 양손으로 허공에 대고 뭔가를 쓰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언젠가 백천성에게 중압술을 걸었을 때처럼 허공에 기이한 문양이 그려지는가 싶더니, 곧장 사방으로 파악 퍼지는 것이었다.
“아……!”
백천성은 그것을 보며 가벼운 탄성을 질렀다.
“그게 부적술이라는 건가요?”
현허는 빙그레 웃었다.
“기본으로 따지자면 그렇다. 하지만 이건 그것보다는 한 차원 높은 거지. 아무튼 이 사부는 지금 주위에다 결계를 쳐 놓았다. 너무 걱정할 건 없다. 단지 이것은 효과적인 훈련을 위해서니까.”
좀처럼 짐작할 수 없는 말에 백천성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니까 사부, 집중력 훈련이란 대체 어떻게 하는 건가요?”
“지금이야 더운 여름이지만 본래 산속에선 추위가 금방 오는 법이다. 가을인가 싶으면 어느새 겨울이 되고 말지.”
“……?”
“훈련은 네가 그것으로 내가 입을 따뜻한 털옷을 한 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
백천성은 입을 쩍 벌렸다.
결국 사부가 말한 훈련이란 뜨개질로 자신이 걸칠 옷을 만들라는 말이 아닌가?
그런 그의 속마음을 짐작한 듯 현허는 담담히 말을 건넸다.
“여자들만이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버려야 할 터…… 뜨개질도 잘만 이용하면 훌륭한 훈련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니까 집중력 훈련이라는 게 여기에 서서 뜨개질을 해야 한다는 거로군요.”
“물론이다.”
“하지만 전 이제껏 뜨개질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데요?”
“처음 가는 산길이라고 해도 자꾸 가다 보면 익숙해지는 법이다. 더욱이 이 사부가 하나밖에 없는 제자가 뜨개질을 잘할 수 있도록 조금 힘써 주도록 하마.”
현허는 이번에 손을 아래로 내려 바닥을 향해 슬쩍 원을 그렸다.
슈라라락…….
이번에도 역시 손끝에서부터 희미한 빛이 줄처럼 흘러나오더니 지면으로 넓게 퍼져 나가는 것이었다.
“원시천존의 이름으로 그대들에게 새로운 삶을 줄지니…… 일어서라.”
동시에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주문 같은 음성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땅바닥 아래서부터 뭔가 꿈틀거리며 일어서는 것이었다.
불쑥불쑥…….
“히익……!”
무심코 바라보던 백천성은 화들짝 놀라며 두 눈을 부릅떴다.
해골들.
땅속에서부터 일어선 것은 보기에도 섬뜩한 해골들이었는데, 반쯤 파괴된 두개골과 네 발, 그리고 갈비뼈들까지, 그 형태로 보아 살아 있을 적엔 늑대로 추정되는 짐승의 해골들이었다.
“사…… 사부…….”
백천성은 흡사 불에 데인 개처럼 그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지난 오 년 동안 조화일심태극결을 수련하여 귀신들 보기도 하고, 호구로 생각하고 있는 그이긴 했으나, 눈앞에서 강시처럼 일어선 늑대의 해골들을 보자 질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착한 녀석들이지. 이제부터 널 위한 훌륭한 조교가 될 테니까.”
그때 극히 여유 있는 현허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마치 산책이라도 나온 한가한 영감님처럼 양손을 뒷짐 진 채 유유자적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제부터 이놈들이 널 공격할 게다. 비록 이빨이 다 사그라져 버린 놈들이긴 하나…… 생전엔 꽤 사나웠던 놈들이니만큼 잘 피하지 않는다면 제법 아프긴 할 게다.”
“사…… 사부, 그럼 집중력 훈련이란 게…….”
“너 생각대로다. 이제부터 넌 이놈들의 공격을 피하면서 뜨개질을 하는 거다. 좀 더 친절히 설명하자면, 방금 전 이 주위에 결계를 쳐 놓았으므로 내가 풀어 주지 않는 이상 넌 도망칠 수도 없다. 그러니 물리지 않고 제대로 뜨개질하려면 뭐 빠지게 움직여야 할거다. 건투를 빌겠다.”
그 말을 끝으로 현허는 그 자리에서 휑하니 사라지고야 말았다.
“사부……!”
백천성은 현허가 사라진 곳을 향해 목이 터져라 외쳤다.
그가 지난 오 년 동안 이처럼 간절하게 사부인 현허를 부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사부를 향한 그의 애틋한 마음(?)은 더 이상 허락되지 않았다.
해골들.
정확히는 한때 늑대였을 거라고 추정되어지는 야수들의 뼈다귀들이 서서히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고, 어느 한순간 벼락처럼 일제히 달려드는 것이었다.
츠와악…….
“으아아아아……! 이 빌어먹을 놈들!”
백천성은 악을 쓰듯 비명을 질러 대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부인 현허가 펼쳐 놓은 결계로 인해 그는 곧 늑대들에게 포위될 수밖에 없었고, 그는 이내 달려드는 늑대들의 뼈다귀에 갇힐 수밖에 없었다.
“끄아악! 백천성 살려!”
처절한 비명 소리가 숲 속 하늘가로 요란스럽게 울려 퍼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