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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호위무사 1(4화)
1장, 청부의뢰(4)
“귀여운 놈들! 이곳을 지나려면 통행세를 내야지! 어딜 그냥 가려고!”
뒤쫓아 온 소년이 갑자기 닥친 상황에 어리둥절하다가 쩌렁쩌렁한 소리에 놀라 겁을 먹었다. 부리부리한 장한들이 한 명도 아니고, 넷이나 길을 가로막으니 당황한 것이다.
소년은 생긴 것도 심약하게 생겼지만 목소리도 들릴까 말까 할 정도로 매우 작았다.
“뉘, 뉘시오?”
“우리? 우리는 광동사귀라고 한다.”
“과, 광동사귀?”
소년은 무림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 그와 같은 별호는 들어 본 적도 없었다.
기실 그가 알고 있는 별호는 채 백 개도 채 안 됐다.
그것도 하나같이 전대의 고수들이나 내노라하는 대문파의 수장들. 어린아이들도 다 아는 십대 고수에 해당하는 별호가 전부였다.
하지만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주워들은 것은 있어 소년은 즉시 포권을 하며 상대에게 응대했다.
“귀, 귀하들의 고명하신 명성은 익히 잘 들어왔소. 나, 나는 팽가문 산하의 숭양문의 장자인 길위천이라고 하오. 무림학관에 입학 허가서를 내러 가는 길이니, 길을 비켜 주시면 고맙겠소이다.”
길위천이라고 밝힌 소년은 호주머니에서 은 두 냥을 꺼내 그들에게 내밀었다.
“이것으로 국밥 한 그릇씩 하고 칼칼해진 목이나 축이시구려.”
호기스럽게 말한 것하고는 달리 두 냥을 내민 그의 손은 보기 애처로울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누가 봐도 잔뜩 겁을 먹은 상태. 그 모습이 마치 고양이 앞에 쥐새끼 같은 모습이다.
“크하하하하!!!!”
그 모습을 보고 광동사귀가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하는 짓이 귀엽구나. 우리와 같은 어르신들을 만나면 그리하라고 부모님이 일러 주시던. 꼬마야?”
“무, 무림에서는 사해가 동도라고 하지 않소이까? 무탈하게만 보내 주시면 이 은혜는 나중에 꼭 갚겠소.”
“고놈 참 뚫려 있는 입이라고 말은 참 잘한다. 오냐, 무탈 없이 보내 주마. 가지고 있는 거 다 내놓고 가면!”
“말도 안 되는 소리! 내 분명 통행 비는 내겠다고 하지 않았소?”
“고작 두 냥 가지고? 네놈한테는 백 냥은 더 받아야겠다!”
길위천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전 재산을 다 해도 열 냥이 될까 말까인데, 백 냥이라니!
애초에 이들은 자신을 보내 줄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그 모습을 잠자코 보고 있던 무황은 한심하다는 듯이 길위천이란 소년을 쳐다봤다.
아무리 무림 경험이 없고 유약하다고는 하나 저런 산적 놈들을 만나 벌벌 떠는 모습을 보자니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남자라면 아무리 무섭고 두렵더라도 도망치면 안 된다.
그것이 무엇이 됐든 맞서고 넘어 보려고 노력은 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더군다나 무림에 발을 담은 무림인이라면 그러한 마음가짐이 더욱 필요하다. 그러한 것은 경험을 통해서 얻는 것이 아니다.
하겠다는 각오와 그것을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충분했다.
무황이 길위천을 쳐다보며 말했다.
“야, 너!”
“나? 나 말이오?”
“그래 너. 숭양문에서 왔다고 그랬어?”
“그, 그렇소만?”
“너 그냥 그리로 돌아가. 그냥 부모님 밑에서 농사를 짓던 글을 배우던 얌전히 고향으로 돌아가.”
길위천이 발끈했다.
“당신이 뭔데 가라 마라요?!”
“그따위 정신머리로 무림에 발을 디뎠다가는 삼 년도 못 버텨. 이건 충고니까 새겨들어. 너 같은 놈들 몇 명 봤는데 전부 어떻게 됐는지 알아? 팔다리가 잘려 병신이 되던가, 이리저리 이용당하다가 버림받던가. 그것도 아니면 그냥 쥐도 새도 모르게 어디선가 객사하는 거지. 괜히 칼침 맞아 불구되지 말고 얌전히 이쯤해서 돌아가. 이건 널 위해서 특별히 해주는 말이니까.”
조금은 과격하다 싶을 말이었다. 하지만 그 말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오죽하면 광동사귀들도 은연중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까?
그 불똥은 광동사귀에게도 튀겼다.
“그리고 너희들! 어디서 할 짓이 없어서 애들 돈을 뺏고 있어? 팔다리 붙어 있고 사지육신 멀쩡하면 짐짝이라도 날라야지 이런 곳에 처박혀서 코 묻은 돈 빼앗으면 기분이 좋냐? 창피하지도 않아?”
“뭐, 뭐야?”
“저, 저런 쳐 죽일 놈을 봤나?!”
광동사귀 중 막내가 무황의 멱살을 움켜잡고 혼내 주려는 순간, 그는 그대로 허공에서 한 바퀴를 돌며,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옆에 있던 이도 당한 이도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어벙벙한 순간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첫째가 외쳤다.
“이놈! 잔재주가 있는 모양이군!”
짝!
순간 첫째의 왼쪽 뺨에서 불똥이 튀겼다. 그의 앞에는 무황이 오른손을 들며 씨익 웃고 있었다.
“어때, 내 잔재주. 꽤 쓸 만해?”
첫째는 그제야 오른쪽 뺨에서 통증이 느껴지는 것을 느끼며 자신이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무엇보다 동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맞았다는 것이 너무나 창피했다.
“응?”
뭔가가 입가에 이물질이 씹혔다.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이빨 하나가 발아래로 톡 떨어졌다. 첫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이빨을 쳐다보더니 무황을 노려보았다.
“이런 육시랄 같은……!”
짝!
이번에는 오른쪽 뺨이 돌아갔다. 그리고 또다시 이빨 하나가 제자리를 이탈하며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툭.
“이런 개자식……!
짝!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둘째와 셋째가 무황을 덮쳤다.
“이놈, 감히 형님을!”
짝짝짝짝!
뭔가가 순식간에 그들의 뺨을 때리고 지나갔다. 무황이 움직이는 것을 그들은 보지도 못했다. 그들의 양 뺨이 벌겋게 부어오르며 첫째와 마찬가지로 이빨이 뽑혀져 나왔다. 뭔가 어찌해 보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들은 그때서야 무황이 무공을 익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것도 자신들이 어찌할 수도 없는 엄청난 수준의 고수!
광동사귀는 일제히 땅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고수님을 몰라 봬서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 주십시오!”
그들이 이 바닥에서 오래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처세술 덕분이었다. 괜히 자존심 내세운다고 객기 부리다가 죽는 놈들을 많이 보아 왔다. 물론 이곳 광동에서는 다신 이와 같은 짓을 하지 못하겠지만 사지만 멀쩡하다면 다른 곳에 가서 산적질을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새가 있는 법.
무황은 그들의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왜? 이 자리를 모면하면 다른 곳에 가서 또 산적질 하게?”
딸꾹.
‘귀신같은 놈이다. 그걸 어떻게!’
무황의 손이 번개같이 움직였다.
그는 엎드려 있는 광동사귀를 몇 번의 발길질만으로 일으켜 세우더니 그대로 주요 혈도를 몇 군데 점혈했다. 그러자 그들이 몸이 빳빳해지면서 그대로 굳어 버렸다. 무황은 그대로 그들의 단전을 냅다 발로 차 버렸다.
동시에 단발마의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헉!!!”
그들은 단전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고통에 몸을 웅크리고 싶었지만, 몸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들의 귓가로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단전을 봉쇄했다. 죄똥만큼의 내공이라도 있으니 꼴에 무인이라고 칼을 들고 설치는 거겠지? 푸는 방법은 나밖에 모르니까 설령 풀 생각은 말고 착하게들 살아. 생각 같아서는 그냥 콱 병신을 만들고 싶지만 죄질을 감안해서 살려 두는 거니까. 혹시 또 알아? 착하게 산다는 소리가 들리면 풀어 줄지?”
꿀꺽.
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입을 벌리면 욕부터 튀어나올까 봐 그러질 못했다. 분하고 원통하고 화가 났다.
지가 고수면 고수답게 그냥 몇 대 줘 패던가 맘에 안 들면 팔이라도 하나 자르면 그만이지 치사하게 단전을 봉쇄하다니. 만약 이 사실이 퍼져 나간다면 호시탐탐 자신들을 노리고 있던 패거리들이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자 괜한 서러움에 눈물이 났다.
더럽고 치사했다. 아무리 약육강식의 세계라고는 하지만. 자신들은 그저 오고가는 행인들 돈 쪼가리 몇 개 나눠 쓴 것뿐이었는데, 무림인에게 제이의 심장이라는 단전을 파훼하더니. 저런 나쁜 새끼.
“엉엉엉!!!!”
가장 먼저 첫째가 울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옆에 있던 둘째가 감정이 격앙돼 외쳤다.
“혀, 형님!”
“앞으로 우리는 뭘 해 먹고 사냐? 엉엉, 시팔. 가뜩이나 적노 패거리들이 우리를 가만 안두겠다고 난리치는데. 꺼이꺼이. 우리가 그렇게 죽을죄를 지었냐? 단전을 파훼하게? 개과천선하라고? 시부랄. 말이 좋아 개과천선이지, 이 바닥에 한번 발을 들여놓았는데 발을 빼기가 그렇게 쉽더냐? 설령, 우리가 착하게 산다고 해도 먹고살려면 직장이 있어야 하는데. 누가 우리 같은 놈을 받아 주겠어. 안 그래?”
그 말을 듣고 있는 다른 동생들도 처연하게 고개를 떨궜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앞날이 캄캄했다.
산적질을 한다고 해서 자유롭고 제멋대로 삶을 즐기면서 산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데, 몰라서 그렇지 이 바닥도 꽤 치열한 전쟁터였다. 나름대로 처절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삶마저도 포기해야 했다.
그 모습을 보고 무황이 말했다.
“이것들이 아주 신파극을 찍는구만. 그동안 지들한테 털린 사람들은 생각 안 하고. 잡소리 집어치우고 먹고살 게 걱정이라면 광동성에 있는 추월루에 가서 장 노인을 찾아. 그 노인한테 가서 일자리를 달라고 그래. 평소 친분이 있는 양반이니까 먹여 주고 재워 주고는 할 거야. 보수는 크게 기대하지 말고.”
“추, 추월루라고요?”
무황이가 그들에게 다가가 몇 군대의 혈도를 짚자 뻣뻣해진 몸이 풀리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금 괴팍해서 그렇지 장 노인한테 일을 잘 한번 배워 봐. 왕년에 한가락 한 영감이니까 괜히 까불지 말고. 혹시 또 알아? 그 노인 맘에 들면 단전을 되돌려 주고, 무공이라도 한수씩 가르쳐 줄지?”
“무, 무공이요?”
무공이라는 말에 광동사귀의 귀가 번쩍 뜨였다.
“아무튼 난 해줄 말 다했으니까 간다.”
무황이는 주머니에서 육포를 꺼내 씹으며 걸음을 한 걸음씩 떼어 놓기 시작했다. 길위천은 광동사귀들과 무황의 뒷모습을 번갈아 보더니 이내 빠른 속도로 무황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형씨! 같이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