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천하제일 호위무사 1(16화)
5장, 무림학관 입관식 첫날!(2)


‘받아라!’
이번에는 손가락에 슬쩍 내공까지 실어 넣었다. 화무린의 손에서 발사된 돌멩이 두 개가 먼젓번 녀석의 뒤통수를 가격하고, 또 하나의 돌멩이가 궤적을 달리하여 길위천에게로 날아갔다. 손이 작다 보니 튕기기 직전에 손아귀에서 빠져나간 모양이다.
‘이런, 실수를!’
따악―!
내공까지 실은지라 맞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렸다.
녀석은 더 이상 화를 참을 수 없었는지 주위의 신경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대로 소리를 내질렀다.
“어떤 새끼인지 몰라도 잡히기만 해 봐. 팔다리를 분질러 버릴…….”
털썩.
흑천부 녀석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길위천이 서 있는 그 자세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 것이다. 쓰러진 녀석의 바닥 아래로 피가 뚝뚝 흐르기 시작했다. 뒤통수에서는 피가 흥건히 배어 나오고 있었다.
주위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관주의 연설은 중단되고, 교관 한 명이 급히 달려와서는 피가 흐르는 뒤통수를 지혈하고, 녀석을 들쳐 업었다. 나머지는 웅성거리는 학생들을 정렬시켰다.
교관이 사라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래요?”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모용수미가 물었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데.”
이럴 때는 시치미를 떼는 게 상책이다.
화무린이 낮게 휘파람을 불며 딴청을 부렸다.

* * *

일학년생들은 기본적인 체력 훈련 이외 내공에 관해 체계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내공은 운기행공으로 대자연의 기운을 받아 체내에 기(氣)를 배양하는 것으로, 주로 내공심법이라고 알려진 서적 등을 통하여 단전 아래에 기를 축적하게 된다.
대부분의 무가의 아이들은 걸음마를 떼기도 전부터 내공수련을 시작하는데, 그 이유는 나이가 적을수록 몸 안에 탁기가 많이 쌓여 있지 않고, 배출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몸이 노화함에 따라 몸 안에 탁기는 점점 쌓여 가기 마련인데, 쌓인 탁기들은 무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임맥과 독맥부터 쌓이게 된다.
무림인에게 있어 임맥과 독맥은 가장 중요한 혈도 중 하나로, 생사혈관이라고도 부른다.
기는 단전(丹田)에 생산, 저장되어 있던 기는 회음(會陰)이라고 하는 기혈을 통하여 독맥(督脈)으로 공급되고 척추신경을 따라 올라가는 독맥과 머리에서 몸의 전면(前面) 중앙으로 내려오는 임맥(壬脈)으로 몸 전체로 순환된다.
그러므로 임맥과 독맥은 중요한 기의 순환로이며, 그것이 뚫려 있냐 아니냐의 차이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것이다.
생사혈관을 뚫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온몸에 퍼져 있는 모공과 입으로 호흡을 하기 시작하는데, 호흡을 하는 순간부터 체내에는 탁기가 쌓이기 때문이다.
한 번 쌓인 탁기는 무서울 속도로 혈도의 중요 구멍을 막아 버리는데, 이는 이물질이 자그마한 하수구 구멍을 막아 버리면 물이 잘 흘러내리지 않는 이치와 비슷한 것이다.
이를 뚫는 방법은 오직 하나뿐이다. 진기의 일주천을 통해 순수한 내력으로 탁기를 한 번에 몰아내는 것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몸 안에 쌓여 있는 탁기의 양도 비례한다. 갓난아기 때에는 임맥을 타동하기 위해서 아주 작은 힘이 필요한 반면, 노년의 나이가 되면 생사혈관을 뚫는 데는 그만큼의 어마어마한 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무가의 아이들의 대부분은 가문의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 어렸을 때부터 생사혈관부터 뚫고 내공을 쌓았다.
일류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생사혈관의 타동은 꼭 필요한 것으로, 이것은 선택이 아닌 필요조건에 해당하는 부분이었다.
무림학관에 입학한 신입생들 중에는 임맥과 독맥의 타동은 물론, 영약이나 영물의 내단을 복용한 이도 적지 않았다.
그들은 가문에서 전해져 오는 내공심법을 익혔는데, 그것은 무림학관에 소장되어 있는 내공심법보다도 몇 단계는 더 높은 상승무공이었다.
대부분의 이들은 오전 시간에 자신들이 익히고 배워 온 것들을 수련했다. 그렇지 못한 이들은 교관들에 의해 각자의 성격이나 성별, 선천적인 기운 등을 파악하고, 그에 알맞은 내공심법서를 추천받았다.
내공은 처음에 쌓을 때가 무척이나 중요한 법인데, 체계적이고 제대로 된 공부를 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교관들이 한 명씩 달라붙어, 가르쳐 주느라 오랜 시간을 할애해야만 했다.
잘난 가문과 뒷배경이 중요한 것이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다.
같은 일학년생이라도 출발부터가 이렇게 다르니, 맺는 결실 또한 다를 수밖에 없었다.
무림학관에는 학년별로 열람할 수 있는 서고가 있었는데, 일학년은 그중 하나인 장서각의 책을 열람할 수 있었다.
그 안에는 천 개가 넘는 무공비서가 존재하며, 검법은 물론, 장법, 창술, 도법, 박투술, 암기술 등 무공에 관해서는 총망라되어 있었다. 물론 내공심법도 존재했다. 하지만 장서각에 있는 대부분의 무공서들은 대외적으로도 제법 알려져 있어, 장, 단점이 샅샅이 공개된 상태였다.
그중에서 특별나게 뛰어난 무공 서적은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대문파의 자제들이 보는 시각이었고, 상대적으로 제대로 된 무공을 배우지 못한 이들에게 장서각은 그야말로 보물창고나 다름없었다.
수백 명의 아이들이 매일같이 장서각에 들락날락거리니 장서각의 문지방이 닳아 없어질 지경이었다.

당문화는 그 아이들 틈에 끼어 있는 이들 중 한 명이었다.
사실 그녀가 익히고 있는 것의 무공은 장서각에 있는 무공보다 한 단계는 위 수준에 있는 무공이다.
당문화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무림인이라면 자신이 배우고 있는 무공 이외도 다른 무공에 대한 호기심을 떨쳐 버리기란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그녀가 장서각에서 서적을 뒤적거리고 있는 건 무엇을 배우겠다는 탐구욕보다는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 뒤를 화무린이 쫓아갔고, 그녀 뒤는 모용수미가 쫓았다.
장서각 내에는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많은 책들이 빽빽하게 벽면을 메우고 있었다. 대부분이 진본이 아닌 깨끗한 책자에 옮겨 적어 놓은 사본들이다.
화무린은 그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소림오권(少林五拳).
소림사에서 창안한 권법으로 동물들의 모습을 본떠 만든 무공이다. 화무린은 반대편 벽면에 있는 책을 뽑았다.
현허도법(玄虛刀法).
무당파의 무공으로 무당의 입문제자들에게 가르치는 도법이다.
아미의 소청검법(小淸劍法).
역시나 아미의 속가제자 신분만 되도 가장 먼저 배우는 무공.
수준이 다 고만고만했다. 대부분의 무공 서적이라는 게 각 문파에서 입문한 제자들에게 가장 먼저 가르치는 것들뿐이다. 개중에는 그보다 더 나은 무공서도 있었지만, 화무린이 보기에는 그 밥에 그 나물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눈에 들어오는 무공서가 있었다.
“삼재검법? 이런 것도 있었어?”
삼재검법은 총 삼초식으로 나뉘어져 있다.
일초식 천(天), 세로베기.
이초식 지(地), 가로베기.
삼초식 인(人), 찌르기.
무공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으로, 세 살짜리 꼬마 아이도 알고 있는 것이 바로 삼재검법이었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이건 무공서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숨 쉬는 법을 태어날 때부터 자연스럽게 터득하듯이, 삼재검법 또한 나무 몽둥이라도 쥐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행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삼재검법이기 때문이다.
화무린은 시간이나 죽일 셈으로 삼재검법서를 빠르게 넘기다가 문득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응? 이게 뭐야?”
아무것도 적어 놓지 않은 공백의 맨 뒷장 페이지가 유난히 두꺼워 보이는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맨 뒷장은 페이지 한 장을 덧대어 놓은 채 풀이 발라져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는 흔적이었다.
풀이 붙은 종이를 조심스럽게 뜯어내자 그 사이에는 손바닥만 한 종이가 접혀져 있었다.
‘이건 뭐지?’
종이를 펼치자 그 안에는 기이한 형태의 수식으로 된 글씨가 적혀져 있었다.
일종의 암호 같아 보이는데, 이런 암호는 그녀 또한 처음 보는 것이었다. 이상한 점은 왜 이것이 삼재검법의 맨 뒷면에 있냐는 것이다.
추측해 보건대, 누군가가 삼재검법 맨 뒷장에 서신을 남겨 놓고, 제삼의 인물과 정보를 주고받고 있는 모양이었다.
누굴까? 누가 왜 이런 서신을 이곳에다가 남겨 놓은 것일까?
“언니 뭐해요?”
화무린은 느닷없이 들려오는 소리에 깜짝 놀라며 얼른 종이를 원래 자리에 끼워 넣었다. 그녀를 부른 것은 모용수미였다.
“응? 아무것도 아니야.”
“뭘 보고 있었어요?”
모용수미는 화무린이 들고 있는 책 제목을 보고는 배시시 웃었다.
“삼재검법? 헤헷, 나도 어렸을 때 이거 배웠는데. 어디 나도 한 번 봐봐요.”
“별거 없어.”
화무린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했다.
뎅뎅뎅―!
때마침 식사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화무린이 모용수미를 붙잡고는 말했다.
“밥이나 먹으로 가자.”
“헤헤, 좋아요!”

* * *

화무린과 모용수미는 이층 식당으로 곧장 향했다. 전날과는 다르게 이층에는 드문드문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아마도 여기 있는 자제들은 구파일방이나, 세가 쪽, 그것도 아니면 사도련의 팔대 가문에 속해 있는 가문의 자제들일 것이다.
이곳은 특별한 공간이었고, 아무나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은 아니었으니까.
여기 앉아 있는 이들은 이곳을 졸업하면 각자 속해 있는 가문의 방법에 따라 장차 무림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
화무린과 모용수미가 이층에 나타나자 단번에 이목이 쏠렸다.
무림학관 내에 여자가 워낙 없는 이유도 있었지만, 화무린에 대한 소문이 하루 사이에 학관 내 퍼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층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이들은 그야말로 무림 내에서도 최상류층에 속하는 이들.
당문화를 단숨에 꺾어 버린 절세미녀 화무린에 대한 소문은 이미 그들 사이에서는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그녀들을 보자 주방장 한 명이 달려 나와 자리를 안내했다.
“어서 오십시오. 그렇지 않아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를요?”
“예, 남궁 소협께서 어찌나 신신당부를 하시던지. 오시면 불편함 없게 모시라고 하셨습니다.”
남궁현승이 기특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