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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호위무사 1(17화)
5장, 무림학관 입관식 첫날!(3)


“앞으로 졸업할 때까지 소저께서 드시는 음식의 비용 또한 남궁세가에서 책임지기로 했습니다. 소저께서는 드시고 싶은 음식을 주문만 하시면 됩니다.”
오호라. 다 공짜라 이거지? 그렇다면 신나게 먹어 주지.
“그러면 우선 제일 잘하는 요리 세 가지와 간단한 채소볶음 정도로 부탁드리죠.”
화무린에 말에 주방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 세 가지나 말씀이십니까? 혹시 더 오실 분이 계십니까?”
“아니요. 둘이 먹을 거예요.”
주방장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요리 하나에 보통 두 분에서 세 분 정도가 드시는 양입니다. 세 가지면 양이 꽤 많을 텐데. 소저 두 분이 다 드실 수 있겠습니까?”
“걱정 말고 내오세요.”
“예예, 알겠습니다.”
음식이 전부 나오기까지는 일각도 채 걸리지 않았다. 보통 객잔에서 요리 하나를 시키면 나오는 시간이 일각이 조금 넘는 것을 감안했을 때, 무척이나 빠른 편이었다. 화무린은 가장 먼저 나온 요리에 젓가락을 집었다.
그것은 오리고기를 훈제처럼 썰어, 채소와 같이 곁들여 양념장에 찍어 먹는 것으로, 그 맛이 기가 막힐 정도로 맛있었다.
그리고 연이어 나온 음식들을 맛보려는데, 계단 밟는 소리가 들리면서 일단의 무리가 나타나더니 곧장 그녀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하하, 소저 또 뵙는군요. 저희도 합석해도 되겠습니까?”
독고진과 풍일, 남궁현승 일행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도 이 세 명이 같이 다니던데, 오늘도 같이 나타난 것을 보면 세 명의 사이가 무척이나 돈독한 모양이다.
풍일이 탁자 위에 놓아져 있는 음식을 보며 호들갑을 떨었다.
“저희가 오실 줄 알고 미리 음식을 시켜 놓으셨군요. 화 소저!”
풍일이 앉자 독고진, 남궁현승도 고개를 살짝 숙이더니 의자를 빼어 자리에 앉았다.
‘이 자식들… 앉으라고 말도 안 했는데!’
음식은 고작 세 접시밖에 없는데, 저건 모용수미와 나눠 먹기에도 모자랐다. 자신이 보통 먹는 음식의 양이 요리 두 접시. 모용수미가 저 자그마한 체구에서 뿜어내는 식탐욕을 봤을 때 요리 세 접시면 둘이 적당히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하지만 속안에 있는 말을 그대로 내뱉을 수도 없는 노릇. 자신도 공짜 음식을 먹는 주제에 누가 누굴 쫓아낸단 말인가?
화무린이 속에도 없는 말을 끄집어냈다.
“호호, 음식은 많으니 천천히 들 드세요.”
독고진이 젓가락을 일행들에게 나눠 주며 입을 열었다.
“이렇게 신경 써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부터 신입생들도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간다고 들었습니다. 어떻습니까? 하루 지내보니까. 지낼 만하십니까?”
“아직은 하루밖에 안 됐으니까 뭐라 말씀드릴게 없네요. 쩝쩝. 하지만 교육훈련 내용을 보니 이곳에서의 생활은 조금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쩝쩝… 드는군요.”
화무린은 대답하면서도 부지런히 젓가락을 놀려 대고 있었다.
말을 하면서 저렇게 빨리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놀라운 일이었다.
말을 하면서 음식을 먹고 있기에 간간이 음식물이 튀기는 했지만, 그것 때문에 군소리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화무린에게서 저런 소탈한 면을 발견했다고 생각되는지 풍일은 더욱더 화무린에게 빠져드는 눈빛이었다.
“하하, 그러실 겁니다. 그 생각에는 저희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일학년 시절 때는 지루해서 혼났거든요.”
그 말은 독고진뿐만이 아니라 어지간한 대문파의 제자들에게는 모두 해당되는 말이었다.
무림학관 일학년들이 수련하는 내용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기초수련에 해당되는 것들로, 어지간한 수련들은 그들이 모두 어렸을 때 겪은 것들이었다.
더군다나 가르쳐 주는 내공심법, 무공 등도 모두 무림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파들이 내어 준 것들이라 눈에 차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또 개중에는 이미 익히고 있는 것도 있었다.
그래서 일학년생들의 훈련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내공훈련과 자율훈련이었다. 무공을 이제 막 시작한 길위천 같은 이들이라면 모를까, 이미 상승무공을 익히고 온 이들에게 허접한 무공을 가르칠 수는 없는 노릇.
하지만 내공은 무공의 수위 고하를 막론하고 꾸준하게 쌓고, 정진해야 하는 것이기에 혼자 수련하기도 좋고, 시간을 때우기도 적합했다.
그러다 보니 무림학관을 처음 세웠을 때의 취지와는 다르게 오늘 날에 있어서는 정과 사파의 화합이라는 상징적인 의미 이외에 별다른 게 없었다. 하지만 그 의미를 무시할 수만은 없는 게 알게 모르게 무림에 의외로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학생 때의 친분이 훗날까지도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고, 또 그러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 은근히 무림 평화를 지속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러한 지속력은 변황 세력들의 반발을 억제시키는 데 효과가 있었고, 무림에 암중하고 활동하는 수많은 세력들을 견제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사실, 화 소저의 무공 수준이면 곧장 이학년의 수련에 참가해도 될 것입니다. 이학년부터는 그나마 조금 나아집니다.”
옆에서 풍일이 말을 거들고 나섰다.
“그래요? 쩝쩝쩝.”
화무린이 대답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슬쩍 모용수미를 쳐다봤다. 그녀는 오물오물 씹으면서 엄청난 속도로 음식을 먹어 대고 있었다. 전에도 느낀 거지만 이 녀석 체구도 조그마한 게 먹는 것은 경악스러울 정도다.
더군다나 한마디도 하지 않고…….
화무린도 젓가락질에 속도를 높였다.
아예 그녀의 젓가락질은 손에도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휙휙휙―!
음식이 눈에 띄는 속도로 줄어드는 것도 모르는 채 일행들은 대화를 나누기에 여념이 없었다. 풍일은 화무린이 먹는 것을 쳐다보는데 여념이 없었고, 오직 남궁현승만이 묵묵히 그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음식을 먹고 있었다.
“하하, 뭐 그래도 별반 차이는 없지만요. 저희는 삼학년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삼학년이 되면 후르르륵, 쩝쩝쩝… 뭐가 달라지나요?”
“화 소저는 모르고 계셨군요? 삼학년부터는 무림맹의 무력단체에 소속되어 무림행을 할 수가 있습니다. 비록 임시직이기는 하지만,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무림에서 벌어지는 각종 일들을 해결할 수가 있죠. 그때 처리 과정 등이 고스란히 평가되어 점수로 매겨집니다. 졸업의 유무는 점수로 인해 좌지우지됩니다.”
“오호, 그런 제도가 있었나요?”
“사실 무림학관 내의 일, 이학년 생활은 일종의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습니다. 본격적인 활동은 삼학년 때부터 진짜죠. 지금은 그저 즐긴다는 생각으로 학관 생활에 임하시면 됩니다.”
“그렇군요.”
탁!
화무린은 들고 있던 접시를 내려놓았다. 동시에 모용수미도 동그란 배를 두들기고 있었고, 남궁현승은 조용히 음식이 묻은 입가를 닦고 있었다.
한참 떠들고 있던 독고진은 자신도 음식을 먹어 볼까 하고 젓가락을 집었는데, 뭔가가 많이 허전했다. 탁자 위에 놓여진 접시는 음식이 담아져 있었다는 흔적만을 남긴 채, 아주 깨끗한 상태로 변해 있었다.
“으, 음식이?”
“잘 먹었습니다. 좋은 정보도 주시고. 꺼억.”
화무린이 짧게 트림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설마 그 짧은 시간에 이 많은 음식이 사라질 줄이야.’
독고진은 화무린을 힐끔 쳐다봤다.
설마, 저렇게 예쁘장하게 생긴 소저가 이 많은 걸 다 먹었을 리는 없고, 모용수미는 체구가 작아서 먹어 봤자 티도 잘 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독고진은 조용히 입가를 훔치고 있는 남궁현승을 쳐다봤다.
“난 아니다.”
독고진이 어떠한 의도로 자신을 쳐다봤는지를 알아차린 남궁현승이 미리 말했다.
풍일도 자신의 앞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깨닫고 주방 쪽을 바라보며 급히 소리쳤다.
“주방장. 여기 음식 좀 더 내다 주시게.”
뎅뎅뎅!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점심시간을 끝내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끄응.”
독고진과 풍일은 신음성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휘이이익―!
잠깐 시간을 내서 뒷산으로 올라온 화무린은 주위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나지막이 휘파람을 불렀다.
그러자 잠시 후, 하늘 위에 새 한 마리가 선회하더니 화무린을 향해 곧장 쏘아져 내려왔다.
“이 근방에 있었더냐?”
끄덕끄덕.
금아는 마치 사람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것마냥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똑똑한 놈이었다.
화무린은 금아의 다리에 매달려 있는 통의 뚜껑을 열어 조금 전 서재에서 본 암호를 종이에 옮겨 적고는 그것을 뚜껑 안에 집어넣었다.
“이것을 전해 주렴.”
끄덕끄덕.
푸드드득―!
금아가 날갯짓을 하더니 하나의 점이 되어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 * *

“아흠, 잘 잤다!”
당문화가 기상하는 시간은 이른 새벽.
그녀의 하루는 기지개를 피는 것부터 시작했다.
일어나서 이불을 개고 세수를 했다.
세수를 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꼭 일각.
그다음 그녀는 옷을 갈아입었다. 그녀는 수수한 옷보다는 화려한 무늬가 들어가 있는 값비싼 옷을 선호했다.
어려서부터 무공을 익혀서인지 몸매는 호리호리하니 잘 빠진 체형이었다. 바꾸어 말하자면 가슴이 조금 빈약한 편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성장기이니 더 클 수 있음을 감안하자면 몸매는 꽤 좋은 편에 속했다.
그녀는 침대 위에 앉아 정좌를 한 자세로 내공심법을 운영하여, 내공을 일주천시키고, 이른 아침을 먹은 다음 변소에 갔다.
방이 텅 비어 있는 시간.
화무린의 몸놀림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아침밥을 먹고 아직 들어오지 않았고, 당문화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있는 중이다.
호위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대상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는 것은 물론, 하루의 일과, 습관, 심지어는 매일 무슨 색깔의 속옷을 입었는지 알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만일 누군가가 그녀를 죽이고자 마음먹었다면 그 또한 당문화를 며칠 동안 관찰한 다음, 허점을 노리고 습격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호위를 할 때는 암살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대상자가 어느 때 가장 무방비 상태에 놓이는가를 알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몇 가지 옷과 서적, 그리고 속옷.”
화무린이 속옷 하나를 집어 들었다. 한 줌도 안 돼 보이는 붉은색 속옷이었다. 비단으로 만든 재질인지 촉감이 무척이나 부들부들하다.
조사를 위해서라지만 여자 속옷이나 뒤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자니 괜스레 변태 짓을 하고 있는 듯 한 느낌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일을 위해서야. 암. 그렇고말고!”
화무린의 눈매가 반달 모양으로 일그러졌다.
웃음을 참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러한 작업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대상자의 취향이나 심리상태 등을 알아내는 것은 호위 일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대상자의 심리상태가 뒤죽박죽이거나 변태적인 취향을 가진 자라면, 돌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많기에 호위의 일은 더욱더 힘들어진다. 그래서 사전에 미리 그러한 것들을 조사해 놓으면 앞일을 예측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누군가 계단을 밟고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화무린은 재빨리 소지품을 원래대로 놓고, 몸을 날렸다.
일정한 발자국 소리, 두 걸음을 떼어 놓을 때마다 반 호흡씩 내뱉는 독특한 호흡.
틀림없는 당문화 그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