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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호위무사 1(19화)
6장, 화무린 사고 치다!(1)


무림학관 내의 교관들은 전부 일류급 이상들의 무인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교관의 임기 기한은 딱히 정해지지 않았으나, 십오 년 동안 아이들을 훈련시키는 교관 역할을 해온 이도 있었고, 아직 수개월밖에 되지 않은 교관도 있었다.
교관이 되기 위해서는 신분이 명확해야 하고, 무공 수위가 일류급 이상이어야 하며, 가문의 추천장이 있어야 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인 만큼 그에 못지않은 명성이나 덕망도 있어야 하는데, 관주와 각 당주들은 그런 자들을 선별하는 일을 맡아서 하고 있었다.
허나, 드물게 예외도 있으니 그것은 바로 무림맹에서 추천장을 받아 온 이들이었다.
이들은 무림맹의 실세라는 원로들에 의해 직접 추천된 자들이라 관주와 당주들이 거부할 수가 없었다.
무림학관을 운영하는데 지원되는 운영비는 무림을 지탱하고 있는 대, 소문파들에 의해 모금되지만, 원로원의 재가가 이루어져야지만 그 돈이 지원되기 때문이다.
운영비의 액수를 결정하는 것도 원로원. 자연 그러다 보니 관주와 당주들은 맹의 원로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가끔씩 그렇게 낙하산 인사가 이루어졌지만, 그것을 드러내고 불만을 표시하는 이는 없었다. 추천받은 사람의 평판이 썩 좋지 않더라도 말이다.
파황부 출신의 연창이라는 교관이 바로 그러한 유형이었다.
현 파황부의 부주의 사제인 연창은 무림에서 차지하는 배분과 실력이 결코 낮지가 않았다. 창을 즐겨 쓰는 이로 일곱 가지 초식으로 이어진 연환창술을 즐겨 쓰며, 손속이 제법 매섭고 잔인하여 귀살창이라는 별호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작년에 원로원의 추천장을 받아 무림학관 내의 교관직을 맡고 있었으며, 신입생들의 대련 훈련을 맡고 있었다.
대련이 주로 이루어지는 오후 시간.
연무장 가운데에는 교관 연창과 남자 신입생이 무기를 꼬나 쥔 채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무림학관은 학생들끼리의 대련은 교칙으로 엄히 금하고 있다. 자칫 젊은 학생들이 혈기를 누르지 못하고, 상대에게 부상을 입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정파와 사파의 후기지수들이 한 대 모여 있는 공간이다 보니, 공공연히 파끼리의 신경전이 벌어지기 마련이었다.
자칫 대련을 핑계로 얽힌 은원을 해결하려던가, 보복을 하려던 이들이 심상치 않게 있어서, 그러한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만든 교칙이었다.
그렇다고 무림인에게 비무나 대련을 무작정 못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공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는 하지만, 그 본질은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실전의 경험이다.
사람의 움직임은 때와 장소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기 마련인데, 그러한 유동적인 움직임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실전 경험이 많이 필요했다. 그러한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문제점을 찾을 수 있고, 또 그것을 보안해 나가는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성숙해지며 무공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학년들의 교육과정 중에는 교관들과의 대련을 통해서 실전 경험을 쌓는 교육이 있었다.
삼학년이 되면 같은 학년들끼리의 대련이나 비무가 가능하기에, 그러한 규칙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으나 신입생들은 비무나 대련을 하고 싶으면 교관을 통해서만 해야 했다.
“크하하하하! 그렇게 패기가 없어서 어디다 쓰겠느냐. 차라리 검보다는 몽둥이를 들고 다니는 편이 너한테 잘 어울리겠구나.”
연창의 목소리가 연무장에 쩌렁쩌렁하고 울려 퍼졌다.
목소리에는 조롱의 뜻이 가득 담겨져 있는데, 교관의 신분으로 학생들에게 할 법한 소리는 아닌 듯싶었다.
맞은편에는 검을 쥔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학생이 보였다. 신입생으로 보이 것이, 얼굴이 앳된 것이 고작해야 열여섯, 일곱 살쯤 되어 보였다.
그의 입에서 분한 듯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크흑! 교관님! 이건 너무하시는 것 아닙니까?”
“무엇이 말이더냐?”
“저는 고작 열여섯 살밖에 안 됐습니다. 교관님에게 지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닙니까?”
“당연하다라…….”
연창이 남학생에게 창을 겨누며 말했다.
“이건 지고 이기고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너의 근성에 대해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너의 사부가 그러한 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더냐?”
연창의 상대는 무당파 출신의 일학년생이었다.
사부를 운운하자 소리를 빽 하니 질러 대며 검을 쥐고 연창을 향해 휘둘렀다.
“저의 사부님을 욕되게 하지 마십시오!”
휙휙―!
그가 휘두른 검은 안타깝게도 허공만 가로지를 뿐이었다.
연창은 그의 공격을 연거푸 피해 내고는 창 자루로 그의 등판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퍽―!
남학생이 그대로 바닥 위로 꼬꾸라졌다.
이것은 대련이라기보다는 농락에 가까웠다.
그 모습을 보고 학생들이 수군거렸다.
“이거 장난이 아닌데? 너무 심하게 하는 거 아니야?”
“그러게 말이야. 교관이라면 학생들을 지도해 줘야지. 저렇게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만 해서 훈련이 되겠어?”
“왠지 무섭다. 저 교관.”
연창이 학생들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
“흥! 너희들도 무림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언젠가 패배의 쓰라림도 있을 터. 그것을 미리 맛보여 주는 것이 진정한 스승의 도리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참다운 무인이 되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이러한 패배의 쓴맛을 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자기 자신의 수준을 깨닫고, 그것을 극복해 내고자 절치부심 같은 노력으로 훌륭한 무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법이다. 이것이 바로 양육강식의 세계에서 생존하는 사파의 방식이다!”
분명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일학년생들에게 그의 방식을 강요하기에는 문제가 있어 보였다. 더군다나 그는 주로 정파인들 만을 골라 이런 식으로 골탕을 먹였는데, 특히나 여학생들에게 그 짓궂음의 정도가 더욱 심했다.
초식을 봐준다는 핑계로 여학생들의 몸을 쓰다듬거나, 뒤에서 안는 경우도 종종 있어 작년 한 해 동안 많은 구설수에 시달려 왔었다.
헌데, 신입생들이 들어오고 나니 그들에게 똑같은 짓을 다시 하고 있지 않은가?
그 모습을 한쪽에서 지켜보고 있던 화무린이 중얼거렸다.
“쓰레기 같은 놈이군. 저런 놈이 교관이라니.”
그 옆에서 설화연이 동조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작년에도 대단했대요. 이학년 선배들이 가르쳐 줬어요. 절대 저자와는 상종하지 말라면서.”
“그래? 그런데 안 잘리고 계속 교관 짓을 하고 있어?”
“듣기로는 원로원을 통해서 낙하산으로 들어왔나 봐요. 그래서 학관 내에서도 저자의 행패를 알면서 모른 척 넘어가 주고 있는 실정이래요.”
“참나, 학관 운영 꼴이 말이 아니군.”
“그러게 말이에요.”
그 말을 듣고 있던 연창이 창끝을 화무린에게 겨누며 말했다.
“거기, 그쪽에서 수다 떨고 있는 녀석들!”
“네? 무슨 일이시죠?”
“듣자 하니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지.”
“설마요.”
화무린이 손사래를 쳤다.
연창이 다시금 물었다.
“내 이야기가 아닌 거 확실하냐?”
“그럼요. 교관님이 원로원 낙하산이란 걸 아는데 저희들이 어찌 교관님의 험담을 하겠어요? 괜히 그러다가 눈 밖에 나서 퇴학이라도 당하면 어떻게 해요. 안 그래요?”
연창은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무려면 내가 낙하산인데… 뭐, 뭐야! 지금 뭐라고 그랬어?!”
“킥킥.”
주위에서 입을 막고 웃는 소리가 들렸다.
연창은 얼굴까지 붉어졌다.
“으드득, 이것들이 오냐오냐해 줬더니 나를 가지고 놀려고 드는군. 신입생 주제에 말이지.”
연창이 화를 내자 그 기세가 사뭇 사나워졌다.
“내가 왜 귀살창으로 불리는지 알려 주마. 너!”
화무린을 가리키며 말했다.
“앞으로 나와라. 내가 한 수 지도해 주지.”
연창은 눈동자를 굴려 화무린의 얼굴과 몸을 훑었다.
얼굴은 흠잡을 데 없는 미색이요, 몸매 또한 빠지지 않는 일품이니 어딜 가도 보기 힘든 천하절색임에 분명했다.
연창은 이런 학생이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것을 하늘에 대고 감사드렸다.
어느샌가 화무린을 쳐다보는 그의 눈 깊숙이에는 음탕함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저를요?”
“그래, 너 말이다!”
“저를 왜요?”
“그걸 몰라서 묻는 거냐?”
“설마 신입생들이 교관님 험담 좀 했다고 삐쳐서 대련을 핑계 삼아 보복을 하시려는 건 아니시겠죠? 그것도 여자한테?”
“크크크, 고년 입담이 제법이구나.”
연창은 재미있는 듯 웃음을 지었다.
주위에서는 그걸 보고 있던 남자들이 야유를 보냈다.
“우우. 교관님 너무한다.”
“저질이다.”
여자들도 대놓고는 말하지는 않았지만 은근히 화무린을 응원하는 시선을 보냈다.
그 모습을 보고 연창이 주위에 대고 소리쳤다.
“닥쳐라!!!”
그 서슬 퍼런 기세에 야유를 보낸 학생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는 화무린에게 물었다.
“신입생. 너의 이름이 무엇이냐?”
“화무린입니다.”
“좋다. 화무린. 너의 이번 학기 대련 평가 점수는 영점이다.”
“왜 영점인가요?”
“그 이유는 상대와 대련도 하지 못할 만큼 네가 겁이 많아서겠지. 큭큭큭!!!”
유치하고 치졸하기 그지없다.
자신과 대련을 하지 않으면 영점을 주겠다는 협박이다.
하지만 연창은 정말로 그렇게 하고도 남은 사람이었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것이 연창 같은 이의 특징이었다.
일학년에서 이학년이 되기 위해서는 기준 이상의 점수를 얻어야 하는데, 그 점수는 각 교관들이 점수를 매겨 평균을 내게 하는 것이 학점 점수가 되는 것이다.
만일 대련 과목에서 영점을 받게 된다면 평균 학점 점수는 많이 하락하게 될 것이다.
“하는 수 없군요. 그러면 한 수 지도받겠습니다.”
“암, 그래야지. 크하하하!”
연창은 자신의 목적을 이뤘다는 것에 만족하며 크게 웃었다.
“신입생. 감히 나를 농락하다니. 각오는 되어 있겠지?”
“제 이름은 화무린입니다.”
“크크큭. 좋다. 화무린! 앞으로 나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