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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호위무사 1(20화)
6장, 화무린 사고 치다!(2)


화무린이 한 발자국 나서자 연창도 한 발자국 나서며 말했다.
“무기는 적당한 것을 골라라.”
연무장 한쪽에는 여러 가지 병장기가 진열되어 있었다.
화무린이 나열되어 있는 무기를 쳐다보고 있는데 누군가의 전음이 귓속으로 울려 퍼졌다.
―지금이라도 잘못했다고 빌면, 용서해 주지.
전음의 주인공은 연창이었다.
화무린은 시선을 무기에 두며 전음으로 대답했다.
―정말요?
연창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건 네가 하기에 달린 일이겠지?
―무슨 꿍꿍이죠?
―큭큭, 오늘 밤 내 침소로 찾아오면 알려 주도록 하마. 너한테도 좋은 일일 테고. 나한테도 좋은 일이지. 이만하면 나쁘지 않은 제안 같은데… 어떠냐?
화무린은 대답 대신 병장기를 한번 훑더니 검을 골라 들었다.
대련용 검이라 예리함은 많이 떨어졌지만, 그럭저럭 쓸 만한 검이었다.
“이걸로 하겠습니다.”
“…….”
―그것이 네 대답이냐?
―…….
―큭큭, 후회하게 될 것이다!
연창이 호쾌하게 외쳤다.
“삼초식을 양보해 주지! 마음껏 덤벼라!”
“정말 그래도 되나요?”
“너 같은 애송이가 내 몸에 털끝 하나라도 건들 수 있을 줄 아느냐? 내가 바로 귀살창 연창이니라!”
“그래도…….”
“어허! 잔소리 말고 어서 덤비래……. 헙!”
연창은 헛바람을 집어삼키며 몸을 재빨리 비틀었다.
꼭 한 푼의 차이로 검끝이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만일 피하는 속도가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화무린의 검이 심장을 관통할 뻔했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연창이 노여움에 소리를 버럭 질렀다.
“이노오오옴! 비겁하게 기습을 하다니!”
화무린은 이죽거리며 검을 겨눴다.
“기습도 실력이에요. 그것이 사파에서 가르치는 방법 아닌가요?”
화무린이 웃으면서 검을 고쳐 쥐었다. 그 웃음이 굉장히 사악해 보였다.
“이제 이 초식 남았습니다.”
화무린은 검을 수직으로 겨누며, 또 한 번 쏘아져 갔다. 이번에는 갑작스런 기습이 아니었기에, 연창 또한 그에 대한 방비가 단단했다.
챙챙챙―!
화무린의 검이 머리와 어깨를 노리고 비스듬히 내려치는가 하면 어느새 등 뒤로 돌아서서 그 뒤를 잡았다.
연창은 자신의 창을 돌리며 그녀의 검을 힘겹게 막아 냈다.
확실히 그의 창술을 대단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는 화무린의 움직임을 놓쳤고, 그 때부터는 순전히 감만으로 그녀의 검을 피해 내야 했다.
그는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뭐, 뭐야? 이런 검세는?!’
처음에는 우연이겠지 하던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생각은 점점 바뀌어졌다.
‘어디서 이런 계집이 튀어나온 거야?!’
연창은 욕이 튀어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그만큼 그녀의 검은 정확하고 매섭기 그지없어, 자칫하면 자신의 팔다리를 꿰뚫어 놓을 것만 같았다. 이것은 결코 일학년의 실력이 아니었다.
비록 자신이 삼초식을 양보해 준다고 하여 방어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지만, 실제로도 대련을 한다고 하더라도 쉽게 공격을 할 수 없을 만큼 그녀의 검술은 정교하면서도 정확하고 빨랐다!
피했는가 싶으면 어느새 검끝이 자신의 급소에 닿아 있었고, 그것을 피하면 어디선가 또 다른 검이 튀어나와 그를 위협했다.
정말이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천하의 연창이 고작 일학년생의 검을 못 받아서 허덕이고 있다니!’
그런 그를 보고 약이라도 올릴 작정이었는지 화무린이 말했다.
“이제 일초식!”
화무린이 잠시 공격을 멈추자 여유가 생긴 연창이 외쳤다.
“이놈! 일학년 중에 너 같은 녀석이 있다는 소리는 못 들었다! 네놈 정체가 무엇이냐!”
피융―!
대답은 들려오지 않고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검끝이 얼굴을 향해 쏘아져 왔다.
연창은 대경실색을 하며 그대로 몸을 눕히며 검을 피해 냈다.
화무린은 몸을 회전시켜 다리를 걸어 연창을 넘어뜨렸고, 연창은 그 자세 그대로 신형이 뒤로 넘어갔다.
연창이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화무린은 허공으로 몸을 날리더니 그대로 천근추의 수법으로 발차기를 뿌려 댔다.
이것은 도저히 피할 방법이 없어 보였다.
연창은 몸을 일으키다 말고 그대로 발차기를 얻어맞았다. 얼굴과 가슴, 그리고 남자의 중요한 급소(?)를 연달아 가격당했다.
퍽, 퍽, 퍽!
연창의 눈알이 뒤로 뒤집어지면서 그대로 괴기스러운 비명음을 내질렀다.
“끄… 끄…아아악!!!!”
연창은 개구리 자세로 엎어져 사지를 부들부들 떨더니 입에 거품을 물고 그대로 혼절해 버리고 말았다. 그의 사타구니 부근에 붉은 점 하나가 찍히더니 그것이 점점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뭔가 싶어서 쳐다보던 이들도 그것이 피임을 확인하고 급기야 비명음을 내질렀다.
“꺄아아악!”
“무슨 일이냐?!”
비명 소리를 듣고 근처에 있던 교관 하나가 뛰어왔다. 그리고는 바닥에 혼절해 있는 연창을 발견했다.
“여, 연 교관! 정신 차리게!”
하지만 이미 혼절한 이가 대답할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그는 연창을 들쳐 업고는 신형을 날렸다.
아마도 방향을 보건대 의왕전으로 가는 것이 분명했다.

* * *

“당 당주!!!!”
의왕전의 당기준은 다급하게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고는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서부터 누군가가 사람을 업고서는 곧장 뛰어오고 있었다. 아는 얼굴이다. 그의 신분이 교관임을 확인한 당기준이 물었다.
“무슨 일인가?”
당기준은 업혀져 있는 인물을 확인했다.
“아니, 이건 연 교관이 아닌가? 이 사람이 왜 이렇게 됐는가?”
교관이 눈짓으로 사타구니를 가리켰다.
“응?”
당기준은 연창의 사타구니 부근으로 흥건하게 물들어 있는 피를 확인했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서는 다급히 말했다.
“어서 저쪽으로 눕히게. 어서!”
교관이 연창을 비어 있는 적당한 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연창은 여전히 의식을 잃은 채 혼절 중이었고, 사타구니에서는 여전히 피가 흥건히 배어 나오고 있었다.
“바지를 벗기게 어서!”
“예?”
“바지도 벗기지 않은 채 치료를 하란 말인가?”
그 말에 교관이 황급히 연창의 바지를 벗겼다.
당기준은 피가 더 이상 흐르지 않게, 점혈을 하고는 침통을 열어 사타구니의 주변에 침을 꽂아 넣었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더 이상 피는 흐르지 않았지만, 당기준이 보기에는 며칠 요양한다고 나을 상태는 아닌 듯싶었다.
“어떻습니까? 연 교관의 상태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이 사람이 왜 이 모양이 됐는가?”
“저도 자초지종은 잘 모르겠습니다. 혼절해 있는 것을 업어 왔습니다.”
당기준이 상처 부위를 보면서 혀를 찼다.
“쯧쯧, 한쪽이 터졌군그래.”
“예? 그게 무슨 말이신가요……?”
“말귀를 못 알아듣는구만. 불알이 터졌다고!”
“예에?!”
교관이 화들짝 놀라며 되물었다.
“그렇다면 남자 구실도 못한다는 말입니까?”
당기준이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치료를 한다면 가까스로 남자 구실은 하겠지만, 이래서는 병신 소리를 못 면하지. 안됐군그래.”
“무슨 방법이 없겠습니까?”
“이럴 경우는 방법이 없네. 내 최선을 다해 보겠지만, 아마도 회생시킬 수 없으니 큰 기대는 말게.”

* * *

연창의 부상 소식은 무림학관 내에 파다하게 퍼졌다.
그 소식을 들은 무림학관 내의 수뇌부들이 긴급히 회의를 가졌다.
둥근 원형 탁자를 중심으로 각 당주들과 교관들이 빙 둘러앉아 있었으며, 그 중심에는 진상풍 관주가 있었다.
그는 당기준 당주를 곧장 쳐다보며 물었다.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연 교관이 부상을 당했다니요?”
당기준이 수긍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오늘 낮에 의왕전으로 실려 왔습니다.”
“상태는요?”
“지금 회복 중에 있습니다만…….”
당기준은 신음성을 내뱉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모습이 사뭇 진중한터라 진상풍 관주가 굳어진 표정으로 물었다.
“심각합니까?”
“목숨에 지장은 없습니다. 다만 남자 구실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예, 예?”
“한쪽이 터졌습니다.”
“풉!”
그 말을 듣는 순간 동시에 신음성 소리와 함께 다급히 손으로 입을 막는 소리가 들렸다.
만일 부상을 당한 이가 연창이 아닌 다른 이었다면 다른 반응이 나왔을는지도 모른다. 연창은 그만큼 무림학관 내에서 평판이 좋지 않았고, 그것은 당주나 교관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개중에는 그렇게 여자를 밝히더니 인과응보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 지경이었으니, 그의 평소 행실을 말하지 않아도 알 만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 사생활의 문제.
연창이 무림학관의 교관직을 겸하고 있는 이상 그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것은 무림학관의 일이었다.
쉽게만 생각할 수 없는 문제였다.
“허허, 대낮에 그것도 무림학관 내에서요? 도대체 그 흉수가 누구입니까?”
이번에는 다른 교관이 대답했다.
연창을 업고 의왕전까지 달린 교관이었다.
“화무린이라는 하는 소저입니다.”
“화무린?”
“처음 듣는 이름이오만?”
무림학관에서 연창을 부상 입힐 만한 후기지수들을 한 번씩 떠올린 교관들은 화무린이라는 생소한 이름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더군다나 남자도 아닌 여자라니?
연창을 부상 입힐 정도로 무공에 뛰어난 여자 학생이 무림학관 내에 존재했던가?
“이번에 신입생으로 들어온 일학년생입니다.”
진상풍 관주의 얼굴근육이 꿈틀거린다.
어딘가 모르게 귀에 익은 이름이다. 그리고 그 이름이 자신이 알고 있는 화무린이라는 소저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데 걸리는 시간은 금방이었다.
“혹시 철가장에서 온 화무린이라는 아이입니까?”
관주의 대답에 교관이 화색을 띠며 대답했다.
“예, 관주님도 아시는군요! 바로 그 소저입니다.”
그 말을 들은 관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자신의 친우인 황오현 장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그 소저의 정체는 진상풍으로서도 무척이나 궁금하던 찰나였다. 하지만 그의 부탁으로 그녀에 관한 관심을 애써 끊고 있던 중, 또다시 그녀에 관한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