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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호위무사 1(22화)
7장, 화무린을 찾는 사람들!(1)
다음 날, 화무린은 아침밥을 먹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그 뒤를 당문화가 졸졸 쫓았다.
여기저기에서 둘을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화무린과 마주친 아이들은 쉴 새 없이 그녀를 힐끔대고 있었고, 저들끼리 삼삼오오 짝을 지어 수군거리고 있었다.
“쟤야?”
“응, 아마 그럴걸? 당문화랑 같이 오는 걸 보니까 확실하네.”
화무린이 말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화무린과 시선이 마주친 이들은 자신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고개를 다물고 모르는 척 딴청을 피웠다.
은연중에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자 기분 나쁘다는 듯 당문화가 그들을 향해 쏘아붙였다.
“할 말이 있으면 와서 직접 하던가! 왜 이렇게 수군거려?!”
당문화가 얌전해질 때는 화무린 앞에 섰을 때만인가 보다.
그녀의 표독한 성격을 익히 알고 있던 아이들은 행여 그녀에게 해코지라도 당할까 봐 흩어졌다. 아마도 어제 일어났던 일 때문인가 본데, 무림학관 내에 소문이 벌써 쫙 퍼졌나 보다.
그 모습을 보고 화무린이 한마디 건넸다.
“놔둬. 애들이 다 그렇지.”
“흥! 앞에서는 말도 꺼낼 용기도 없는 주제에 수군대는 꼴이라니!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게 바로 뒤로 호박씨 까는 거예요.”
“혹시 나랑 엮이는 게 싫은 것은 아니고?”
당문화가 순간 멈칫거리더니 이내 입을 가리고 웃음을 터트렸다.
“호호호, 언니도 참. 제가 그럴 리가 있겠어요?”
확실하군. 멈칫거리는 것을 보니.
당문화는 행동이 너무 직설적이라 뭘 하든지 속이 훤히 다 보였다. 성격이 드센 탓에 내킨 대로 행동하고, 사고를 많이 쳐서 그렇지 이런 성격을 가진 이들이 믿는 이를 배신하던가 뒤통수를 치진 않는다.
아이들 사이에서나 성질 못되고, 표독스러운 거지. 자신이 볼 때는 보통의 아이들과 다를 바 없었다.
화무린이 피식하고 웃었다.
“그으래? 확실하지?”
“호호호. 언니도 참.”
당문화 덕분에 자신을 쳐다보고 있던 시선도 많이 줄었건만, 따가운 시선은 여전했다. 화무린은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이들 중, 아직도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무리들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켰다.
인원은 세 명.
화무린은 그들 중 가운데 있는 녀석을 주시했다.
제법 준수하게 생긴 얼굴이다.
하지만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을 은연중 내려다보는 시선. 그 시선에는 세상이 자기중심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오만함과 고집이 내포되어 있었다.
녀석은 화무린의 시선을 피할 생각이 없다는 듯이 그녀의 시선을 담담히 받고 있었다.
둘 사이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다.
녀석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더니, 이내 옆에 있는 아이에게 뭐라고 수군거렸다.
뭐라고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내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장 화무린에게로 다가왔다.
“뭐야?!”
당문화가 먼저 물었으나 녀석은 당문화에게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무심히 그녀를 지나쳐 화무린의 앞에 섰다.
“나는 파호영이라고 한다. 우리 대장이 너를 좀 보자는데 시간 좀 내줄 수 있나?”
“나?”
“그래, 네가 화무린이지?”
파호영?
처음 듣는 이름이다.
당문화가 고개를 가로저었고, 그것은 모용수미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그녀들은 잘 모르고 있었지만 파호영은 무림학관 내에서 꽤나 유명한 놈이었다. 이학년생인 그는 마불문에서 인정받고 있는 제자로, 사파련주의 셋째 아들 막도위라는 녀석의 오른팔이었다.
“그런데 나한테 무슨 볼일이지?”
녀석은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했는지 표정이 조금 굳어진 채로 말을 이었다.
“그거는 가보면 알겠지.”
파호영이 자신의 뒤에 있는 인영을 힐끔거리며 대답했다.
누가 봐도 뒤에 있는 녀석에게 신경을 쓰고 있음을 나타내는 행동! 저 녀석의 대장이라는 녀석이 혹시 팔짱을 끼고 있는 저놈인가?
웃기지도 않았다.
“난 네놈 대장한테 별 관심이 없어. 그러니 가도 되지?”
“으, 응?!”
갑자기 녀석의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정말로 발걸음을 떼어 놓으려고 하자 그가 황급히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이봐. 신입생! 너 우리 대장이 누군지 몰라서 그래?”
“응, 몰라. 말해 주지도 않았는데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흥, 그래?!”
녀석의 얼굴에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그 모습에는 네가 대장의 신분을 알고도 그렇게 뻣뻣해질 수 있는가 보자 하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는 듯했다.
“우리 대장으로 말할 거 같으면…….”
“됐다. 내 소개는 내가 직접 하도록 하지.”
녀석이 말을 자르며, 화무린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더니 직접 자신을 소개했다.
“나는 막도위라고 한다. 사파연맹을 대표하는 사도련의 련주님이 바로 우리 아버지이시지.”
“사도련?”
사도련이라면 무림맹과 마찬가지인 사파의 연합맹이 아니던가?
하지만 지금의 사도련은 무림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림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지금의 사도련주인 막도일 때문이었는데, 그는 명실공히 무림오대 고수 중 일좌를 차지하고 있는 강자였고, 뛰어난 장악력으로 세력을 늘리고 무수히 많은 가문들을 발아래로 굴복시켰다.
사파들은 강력한 지도자인 막도일 아래에 일통돼 있는 반면, 정파들은 자기 가문의 이익을 위해 무림맹이라는 기치 아래 모여 있으니, 사도련의 성세가 드높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그 때문에 지금의 사도련은 역대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런 대단한 사도련의 셋째 아들이라니.
아마 무림학관 내에서의 막도위의 영향력은 무림학관의 관주보다도 더 할런지도 모른다.
그런데 놈이 나한테는 무슨 볼일이지?
“학관 내에 떠도는 너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다. 모처럼 만에 흥미가 일어서 찾아왔다. 들은 대로 꽤 예쁘게 생긴 얼굴이군. 당당한 성격도 마음에 들고. 듣자 하니 남궁현승 그놈과도 가깝게 지내고 있다면서?”
그 같은 말투에서 남궁현승에 대한 적의가 물씬 풍겨져 나왔다.
화무린은 비아냥거리는 그의 말투만을 듣고 그가 남궁현승을 적대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녀석의 시선이 화무린의 전신을 천천히 훑고 지나갔다.
얼굴에서 가슴, 그리고 허리를 지나 발끝까지.
그리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뭐, 뭐지? 저런 표정은?’
순간 화무린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듯한 착각이 일어났다.
‘저 자식이 지금 변태같이 누굴 훑어보는 거야?!’
막도위에 관해서는 화무린도 들은 것이 있어 조금은 알고 있었다.
그는 아버지의 자질을 그대로 물려받아 대단한 무공기재이고, 영리하고 똑똑하여 후기지수 중 당연 발군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또한 후기지수 중에 으뜸이라는 삼룡 사봉의 일원이었는데, 광룡이 막도위를 지칭하는 수식어였다.
미친 용이라는 단어만큼 이 녀석과 잘 어울리는 별호도 없었다.
막도위는 남궁현승과 늘 같은 선상에서 비교되어 왔었다. 그래서 그를 지독히도 싫어했다.
그도 그럴 것이 둘은 정, 사파로 나뉘어져 있었고, 둘 다 같은 삼룡에 해당하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고, 나이도 같았다. 사람들은 그런 둘을 때때로 비교해 가며 화두에 올리기를 좋아했다.
그의 광폭한 성격은 그 아비의 것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는데, 화가 한번 솟구치면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앞뒤를 가리지 않는다고 전해졌다.
녀석의 근본이 대단해서인지 아니면 어려서부터 저러한 교육을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녀석에게는 정상에 군림해 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위압감 같은 것이 풍겨 나왔다.
“가문이 철가장이라고 들었다. 내 말이 맞나?”
“맞는데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어?”
철가장은 화무린의 위조된 가문이다.
괜히 마음 한구석이 찔리자 화무린이 발끈하며 물었다.
“들은 바에 의하면 그곳은 정파와 아무런 은원도 관계도 없는 곳이라고 들었는데, 정파 녀석들과 어울리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군. 정확히 말하자면 사파 쪽에 가까운 곳일 텐데 말이야. 혹시 놈들에게 약점이라도 잡혔나?”
아하,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이었나?
하지만 화무린이 쉬이 대답하지 못하고 쭈삣거렸다.
그동안 본의 아니게 오대세가와 엮이는 통에 어울리기는 했지만, 녀석의 말대로 대부분의 가문들은 구파일방 쪽의 제자가 아닌 이상 사파 쪽과 연관이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물론 개중에는 중립을 지키는 가문들도 있었지만, 그런 문파들은 대부분 양쪽의 세력권에 끼어 이도 저도 못한 채 사라지는 경우가 태반이었고, 무림학관에 입학할 자격도 얻지 못했다.
무림학관에 입학을 할 정도의 신분이라면 철가장은 어떻게든 정파든 사파든 어느 한쪽과는 연관이 닿아 있을 터.
만일 철가장이 사파 쪽의 문파라면 자신이 정파 녀석들과 어울리고 있는 것은 이상하게 보일 법도 싶었다.
화무린은 거기까지 신경 쓰지 못한 자신을 질책했다.
설마 막도위 같은 이가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일 줄 몰랐던 것이다.
“혹시 뭔가를 기대해서 정파 녀석들과 어울리는 거라면 내가 네 기대만큼 화답을 해주지. 그게 너한테도 좀 더 이로운 선택이 될 것 같은데?”
거들먹거리는 모양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녀석의 말은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막도위는 설마 내 제안을 거절하겠냐는 표정으로 오만하게 서 있었고, 그 양옆에 똘마니들은 길 잃은 승냥이처럼 주위를 두리번대고 있었다.
하지만 화무린은 다른 것은 모두 젖혀 두더라도 무림학관에 들어온 가장 큰 이유가 있다는 것을 녀석은 알지 못했다.
화무린이 당문화를 힐끔 쳐다보고는 말했다.
“아쉽지만 거절하도록 하지. 지금은 사정이 좀 있어서 말이야.”
“사정?”
“말 못할 사정이지. 그러니 이쯤해서 관심 접고 헤어지자고.”
순간 막도위의 옆에 있던 두 똘마니의 얼굴이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이례 없이 자신의 대장이 직접 찾아오는 수고까지 했는데, 화무린이 제안을 거절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