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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호위무사 1(23화)
7장, 화무린을 찾는 사람들!(2)


둘은 막도위가 폭발하겠구나 싶어 눈을 질끈 감으며, 그의 반응을 기다렸다. 하지만 봄날처럼 가느다란 훈훈한 목소리가 귓가에 간질이자 두 사람은 자신의 눈과 귀를 의심해야만 했다.
“아쉽군.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대장?”
오히려 막도위의 모습에 옆에 두 녀석들이 놀라 소리쳤다. 자신이 알고 있던 대장은 이렇게 남의 말을 잘 들어주고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었다.
상대의 약점을 알아내면 그것을 덮어 주기는커녕 어떻게 해서든 그걸 이용하여 이득을 취하려고 했고, 자신이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열하면서도 상당히 치사한 놈이었다.
그러한 것은 여자라고 예외를 두는 법이 없었다.
놀라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두 녀석을 보며 막도위가 등을 돌리며 말했다.
“가자.”
그러고 나서 막도위가 정말로 걸음을 떼어 놓는 것이 아니겠는가?
“가자고? 정말 이대로?”
“내 말 못 들었어?”
막도위가 걸음을 떼어 놓자 둘은 황급히 화무린과 막도위를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더니 이내 소리치며 막도위의 뒤를 밟았다.
“대장! 같이 가!”
막도위 옆에 따라붙은 파호영이 뒤를 힐끔거리며 물었다.
“정말 이대로 포기하는 거야?”
그 말에 막도위가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웃는다.
“큭큭, 너는 아직도 나를 그렇게 몰라?”
아니까 물어보는 거지 모르니까 물어보겠냐?
하지만 파호영은 속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막도위가 저렇게 웃는 데는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을 터. 이럴 때는 얌전히 듣고만 있는 것이 녀석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녀석은 대답 대신 질문을 내던졌다.
“척 보기에도 아름답고 고풍스럽기 그지없는 물건이 상점에 있다고 치자. 그 물건을 만든 사람은 대단히 유명한 예술가여서 모두가 탐을 내는 그런 물건이지. 그러한 물건을 가지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
“어떻게 하긴. 돈을 주고 사야겠지.”
파호영이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 말에 막도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다. 상점에서 파는 물건이니 당연히 돈을 주고 사야지.”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묻는 건데?”
막도위는 이번에도 대답 대신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그 물건을 사려고 하자 주인이 배짱을 튕기는 거야. 원래대로라면 일만 냥이면 살 수 있는 물건이지만 사겠다는 이들이 많아지자 물건 값을 올려 보겠다고 주인이 팔지를 않는 거야. 그럴 경우라면 어떻게 해야겠냐?”
그러자 옆에 있는 다른 녀석이 냉큼 대답했다.
“뺏으면 되지! 내 말이 맞지?”
막도위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녀석을 쳐다봤다.
녀석이 자신이 뭐를 잘못했나 싶어서 주눅 든 채로 대답했다.
“내, 내가 틀렸어?”
막도위가 나지막이 혀를 찼다.
“쯧쯧, 그러니 네가 아직도 이 모양으로 사는 거다. 네가 깡패야? 남의 물건을 함부로 막 뺏게?”
두 녀석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막도위를 쳐다봤다.
막도위는 어려서부터 귀한 대접을 받으며 자라 왔다. 무림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사도련주의 아들이니 더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옷은 최고급 비단이 아니면 입질 않았고, 먹는 것도 산해진미가 아니면 입도 대지 않았다.
한 점의 부족함 없이 자란 터라 귀하다는 것은 꼭 가지려고 들었고, 그것이 희소성이 있을 경우에는 더욱 그러했다.
그것이 만일 남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도 예외는 없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것을 뺏어서 제 것으로 만들어야만 직성이 풀리니 어려서부터 그를 따르던 이들은 그로 인해 곤란을 겪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막도위의 입에서 저런 소리가 나오니 두 녀석은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그건 대장이 자주 하던 짓이었잖아?”
딱!
막도위가 말한 녀석의 뒤통수를 냅다 후려쳤다.
파호영이 뒤통수를 마구 문질렀다.
“아야! 왜 때려!”
“그건 철없던 시절에 잠깐 했던 불장난 같은 놀이였으니 잊어버리자. 그게 언제 적 이야긴데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불과 이 년도 채 안 됐다고 말하려다가 파호영은 입을 다물었다.
괜히 여기서 말해 봤자 맞기밖에 더 하겠는가?
“이제는 나이가 들었으니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지.”
옆에 있던 녀석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손뼉을 친다.
“아하! 알겠다!”
“뭔데?”
“간단하네. 물건을 아주 비싸게 사는 거야! 너야 돈이 많으니 비싸게 사면 되지. 안 그래?”
막도위가 혀를 찬다.
“쯧쯧. 이런 멍청한 녀석들을 내 부하라고 데리고 다니고 있었다니. 너희들은 머리를 장신용으로 달고 다녀?”
대답을 했던 두 녀석 다 머쓱해져서는 어깨를 움츠렸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방법은 간단해.”
“그러니까 그 방법이 뭐냐고!”
“그 물건이 가짜라고 소문을 내는 거다. 그러면 그 물건의 값어치는 일순간에 폭락을 하게 되고, 그 물건을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질 테지. 그러면 제값보다도 훨씬 더 싸게 살 수 있게 되지 않겠어?”
“아하! 그런 치사한 방법이 있었구나! 역시 막도위야!”
“큭큭, 고맙다. 사람은 자고로 머리를 써야지.”
“그런데 그게 이 문제랑 무슨 상관인데?”
“쯧쯧, 이렇게 말해 줬는데도 아직도 이해를 못하다니.”
막도위가 혀를 찬다.
“지금이야 저들끼리 수준이 비슷하다고 여겨 어울리고 있겠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면 정파 놈들이 지금처럼 그녀와 어울려 줄까? 품위와 격의를 따지는 정파 놈들이?”
“음, 아무래도 힘들겠지? 우리보다 가문이나 배경을 더 중요시 여기는 게 정파 놈들이니까.”
“그러려면 뭐가 필요할까?”
두 놈 다 무슨 소리인가 싶어 멀뚱멀뚱 막도위를 쳐다봤다.
나쁜 짓도 손발이 맞아야 해 먹는 건데. 이거는 뭐 하나부터 열 끝까지 다 가르쳐 줘야 한다니. 이런 놈을 부하라고 두었으니 아무래도 내가 전생에 큰 잘못을 했나 보다.
막도위가 짜증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정보! 정보가 필요하겠지? 그러니 너희들은 화무린에 대해서 뒷조사를 해줘야겠다. 뭔가 써먹을 게 있는지 아니면 구린 구석이 있는지 낱낱이 파헤쳐서 나한테 가지고 와. 알았어?”
“아, 그 말이었구나! 알았어!”
막도위는 조금 전에 만났던 화무린을 떠올렸다.
여지껏 자신이 보아 오던 여자와는 뭔가 달라 보이는 여자.
그에게 있어서 여자란 아첨과 아양을 떨며 자신에게 잘 보이려는 족속들이었다.
필요하다 싶으면 데리고 놀고,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가차 없이 버리는 장신구 같은 존재.
자신의 신분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일말의 관심도 없어 보이는 듯한 화무린의 건방짐과 도도함이 마음에 들었다.
원래는 남궁현승 패거리들과 어울리고 있다고 하여, 그에게서 화무린을 뺏으려고 온 것일 뿐인데, 직접 대면하고 보니 하는 행동이 마음에 꼭 들었다.
그는 진심으로 화무린을 가지고 싶어졌다.
“만일 그것이 연기였다면 나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한 것이다. 큭큭, 허나, 만일 나를 진짜 무시한 것이라면…….”
막도위가 비열한 웃음을 지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은 누구도 가질 수 없지!”

막도위 무리들이 멀어져 가는 것을 보고 있던 화무린 일행들은 그들의 속셈도 모른 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듣자 하니 막도위 저 녀석 개망나니라고 하지 않았어? 듣는 거와는 많이 다르네?”
“헉.”
당문화가 짤막한 비명 소리와 함께 고개를 힘차게 내저었다.
“저 모습만 보고 속으시면 안 돼요!”
“응? 뭔가 아는 거라도 있어?”
당문화가 남궁현승을 좋아하기 시작한 것은 다섯 살 때쯤 무렵이니까. 그의 상대인 막도위에 대해서도 그녀는 주워들은 것이 많았다.
“저 사람이 사람을 맨 처음에 죽인 게 일곱 살 때래요. 듣자 하니 부리는 하인이었다고 하던데, 세상에, 찻잔을 엎었다고 그 자리에서 죽였다던데요?”
“설마?”
“그리고 또 있어요! 여자관계가 되게 문란하대요. 걸핏하면 기방에 드나들고, 술도 엄청나게 먹는대요.”
“남자가 술 좋아하고 여자 좋아하는 게 어찌 흠일까? 더군다나 기방에서 그런 거라면 아무 상관없잖아?”
“막도위는 건방지고 재수 없잖아요. 언니도 보셨잖아요. 사람을 막 위아래로 훑고! 재수 없어! 듣자 하니 사람들한테도 함부로 대한다고 하던데 언니는 절대 저 사람과 어울리지 마세요!”
“너 혹시 쟤가 너한테 큰 잘못이라도 했어?”
“아니요?”
“그러면 쟤가 너한테 껄떡대기라도 했어?”
“흥! 그런다고 제가 넘어가기라도 할 것 같아요? 어림도 없어요! 저에게는 오직 현승 오빠밖에 없어요!”
화무린이 혀를 찼다.
“쯧쯧, 그 정도면 병이다. 도대체 남궁현승 어디가 그렇게 좋아?”
그 말을 들은 당문화는 두 볼이 빨개지더니 어쩔 줄 몰라 했다.
“생각만 해도 좋냐?”
끄덕끄덕.
“됐다. 물어본 내가 잘못이지.”
“헤헤헤.”
“그렇다면 그것도 아니고. 그러면 너는 막도위를 왜 싫어해?”
“음…….”
당문화가 한참을 생각하고는 대답했다.
“저희 오빠랑 사이가 안 좋잖아요! 그러면 저한테도 적이에욧!”
“친구의 적은 나의 적이라 이거냐?”
“친구가 아니라 미래의 남편이 될지도 모르죠. 헤헤.”
낯간지러운 말에 화무린이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렇게 부끄러워하면서도 뻔뻔하게 할 말은 다 하다니!
확실히 재미있는 녀석이다.
화무린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거야 주위에서 그렇게 관계를 만든 거고, 실상은 서로가 서로에게 피해를 준 건 없잖아? 파벌이 틀리다고 해서 상대를 나쁘게만 보는 것은 편견이다? 실제로는 좋은 녀석일지 누가 또 알아?”
당문화가 소리를 빽 하니 질렀다.
“그래서 언니는 저 사람이랑 어울리기라도 할 속셈이에요?!”
고성의 소리가 귓가에 맴돌다 사라졌다.
화무린이 엄살 섞인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귓구멍을 후벼 팠다.
“아이고, 귀청 떨어지겠네. 아니, 누가 그렇대?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 때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화 소저의 말이 맞네. 편견이란 무서운 것이어서 잘못하면 진실을 왜곡시킬 수도 있는 법이지.”
말소리가 들려오는 것은 다섯 장 정도 떨어진 위치에서였다.
두 사람은 고개를 돌려 누군지를 확인했다.
“일부로 듣자고 한 것은 아니지만 말소리가 들리더군. 일부로 들은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말게.”
그곳에는 나이가 제법 들어 보이는 노인이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진상풍 관주였다. 그는 화무린에게 용건이 있는 듯 곧장 그녀에게 다가왔다. 이미 입학식 때 연설을 통해서 얼굴을 확인했기에 둘은 그가 무림학관의 관주라는 것을 대번에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