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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쌍의 1권(16화)
六章 적전 제자 경쟁(3)


장유가 진우청에게 한 말을 풀어서 말해 보자면, ‘너는 그런 팔푼이가 아니겠지?’라고 해석이 되었다.
진우청의 낮빛이 상당히 차갑게 변했으나 그는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며 말했다.
“잘 알고 있군. 그런데 자네가 학문만큼 무예가 뛰어난지 정말 궁금해지는군.”
“시험해 볼 텐가?”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해졌다.
그때 도원겸이 손바닥을 짝짝 치며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자자, 거기까지. 방금 둘이 한 대화가 내 귀에는 여흥을 위해 비무를 보여 주고 싶다 정도로 들렸는데, 맞는가?”
진우청이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습니다.”
뒤이어 장유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때아닌 의생관과 원무관의 자존심을 건 무공 대결이 저녁 만찬 자리에서 벌어지게 되었다.

***

장유와 진우청이 서로를 마주 보고 섰다.
장유를 노려보는 진우청의 눈은 매섭기만 했다.
장유는 속으로 콧방귀를 뀌며 무시해 버렸다.
‘이길 수 있을까?’
진우청을 무시해 버린 것과는 별개로 내심 긴장되는 장유였다.
진우청은 원무관 원생 중 최고의 고수였다. 인 급의 무공뿐만이 아니라, 지 급의 무공, 어쩌면 천 급 무공을 배웠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유리한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전투의 경험이라거나 초식의 응용, 그런 것은 장유 자신이 훨씬 뛰어나다고 할 수 있었다.
‘적어도 전장을 헤치고 살아온 경험은 내가 더 많다.’
보잘것없는 실력으로 살아 남기 위해서 많은 일을 했었다.
‘직접적인 전투 경험이 아니라도 내가 보고 접한 게 더 많아.’
고수들의 전투를 보고 느낀 것, 그리고 그들이 사용하는 무공 수법을 지금의 장유가 사용할 수 있는 건 몇 안 되겠지만 그나마 사용할 수 있는 걸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조금은 유리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이것에 희망을 건다면 이기는 건 불가능해도, 무승부나 평수 정도는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자, 이제 비무를 시작하지. 자리가 자리이고, 또 형식이 비무이니만큼 서로 치명적인 살초는 금지하도록 하겠네.”
도원겸의 당부의 말이 끝나자 둘은 원을 그리고 돌면서 서로의 빈틈을 엿보았다.
먼저 움직인 것은 진우청이었다.
진우청의 손이 장유의 오른팔을 노리고 공격해 들어갔다.
손가락에 담긴 경력이 장유로서는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강력했다.
장유는 황급히 오른팔을 빼며 왼팔을 휘둘러 우청의 뺨을 주먹으로 후려쳐 갔다.
진우청은 확실히 제일 스승에게 추천받은 기재답게 반응속도 또한 훌륭했다.
공격이 실패하자 뒤로 물러서며 고개를 비트는 것으로 장유의 주먹을 피해 버렸고, 빠지는 동작을 취하며 다리를 털 듯이 퇴법을 뿌렸다.
팡!
허공에서 공기 터지는 소리가 나며 발 그림자가 장유를 향해 쇄도했다.
장유는 왼팔을 회수하며 팔꿈치가 휘어지는 방패 형상을 만들어 막았다.
퍽!
“큭!”
팔로 만들어 낸 방패로 진우청의 퇴법을 막았지만 팔이 저릿저릿했다.
장유는 공격을 막아 낸 것으로 끝내지 않고 오른팔로 진우청의 옷깃을 잡으려 했다. 진우청의 빠져나가는 힘을 이용하여 이화접목의 수법을 쓰려고 한 것이다.
완벽한 이화접목이 아니다. 그저 흉내만 낸 수준, 하지만 지금 진우청과 장유의 경지를 생각해 보면 그정도 수준이면 충분했다.
진우청은 장유가 이화접목을 사용하려 한다는 사실은 몰랐지만, 옷끝을 잡으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몸을 회전시켜 옷깃을 당겼다.
잡을 옷깃이 사라지자 장유의 손은 허공을 갈랐다.
그 틈을 타고 진우청의 주먹이 장유의 왼팔과 오른팔이 벌어진 사이를 파고들었다.
이대로라면 턱을 내줄 것이 분명했기에 장유는 황급히 턱을 당겨 진우청의 주먹을 피했다.
“윽!”
피한다고 피했으나 턱을 노린 진우청의 공격이 코끝을 스쳤다.
시큰거리는 감각이 장유를 엄습했다.
장유가 뒤로 물러나자 진우청도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뒤로 물러났다.
둘은 서로를 마주보다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신형을 튕겨서 덤벼들었다.
진우청은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왼손을 뻗었고, 장유는 왼쪽으로 이동하며 오른손을 뻗었다.
스쳐 지나간 순간에도 공방이 여러 번 교차되었다.
장유는 순간 점혈의 수법인 거문에 자신의 팔이 잠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느꼈으나, 서로가 스쳐 지나가며 나눈 공방이었기에 곧장 서로의 영역을 벗어나면서 빠르게 순간 점혈이 풀렸다.
장유에게는 참으로 큰일 날 뻔한 상황이었으나 잘 해결된 것이고, 진우청은 승기를 잡을 기회였으나 놓친 것이다.
위험을 벗어난 장유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한 방에 골로 갈 뻔했다.’
다시 거리가 벌어진 그들이 또 한 번의 격돌을 위해 달려가려는 찰나…….
탕탕!
탁자를 치는 소리 뒤에 도원겸이 말했다.
“자, 이제 여흥은 충분히 즐겼으니 그만하기로 하지. 이제 충분하지 않나?”
도원겸의 말에 장유와 진우청은 싸울 자세를 풀며 서로 포권을 취했다.
“수고하였네.”
“자네도 마찬가지.”
장유의 표정은 무덤덤했으나, 의생관생에게 이기지 못한 진우청은 똥 씹은 표정이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경기를 지켜보던 의생관생들은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원무관생들은 진우청과 비슷한 표정이었다.
그 후의 저녁 식사는 무리 없이 끝났다.
하나 장유는 진우청과의 악연이 시작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저 녀석은 과거에 죽어 버린 녀석이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잘 알 수가 없지. 더 신중하게 살펴봐야겠어.’

***

“흑천의 준비는 끝나 가는 것인가?”
존재감 짙은 무겁고 어두운 목소리가 대전을 울렸다.
모든 이에게 경외감이 들게 하고, 복종심이 들게끔 하는 소리였다.
목소리의 주인은 마의 근본이라고 불리는 염래본마 천살이었다.
그의 말에 삼천의 군사인 귀뇌는 천살의 발아래에서 머리가 땅에 닿을 듯 조아리며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반년 후에는 흑천이 나설 것이고, 정식 무림 문파로 활동할 것입니다.”
극진한 자세였고, 상당히 조심스러운 목소리였다.
누구라도 그의 앞에 선다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으리란 것이 군사 귀뇌의 생각이었다.
천살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쪽 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중원 전도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중원 무림 방파들의 위치가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었고, 산맥과 관도, 산길까지 자세하게 그려져 있었다.
이 지도의 특이한 점은 사천성 동쪽 분지인 대량산 부분이 불에 탄 듯 구멍이 뚫려 있다는 것이다.
“천수의곡을 밀어 버릴 준비는 해 두었겠지?”
“이를 말씀이십니까.”
“애초에 우리의 목적은 군림천하다. 정파 따위를 표방해서는 군림천하를 이룰 수 없지. 대업의 시작으로 천수의곡을 밀어 버린다.”
“존명.”
마침내 흑천이 움직이려 하고 있었다.
삼천의 어두운 하늘이라고 불리는 흑천이.

***

지필 고사 당일이 되었다.
지필 고사가 시행되는 장소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참가자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고사 장소로 입실했다.
모두의 시선과 부러움을 한껏 즐기는 그들이었다.
여기에 참가할 정도라면 모두 우수한 성적과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수재였고 기재들이었다.
입실을 마친 참가자들은 먹을 갈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감독관들이 입실했다.
감독관은 의생관, 원무관의 총 스무 명의 스승들과 곡주와 부곡주였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 모를 부정행위에 대비해서 많은 감독관들이 시험을 지켜보았다.
한 장의 시험지와 한 장의 흰 답지가 배부되었다.
문제는 총 열 개였고, 문제들은 하나같이 서술형이었으며, 난이도가 높았다.
시작은 금궤요락과 장중경에 관한 문제였다.

금궤요락(金첉要略)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장유는 붓에 먹물을 한껏 묻힌 후 벼루에 문질러 먹의 양을 적당하게 조절했다.
적당한 먹물이 붓에 남자 글을 써 갔다.
그의 팔 놀림은 거침없이 이어졌다.

― 후한 때의 장중경이 지었다고 하는 의서(醫書)이다. 그의 상한론(傷寒論)과 의학(醫學)의 원전(原典)으로, 처방학 및 치료학 연구에 중요한 것이다. 주로 고대의 내과(內科) 잡병의 치료법(治療法)을 논술(論述)한 책이다.

상한론(傷寒論)에 대하여 서술하라.

상한론 역시 장중경이 지은 금궤요락에 나오는 것으로서 쉽지 않은 부분이었다.
장유는 잠시 고심하더니 역시 붓에 먹물을 묻히고 답을 적어 내려갔다.

― 내경(內經)이 몸의 생리를 생활과 기후를 바탕으로 거시적으로 진술한 것이라면, 상한론은 고대에서 당시까지에 이르는 동안의 병증과 처방에 대해 기술한 것이다. 내경은 모호하고 구체성이 떨어져서 임상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는 것에 비하여, 상한론은 환자를 관찰한 결과를 바탕으로 증상과 처방을 기록했으므로 임상적 활용 가치가 높다.

장중경과 금궤요락에 관련된 문제는 그것이 마지막이었고, 그 뒤로 이어진 여덟 문제는 각기 침술, 탕기술, 약초 구분과 정제, 단약 제조에 관련된 것들이었다.
침술에 관련된 문제는 혈도와 얽혀 들어가면서 상당히 쉽지 않은 심화 문제를 형성했으나, 고심 끝에 생각한 대로의 답변을 적을 수 있었다. 나머지 문제 역시 어렵지 않게 풀고는 답지를 제출했다.
‘좋았어. 다행이야. 내가 공부하고 있는 방향이 잘못되지는 않았어.’
총 문제는 열 개였고, 장유는 그 문제들을 빠짐없이 다 적고 나서야 스스로의 공부가 잘못되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항상 노력하면서도 자신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했던 그였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그런 부담감의 상당 부분을 털어 버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