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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쌍의 1권(17화)
六章 적전 제자 경쟁(4)
장유는 가장 빠르게 제출하여 첫 번째로 시험을 끝냈다.
그의 빠른 시험 답지 제출은 여러 스승들도 깜짝 놀랄 만한 것이었다.
그들은 그 자리에서 직접 장유의 답안지를 돌려 보았다.
곡주부터 시작하여 부곡주, 의생관의 제일 스승, 원무관의 제일 스승, 의생관의 제이 스승 순으로 장유의 답지를 돌려 보았다.
그들은 장유의 답안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탄성을 지르기도 했으며, 각양각색의 즐거운 반응을 보여 주었다.
그 모습을 일견한 장유는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시험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곡주와 스승들이 반응은 자신이 적은 답이 틀리지 않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첫 번째 시험이 끝나고 방이 붙었다.
***
시험 참석자가 스무 명뿐이었기에 채점도 빨랐고 결과도 빨리 나왔다.
그날 저녁이 되기 전에 시험 결과에 대한 방이 붙었고, 합격자와 탈락자의 희비가 교차되었다.
의생관 합격자 명단
― 장유, 주비, 가여람, 무우풍
원무관 합격자 명단
― 진우청, 우오민, 비운, 구류연
일차 평가로 총 열두 명을 솎아 내고 살아남은 원생의 수는 여덟이었다.
의생관의 경우는 치료 실습을 통해서 두 명만을 가려낼 것이고, 원무관은 비무를 통해 두 명을 가려낼 것이다.
장유가 일차 시험에 합격하자, 의생관의 스승님들이 모두들 한 번씩 찾아와서 좋은 말을 해 주고 갔다.
“잘했다. 나는 네가 해낼 줄 알았구나.”
“너는 차가 식기 전에 마셨구나. 기회를 잡은 것을 축하한다.”
뿐만 아니라, 원무관의 스승인 담우 또한 장유를 찾아봐서 격려의 말을 남겼다.
“잘했다. 못난 스승 밑에서 잘 배웠구나. 앞으로도 그렇게만 커다오.”
격려가 되는 말이었고, 하나하나가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 두고 힘들 때마다 꺼내서 듣고 싶은 말이었다.
‘의곡을…… 반드시 지켜내겠다.’
곧 그의 나이도 스물이다. 전생의 기억이 맞다면 그가 스물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흑천이 발호했다.
그리고 붕괴되는 천수의곡.
‘하나 내 무공은 아직도 약하기만 한데……. 어떻게 막아 내야 할까?’
한참을 고민하던 장유의 눈에 개미들의 움직임이 들어왔다.
먹이를 들고 움직이는 개미들이 꼭 군마(軍馬)와 비슷해 보였다.
그들은 장해물을 피하고 넘어 먹잇감에 도달했으며, 먹잇감을 철저하게 잘라서 개미 구멍 속으로 가져갔다.
“각개격파…….”
장유의 입에서 한 단어가 흘러나왔다.
자신은 그들이 천수의곡을 침입할 때 사용했던 침입 경로와 공격 방법을 알고 있다.
그 침입 경로에서 모두 각개격파한다면, 그렇다면 분명 흑천의 침입을 막아 낼 수 있을 것이다.
‘흑천, 내 손으로 반드시 막겠다.’
장유의 굳은 의지, 그것은 곧 무림의 희망이 될 것이고, 무림의 역사를 바꿀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운명의 회귀, 장유의 의지, 그 두 가지가 만난 순간을, 무림의 역사가들은 주목해야 할 것이다.
***
천령이란 상당히 묘한 것이었다.
내공이 쌓이는 속도도 느리지만, 정안이 개방되었다고 하여 특별히 변한 것이 없었다.
굳이 변한 것을 들자면 부동심이 조금 생겼다는 정도일까?
거기다 수련의 진전이 상당히 느리기 때문에 언제 다음 단계인 광안이 개방될지는 모호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단점이 있다면 장점도 있는 법.
선기라는 것 자체가 사람을 살리고 구제하는 힘이었다. 자잘하게 입은 내상은 선기가 순환하면 자연스럽고 빠르게 회복해 주니 다른 무인들에 비해 내상에 상당히 강하다고 할 수 있었다.
내상뿐만이 아니라 천령을 익히고 나서부터는 점차적으로 피로가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매일 아침 몸 안 가득히 차오르는 선기는 쌓인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 내려 주었고, 하루하루 살아갈 활력을 보충해 주었다. 덕분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
장유는 지금도 가부좌를 틀고 앉아 선기를 주천시키고 있었다.
단전에서 올라온 활기가 몸 구석구석을 맴돌다가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주변의 맑은 바람이 장유의 곁에 머물렀고, 초목의 싱그러운 기운이 모여들어 손바닥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점이 또 천령의 독특한 점이었다.
천령은 폐호흡으로만 내공을 쌓는 방식이 아니었다. 혈맥으로부터의 흡기와 피부호흡이 결합된, 흡기 운공법이었다.
예를 들면, 손바닥의 장심과 발바닥의 용추 등으로부터도 흡기하여 내공을 쌓았다.
처음에는 이러한 감각이 매우 이질적이었으나, 이제는 손바닥과 발바닥을 통해 들어오는 내공에도 상당히 익숙해졌다.
‘광안에 이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선기가 적당히 쌓이자 정안(正眼)은 자연스럽게 개방되었지만, 그 위 단계인 광안(廣眼)은 전혀 개방되지 않고 있었다.
하기야 평생을 바쳐 천령을 익힌 천령문의 사람도 삼 단계인 진안에 오르는 것이 전부였다고 하지 않는가.
그는 비허량의 충고를 다시금 떠올렸다.
‘조급해 하지 말고, 여유를 가지고 수련하자.’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흘러가고, 똑같이 다가왔다. 조급하면 놓치는 것이 많아지게 된다.
천천히, 차근차근, 하나하나, 철두철미하게 준비해 나가야 했다.
‘흐읍!’
장유가 깊게 숨을 들이쉬자 손바닥과 발바닥으로 흡수되는 기운의 양도 늘어났다.
마침내 모든 기운이 전신 대맥을 돌아 단전으로 들어갔다.
운공을 마친 장유가 가부좌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을 개운하게 만들었으니, 이제 침술 공부를 해 봐야겠군.’
얼마 후에 있을 치료 실습 시험을 준비해야 했다. 환자를 치료하는 데는 약재, 단약, 탕기 등 많은 방법이 있지만 가장 자주 사용되는 방법은 혈자리에 침을 놓는 침술이었다.
장유가 집어 든 책은 기혈도해(氣穴圖解)와 침술도(鍼術圖),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책은 아니고, 이미 한 번 완독을 끝낸 책이지만, 안에 들어 있는 지식이 쓸 만하고, 또 실제로도 유용하여 그가 자주 읽고 있었다.
‘새로운 내용을 공부하는 것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확실히 복습하는 게 더 좋지.’
장유는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
대털과 여윤, 호치는 장유의 일차 시험 합격 소식에 쾌재를 부르며 숙소로 돌아왔다.
시작하는 인연이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어린 시절의 추억 자동 미화 보정을 받은 덕분에 인질극은 아름다웠던 한때로 뇌리에 새겨져 있었고, 현재의 감정이 나쁘지 않았기에 그들도 장유와 친하게 지냈다.
“그런데 진우청까지 합격하다니. 의외야.”
대털이 입을 열자 여윤이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아니, 그 녀석이 좀 재수가 밥맛이기는 해도 실력 하나는 뛰어났잖아? 합격할 만하기는 해.”
“그런데 이대로 가면 장유와 경쟁자가 되는 거 아닌가?”
호치가 그렇게 말하자, 나머지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렇겠지. 장유가 원무관생이 아니라서 비무 승부에 나가는 건 아니지만, 둘 다 적전 제자로 최종 합격이 된다고 해도 좀 더 강한 진우청이 앞설 거야.”
셋 중에서 가장 똑똑한 여윤이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했다.
“어떻게든 힘으로 압박을 가할 거라는 말이지? 그런데 장유랑 진우청이랑 비겼다는 소문이 있던데?”
대털이 어디선가 들은 소문을 말했다.
그 소문을 접한 바 있는 여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건 곡주님이 중간에 말려서 그런 거잖아. 초반에는 동수를 이루더라도, 조금만 더 했더라면 장유가 패했을 거야.”
그녀의 생각은 정확했다.
장유는 진우청의 퇴법을 막으면서 왼팔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이것은 장유의 내공이 진우청보다 부족하다는 증거였다. 그 상태로 십여 합을 더 나누었다면 장유의 패배로 이어졌을 것이다.
“으잉? 그럼 안 되잖아. 난 장유가 그 재수 없는 진우청 녀석을 제치고 곡주의 제자가 되었으면 하는데.”
호치의 말을 들은 대털도 동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여윤도 입술을 꽉 깨물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여윤이 무슨 좋은 생각이 난 듯이 손바닥을 탁하고 치며 말했다.
“아! 우리가 방해할까?”
“뭐? 어떻게?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있어?”
여윤이 소매 속에 손을 집어넣어 잠시간 뒤적거리더니 작은 약봉지 하나를 꺼냈다.
“이건 내가 변비……. 에헴! 어쨌든 설사약이라는 건데, 먹으면 효과가 바로 오지. 끝내줘.”
대털과 호치가 그녀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말했다.
“역시 여윤이다. 장유보다는 좀 별로지만, 머리가 좋아.”
“쳇! 그건 장유가 너무 똑똑한 거야. 그 녀석은 적전 제자 경합에 나갈 정도로 똑똑한 녀석이잖아?”
“그건 그렇지. 그것보다 계획은 언제 실행할 건데?”
“오늘 저녁 시간에. 시원하게 한 잔 들이키라고 물을 가져다주면서 거기에 섞을 거야. 녀석, 내일 비무에는 나가지도 못할 거다.”
사건이 벌어진 건 원무관생들의 비무가 벌어지기 하루 전날, 지필 고사가 끝난 당일 저녁이었다.
“우청, 이거 마셔.”
여윤은 저녁 식사 시간에 물잔에 물을 한껏 받아 직효를 자랑하는 약을 타고는 진우청에게 들고 갔다.
진우청은 평소에 별로 친하지도 않던 여윤이 물 잔을 들고 접근하자, 이건 뭐냐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여윤은 여성 특유의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너 이제 곡주님 적전 제자로 들어가게 될지도 모르는데, 미리미리 잘 보여 놔야지.”
진우청이 피식 웃었다.
“평소에 친하지도 않다가 잘 나갈 것처럼 보이니까 알랑방귀군. 필요 없으니까 들고 가.”
사람 속을 살살 긁는 말이었다.
‘그 성격 때문에 니가 재수 없고, 친구가 없는 거다.’
내심의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것을, 목적의 성사를 위해서 꾹 참았다.
그리고 얼굴 가득히 미소를 띠고는 다시 한 번 물을 권했다.
“그러지 말고 마셔. 밥 먹고 목마르지도 않아?”
“됐어. 내가 알아서 마시도록 하지. 너나 마셔라.”
진우청이 손을 흔들었다.
여윤은 그래도 또 한 번 권하기 위해서 진우청의 손을 잡고 물 잔을 쥐어 주려고 했다.
하지만 여윤의 손이 진우청의 손에 닿는 순간!
“내가 치우라고 했지! 한 번만 더 귀찮게 굴면 그 손목을 잘라 버리겠어.”
진우청은 쌀쌀맞게 여윤의 손등을 탁 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곳으로 가 버렸다.
덕분에 화가 뻗친 여윤은 멀어지는 진우청을 향해 고래고래 욕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