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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쌍의 1권(19화)
六章 적전 제자 경쟁(6)
이것이 문제였다. 큰 병이 아닌 줄 알고 방치해 두면 작은 병이 큰 병이 되는 법이다. 지금 치료를 받지 못했다면 이 사람은 영영 허리를 못쓰게 되었을 것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살이 썩어 죽게 되었을지도 몰랐다.
“다행입니다. 상태가 크게 나쁘지는 않군요. 한 사흘 정도는 집에서 정양하며 푹 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고인 피를 완전히 뽑아낸 장유는 그 부분에 지혈과 아무는 데 효과가 뛰어난 약초를 올려 헝겊으로 동여맸다.
‘선기는 사람을 살리기 위한 힘이라 했지? 사람의 몸에 선기를 집어넣으면 어떻게 될까?’
선기는 사람을 치료하고, 살리고, 원기를 불어넣어 주는 힘이라 했다.
‘그 힘이라면 의술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장유는 잠시 선기에 대해서 생각하고는 다시 세침을 들었고, 단전에 웅크리고 있는 선기를 끌어올렸다.
단전 속에 들어가 있던 선기는 장유의 부름에 응답하여 단전 밖으로 나와 손끝으로 몰려들었고, 손끝으로 몰려든 선기는 다시 세침 속으로 들어갔다.
선기가 들어간 세침의 주변으로 희미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이번에도 역시 소나무 냄새가 나는구나.’
장유는 선기가 머금어진 세침을 환자의 허리 부분에 놓았고, 장유의 팔을 떠나간 선기는 환자의 상처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하, 의원님, 침술이 참으로 뛰어나십니다. 놓자마자 시원한 느낌이 정말 좋군요.”
장유가 침을 놓고 떼면서 기를 회수한 것은 순간은 찰나였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 선기는 환자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다시 장유에게로 돌아왔다.
장유는 의아했다.
‘환자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돌아왔으면 그 양이 줄어 있어야 하거늘.’
놀랍게도 선기의 양이 미약하나마 늘어나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장유는 다시 한 번 선기를 환자의 몸속으로 돌린 후에 회수했다.
‘미세하지만 분명히 늘어나 있다.’
극미량이지만 선기의 양은 분명히 증가해 있었다. 사용되어서 줄어들어야 할 선기가 늘어나다니…….
다른 일, 이를테면 선기를 무공에 사용할 때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
의술에 선기를 사용하니 오히려 늘어나다니…….
‘이것은 선기만의 특성인가? 그렇지 않으면 천령의 특징인가?’
늘어난 선기도, 원래 있던 선기도 단전으로 돌아와 안주했다.
‘천령 어디에도 이런 말은 나와 있지 않았던 것 같은데. 무슨 이유지?’
장유는 머릿속으로 의문을 떠올리면서도 손은 침을 놓는 걸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환자의 허리에 침놓는 것을 끝냈다.
“조금 있다가 침을 뽑으러 오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예, 알겠구만유. 의원님.”
허리가 한결 가뿐해진 환자는 웃으며 화답했고, 만족스런 얼굴을 접한 장유도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 후에도 몇 명의 환자를 더 돌보았고, 두 시진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두 시진에 걸쳐서 진행된 시험은 참가자들을 아주 피로하게 했고, 장유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하, 좀 힘들군.’
뻐근한 어깨를 풀고 목과 허리를 돌리는 장유였다.
장시간 허리와 고개를 숙인 채 환자들을 진료하는 것은 상당한 고역이었다.
그나마 의원으로서 소임을 다할 수 있었기에 뿌듯했다.
***
치료 실습 시험의 결과는 바로 나오지 않았다.
비무는 승자와 패자가 그 자리에서 바로 나왔지만 실습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었다.
감독관들의 채점을 통해 점수를 매기고, 그 점수의 합이 가장 큰 사람 둘이 합격하는 것이다.
총 네 명의 감독관들이 각자의 점수를 적어 한곳에 모았다.
실습이 끝난 마을 앞에 모인 시험생들에게 감독관이 된 스승 중 하나가 대표로 나와서 점수를 불렀다.
첫 번째로 호명된 사람은 무우풍이었다.
“무우풍. 팔 점, 칠 점, 팔 점, 구 점. 도합 삼십이 점. 수고했다.”
수고했다는 감독관의 말에 무우풍은 인사하며 물러섰고, 다음 차례로 호명된 사람은 주비였다.
“주비. 구 점, 팔 점, 팔 점, 십 점, 고득점 축하한다. 도합 삼십오 점이구나.”
무우풍보다 높은 점수에 주비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숙였고, 주비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무우풍은 울상이 되었다.
“장유. 십 점, 구 점, 구 점, 십 점. 축하한다. 최고득점으로 도합 삼십팔 점이구나.”
감독관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장유도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인사를 취했다.
이에 무우풍의 얼굴은 더 엉망이 되었고, 주비의 얼굴은 아직까지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무우풍이 울상을 짓는 건 탈락이 확정된 탓이었고, 주비의 경우 가여람이 자신보다 낮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나 무우풍보다 더 심장이 미칠 듯이 뛰는 것은 가여람이었다. 삼십오 점은 넘어야 합격인데, 삼십오 점은 상당한 고득점이었다. 과연 자신이 삼십오 점을 넘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과 기대에 그의 심장이 상당히 거세게 요동치고 있었다.
마침내 감독관의 입이 열렸다.
“가여람. 십 점, 구 점, 팔 점, 구 점. 도합 삼십육 점. 일 점 차이로 합격이구나, 축하한다.”
합격한 가여람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났고, 탈락한 주비의 얼굴은 순식간에 팍 찌그러졌다.
장유야 자신의 점수가 나온 순간부터 다른 사람이 어떻게 되든 합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편안한 얼굴이었다.
그때 가여람이 함께 합격한 장유를 덥석 포옹했다.
“우리 둘 다 합격했어! 대단해!”
순간 장유는 당황했지만, 곧 가여람을 얼싸안아 주었다.
“장유, 가여람. 최종 합격이다. 축하한다. 무우풍과 주비는 아쉽게 되었구나.”
감독관은 웃으며 장유와 가여람을 축하해 주었고, 무우풍과 주비에게는 격려의 말을 전했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받은 장유는 웃으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장유의 결과가 걱정된 호치와 대털, 여윤이 찾아왔다.
“합격했어?”
“합격한 거겠지?”
“당연히 합격이겠지?”
셋 다 빼놓지 않고 합격이라는 말을 담은 말을 인사보다 먼저 꺼내고 있었다.
장유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안심한 삼인방은 한숨을 내쉬며 안도를 표했다.
“다행이네.”
“그러게 말이야.”
“좋았어. 오늘 합격한 기념으로 니가 한턱내라.”
대뜸 먹을 것을 바라는 대털이었다.
장유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내가 합격했으니, 너희가 한턱내야 하는 거 아냐?”
“아냐,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합격하면 한턱내는 거야. 그런데 이 말이 여기 쓰는 게 맞나?”
여윤이 대털의 머리를 때리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절대로 아니다. 이 바보야!”
그와 함께 폭소가 터져 나왔다.
그들은 그렇게 한참을 웃다가 음식점으로 이동해 그들만의 만찬을 즐겼다.
“나도 같이 가도 되지? 그것보다 합격했다는 말, 들었어. 축하해.”
물론 중간에 엉겨 붙은 도예림도 함께였다.
***
세 번째로 이어진 시험은 면접이었다. 원래는 토론 형식의 면접을 하려고 했으나 찬반이 명확하게 갈리는 의학 논제는 희귀할 뿐더러,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
그러한 내용으로 토론을 해 보아야 크게 도움이 되지도 않고, 평가가 잘 되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한 시험관들은 면접 시험 형식을 변경시켰다.
“장유, 가여람, 들어오도록.”
장유와 가여람이 침을 삼키고 마음을 쓸어내리고는 면접실에 입장했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정중앙에 앉아 있는 도원겸과 양옆에 있는 의생관 제일 스승 유고와 원무관 제일 스승 비허량이었다.
면접 시험의 면접관은 총 셋으로 이루어져 있고, 면접이 끝난 후에 합격자의 이름을 하나만 적었다. 그리고 취합하여 두 사람 이상을 합격을 받은 원생이 곡주의 적전 제자로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장유와 가여람이 긴장한 채 그들 앞에 준비되어 있는 의자에 앉았다.
“자, 그럼 면접을 시작해 보도록 하지. 주제는 화타의 오금희. 오금희에 대해서 아는 대로 말해 보게나.”
오금희란 화타가 건강을 위해 다섯 동물의 모습을 본 따서 만든 기 체조 겸 도인술이었다.
원래 이런 형식의 면접에서는 먼저 말하는 사람이 유리한 법이었다.
장유가 먼저 입을 열어 말하려 했지만, 가여람이 조금 더 빨랐다.
“오금희란 후한 말에 화타가 범, 사슴, 곰, 원숭이, 새의 움직임을 본 따 목화토금수의 요소를 운동법에 적용하여 만든 본격적인 도인 체조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오금희는 우주의 오행 이치를 관찰하여 만든 운동법으로써 ‘화타전’에 오금희의 효과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가여람의 말에 도원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 장유를 바라보며 말문을 열었다.
“상당히 잘 설명한 것 같은데, 오금희에 대해 더 설명할 거라도 있나?”
장유가 보기에 가여람은 화타의 오금희를 우주의 법칙과 오행을 덧붙여 설명했으나 그 깊이는 얕았다.
“옛부터 동물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는 존재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러니 그 동물의 동작 또한 자연에 반하지 않는 동작이라고 인식되었습니다. 무공 가운데 동물의 움직임을 흉내 낸 것이 많은 것 또한 그런 이유겠지요. 같은 이유로 초기의 도인 체조는 동물의 모습, 움직임, 습성 등과 같은 것을 모방하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장유가 침을 한 번 삼키고는 말을 이었다.
“동물의 신체는 사람과는 그 구조가 확연하게 달라서 사람의 능력으로는 따라 갈 수 없는 여러 뛰어난 능력과 장점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그런 동물을 흉내 낸 이유는 그런 동작들을 따라함으로써 초인적인 능력이나 치병 등의 효과를 기대하였겠지요. 그중 하나가 오금희입니다. 동물을 따라한 것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무공 쪽으로 발달하였으나, 오금희는 지역마다 특색이 조금 가미되기는 하였어도 잊혀지지 않은 채 사람들의 건강을 돕는 체조가 되었습니다.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건강에 도움이 되었다는 의미이겠지요.”
장유는 잠시 호흡을 고르고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움직이면 소화가 잘 되고 피가 잘 흐르는 것은, 갓 의술을 접한 아이도 쉽게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만큼 움직임이라는 것은 중요합니다. 문 경첩이 녹이 슬지 않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입니다. 오금희라는 것은 사람의 몸이 녹슬지 않도록 움직여 줌으로써 인체의 모든 부위가 제대로 활동하게 만듭니다.”
장유의 깊이 있는 설명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 후로 나오는 것은 화타의 언급과 함께 오금희에 관련된 것들이었다.
“오금희는 다섯 동물을 본뜬 것으로, 첫 번째는 범, 두 번째는 사슴, 세 번째는 곰, 네 번째는 원숭이, 다섯 번째가 새입니다. 이 동작들은 도인 체조라는 말에 어울리게, 질환을 없애고 다리를 튼튼하게 하는 등의 효과가 있습니다.”
오금희에 대한 설명이 끝났으니 이제 장유 자신의 의견을 덧붙일 차례였다.
“화타께서는 오금희를 술법이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금희는 체조일 뿐입니다. 화타께서 술법이라고 칭하신 이유는 그만큼 효과가 좋다는 의미겠지요.”
장유가 설명을 마치자 도원겸이 박수를 쳤고, 덩달아 비허량과 유고도 박수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