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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쌍의 1권(21화)
六章 적전 제자 경쟁(8)
안타까운 점은 그런 검제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제를 나타내는 북천의 별이, 밤마다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찌 조급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상대는 무려 천살이네. 천살성의 운명을 타고났지만 광기를 극복한 존재! 그가 바로 천살이라는 말이네!”
장제가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있을 때, 검제의 제자로 추측되는 아이가 술병과 잔 두 개를 들고 와 검제의 옆에 놓았다.
검제는 술잔에 술을 채워 장제의 앞에 내밀었다.
“허어, 이 친구. 하나만 보고 나머지는 보지 않았군. 이 술잔이나 받게.”
검제의 태평함 때문일까, 그렇지 않으면 나머지는 보지 못했다는 검제의 말 때문이었을까.
“그게 무슨 소린가? 검제?”
장제는 침착하게 술잔을 받았으나 마시지는 않았다.
“오늘 밤, 천문을 다시 한 번 보게나. 닫혀 있던 패왕의 문이 열렸다네.”
그 말에 장제가 화들짝 놀랐다. 하마터면 술잔을 떨어뜨릴 뻔할 정도였다.
하지만 장제는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고수였기에 금새 술잔을 고쳐 잡았다.
“패왕성(覇王星)이 빛나기 시작했다는 말인가?”
패왕성은 천살성을 잡아먹을 수 있는 유일한 별이었다. 천살성의 맞수가 되는 유일한 별인 패왕성이 개방되었다는 것이다.
“반짝이지 않던 패왕의 문이 십 년 전 열렸다네. 십 년 전에 패왕의 사명을 알게 된 자가 나왔다는 거겠지.”
패왕성.
그는 누구인가…….
***
전서구에 매달려서 도착한 한 통의 편지, 그것은 천수의곡에 일대 파란을 불러왔다.
삼천이라는 모종의 단체가 천수의곡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전서구가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당연히 천수의곡 내에서 전서구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곳이었고, 관리인은 무심결에 전서구의 내용을 읽어 보았다.
전서구 관리인은 그 내용을 보고 누군가의 장난이 아닌가 잠시 고민했지만, 이런 내용으로 장난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생각하고 발 빠르게 곡주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곡주는 긴급 간부 회의를 열었다.
“이 사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오?”
가장 상석에는 도원겸이 자리했고, 원무관과 의생관의 스승들이 빠짐없이 앉아 있었다.
의생관과 원무관의 스승 일을 하고 있지만, 그들은 기본적으로 곡의 장로들이었다.
도원겸의 물음에 비허량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일단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구룡성에 보내어 확인을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구룡성의 표식이나 형식이 갖추어지지 않은 이상, 구룡성에서 보낸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소. 하지만 혹시 모를 일이니 대비는 해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오.”
비허량의 말에 유고가 의견을 말했고, 다른 스승들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 인원을 우리가 다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소이다.”
도원겸이 탁자의 중앙으로 올린 지도에는 몰려오는 인원과 침입 경로, 진입 방식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그 수는 물경 백 명으로, 하급 고수 백 명이라면 의곡 쪽에서도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 이 서신 대로라면, 일급 고수가 아닌 자들이 없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이 탄(誕) 급의 고수들로 이루어져 있고, 로(路) 급의 고수도 몇 있다고 하니…….”
탄 급의 고수라면, 검객에 비교하자면 검기를 사용하는 고수이고, 로 급의 고수는 검사지경에 오른 고수를 말했다.
검기지경과 검사지경의 고수들이 도합 백이나 몰려왔다.
검기와 검사지경에 오른 고수가 몇 되지 않는 천수의곡으로서는 재앙과 같은 소식이었다.
검기지경에 오른 고수가 약 서른, 검사지경에 오른 고수가 아홉, 그리고 강기지경 초입에 발을 들인 고수가 비허량과 도원겸까지 둘뿐이었다. 고수의 수가 턱없이 부족했다.
비허량과 도원겸이 강기지경 초입에 이르렀다고는 하지만 한 손으로 열 손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었다.
완(完)의 경지에 오른 고수가 하나 있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천수의곡의 최고 강자라는 비허량 또한 성(成) 급의 초입을 조금 벗어난 정도였다.
암담하기까지 한 상황에 그들은 누가 뭐라고 할 것 없이 하나같이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회의 결과 구룡성에 보내는 서신에 구룡성의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을 하나 더 추가하기로 하였다.
한 마리의 전서구가 얼마 후에 천수의곡에서 날아올라 하남을 향해 날아갔다.
***
전서구는 며칠을 날아 구룡성이 있는 하남에 도착했다.
천수의곡 곡주의 인장이 찍힌 서신은 사안이 사안인만큼 급보로 구룡성의 군사인 제갈이지에게 전달되었다.
제갈이지는 내용을 읽어 본 후 급하게 성주에게 달려갔다.
“성주! 성주! 천수의곡에서 급하게 도움을 요청해 왔소이다.”
구룡성주인 구룡무제 독고무기는 자신의 애검을 닦던 중에 군사의 급보를 받았고, 곧 장로 회의를 열었다.
그 자리에는 몇 년 전에 삼천에 관련된 정보를 가져왔던 군자검(君子劍) 운천 또한 자리해 있었다.
“이 서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오, 운천 장로.”
몇 년 전에 삼천에 관련된 정보를 가져온 사람이 운천이었기에 그에게 물은 것이었다.
독고무기가 제시한 한 장의 서신은 천수의곡에서 급보로 보낸 서신이었다. 그것을 살펴본 운천이 말했다.
“지난번에 가져온 정보와 비슷하군요. 아마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흑천으로서는 첫 발호인만큼 무림에서 입지가 탄탄하면서 아군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곳을 없애 버림으로써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고 싶었겠지요.”
그 말에 다른 장로들은 화들짝 놀랐다.
독고무기만이 놀라지 않은 채 잠시 생각하다가 함께 온 다른 서신을 다른 이들에게 보여 주며 말했다.
“이게, 우리가 삼천에 보내 놓은 간자에게서 온 서신이라더군. 이 서신은 사실이오?”
제갈이지는 그 서신을 이미 보았기에 빠르게 결론을 말했다.
“현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저희가 간자로 보내 놓은 인물이 한둘이 아닐 뿐더러, 급하게 쓴 편지라 비밀 표식이라던가 구룡성에서 사용하는 비밀 서신의 형식이 갖추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떻다는 것이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현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서신으로 장난을 칠 거라는 생각은 안 드는군요. 장난이라면 삼천을 언급했을 리가 없으니까요.”
그렇다. 편지에는 정확하게 삼천이라는 단체가 언급되어 있었다. 삼천의 존재는 야사로 취급되는 몇몇 고서적을 제외한다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한데도 삼천을 언급했다면, 분명 삼천을 알고 있는 존재였다.
삼천을 알고 있다면 그 두려움도 잘 알 터인데, 이런 서신으로 장난을 치겠는가?
군사의 말이 끝나자 독고무기가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감싸 쥐고는 말을 덧붙였다.
“현재로서는 진실로 인정하자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본 성의 전투부대 중 하나를 넉넉잡고 약 이 년 정도 천수의곡에 주둔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전투부대를 보낼 것인지 지금부터 의논해 보도록 하지.”
구룡성에서 회의가 한참 진행될 무렵, 천수의곡에서는 이미 불기둥이 치솟고 있었다.
***
구룡성에서 최대한 빠르게 결정을 내린다 하더라도, 하남에 위치한 구룡성에서 천수의곡까지 지원을 보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기에 의곡 내에서는 자율적으로 경비를 강화함은 물론, 서신에 나와 있던 방향을 집중적으로 지켰다.
문제는 그들의 예상보다도 습격이 너무 빨랐다. 구룡성에 전서구가 도착했을 무렵에 귀호대가 침입한 것이다.
장유로서는 당황을 금치 못했다.
‘흑영대가 와야 하거늘!’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분명 과거 천수의곡을 습격했던 자들은 흑천 내에서 합격진을 위주로 하는 흑영대였다.
‘그들의 합격진을 파훼할 방법도 만들어 두었건만.’
하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흑영대를 대신해서 온 것은 귀호대였다. 흑영대가 합격진에 특화된 부대라면, 귀호대는 난전에 특화된 부대였다. 합격진이 아니라면 별 힘을 쓰지 못하는 귀호대와 달리, 귀호대는 개개인의 무공이 탄의 경지에 오른 고수들이었다.
“아악!”
눈앞에서 의곡의 사람이 피 분수를 쏟으며 쓰러졌다.
습격이 이루어진 것은 한밤중이었다.
그나마 장유가 맞춘 것이 있다면 그들의 습격 방법이었다. 우연의 일치이지만 귀호대의 습격은 과거 흑영대와 같은 방법으로 침입했다.
“빌어먹을!”
이미 습격자들은 의생관 내부를 헤집고 다니고 있었다. 의생관원 중에 제대로 된 무공을 익히고 있는 사람은 장유뿐이었다.
그런 장유조차도 탄의 경지에 오른 고수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는 이제 지의 경지를 조금 벗어나 벽을 바라보는 수준이었다.
돌아다니던 귀호대원 중 하나가 장유를 발견하고는 검을 쭈욱 뻗었다. 순간적으로 빛이 갈라지는 환영이 보이는 듯한 쾌도술이었다.
박도가 장유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고, 그 순간 장유는 선기를 손바닥에 모아 상대의 어깨를 때리고자 했다.
귀호대원은 허접한 장이 자신의 어깨를 노리고 들어오자 피하지 않았다.
‘이 정도는 그냥 맞아도 상관없겠군. 맞으면서 놈의 목을 벤다.’
하나 그것은 오산이었다.
결과는 귀호대원이 생각하던 것보다, 장유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엄청났다. 선기와 마기의 충돌이 어떤 상황을 낳는지 알 수 있게 했다.
천령의 힘이 그대로 마기를 박살 내면서 귀호대원의 몸에 침투해 헤집고 다녔다.
귀호대원의 몸속에서 일어나는 선기와 마기의 충돌에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비명을 내질렀다.
“크아아아악!”
미약한 선기가 귀호대원의 몸에 파고들었을 뿐이었으나, 그 선기는 혈맥에 자리하고 있는 모든 마기를 끈질기게 박살 내더니 급기야 단전을 때렸다.
물론 그 양이 너무 미약하였기에 단전이 박살 날 정도는 아니었지만 마기를 담고 있는 단전에 충격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크억!”
입으로 피를 쏟으며 고꾸라지는 귀호대원이었다.
장유는 순간적으로 어리둥절했지만 재빠르게 소매에서 침을 꺼내 상대의 사혈에 박아 넣었다.
평소라면 이런 고수의 혈에 침을 박아 넣는 것은 상상도 못했겠지만, 내상을 입고 고꾸라진 상대이기에 가능했다.
하나 그 사건 하나로 모든 귀호대원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귀호대원들이 박도를 고쳐 잡고는 장유 하나만을 노려보며 다가갔다. 제대로 보지는 못했으나 허술한 동작으로 접근하여 단 한 수로 귀호대원을 죽일 정도의 고수로 여긴 것이다.
사실과는 다르지만 그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장유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건지 그 이유를 추측할 틈도 없이 닥친 급박한 상황에 이를 악물었다.
‘다른 아이들이 도망칠 시간을 벌어야 한다.’
장유가 발을 굴렀다. 물론 내공 따위는 담지 않은 발 구름이었다.
‘뒤로 물러서면 약해 보인다.’
장유가 한 걸음 다가가자 그들이 한 걸음 물러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