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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쌍의 1권(23화)
六章 적전 제자 경쟁(10)


“나…… 나는…….”
끝내 마치지 못한 말 한마디가 허공에 울렸다.
그때 우연히 귀도귀음 쪽을 보게 된 도예림이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악! 아빠!”
귀도귀음이 진우청을 죽여 버린 뒤, 도원겸에게 강기의 참격을 날리기 위해 도를 위로 치켜든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녀의 비명과 동시에 무언가가 그녀를 스쳐 지나갔다.
난리 통에서 내공 회복을 하던 장유였다. 그는 달려가면서 회복 시간이 짧아 극히 미미한 선기를 단전을 비틀어 짜면서 손바닥에 모은 채 손을 뻗어 도원겸을 향해 날아간 강기의 참격을 막아 갔다. 손이 잘려 나갈 것을 각오하고 한 일이었다.
한데 놀랍게도 장유의 손바닥은 잘려 나가지 않았고, 팽팽한 기세를 강기를 막았다. 무림의 상식으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선기로 손바닥을 감쌌다고는 하나, 강기를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내공이었고, 경지였다. 한데도 장유의 손바닥은 강기를 막았다.
모두가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심지어는 공격을 가한 귀도귀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가운데 강기의 크기마저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

‘으으으윽!’
손아귀는 찢어질 것처럼 아팠다. 몸 안의 얼마 남지 않은 선기들을 끌어올려 대항해 보지만 부질없는 행위 같았다.
식은땀이 비 오듯이 흘러 온몸을 적실 무렵, 그는 가물거리는 정신을 일깨우고, 고통을 이기기 위해 무의식중에 천령의 구결을 외기 시작했다.
‘내가 곧 하늘과 통하니, 이는 통천(通天)이요. 모든 기가 하나가 되니, 이가 합일(合一)이다. 세상을 내다보는 방향이 여섯이니, 이는 육합(六合)이 되더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장유에게는 영원과 같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끝에서 장유는 적의 강기가 선기를 넘어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선기에서 나는 냄새가 소나무 향이라면, 마기에서 나는 냄새는 더러운 오물에서 나는 냄새였다.
하나 오물 냄새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팔을 타고 넘어온 기운이 빠른 속도로 기맥을 돌더니, 순식간에 소나무 향기를 피우는 기운으로 변해 버렸다.
마기는 처음에는 둑에 구멍이 뚫린 듯이 조금씩 흘러 들어오더니, 지금은 둑이 무너져 버린 듯 콸콸 흘러 들어왔다.
하나 장유는 마기에 대해 어떤 거부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거부감을 느낄 틈도 없이 선기로 전환되어 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장유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아니 지금까지 천령을 익힌 그 누구도 알아내지 못한 천령의 효과였다.
그런데 선기로 전환된 기운은 장유의 단전에 자리하지 않고 계속 몸을 돌고 돌았다.
그렇게 혈도를 돌고 돌던 기운이 장유의 왼손으로 도달하여 뿜어진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 순간 허공에 커다란 소리가 울렸다.
으허허헝!
장유의 팔이 휘둘러지며 울리는 소리는 귀도귀음의 귀호명과 흡사했다.
하나 귀도귀음의 귀호명이 음침하고 죽음을 부르는 소리였다면, 장유의 팔에서 난 소리는 아침에 기지개를 켜듯 포효하는 산중대왕의 힘찬 울음소리였다.
이러한 사태를 모두가 경악에 찬 눈으로 바라볼 때, 장유의 손에서 새하얀 강기 다발이 발출되었다.
그리고 때맞추어 광안(廣眼)이 개방되었다.



七章 광안을 개방하다(1)


천수의곡이 습격에 시달리고 있을 무렵, 천수의곡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골짜기 위에 한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노인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젊고, 중년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나이대의 사내였다.
사내가 나타나자 주변의 식물들이 매말랐으며, 무거운 공기가 주변을 침식했다.
그는 습격으로 인해 화마에 휩싸인 천수의곡을 바라보며 기분 좋게 미소 지었고, 간간이 시선을 돌리며 천수의곡 전체를 살펴보았다.
“귀호대가 잘하고 있군.”
그의 목소리에는 지독한 죽음이 배어 있었으며 또한 절대자의 위엄이 묻어났다.
점점 포위망을 좁혀 들어가는 귀호대와 화마에 휩싸인 천수의곡을 즐거운 눈으로 바라보던 중에 기묘한 기운이 감지되었다.
그 양이 많지는 않았으나 천살의 신경을 건드리기에는 충분한 느낌의 기운이었다.
천살의 시선이 천수의곡의 한 군데에 집중되었다.
그는 묘한 눈빛을 하고는 쳐다보았다. 그의 시선의 끝에는 한 손으로 마기의 강기를 막아선 장유가 위치해 있었다.
“귀호대가 실패하겠군.”
실패를 말하면서도 천살의 눈은 초승달처럼 휘어져 있었다.
그의 얼굴에 떠오른 감정은, 즐거움이었다.

***

장유의 손이 백색의 강기를 뿌렸다.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지금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귀도귀음은 서둘러 도강을 일으키며 박도를 휘둘렀다.
콰아앙!
박도에서 뿜어진 강기와 백색의 선기로 이우러진 선강(仙|)이 충돌하며 폭발이 일어났다.
“크윽!”
그 반탄력에 장유는 뒤로 날아가 바닥을 한 바퀴 굴렀다.
그렇다고 귀도귀음이 멀쩡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이전에 날린 마기의 참격이 선기의 참격이 되어 되돌아온 탓에 받은 충격이 적지 않았고, 순간적으로 선기가 터지면서 팔이 저릿할 정도의 피해를 입은 것이다.
하나 귀도귀음은 팔이 저려 오는 것을 참아 내며 다시 한 번 도강을 뽑아내어 휘둘렀다.
공간에 녹아들며 나아가는 검은 반월 형태의 강기에 장유는 바닥을 뒹굴다가 벌떡 일어나 무의식적으로 쌍장을 교차시켜 강기를 막으려 했다.
‘이번에도 같은 수법으로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귀도귀음은 강기를 급하게 뽑아 올리기는 했으나 이번에 날린 강기에는 꽤 많은 마기를 넣어서 보냈다.
같은 수법으로 막는다면 이번에는 팔을 자르지는 못해도 근육이 상할 정도의 충격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나 이번에도 그 자신감이 산산이 부서졌다.
도대체 무슨 방법을 쓴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강기의 참격이 장유의 두 손에 막힌 것이 아니라 문어 빨판에 붙잡힌 듯이 잡혀 버린 것이다.
광안이 개방된 장유의 눈에 공간이 파악되었다.
아니, 머릿속에 공간 전체가 떠오른다고 해야 할 것이다.
뇌 속에 현재 공간의 구조가 정확하게 인지된 상태에서 그가 다시 천령의 구절을 운기했다.
양손에 잡힌 강기가 손으로 빨려 들어옴과 동시에 선기로 바뀌어 밖으로 배출되었다.
검기만 하던 강기가 아래쪽부터 하얗게 변하더니, 점점 위쪽까지 하얗게 변해 갔다.
이윽고 회색을 거쳐서 완전하게 하얀색으로 변한 반월 모양의 강기는 장유의 양손에 팔인 듯이 달라붙은 채 빛났다.
장유는 양팔을 흔들어 강기를 떨쳐 냈다.
하얀 안개처럼 가루로 부서진 강기가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강기를 조절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장유로서는 자신이 강기를 만들어 본 적도 없고, 그것을 조절해 본 경험도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 신중하게 강기를 조절해야만 했고, 그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
강기를 흩뜨린 은색 가루가 귀호대 인원들과 천수의곡의 사람들 위로 뿌려졌다.
하나 결과는 극과 극, 전혀 상반된 반응이 두 세력에게서 일어났다.
“마음이 안정이 돼.”
“상처가, 상처가 아물고 있다!”
“내상도 조금이지만 나아지고 있어.”
선기에 닿은 천수의곡 측 인원들은 마음의 안정을 느끼며 몸이 느리지만 차차 회복되어 갔다.
하나 귀호대원들의 입에서는 고통에 찬 비명이 핏덩이와 함께 튀어나왔다.
“커헉! 기혈이, 기혈이 꼬인다!”
“단전이 흔들리고 있어!”
귀호대원이라면 누구 하나 가릴 것 없이 고통을 토하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선기의 안개는 점점 넓은 범위로 퍼져 나가며 희석되었지만, 한 번 흔들린 기혈을 제자리로 돌리기란 상당히 힘들었다.
거기에다 전세가 완전히 역전된 것은 천수의곡 측 인물들의 내상과 외상이 조금씩이나마 회복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귀도귀음이 박도를 치켜들었다.
‘저 녀석을 막아야 한다.’
분명 느껴지는 기운이나 자세의 허술함은 하수이거늘, 어떤 방법을 쓴 것인지 저 녀석 하나로 인해 전세가 뒤집어져 버렸다.
귀도귀음이 박도를 내리그었다.
‘마기를 막아 낸다면 순수한 완력으로 상대해 주마!’
귀도귀음의 공격에 장유는 뒤로 펄쩍 뛰며 커다란 대침을 이리저리 찔러 갔다.
누가 의원 아니랄까 봐, 중요한 요혈만 노리고 들어오는 찌르기였다.
맨몸에 맞으면 치명적일 수 있는 공격에 귀도귀음은 이를 갈며 뒤로 물러섰고, 도강이 아니라 도기를 끌어올렸다.
어흐응, 샤샤샥!
호랑이 소리와 함께 허공으로 비산하는 도기를 보며 장유가 양손에 선기를 끌어모았다.
‘요령을 찾았다.’
이미 두 번이나 마기를, 그것도 마기로 형성된 도강을 막아 본 그였기에 요령이 생겼다. 그래서 도기 정도는 많은 선기를 뽑아 올리지 않아도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적당하게 올라온 선기가 장유의 양손에 흐르고, 도포 자락이 흩날릴 정도로 양손을 흔들었다.
퍼엉! 퍼엉! 퍼엉!
허공에서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리며 마기와 선기의 충돌로 발생한 불꽃이 장유의 시야를 가렸다.
그리고 그 틈을 타고 귀도귀음이 파고들었다.
“이번에는 죽여주마!”
도신 전체에 흠뻑 머금은 강렬한 도기가 불꽃처럼 일렁이면서 충돌로 발생한 불똥 사이를 파고들었다.
장유의 신형이 희미하게 보인다고 생각하는 찰나, 허공에서 비산하듯이 날아오는 세 줄기 예기가 있었다. 장유가 세 개의 대침에 선기를 머금게 하여 집어던진 것이었다.
“제길!”
귀도귀음은 장유를 베어 버리려고 했었지만, 먼저 대침부터 걷어 내야 하게 되었다.
침착하게 도를 휘둘러 세 개의 대침을 걷어냈다.
콰앙! 콰앙! 콰앙!
대침과 도기가 닿을 때마다 폭발이 일어나며 귀도귀음의 신형이 뒤로 밀렸다.
장유는 도기가 선기와 충돌하는 순간을 노려 그 전에 날린 마기를 흡수했고, 흡수한 마기는 그의 단전으로 들어가 선기가 되어 대침에 머금어졌다.
그리하여 생각보다 많은 양의 선기를 머금은 대침은 귀도귀음의 진격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거리까지 더욱 벌어지게 만들었다.

천수의곡의 사람들은 이 말도 안 되는 광경에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장유가 이렇게 강했던가?’
희망이 보이려 했다. 방금 전에 장유가 선기의 안개를 뿌려 준 덕분에 작은 상처들은 모두 아물었고, 내상마저 조금이나마 호전된 상태였다.
하나 귀호대원들은 선기의 안개 속에서 맥을 못추고 자잘한 내상들을 입었다.
이길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이제 여기서 ‘이길 가능성’을 ‘이긴다’라는 확신으로 바꿔 줄 존재가 바로 장유였다.
장유가 놈을 막아 준다면, 천수의곡이 승리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장유를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