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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신선 1권(4화)
제1장 여기가 선계여?(4)
“으, 으음…….”
석두는 심한 두통을 느끼며 눈을 떴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천도복숭아주가 거의 다 떨어지자 허리춤에 슬쩍 호리병을 감추었던 기억이 마지막이었다.
“아, 아따……. 다들 발딱발딱 자빠져 있는 게 고마 난리 나 부리겄네이. 어따, 형님들! 좀 일어나 보소! 형님들?”
석두는 자신의 옆에 나란히 자빠져 있는 여섯 명의 신선과 어제 처음 만난 형님을 깨우기 시작했다.
“으음, 벌써 아침인가?”
“우우―. 좋은 술이라 해도 속이 쓰리지 않는 건 아니구먼.”
신선들은 저마다 속 쓰림과 두통을 호소하며 잠에서 깨어났다. 이제 남은 것은 어제 처음 만나 급격하게 가까워진 형님. 자신의 이름이 천…… 무엇이라 했었던 것 같았다.
“이 형님은 꽤 젊으시고마이. 이제 보니 옷도 되게 고급스럽네이? 형님, 일어나시오! 형님!”
석두는 이내 상념을 털어 버리고 천제를 깨우기 시작했다.
석두는 알고 있을까. 어제 자신과 호형호제하며 술판을 벌였던 이가 그 두려워하던 천제라는 것을 말이다.
“으음―. 내가 깜빡 잠이 들었었나 보군.”
천제는 석두가 자신을 깨우자 이내 일어나며 숙취에 머리가 아픈 듯 관자놀이를 문지르다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으음, 신선들의 이런 모습도 그리 나쁘지는 않구나. 하핫!”
천제는 여기저기 널브러져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신선들을 보고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그 모습에 석두도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아, 글쎄 형님께서 이리 좋아하시니 아우도 다 기분이 좋다, 이거지라! 그런데 형님의 존함이 어찌 된다 하시었소?”
천제는 석두를 바라보았다. 특출하게 잘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디 내놓아 빠질 만큼 못나지도 않았다. 게다가 저 순박한 미소는 보는 이를 기분 좋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천제라 하였네. 아우님의 이름은 어찌 되시는가?”
“아따, 천제라 하시었소? 저는 부선이라 합지요이. 아하하.”
명랑하게 웃던 석두의 얼굴이 순간 딱딱하게 굳었다. 숙취에 허덕이던 여섯 신선의 고개도 순식간에 천제와 석두에게로 돌아갔다.
“서, 설마.”
“하, 하하. 그럴 리가 없지요. 하, 하하핫.”
검선과 비선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천제가 자신들과 함께 술판을 벌였다?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처, 천제를 알현하나이다!”
협선은 경악해서 절을 올렸다. 화선과 광선과 병선도 사색이 되어 꾸벅 절을 했다.
“흐, 흐미! 처, 천제께 제가 실수를 저질렀구만이라!”
이쯤 되자 석두도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협선의 외침이 울려 퍼지자 여기저기 나자빠져 있던 신선들도 단박에 일어섰다.
“천제를 알현하나이다!”
신선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절을 올렸다. 공통점이 있다면 하나같이 숙취로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과 안색이 창백해져 있다는 것.
하지만 당황하고 있는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이, 이러지들 마시오. 어제 그리 흥겹게 놀았지 않소!”
“하, 하지만유. 저, 저 술은 천도복숭아로 만든…….”
“호오, 그랬는가? 그래서 그리 맛이 좋았구만!”
천제는 천도복숭아로 술을 빚을 생각은 해 보지 못했다는 듯 외쳤다. 그의 말에 석두는 대뜸 주석을 달았다.
“복숭아주는 화주와 복숭아의 비율이 중요하다, 이것이지라! 그 비율을 잘 맞춰서 숙성시키면!”
“호오, 과연 대단하군!”
석두는 어느새 자신이 금주의 법을 깼다는 사실을 잊은 듯 신이 나서 술의 제조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더욱 신선들을 기가 차게 만든 것은 천제가 그의 말에 화를 내기는커녕 즐거워하고 있다는 것.
“그, 그런데 이제 저는 벌을 받게 되는 겁니까유, 처, 천제님?”
석두는 한참 만에 그 사실을 깨달은 듯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큰 벌을 내린다 해도 달리 변명할 여지가 없지 않은가.
“그럴 리가 있는가. 내 아우님 덕에 하루 신명나게 놀았는데!”
“하, 하하. 그럼 계속 형님으로 모셔도 되는 것이지라?”
석두의 얼굴이 금세 밝아졌다. 신선들은 제발 거기서 멈춰 달라는 간절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천제와 맞먹으려 들다니! 고작 신선 주제에! 하지만 석두의 이어지는 말은 신선들의 눈앞을 깜깜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아따! 역시 우리 형님은 천제이셔서 그런지 마음이 넓다, 이것이지라! 어뗘, 내가 다음번에 술을 만들면 또 한잔하시겄소?”
신선들은 이제 간절한 눈빛을 석두에게 보내고 있었다. 이는 왕 앞에서 당당하게 법을 어기고 있는 것이니 그 자체로도 큰 벌을 받을 수 있지 않던가!
“하하! 그것 좋군! 내 오늘, 아니 이번 술자리부턴 금주에 대한 법을 없애도록 하겠네!”
“저, 정말입니까?”
비선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아무리 그 복숭아주가 맛이 좋았다 해도 이리 단번에 천계의 법을 바꾸다니?
천제가 자신에게 처음으로 생긴 의동생을 위해 이 같은 이야기를 했다는 것을 알 리 없는 신선들이었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걱정 말게! 단, 술자리는 일 년에 한 번! 부선이 직접 담근 천도복숭아주만 마실 수 있도록 하겠네!”
“저, 정말이라? 그럼 이제 맘껏 술을 만들 수 있다, 이 말씀이신 거라?”
석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천제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외쳤다.
“그런 고로, 내 어제의 일은 깨끗하게 잊겠소! 그러니 모두들 심려치 마시오!”
크허엉!
천제의 외침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하늘의 청룡이 크게 울부짖었다. 신선들은 천제를 연호하며 믿을 수 없는 결과에 환호했다.
천제는 선계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는 천도성(天道城)과 자미궁에 지낸다 했다. 그곳은 선계와 극락을 이어 주는 중심에 위치하고 있었고, 지상의 모든 일을 살필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했다.
선계에서 천도성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신수의 도움이 필요했다. 청룡, 백호, 현무, 주작이 번갈아 천제를 위해 기꺼이 몸을 바치고 있었던 것이다.
“형님, 다음에 또 꼭 오셔야 합니다! 아시겄소!”
석두는 청룡에 올라타려는 천제의 손을 꼬옥 부여잡으며 말했다. 하늘의 법규를 다스리는 천제라고는 하나 석두에게는 둘도 없는 형님이었던 것이다.
비록 술자리에서 의형제를 맺었다고는 하나 천제가 선계에 있으며 쌓은 우정은 형제애에 비견할 만한 것이었다.
“걱정 말게, 동생. 다음번에는 천도성과 극락의 대신들까지 대동하고 올 터이니 맛있는 신선주를 부탁하네.”
“걱정 말고 몸조심해서 들어가셔라.”
석두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석두가 빚은 천도복숭아 술은 신선주라는 이름을 하사받았다. 신선이 먹는 술. 하늘의 맛에 가장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천제는 이내 청룡을 타고 하늘 높은 곳으로 사라져 갔다. 신선들은 청룡의 꼬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꾸벅 절을 하고 있다가 청룡이 이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떠나갈 듯 환호성을 질러 댔다.
“이제 술을 마실 수 있소이다, 술을!”
“내 그동안 왜 술의 맛을 잊었는지 모르겠소!”
신선들은 체통도 잊었는지 저마다 흥분해 외쳤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석두뿐만 아니라 여섯 신선까지도 어깨가 으쓱해지는 듯했다.
어느새 석두에게 뒤집어씌우자던 애초의 계획은 머릿속에서 싹 지우기로 한 여섯 신선이었다.
“이것이 다 부선 덕분 아니겠소! 부선이 만든 술이 천제의 마음까지 흔들었으니, 부선은 도끼질의 신선이지만 또한 술의 신선이외다!”
검선이 앞으로 나가며 외쳤다. 이내 여기저기서 동의한다는 듯 대답이 튀어나왔다.
“에헤헷! 아니구먼유! 지야 뭐 할 줄 아는 것이 도끼질하고 보잘것없는 술 만드는 것밖에 없지만, 여기 신선님들께서 워낙 맛나게 드셔 주시니 그것이 형님, 아니 천제님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 아니겄소!”
“겸손하기까지! 아하하! 역시 부선밖에 없소그려!”
기쁨과 흥겨움으로 넘쳐 나는 선계였다.
신선들은 바로 다음 날부터 내년에 있을 신선주 축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천도복숭아를 따다가 항아리에 담기 시작했던 것이다.
“허허. 젊음이란 게 좋긴 합니다. 비록 지식이 많은 것은 아니나 다른 신선들에게 항상 즐거움을 주지 않소.”
“그러게 말일세.”
비선과 검선은 항아리 안에 술을 붓고 있는 석두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물론 술을 담그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기에 다른 신선들에게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었지만 말이다.
다시 커다란 항아리에 술이 가득 차고, 신선들은 일 년 후에 돌아올 축제를 기대하며 평소의 일상으로 되돌아왔다. 장기와 바둑을 두며 도에 대한 토론을 하는 일상으로.
그 생활이 석두에게는 고문이나 다름없었지만 말이다.
“허참, 심심해 죽을 것 같구먼. 장기인지 장끼인지는 봐도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겄고. 젠장, 나무라도 팰 수 있으면 좋겠는디 그것도 못하게 한단 말이제.”
석두는 한창 바둑에 열을 올리는 신선들 사이를 다니며 불만을 토로했다.
애초에 그런 풍류를 즐길 줄 아는 신선들에게는 그것이 지극히 당연하고 즐거운 일상이었지만, 석두에게는 시간이 지나도 적응할 수 없는 환경이었던 것이다.
“아따, 뭐 재미있는 일 없을까. 아직도 축제까진 몇 달이나 남은 것 같은디…….”
석두는 놀고 있는 신선들을 뒤로하고 인적이 드문 한적한 구름 평야가 있는 곳으로 걸어 나왔다.
봐도 눈만 어지러운 장기나 바둑판보다는 차라리 하늘과 끝없이 펼쳐진 평야를 보는 게 낫겠다 싶었던 것이다.
그때, 석두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쿠르르릉!
저만치에서 구름의 색이 서서히 짙어지며 흐름이 거칠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개문! 개문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럴 때 개문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못 들어 본 것 같은디. 게다가 여기는 문이 열리는 위치가 아니잖여? ……가 볼까.”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한 석두는 개문이 시작된 뭉게구름을 향해 조금씩 다가갔다.
이번 개문은 지금까지 그가 보아 왔던 개문과는 완전히 그 느낌이 달랐다. 번개가 치고 모든 것을 삼켜 버릴 듯 뭉실거리는 구름의 모습은 그대로였으나, 그 사이에서 열리는 문으로 새하얗고 따스한 빛이 스며들기는커녕 검붉은 빛이 가득 뿜어져 나왔던 것이다.
“뭐시여. 색깔이 불그죽죽한 것이 뭔가 이상해 불지라. ……아따, 거 무슨 일 있겄소?”
그 검붉은 빛에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드는 석두였지만, 이내 털어 버렸다.
자신은 신선이다. 신선은 무슨 일이 있어도 죽지 않는다는 것을 그 자신도 잘 알고 있지 않던가.
석두는 조금씩 그 붉은 문을 향해 다가갔다. 마침내 석두가 뭉게구름의 경계를 밟은 순간.
휘이이잉!
“으, 으메에! 이게 뭣이여! 빨려, 빨려 들어가 분다아아아!”
엄청난 바람이었다. 석두는 그 바람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바닥의 구름을 움켜잡았지만, 그야말로 부질없는 짓이었다.
이내 석두의 몸이 바람과 함께 붉은 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렇게 석두를 삼킨 구름은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졌고, 석두가 서 있던 자리에는 평소 그가 이마에 매던 흰 띠가 덩그러니 떨어져 있을 따름이었다.
제2장 지는 착하게 살았지라!(1)
콰앙!
석두는 아찔한 충격에 눈을 떴다. 또다시 하늘의 문에 빨려 들어갔었다.
“그럼 여긴 다시 지상이여?”
석두는 욱신거리는 이마를 문지르며 일어섰다. 고개를 든 석두는 이내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뭐, 뭣이여, 여긴?”
석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비볐다. 하지만 그것은 부질없는 짓이었다. 석두는 지금 지옥, 그것도 가장 극악한 형벌을 받는다는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떨어진 것이었다.
“허, 허미! 이걸 어쩐다냐. 어떻게 해야 다시 올라갈 수 있는 겨?”
석두는 난처한 얼굴로 지옥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지옥의 광경은 그야말로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커다란 분화구 안에 펼쳐진 붉은 평야에서는 큰 죄를 범한 영혼들이 끊임없이 고통을 받고 있었고, 그 사이로 지옥의 파수꾼들이 험악한 얼굴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하늘은 그 두께를 알 수 없는 먹구름으로 가득했다.
“이, 일단 내려가 봐야겄네이. 내가 신선인디 뭔 일 있겄어?”
결국 몸으로 부딪쳐 보기로 결정을 내린 석두였다. 석두는 분화구 아래로 달려 내려갔다.
그곳에서 석두가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부글부글 끓고 있는 쇳물에 빠진 죄인들의 모습이었다.
“으어어! 뜨거워! 살려 줘!”
“차, 차라리 죽여줘어!”
죄인들의 영혼은 부글부글 끓는 쇳물 속에서 죽지도 못한 채 영원히 익혀지고 있었다.
그 끔찍한 모습에 석두는 인상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허미. 맘 같아선 구해 주고 싶지만 생전에 지은 죄를 다 씻을 때까진 그 안에 있어야 할 것 같구먼. 미안혀.”
석두는 자신에게 간절한 눈빛을 보내는 수많은 영혼들에게 미안한 듯 말했다. 게다가 지금 급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아, 아따. 그런데 여기를 지키는 간수는 어디 계신지 아시는 분 계셔라?”
“뭐, 뭐?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아느냐!”
도리어 자신들에게 물어 오는 석두가 당황스러웠던지 죄인들은 어이없다는 듯 외쳤다. 석두는 겸연쩍어 뒷목을 긁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석두가 굳이 찾으러 다닐 필요는 없었다.
“어이! 거기 네 녀석은 누구냐!”
무시무시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석두는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가까이에서 본 지옥 간수들의 모습은 석두의 상상보다 훨씬 더 무서웠다.
머리에는 뿔이 불쑥 솟아 있었고, 도깨비의 문양이 그려진 붉은 갑주를 입고 지옥의 화염이 불타는 삼지창을 들고 있는 간수의 모습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던 것이다.
“아, 아니…… 나는 시, 시, 신선이어라!”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온 간수에게 더듬더듬 말하는 석두였다. 간수는 그의 대답이 어이가 없었던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렸다.
“네놈이 신선이면 나는 천제다! 운 좋게 어찌 무간나락에서 빠져나왔나 본데, 죗값을 치르면 원하지 않아도 나올 수 있을 테니 당장 들어가라!”
석두는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간수의 모습이 너무나 무서워 제대로 대꾸할 수도 없었다.
“뭣 하느냐, 이놈! 어서 들어가지 못할까!”
간수는 석두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자 삼지창을 들이댔다. 여차하면 찔러서 던져 넣어 버리겠다는 것이었다.
한편, 석두는 슬슬 화가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아무리 자신이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못했기로서니 더 들어 보지도 않고 자신을 죄인 취급하지 않는가.
“뭣이여? 아따, 그래. 내가 신선이 아니라 쳐! 그렇다고 날 그리 죄인 취급하는 것은 좀 아니지 않수!”
간수는 도리어 죄인이 자신에게 화를 내자 얼이 빠진 모습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힘을 얻은 석두는 쐐기를 박으려는 듯 더욱 언성을 높였다.
“아, 글고 말이제잉, 당신이 지옥의 간수라고 말을 막 하나 본데, 우리 형님의 이름을 그리 운운하는 게 아니제이! 어디서 천제의 고명을 사칭해 불는가이!”
“사, 사칭이라니……. 다, 당신…… 정말 죄인이 아니오?”
석두가 이렇게 나오자 한풀 기세가 꺾인 그는 미심쩍은 얼굴로 석두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흠흠! 당연히 아니제이! 나만큼 착하게 산 사람 있음 어디 나와 보라 혀!”
그제야 간수는 석두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이, 이거 실례가 많았소이다. 복장을 보아하니 정말 선계의 신선이 맞나 보구려.”
비록 먼지가 묻어 있긴 했으나 새하얀 도복은 분명 신선들이 입는 그것이었다. 간수는 창을 거두며 고개를 숙였다.
석두는 예상과 달리 단번에 사과를 하는 간수를 보자 불쑥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생각해 보니 분명 그리 오해 받을 만한 외모에 장소이지 않던가.
“아, 그리 말씀해 주시니 오히려 소인이 몸 둘 바를 모르겠어라. 헤헤.”
툭!
석두는 미안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하고는 장난스레 간수의 어깨를 툭 쳐 주었다. 마치 우리 사이에 그런 사과는 필요 없다 말하는 친구 같은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심 없는 석두의 행동이 불러온 결과는 엄청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