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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신선 1권(5화)
제2장 지는 착하게 살았지라!(2)
“으헉!”
간수는 석두에게 어깨를 얻어맞은 자세 그대로 옆으로 튕겨져 나갔다. 그러곤 석두가 채 그를 다시 붙잡을 새도 없이 무간나락으로 떨어져 내렸다.
풍덩!
“허! 허미! 이게 무슨 일이여!”
황당함이 가득 담긴 석두의 외침이 무간나락 안으로 울려 퍼졌다.
“어쩐다냐! 이 일을 어쩐다냐!”
간수는 펄펄 끓는 쇳물을 들이마시며 허우적대고 있었다. 아무리 지옥의 간수라 할지라도 그 뜨거움을 피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아이고! 아무나 이쪽으로 좀 와 보소! 여기 지금 난리 났어라!”
석두는 무간나락에 빠진 간수를 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래도 그의 외침이 효과가 있었던지 삽시에 십수 명의 간수들이 그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저기, 저기 간수가 빠졌어라, 저기!”
“어디에 빠졌단 말이오? 아니, 어찌 저런 곳에 빠졌단 말인가!”
간수들은 석두의 다급한 외침에 고개를 돌렸다. 사실 석두의 존재 자체가 그들에게는 의문일 터였지만 지금은 지옥의 간수가 무간나락에 빠졌다는 것이 더욱 급박한 일이었다.
“여, 여기네! 어, 어서! 으허헉!”
무간나락에 빠진 간수는 고통 때문에 제대로 말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다른 간수들도 애가 타는 듯했다.
“하는 수 없네! 손을 엮어 끌고 올라와야겠네!”
한 간수가 방법을 모색해 냈다. 다른 간수들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길게 손을 맞잡은 간수들이 무간나락 아래로 발걸음을 옮겼다. 간수들은 힘이 정말 셌다. 마지막에 버티고 있는 간수 한 명이 홀로 열여섯 명에 달하는 다른 간수들의 무게를 버텨 내고 있지 않은가.
“이, 이익! 한 명이 부족하네! 어찌 손을 쓸 수 없겠나!”
가장 밑에 내려간 간수가 외쳤다. 정말 사람 하나 정도의 차이로 무간나락에 빠진 간수의 손을 붙잡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 여기 한 명 있어라! 내가 있는 힘껏 붙잡을 테니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서 보는 것이어라!”
그쯤 되니 나서지 않을 석두가 아니었다.
가장 마지막에 서서 다른 간수들의 몸을 지탱하고 있던 간수는 석두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물었다.
“그런데 당신은 누구시오? 이곳은 인간이 올 수 있는 곳이 아닐진대 혹시…….”
간수의 눈빛이 자신을 의심하는 듯하자, 석두는 재빨리 손사래를 쳤다.
“아니어라! 지는 착하게 살았지라! 지는 신선이라니께, 신선! 아따, 그러니 믿고 얼른 손이나 줘 보소!”
간수는 꺼림칙한 듯 석두를 올려다보다가 하는 수 없이 손을 내뻗었다. 석두는 자신을 믿어 줘 고맙다는 듯 빙긋 웃으며 힘껏 그 손을 부여잡았다. 하지만 그것은 결정적인 실수였다.
덥썩! 타아앗!
“어라?”
간수의 손을 꽉 부여잡은 순간, 부여잡은 힘의 배에 달하는 반발력이 일어났다. 삽시에 뒤로 튕겨져 나간 석두는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아까 간수가 튕겨져 나간 것도 이 반발력 때문이었던 것일까.
하지만 일은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풍덩! 풍덩! 풍덩! 풍덩!
“으아아악!”
“꺄아아아악!”
연달아 물에 빠지는 소리와 간수들의 자지러지는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제야 석두는 깨달을 수 있었다. 튕겨 나간 것은 자신뿐만이 아니었다.
“허메! 이, 이게 진짜 무슨 일이여! 아무도 없소! 정말 아무도 없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는 절망적인 생각과 그래도 어떻게든 수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렇기에 석두는 더욱 절박하게 외칠 수밖에 없었다.
“네, 네놈……! 끄으아아아!”
석두를 믿고 손을 맡겼던 간수는 뒤통수를 맞은 표정으로 석두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런다고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석두가 할 수 있는 일은 무간나락의 주위를 뛰어다니며 소리를 치는 것뿐이었다.
“제발 아무나 좀 나와 보소! 안 되면 염라대왕이라도 나와 보소! 어이구!”
석두의 답답함 어린 외침이 무간지옥 가득 울려 퍼졌다. 그의 목소리가 하늘에 닿았던 것일까. 한참 만에 결국 화답이 왔다.
―누가 날 찾았는가.
석두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하늘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곤 이내 사색이 될 수밖에 없었다. 먹구름이 걷히고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존재. 염라대왕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어, 어버버…… 버버…….”
석두의 눈에 비친 염라대왕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마치 독수리처럼 부라린 눈에서는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고, 잔뜩 찌푸린 코와 입에는 마치 풀뿌리 같은 수염이 길게 나 있었다. 결정적으로 그 커다란 형상이 석두를 공포의 도가니에 몰아넣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저, 정말 염라대왕이여?”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털썩 주저앉은 석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염라대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자네가 날 불렀는가. 보아하니 신선인 듯한데 무간지옥까지 오다니 믿을 수 없는 노릇이군.
“아, 하하. 그게 지도 영문을 모르겠어라. 아차! 그게 문제가 아니어라! 간수들이 저 아래에 다 빠졌어라!”
석두는 자신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말하다가 이내 간수들이 아직도 허우적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다급히 외쳤다.
염라대왕은 손을 뻗어 단숨에 간수들을 모두 건져 내었다.
“허, 허헉. 네, 네놈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냐!”
간수들은 저마다 안도의 숨을 몰아쉬며 석두를 노려보았다. 금방이라도 삼지창으로 찔러 무간나락에 던져 버릴 기세였기에 석두는 잔뜩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지, 지는 정말로 신선이어라. 정말인디, 흐미.”
―하하하하하!
잔뜩 겁에 질린 석두의 모습이 재미있었던지 쩌렁쩌렁 귀를 울리는 염라대왕의 웃음소리가 퍼져 나갔다.
간수들은 그제야 석두에게서 고개를 돌려 염라대왕 앞에 무릎을 꿇었다.
“면목이 없습니다. 저희들의 능력이 부족하여 염라대왕을 번거롭게 하였으니 벌을 주십시오.”
“아, 아닙니더! 다 지 잘못이지라! 지가 손을 잡았는디 펑! 하고……. 하여간 이분들은 잘못 없어라!”
간수들이 말을 마치자 석두가 불쑥 끼어들었다. 자신이 잘못한 것이 분명하였기에 죄 없는 이들이 벌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 생각했던 것이다.
―하하하핫! 정말 재미있는 자로구나! 염라성으로 들게!
“잉?”
전혀 의외의 반응이었다. 염라대왕은 호탕하게 웃어 젖히더니 석두의 앞으로 손을 내렸다. 자신의 손에 올라 타라는 이야기인 듯했다.
“저, 정말 그래도 되겄소? 그, 그럼 사양 않고…….”
염라대왕과 간수들의 눈치를 살피다가 냉큼 올라타는 석두였다.
염라성은 그 역할에 어울리지 않게 아름다웠다. 염라성은 탑처럼 솟은 산의 정상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그 아래 각 방위마다 여덟 개의 지옥이 두루 내리 보였다.
“아따! 정말 신기하구먼! 내가 지금 염라대왕 손바닥 위에 있단 말이제잉!”
석두는 염라대왕의 손에 타고 무간지옥을 벗어났다. 염라대왕은 염라성의 응접실 앞에 석두를 내려놓았다.
―여기서 기다리시게. 안에 요깃거리를 넣어 두었으니 맛있게 드시길 바라네.
“아따! 이것 참, 감사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구만이라! 지는 조용히 기다리고 있을 텐께 천천히 일 보고 오시어요잉!”
석두는 힘차게 소리치고는 응접실 안으로 들어섰다. 붉은색으로 장식한 고풍스러운 방이었다. 붉은 융단이 깔린 식탁이 방 한가운데를 장식하고 있었고, 한쪽에는 붉은 불꽃이 일렁이는 벽난로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석두는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방 이곳저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난생처음 보는 고급스러운 응접실. 나무꾼 시절에는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신선이 되어서조차도 상상하지 못했던 그런 호화로운 방 한가운데에 서 있었던 것이다.
“가, 감격스럽구마이. 그런데 요깃거리를 놓아두었다고 하셨는디…….”
여기저기를 둘러보던 석두는 식탁 위에 놓인 그릇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그릇에는 빨간 액체가 가득 담겨 있었는데, 비릿한 향이 나는 것으로 보아 피임이 분명했다.
“아따, 이런 걸 먹는 거라고 놓아두셨을 리는 없제. 그럼 어디다 두셨을라나. 찾아봐야겠네이.”
석두는 이내 방 여기저기를 뒤지기 시작했다. 염라대왕이 준 음식이니 꼭 먹어 보고 말리라 다짐하고 있는 듯했다.
크르릉.
“어메, 깜짝이야!”
여기저기를 뒤지던 석두가 방 한쪽 구석에 있는 문을 벌컥 연 순간, 안에 있던 새까만 짐승이 밖으로 뛰쳐나왔다.
석두는 깜짝 놀라 뒤로 벌러덩 나자빠졌다. 그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새도 없이 개 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왈! 왈왈왈왈!
“아, 아따, 무슨 방 안에 개를 넣어 두었디야? 어메! 머리가 세 개여! 이건 무슨 변종 똥개랑가?”
석두는 신기하다는 듯 머리가 셋 달린 개를 바라보았다. 목에 굵은 쇠줄을 묶고 있는 그 삼두견(三頭犬)은 지옥의 파수꾼이라 불리는 용맹한 녀석이었다.
녀석은 염라대왕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하고, 또 지옥을 탈출한 영혼을 잡아오는 데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뛰어난 파수견이었다.
한마디로 그냥 잡종견과는 차원이 다른 녀석이란 말이다.
왈왈왈왈! 왈왈왈!
“아따, 고넘 참 징하게도 짖어 대네이. 가만!”
자신을 잡아먹을 듯 짖어 대는 삼두견을 바라보던 석두의 눈빛이 삽시에 변했다.
“혹시…… 이 녀석이?”
왈왈! 왈…….
석두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꼈는지 삼두견은 짖는 것을 멈추었다. 그럼에도 상관없다는 듯 석두는 삼두견을 야릇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한 걸음 한 걸음 다가들고 있었다.
꿀꺽!
깨, 깨갱!
석두의 군침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삼두견의 애처로운 비명 소리가 응접실 안을 가득 메웠다.
“허허허. 재미있는 신선이야. 어떻게 지옥에 왔는지도 궁금하지만 그 행실 하나하나가 다 특이하구먼.”
염라대왕은 오랜만에 기분이 좋았다. 도를 깨우친 신선이라 보기 어려운 순박한 이를 만난 데다 지옥에 와서 마두들을 보았으면서도 전혀 그들을 혐오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아참! 신선들은 돼지의 피를 먹지 못한다는 사실을 깜빡했군. 나중에 선악과(善惡果)라도 대접해야겠군.”
그는 응접실에서 기다릴 신선을 빨리 만나기 위해 수북이 쌓인 문서에 도장을 찍어 나가기 시작했다. 한결같이 지옥의 마두들이 보낸 불만의 내용들이었지만, 지금의 염라대왕에게는 그저 빨리 결재해야 할 산에 불과했다.
“아참, 응접실 안에는 삼두견이 잠자고 있을 터인데……. 하긴 별일이야 있겠어?”
순간 스친 불길한 예감을 금세 훌훌 털어 버리고 다시 일에 몰두하는 염라대왕이었다. 하지만 채 일각도 지나지 않아 그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깨갱! 깨개갱!
삼두견의 애처로운 비명 소리가 염라대왕의 집무실에까지 울려 퍼진 것이었다.
“설마? 어서 가 보아야겠군. 신선이 위험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염라대왕은 벌떡 일어나 부리나케 밖으로 달려 나갔다. 삼두견의 용맹은 지옥에서도 알아주는 것이었으니, 자칫하다간 신선의 안위에 큰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지 않은가.
타타탓!
깨갱! 깨앵! 끼이잉!
하지만 계단을 오를수록 염라대왕은 자신의 예상이 비껴 가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삼두견의 저 소리는 결코 분노하거나 신선을 공격하고 있을 때 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이내 응접실의 문 앞까지 도착한 염라대왕은 응접실 앞의 문을 벌컥 열어 젖혔다.
“어엇! 대왕님 오셨어라! 아따! 지옥에선 손님한테 음식을 만들어 먹게 하는 걸 미처 몰랐구마이. 하하.”
“그, 그거…….”
석두는 염라대왕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넉살 좋게 대답했다. 하지만 염라대왕은 벽난로의 불쏘시개에 묶인 채 난로 안에서 익어 가는 삼두견을 보며 거품을 물 수밖에 없었다.
벽난로라는 자체를 처음 본 석두였기에 막연히 그곳에 직접 음식을 해 먹으라는 것으로 받아들였던 것이었다.
염라대왕은 사색이 되어 벽난로의 불을 끄고 삼두견을 구출해 냈다.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된 석두도 새하얗게 질려 필사적으로 삼두견의 몸에 붙은 불을 껐고 말이다.
끄, 끄으응…….
삼두견은 털만 홀랑 태운 채 간신히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그 후유증은 몇백 년은 갈 듯했다. 염라대왕 외의 어떠한 이에게도 꼬리를 내리지 않는다 했건만, 석두가 근처로 다가가기만 해도 꼬리를 내리고 배를 내리까는 삼두견이었다.
심지어 석두의 다리에 자신의 볼을 부비며 필사적인 애교를 펼치기까지 했다.
“죄, 죄송합니더. 면목이 없어불네요. 아, 지는 이 피가 먹는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해 버린 거라…….”
“하하하, 괜찮네. 오히려 기고만장하던 이 아이의 기세가 꺾인 것 같으니 잘되지 않았나.”
석두는 염라대왕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었다. 생각해 보니 지옥의 간수들을 무간나락에 빠뜨린 것도 자신이고, 지옥의 파수견을 잡아먹으려 했던 것도 자신이지 않은가.
“정말 괜찮겠어라? 지가 지옥은 처음인 데다가 여기 오게 된 것도 우연이 돼 버려서…….”
“하하. 그래, 부선이라 하셨던가? 지옥에는 어찌 오게 된 것인가?”
염라대왕은 호탕하게 웃으며 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석두는 자신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뒷목을 긁으며 답했다.
“아, 그것이 선계에서 문이 열려 부렀는디…….”
“흐음. 빨려 들어왔다 이것이구먼. 가끔 그런 신선들이 있었지. 보통은 신선술로 다시 되돌아가는데, 부선께선 어째서 그러지 않으셨나?”
신선술 이야기가 나오자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는 석두였다.
“아, 그것이…… 지가 신선술에 영 소질이 없는 것이어라. 제대로 성공하는 건 술을 만들거나 할 때뿐이어서…….”
“술?”
염라대왕이 의문스럽다는 듯 되물었다. 술이 무엇인지 모르지는 않으나 그 술의 맛을 본 것은 염라대왕으로서도 까마득히 오랜 옛날이었던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선계에서 거나한 잔치가 있었다 하더구려. 그때 본인의 동생이 그곳에서 의형제를 만들고 왔다는 소식이 들리던데…….”
“아, 그람요! 그때 제가 만든 천도복숭아주로 거나한 잔치가 있었지요!”
석두는 그때의 기분이 되살아나기라도 하는 듯 신이 나 외쳤다. 염라대왕은 의외라는 듯 석두를 바라보며 물었다.
“자네가 만든 술이라 하였나?”
“네? 그라지요. 저 말고도 다른 신선 분들이 도와주시긴 했지만요. 하하.”
염라대왕의 얼굴에 이채가 어렸다. 그는 쑥스럽게 볼을 긁적이는 석두에게 무엇인가를 확인하기라도 하듯 물었다.
“그럼 혹시 거기서 천제를 형님으로 모시게 되지 않았나?”
“어라? 그게 벌써 지옥까지 소문이 나 버렸어라! 히야, 소문 빠르네이!”
석두는 염라대왕이 그 사실을 알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는 듯 탄성을 내지르며 말했다. 하지만 이내 염라대왕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해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염라대왕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석두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그의 손을 덥석 부여잡았다.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 동생!”
“에? 동생이라니, 무슨 말씀이어라?”
석두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자신이 의형제를 맺은 것은 천제이지 염라대왕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염라대왕은 싱글벙글 웃으며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 그는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려는 듯 입을 열었다.
“천제와 나는 의형제 사이라네. 천제가 나에게 전하길, 자신에게 또 다른 동생이 생겼으니 만나게 된다면 정말 잘 대해 주라 하였거든. 그런데 이렇게 만나게 되니 놀랍구먼!”
“저, 정말이라?”
석두는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천제와 의형제가 되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이고 상상도 못할 은혜를 입은 것일진대, 이제는 염라대왕과도 호형호제하게 되지 않았는가!
“그, 그럼 제가 형님으로 모셔도 되겠어라?”
“암, 암! 되고말고! 내 부선을 의동생으로 공표할 터이니, 앞으로는 지옥 어디에 떨어져도 무사히 선계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네.”
석두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그야말로 뛸 듯이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천당과 지옥이 모두 자신의 편이니, 세상에 자신만큼 행복하고 편한 사람이 또 있을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