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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신선 1권(21화)
제8장 무식이 죄는 아니여(3)


옥녀는 뜨거운 물에 목욕재계를 하고 준비된 옷으로 갈아입었다. 과연 소림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손님 대접이 아닐 수 없었다.
“하아―. 서방님은 무엇을 하고 계실까?”
보통 이쯤 되면 무엇인가 분탕질을 쳐도 칠 석두이건만 이상하다 싶을 만큼 조용했다.
“계십니까?”
옥녀가 석두에게 가기 위해 일어선 순간, 문 밖에서 현배 스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들어오시어요.”
옥녀는 재빨리 자세를 다잡으며 문을 바라보았다. 밖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은 한 명이 아니었던 것이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현배 스님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옥녀는 현배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놀란 듯한 눈은 그의 뒤를 따라 들어온 노승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너, 너구리……?”
현배의 뒤를 따라 들어온 것은 그때 객잔에서 보았던 너구리 노승이었다. 노승은 놀란 그녀의 표정을 보는 것이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입을 열었다.
“흘흘, 인연이 있으면 또 만날 것이라 하지 않았나.”
“그, 그렇지만 어떻게?”
옥녀가 되묻자 노승 대신 현배가 답했다.
“이분은 소림의 방장이신 유릉(柔綾) 대사이십니다.”
소림의 방장! 옥녀는 그제야 그때 보았던 노승의 눈빛을 기억해 내었다. 순간 스쳐 가듯 보인 것이었지만, 그 노승의 눈빛은 분명 속세의 미련을 털어 버린 이의 그것이었다.
“흘흘. 그래, 자네는 이만 가 보게. 내 이들과 긴히 할 이야기가 있으니.”
유릉은 현배를 돌려보냈다. 그러고는 여전히 놀란 듯 자신을 보고 있는 옥녀를 바라보았다.
“흘흘, 내가 죽은 귀신이라도 되나? 왜 그리 놀란 눈으로 보는 겐가.”
“아, 아니. 아닙니다. 일전의 무례는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
옥녀는 재빨리 이성을 추스르고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허허. 맛있는 음식을 얻어먹고, 또 즐거이 이야기도 나누었는데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게다가 자네가 보통 여인이 아님을 내 이미 알고 있다네.”
“네?”
옥녀는 크게 놀랐다. 자신이 선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단 말인가! 하지만 유릉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그녀의 예상을 무참히 깨 버리는 것이었다.
“처음 보았을 때 느낄 수 있었네. 자네와 자네 남편은 너무나도 깨끗하고 순수한 기운을 가지고 있어. 내가 알기로 그런 기운을 가진 분은 한 분밖에 계시지 않는다네. 무상거사(無想巨士). 그분의 제자가 아니던가?”
“예?”
또 이 무슨 황당한 이야기인가! 하지만 무상이라는 이름은 그녀도 어디선가 들어 본 적이 있었다.
‘설마!’
천계의 호법(護法)대신의 다른 이름이 떠오르자 옥녀는 눈을 번쩍 떴다. 일전에 호법대신이 말하길, 지상에서 도를 닦을 때 자신의 이름이 무상이었다 하지 않았던가!
“예. 스승이라기보다는 연이 닿으신 분이지요.”
속이긴 했으되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옥녀는 나름 융통성 있게 말을 받았다.
“흘흘. 그분은 잘 계시나? 백여 년 전에 뵌 후로 도통 뵐 수가 없으니 말일세.”
‘이미 천계에서 고관 일을 하고 계시니 볼 수 없을 수밖에.’
생각을 꿀꺽 속으로 삼킨 옥녀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행이구먼, 흘흘. 그런데 소림에는 무슨 용무로 오게 되었는가?”
유릉 대사는 옥녀와 석두에게 쓸개라도 빼 줄 기세였다. 일전에 석두가 베푼 인정과 우연이 겹쳐 만들어진 행운! 그것을 놓칠 옥녀가 아니었다.
“도를 깨치기 위한 일들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부탁드리고자 하는 것은…….”
“십팔나한진을 통과하게라도 해 달란 말인가?”
유릉 대사는 다음에 이어질 옥녀의 말을 읽어 내기라도 한 듯 선수를 쳤다. 옥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흘흘. 어려울 것도 없지.”
유릉은 대수롭지 않은 일을 수락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옥녀의 얼굴이 삽시에 밝아졌다.
“한데 자네의 지아비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예?”
옥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분명 옥녀와 석두의 방을 정해 준 것은 현배 스님이었고, 그것을 유릉 대사가 모를 리가 없지 않은가.
“자네에게 오기 전에 미리 옆방에 가 보았었는데 없더구먼. 그래서 나는 이곳에 함께 있는 줄 알았다네. 아닌가?”
“그, 그럴 리가……. 서방님은 옆방에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옥녀는 얼핏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자신이 알기로 부선은 이유 없이 몸을 숨기거나 할 사람이 아닌 데다 무림이라든가 속세에 대한 지식이 너무나 없어서 무슨 사고를 칠지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이지 않던가.
“그렇다면……?”
“설마……?”
그제야 유릉도 옥녀가 빈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은 듯했다. 잠시 서로를 마주보며 중얼거리던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방 밖으로 몸을 돌렸다.
석두가 쉬고 있어야 할 방에는 당연하게도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지객당을 지키는 두 동자승도 석두를 보지 못했다고 하니, 유릉과 옥녀는 사태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님을 인지했다.
“속가제자들에게 일러 각 불당과 수련처를 수색하라 하게.”
“어딜 가신 걸까. 그보다 왜 나가신 거지?”
유릉은 현배에게 재빨리 명령했다. 옥녀도 나름대로 석두가 사라진 이유를 추론하며 석두가 갈 만한 곳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천왕전에는 없습니다!”
“대웅보전에도 안계십니다!”
곧 수색을 마친 속가제자들이 하나 둘 보고해 왔다. 그들의 대답은 하나같이 아무 곳에도 없다는 것이었다.
“허어, 그럼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다는 말인가.”
“혹 저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있습니까?”
유릉이 낭패라는 듯 중얼거리자 옥녀가 물어 왔다. 옥녀로서도 애가 탈 뿐이었다. 여기서 자칫 소림과의 관계가 틀어지면 두 마리 토끼는커녕 한 마리의 토끼도 잡지 못하게 되지 않는가.
“백의전이란 곳이 있네만, 그곳의 문은 녹옥(綠玉)으로 만든 봉인이 걸려 있어 적어도 삼 갑자 이상의 내공이 없으면 열 수 없다네.”
삼 갑자. 절정 무인의 경지에 이르러도 겨우 얻을까 말까 한 어마어마한 양의 내공이었다. 하지만 천도복숭아와 감천수를 먹으며 신선놀음을 했던 석두에게 삼 갑자의 내공은 있으나마나 한 정도의 양이지 않은가!
“그곳에 계실 것이 분명해요! 안내하셔요!”
“흘흘. 아무리 그래도 석두란 아이가 삼 갑자의 내공을 가지고 있을 리가 있는가.”
애가 타는 옥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릉 대사는 여유 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석두가 신선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더욱 복장이 터지는 옥녀였다.
“혹 그곳에 무엇인가 보관되어 있기라도 한가요? 신물이라든가, 혹은…….”
“그곳은 예부터 고승들의 수련처였네. 또한 대환단과 소환단, 녹옥불장의 보관소이기도 하다네.”
“그럼 문제가 더 심각해질지도 모릅니다. 어서, 어서 안내해 주시길…….”
온몸을 휘감는 강렬한 불안감에 유릉을 닦달하는 옥녀였다. 그리고 그쯤 되자 유릉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던지 현배를 이끌고 백의전으로 향했다.

끼이익!
자신의 입으로 최소한 삼 갑자의 내공이 필요하다 했건만, 유릉 대사는 힘든 기색도 없이 백의전의 문을 열어 젖혔다. 게다가 수행이 깊어 어느 정도의 무위를 가지고 있는지 옥녀로서도 파악해 내기 어려웠으니 도대체 얼마나 강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분명 누군가가 들어왔던 흔적이 있습니다.”
현배가 바닥의 움푹 파인 자국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곳은 석두가 좌백연좌상을 보고 뒤로 자빠졌던 자리였다.
“정말 이 안에 들어왔단 말인가? 흘흘. 나도 아직 멀었구먼. 그 정도의 인물이라는 것도 파악하지 못했으니.”
유릉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러고는 그 안 어딘가에 있으리라 생각되는 석두를 찾아 시선을 옮겼다.
“…….”
“안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되는 것은 나뿐인가?”
이어지는 적막. 한참 만에 입을 연 유릉의 말에 옥녀와 현배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곳으로 들어왔다면 분명 이 안 어딘가에 있어야 할 터인데……. 설마 그곳에 들어간 것인가!”
유릉 대사는 그제야 깨달은 듯 외치고는 불상 옆으로 달려갔다.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옥녀와 현배도 그의 뒤를 따라 불상의 옆으로 다가섰다.
이내 옥녀는 불상 옆 바닥에 뚫린 구멍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를 내려다보는 유릉과 현배의 경악한 표정도.
“어, 어찌 이곳을 찾아내었단 말인가!”
유릉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외쳤다. 대환단과 소환단, 그리고 녹옥불장이 보관된 이 지하 골방은 불상의 좌연상(左蓮像)을 움직여야만 열 수 있지 않던가. 그리고 그 사실을 아는 이들은 소림의 방장과 혜(?) 분배 이상의 스님들만이 알고 있는 것이었다.
“어, 어서 사다리를 내리게.”
“예, 예에!”
유릉은 다급하게 현배 스님을 다그쳤다. 대환단과 소환단에 이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보다 석두의 신위가 걱정되었던 것이다.
“……!”
사다리를 타고 아래로 내려간 유릉과 옥녀, 그리고 현배. 유릉과 옥녀는 예상했던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입가에 거무튀튀한 가루를 묻히고 발랑 자빠져 있는 석두와 그 앞에 텅 빈 내부를 자랑하듯 열린 두 개의 궤짝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크, 큰일일세!”
유릉 대사는 황급히 석두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쓰러진 석두를 부둥켜안아 일으켜 세웠다.
“대, 대환단과 소환단을 모두 복용한 것이 틀림이 없네!”
유릉의 말에 현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분명 대환단과 소환단은 소림의 신물이라 할 정도로 유명한 영약이지만 그것은 한 번에 한 알을 복용하고, 또 그것을 몸에 흡수시킬 만한 충분한 내력을 지니고 있어야 함을 전제로 하는 것이었다. 자칫하다간 대환단의 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주화입마에 빠지거나 혈맥이 터져 죽어 버릴 수도 있는 일이 아니던가!
그런 것을 모두 먹어 치운 것으로도 모자라 소환단까지 모두 먹었다는 것은 아무리 유릉 대사라 해도 어찌 도와줄 수 없음이 분명했다.
“어, 어찌하려고 이런 무모한 짓을……!”
“저…… 서방님의 상태가 심각한 것인가요?”
너무나도 심각한 표정의 유릉 대사와 현배 스님과는 달리 옥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자신이 보기에 석두의 상태는 깊이 잠든 것 이상으로는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하는 말이 있거늘, 어찌 이리 욕심을 부렸는가. 남은 대환단 다섯 알과 소환단 열두 알을 모두 복용한 듯싶네.”
“그러면 어찌 되는 것인가요?”
옥녀의 물음에 당황한 것은 오히려 유릉 대사였다. 보통 무공을 수련한 이라면 소림의 대환단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듣기 마련이 아니던가. 게다가 영약을 함부로 복용해선 안 된다는 것쯤은 무공을 익히는 초기에 배우는 것들이었다.
“이 아이에게 대환단과 소환단의 기운을 흡수할 만한 내공이 있으면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온몸의 기혈이 터지고 내장이 녹아 버려 죽을 것이 분명하네.”
“아! 휴우…….”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는 옥녀였다. 물론 유릉과 현배는 자신의 남편이 죽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히려 안도하는 그녀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지만 말이다.

석두는 방장실로 옮겨졌다. 백의전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다른 무승들에게 알리지 않았기에 대환단과 소환단이 석두의 뱃속에서 사라졌다는 것은 일단 비밀에 붙여졌다.
정작 유릉 대사가 걱정하는 것은 그것이 아닌 듯했다. 바로 석두의 상태. 석두의 호흡은 상당히 약해졌고, 맥도 굉장히 옅어져서 마치 가사 상태에 빠진 듯했던 것이다.
“허어. 당황스럽구먼.”
유릉과 현배는 이 알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진지하게 고심했다. 단 한 사람, 옥녀를 제외하고 말이다.
‘아무리 봐도 숙면을 취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찌 저리 고민들을 하실까?’
영약이라면 선계에 흔하디흔하게 열려 있는 천도복숭아도 그 종류 중 하나였다. 게다가 천계에서 먹는 음식들은 하나같이 인간들의 눈에 ‘영약’ 혹은 ‘신약’이라 불릴 만한 것들이었으니, 그런 것을 잔뜩 먹고 잠을 자고 있는 석두를 걱정하는 두 스님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방주께서 어찌 도울 수 있지 않으시겠습니까?”
“으음. 내가 보기에 지금 이 안에서는 진기들이 묘한 대치 상태가 아닌가 하네. 이럴 때 내가 자칫 잘못 건드리기라도 하면…….”
유릉은 아예 석두의 몸을 건드릴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석두의 몸에 진기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폭발하지 않을까 하고 염려하는 듯했다.
물론 옥녀로서는 차라리 그러는 것이 다행이긴 했지만 말이다. 무턱대고 석두의 몸을 헤집다가 몸속의 어마어마한 진기의 양을 알게 된다면 그것 또한 설명하기가 곤란해지지 않는가.
“바, 방주님, 움직입니다!”
그런 미묘한 대치 상태가 한 시진쯤 계속되었을까, 마침내 석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석두의 양 볼과 배가 마치 무엇인가를 토해 내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피, 피하게! 몸속의 진기를 토해 내려 하는 것 같네!”
유릉은 현배와 옥녀를 뒤로 물러서게 만들며 한 걸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필시 석두의 몸속에서 뭉친 대환단과 소환단의 기운들이 그의 입으로 분출되는 것이리라 여긴 듯했다.
긴장된 순간.
“꺼어억―!”
터질 듯 부풀어 오르던 배가 가라앉으며 석두의 입에서 길게 뿜어져 나온 것은 트림이었다. 아니, 누가 봐도 그렇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후아암―. 내가 언제 잠이 들었당가. 어라? 여긴 어디여라?”
석두는 길게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고는 경악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유릉과 현배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어라? 스님, 왜 이런 곳에 계신데요? 아직 잠에서 덜 깬 것인가?”
석두는 이내 유릉을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 하지만 정작 유릉 대사는 그것에 대답할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자, 자네…… 아무렇지도 않은가?”
“잉? 아무렇지도 않다니, 무슨 말이어라? 흐암―. 배불리 먹고 푹 잤으니 날아갈 것 같지라!”
석두는 유릉의 질문에 대답하고는 다시 늘어져라 기지개를 켰다. 그의 모습에 두 스님은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어따, 그런데 그 벽곡단은 누가 숨겨 놓은 것이래요? 구수하니 맛있던디, 흐흐.”
그것으로도 모자라 한술 더 뜨는 석두였다. 석두가 가리키는 벽곡단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유릉과 현배는 그야말로 목을 잡고 넘어갈 지경이었다.
“자, 자네…… 자네가 먹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가?”
“벽곡단 아니어라? 지는 비상식량으로 거기에 숨겨 놓은 줄 알았는디, 아니었데요?”
“뭐, 뭣이?”
유릉 대사는 결국 참지 못하고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 석두는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말이다.
결국 한참 만에 그들은 평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유릉 대사는 석두에게 그가 먹은 것이 대환단이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것 같았다.
“그런데…… 자네,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가?”
“잉? 지는 정말 괜찮아라. 아따, 그 벽곡단이 상한 것일까 봐 그러는 것이요? 다 먹고 나니 배가 터질 듯 불러오는 것이 스르르 잠이 와서 여간 좋은 것이 아니더만, 헤헷.”
“…….”
석두의 표정이 정말 해맑고, 또 거짓이 보이지 않았기에 유릉 대사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잡을 수밖에 없었다. 십 년에 한 번 제조한다는 대환단과 소환단의 여남은 것들이 모두 사라졌지만, 이제 와서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아닌가. 게다가 무상거사의 제자들이라 하니, 어쩌면 이것이 운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사실이었다.
물론 대환단과 소환단의 진기가 석두에게 일 할의 도움도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도 그런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스님께서 어찌 이곳에 계시는 것이어라? 여긴 소림사 아니어라?”
“시주, 이분이 소림의 방장이신 유릉 대사이십니다.”
정작 궁금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는 듯 석두가 묻자 현배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럴 리가 있어라. 이분은 저랑 만두를 드셨단 말이어라. 소림의 방장께서 어찌 저랑 만두를 드실 수 있으셔라? 헤헷! 스님들이 농담도!”
석두는 그럴 리가 있냐는 듯 호들갑을 떨며 웃음 지었다. 하지만 이내 너무나도 진지한 유릉과 현배, 그리고 옥녀의 표정을 보고 무엇인가 일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 생각을 해야 할 시기는 이미 한참 지났지만 말이다.
“지, 진짜여라?”
유릉은 긍정의 눈빛을, 현배는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자신들의 말이 결코 농이 아님을 알렸다.
“어이구! 지가 무례를 범했구먼요!”
그제야 사태 파악이 되는 석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