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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第六章 복수혈전(復讐血戰)(5)


객잔 안은 고요했다.
손님은 한두 명이 전부였고, 그들조차 조용히 구석에 앉은 채 식사를 하고 있었다.
흑의를 입고 있는 사내는 허리춤에 검이 매여져있는 것으로 보아 무림인이 틀림없었다.
그는 젓가락으로 만두를 집어먹고 있었다.
그렇게 무심히 만두를 우물거리던 중 건너편에 앉아 있던 회의사내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회의사내의 옷은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여기저기 찢어져 있었고, 그의 몸에서는 쉰내가 풍겨 왔다.
그리고 허리춤에 매여 있는 검집은 먼지로 뒤덮여 있어 손질을 안 한 지 좀 된 것 같았다.
“형씨.”
회의사내가 거침없이 흑의사내 앞에 앉았다.
만두를 우물거리던 흑의사내와 회의사내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순간, 회의사내가 씨익 웃었다.
“좋은 눈을 가지고 있군. 자네와 같은 검객을 만난 것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 한판 뜰까?”
회의사내가 턱짓으로 밖을 가리켰다.
무례한 요구에 성을 낼 법도 하건만, 흑의사내는 무심히 만두를 우물거리고는 삼켰다.
그리고 차를 홀짝였다.
그 모습에 회의사내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차를 홀짝이던 흑의사내가 찻잔을 탁자에 올려놓았다.
탁.
그와 함께 갑자기 탁자가 뒤집어졌다.
신기하게도 만두가 담겨 있던 접시는 옆의 탁자로 옮겨졌고, 뒤집어진 탁자는 회의사내를 덮쳤다.
순간, 회의 사내의 몸이 솟구쳤다.
스릉.
그와 동시에 회의사내의 검이 뽑혔다.
“호오, 좋은 수법이야, 좋은 수법! 간다!”
갑자기 회의사내의 검이 흑의사내의 몸을 찔러 갔다. 흑의사내도 검을 뽑아 들고는 맞부딪쳤다.
까앙!
묵직한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동시에 피를 토했다.
“쿨럭.”
“컥.”
그리고 동시에 뒤로 물러섰다.
하나 곧바로 다시 서로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단순무식한 검로가 연신 펼쳐졌다.
검로는 정확히 상대방의 급소를 노리고 있었다.
잠시라도 실수한다면 당장 목이 꿰뚫릴 만한 위태로운 공격들이 연신 펼쳐졌다.
파파팟.
회의사내가 탁자를 밟고 흑의사내에게 쏘아져 나갔다.
흑의사내가 왼발로 의자를 걷어찼다.
의자가 날아들자 회의사내가 거침없이 검을 휘둘렀다.
팍!
의자가 박살 났다.
그리고 그 사이로 흑의사내의 검이 찔러 왔다. 회의사내는 웃음을 터뜨리며 검을 쳐 냈다.
“하하하! 형씨, 정체가 뭐야?”
질문과 동시에 회의사내의 검이 흑의사내의 다리를 베었다. 흑의사내가 살짝 다리를 들어 피하고는 검으로 탁자를 내려쳤다.
순간, 탁자가 박살 나며 나무 파편들이 회의사내에게 쏘아져 나갔다.
회의사내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나무 파편들을 쳐 냈다.
“오오, 암기라니.”
순간, 흑의사내의 검이 파편 사이로 회의사내의 이마를 꿰뚫었다.
그러자 회의사내는 뒤로 몸을 젖혀 오른발로 흑의사내의 복부를 걷어찼다.
다시 흑의사내가 검병으로 오른발을 간단히 쳐 내고는 검으로 회의사내를 내리찍었다.
회의사내가 기괴한 움직임을 보이며 옆으로 몸을 튕겼다.
내려쳐진 검은 허무하게 바닥을 찍었다.
콰직.
그사이 회의사내는 무사히 바닥에 안착했다.
먼지를 뒤집어쓴 채 회의사내는 싱글벙글 웃었다.
“난 마동진이라 한다.”
그러고는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마동진은 이를 내보이며 헤벌쭉 웃더니 흑의사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난 형씨가 마음에 든다!”
흑의사내가 잠시 멀뚱히 마동진을 바라보더니,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난 독고천이다.”
그리고 다시 의자에 앉더니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난 당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독고천은 말을 끝내고는 옆으로 던져 놓았던 만두를 집어 먹었다. 그 모습에 마동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마동진은 독고천의 맞은편에 앉아 만두를 집어 먹었다.
잠시 우물거리던 마동진이 다시금 이를 내보이며 헤벌쭉 웃어 보였다.
마동진의 이 사이에는 만두피가 껴 있어서 매우 우스워 보였다. 그 모습에 독고천이 피식 웃었다.
그러자 마동진이 신난 표정을 지었다.
“어? 형씨, 웃었네? 지금 웃었지!”
마동진이 신난 듯 떠들기 시작했다.
“뭐, 처음에 시비 건 것은 미안해. 하지만 멋진 눈빛을 가진 검객을 내버려 두고 가기엔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지. 그리고 형씨도 강호에 굴러먹은 지 좀 되어 보이니 알 거 아냐. 약한 놈은 죽게 되어 있어. 만약 형씨가 약했다면 내 일검에 죽었겠지. 하지만 형씨는 나와 맞먹는 솜씨를 보여 주었고, 내 마음에 쏙 들었어. 난 형씨와 친구가 되고 싶은데, 어때?”
마동진이 눈빛을 반짝거리며 물었다.
무심한 표정으로 만두를 우물거리던 독고천이 피식 웃었다.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당연하지. 형씨도 나와 같은 친구를 둬서 나쁠 게 없을 거라 보는데? 나 이래 봬도 검 좀 쓴다고.”
“막무가내랑 친구를 해서 좋을 것은 없다고 보는데?”
독고천이 단호히 말하자 마동진이 킬킬거렸다.
“맞지, 맞아. 하지만 난 형씨가 마음에 들었단 말이야. 나도 진지할 땐 진지하다고.”
마동진이 진지한 눈빛으로 독고천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마동진이 참고 있던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독고천은 동전 몇 닢을 탁자에 올려놓고는 망설임없이 일어섰다.
혼자서 웃고 있는 마동진을 내려다보던 독고천이 무심히 말했다.
“미안하지만 꺼져 주게.”
그 말에 마동진이 웃음을 멈추더니 몸을 벌떡 일으켰다.
“형씨와 난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어 있어. 강해지다 보면 결국 끝에서 만날 거야. 만약 그때까지 살아남는다면 말이야.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적으로 만나겠지.”
그러고는 마동진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손을 흔들면서 모습을 감추었다.
독고천은 마동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아직까지 얼얼한 느낌이 선명했다.
‘마동진이라…….’
독고천이 슬쩍 옆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점소이가 옆에 서서 쭈뼛거리고 있었다.
“저, 손님.”
독고천이 말해 보라는 듯 쳐다보자 점소이가 힘겹게 말을 꺼냈다.
“수리비는 주셔야…….”
점소이에게서 투철한 직업 정신을 느낀 독고천은 동전 몇 닢을 손에 쥐어 주었다.
그러자 점소이가 더욱 쭈뼛거렸다.
“다섯 냥은 더 주셔야…….”
순간, 독고천과 점소이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다.
점소이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객잔 내에 퍼졌다.
결국 독고천이 동전 다섯 냥을 점소이의 손에 다시 쥐어 주었다.
그러자 점소이가 고개를 정중히 숙였다.
“감사합니다. 또 오십시오, 손님.”
“이곳에서 하룻밤 머물 생각이다.”
독고천의 대답에 점소이가 뜨악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금방 가 버리는 손님이라면 어차피 다시는 안 볼 테니까 상관없지만, 숙박을 한다면 최소한 하루 이상은 봐야 했던 것이다.
“어떤 방으로 모실깝쇼?”
“가장 저렴한 방.”
“예, 따라오십쇼.”
점소이가 허름한 방으로 독고천을 안내했다.
독고천은 안으로 들어가 침대 위에 앉았다.
그러자 점소이가 머뭇거리며 물어 왔다.
“뭐, 더 필요하신 거라도 있으신가요?”
하지만 독고천은 아무 말 없이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았다. 그 모습에 점소이가 쫓기듯 밖으로 나왔다.
무림인이 운공을 하는 중에는 얼마나 성깔이 날카로운지 점소이는 많이 겪어 보아서 잘 알았다.
방문을 닫은 점소이가 급히 어딘가로 내려갔다.
점소이는 주방 쪽으로 향하다가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고는 바닥을 손바닥으로 훑었다.
순간, 바닥에 숨겨 있던 비밀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안으로 들어서자 통로 하나가 펼쳐졌다.
어두컴컴하고 기다란 통로였다.
통풍이 되지 않은 듯 퀴퀴한 흙냄새가 진동했고, 덥고 습했다.
점소이는 땀을 뻘뻘 흘리며 통로를 걸어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통로의 끝에 도착한 점소이는 계단을 올라 천장을 두들겼다.
똑똑.
얼마 지나지 않아 천장이 열렸다.
그리고 살집이 있는 백의사내가 점소이를 반겼다.
“고생했어, 마동진은 어디로 갔냐?”
점소이는 소매로 땀을 닦아 내리며 계단에 올라섰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점소이의 대답에 백의사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점소이가 급히 종이를 찾아 서신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백의사내가 재촉하듯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마동진이 죽기라도 했나?”
“아니, 더 엄청난 소식이야.”
점소이는 여전히 다급하게 서신을 써 내려가며 답했다.
그러자 백의사내가 답답하다는 듯 점소이를 잡아 당겼다. 점소이의 표정은 매우 상기되어 있었다.
“도대체 뭔 일인데 그래!”
“마동진과 호각을 다툰 놈이 나타났어!”
“뭐?”
“마동진하고 맞먹는 놈이 나타났다고!”
점소이의 외침과도 같은 말에 백의사내가 헛웃음을 내뱉으며 되물었다.
“그러니까, 강호 사상 최강의 낭인이라 불리는 쾌잔낭왕 마동진하고 호각을 다툰 놈이 있다고?”
“그래!”
점소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백의사내가 비웃듯 말했다.
“하지만 엄연히 강호팔대고수도 있고, 절대오마도 있으며, 오십 년째 은거한 그들도 있지. 또 강호에 기인들이 얼마나 많은데 호들갑을 떨어? 그놈하고 맞먹을 놈들은 충분히 많아.”
“그래, 네 말도 맞아. 하지만 아예 처음 보는 놈이었어.”
“처음 보는 놈이 확실해?”
백의사내가 의심스럽다는 듯 묻자 점소이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검을 쓰는 놈이었는데, 체격은 그냥 적당했어. 그냥저냥 무공을 익히지는 않은 듯 보였어. 그런데 마동진 놈이 시비를 걸었지. 그놈 성격 알잖아, 만날 시비 걸고 다니는 거. 그래서 ‘아, 또 한 놈 박살 나는구나’ 했는데, 맞먹었다니까?”
점소이가 흥분한 듯 말하자 백의사내가 답답한 듯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차근차근 말해 봐! 흥분하지 말고.”
백의사내의 말에 점소이가 심호흡을 몇 번 하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
“표정 변화가 별로 없었고, 허례허식 같은 것은 일체 없었어. 그것으로 보아 분명 정파의 제자는 아니었어. 그리고 마동진 놈과 붙을 때 공격 방법을 보면…… 말 그대로 적절했다고 해야 하나? 굳이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수법이었어. 의자를 찬다든지 탁자를 뒤집어서 공격한다든지 하는 거 말이야.”
“의자를 차고 탁자를 뒤집어서 공격했다고?”
“그래. 그런데 마동진 놈이 꼼작도 못했다니까. 알잖아, 그놈은 모래까지 뿌려가면서 공격하는 비열한 놈인 거. 그런데도 그놈이 꼼작도 못하고 정공만을 구사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