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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第七章 총타복귀(總舵復歸)(2)
정파의 무공도 아니고, 마공으로서 강해진 것이니 말이다.
독고천이 마룡지체를 타고났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기밀 사항이었지만,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그 정도의 정보는 취급할 수 있는 자격이 있었다.
말 그대로 강자를 우대하는 천마신교였으니 말이다.
또한 그런 율법이 독고진에게는 전화위복이 된 셈이었다.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북해빙궁의 주축 고수들의 목을 베고, 궁주의 목을 베어 온 절정고수였다. 심지어 북해빙궁이 봉문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일 수도 있었다.
정확한 조사는 차차 해 봐야겠지만, 시기가 일치했다.
노전득은 그렇게 기세를 바꿀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독고천이라는 기회를 말이다.
* * *
독고천은 손 위에 올려진 작은 조각상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귀는 쫑긋하고, 눈은 부리부리했으며, 날카로운 이를 번쩍이는 악귀의 조각상이었다.
달리 절대마령대(絶代魔令隊)임을 나타내는 조각상이기도 했다.
천마신교의 사대무력부대 중 최강을 자랑하는 단체가 바로 절대마령대였다.
백 명의 절정고수가 짙은 자색 마기를 풍기며 서 있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보통 악귀 조각상의 색은 검은색이었다.
그런데 독고천의 손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은 붉은색이었다.
즉, 절대마령대주(絶代魔令隊主)의 신물이란 소리였다.
“절대마령대주라니…….”
독고천이 헛웃음을 지었다.
방 안에서 기다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절대마령대주로서의 취임식을 간략하게 끝냈다.
절대마령대는 모든 천마신교인들이 원하는 꿈의 자리였다.
절대마령대원들은 핏빛 적의를 입고 검집 끝에 악귀 모양의 고리를 달았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자부심이었다.
교주의 파격적인 인사 조치에 모두가 난색을 표했지만, 그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교주 측에는 고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절대마령대주는 얼마 전 전투로 목숨을 잃은 상태였다.
아직 신뢰도 쌓이지 않고, 명령 체계에 익숙하지 않은 독고천을 대주로 임명한 것은 그의 무공을 믿어서였다.
강자지존인 천마신교에서 힘만큼 스스로를 대표하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 절대마령대원들은 빠르게 독고천의 힘에 녹아들 것이었다.
한마디로 교주의 도박이었다. 쪽박일지 대박일지 아무도 모르는.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문 밖에서 누군가 말을 꺼냈다.
“대주님.”
그 소리에 독고천은 조각상을 품 안에 갈무리했다.
“들어와라.”
독고천의 말에 적의사내가 들어오더니 부복했다.
“부대주인 이자헌(李姿櫶)입니다. 대주로 임명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마령귀검(魔令鬼劍) 이자헌은 패도의 고수로 유명했다. 특히 장검을 잘 다루었는데, 절대마령대의 부대주로서 임명된 지 벌써 십 년이 넘어가고 있는 중견 고수였다.
“고맙군. 대원들은 어디에 있나?”
부복해 있던 이자헌이 몸을 일으켰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 * *
독고천이 단상에 올라섰다.
그리고 주위를 훑어보았다.
그러자 자색 마기를 풀풀 풍기며 적의를 입은 마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나같이 강대한 마기를 풍기고 있는 그들의 인상 또한 매우 날카로웠다.
그러나 몇 명의 표정으로 보아 반감이란 감정을 지니고 있는 듯 보였다.
“이번에 대주로 임명된 독고천이다.”
그 말에 몇 명의 마인들이 대놓고 적대감을 표출했다. 그러자 독고천이 단상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목을 몇 번 풀더니 손가락을 까닥였다.
“내가 대주로 임명된 것에 대하여 불만있는 놈들은 모두 나와라.”
열다섯 정도가 독고천의 앞으로 나섰다.
하나같이 마기를 짙게 풍기는 절정고수들이었다.
독고천이 씨익 웃었다.
“이놈들 외에는 불만 없나?”
그러자 나머지 절대마령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독고천은 앞에 나온 마인들을 훑었다.
“왜 불만인지 말해 보도록. 너부터.”
독고천이 한 명을 가리켰다.
그는 혈천마검(血天魔劍) 구욕진(構縟眞)이었다. 강호 초출 당시 그의 검에서 흘러나오는 혈루검법 특유의 초식인 혈망천로(血網天路)에 많은 정파인들이 피를 토하며 무너졌다.
구욕진이 무심하게 답했다.
“저는 대주님의 이름 자체를 처음 들어 봅니다.”
“내 위명이 부족하다는 건가?”
“예.”
구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독고천의 몸에서 붉은 마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흘러나오는 양이 갑자기 짙어지더니, 어느 순간 허공을 뒤덮기 시작했다.
붉은 마기가 찌릿찌릿거리며 절대마령대원들을 뒤덮었다.
모두가 경악했지만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독고천이 구욕진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어떤가?”
“문제없습니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구욕진이 부복한 후 대열을 찾아 들어갔다.
구욕진을 쫓아 앞으로 나섰던 다른 이들도 대열을 갖추어 들어갔다.
그러나 여전히 한 명이 남아 있었다.
독고천이 물었다.
“넌 뭐가 불만인가?”
“교주님에 대해 충성을 한 것이 확실합니까? 부교주의 첩자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쾌마귀검(快魔鬼劍) 전진룡(顚眞龍)이었다. 그의 쾌검은 너무나 빨라 그의 일 초를 보기도 전에 명을 달리하는 무림인들이 많았다.
그 정도로 그는 쾌검의 달인이었다. 거기다 잔혹한 성격마저 더해져 그의 명호를 결정 짓는 데 한몫했다.
보통 천마신교의 고수들은 강호에 잘 나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폐쇄적인 집단이다 보니 그런 점이 없잖아 있었는데, 절대마령대원들은 모두 강호에 나가 보았던 고수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절대마령대원 한 명 한 명의 위명이 모여 더욱 엄청난 위명을 만들어 낼 거라 예측한 교주의 복안이었다.
그리고 교주의 생각은 맞아떨어졌다.
정파인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 고수들이 한곳에 모여 있으니, 절대마령대는 정파인들에게 더욱 공포의 대명사가 된 것이었다.
“그건 내가 증명할 수 없다. 하지만 이건 말해 줄 수 있다. 난 북해빙궁에 구금되어 있었고, 그 이후 천마신교의 내전이 시작되었다 들었다. 그리고 현 상황은 부교주에게 매우 유리하다고 들었다. 절대마령대를 제외한 모든 무력 부대가 부교주의 손에 있다고 들었다. 단지 몇몇 장로들과 외총관의 외부 세력, 그리고 절대마령대만이 교주님의 편을 들고 있다고 들었다. 또한 총타의 지리적 위치와 함정 및 진법으로 버티고 있다고 들었다. 만약 자네가 나였다면 어디를 선택하겠는가?”
순간, 전진룡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솔직히 언제 무너지질 모르는 교주 측이었다.
부교주 측에서 절대마령대를 최소한의 피해로 삼키기 위하여 소강 상태에 있는 것이지,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면 교주 측은 진즉 패했을지도 몰랐다.
굳이 절대마령대와 정면 대결을 한다면, 부교주 측의 세력은 최소 삼 할 이상의 피해를 봐야 했다.
그만큼 절대마령대의 힘은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전진룡이 만약 독고천이었다면, 바로 부교주 측을 택했을 것이다.
사실 그것이 당연한 수순이었다.
교주는 정당성을 지니고 있었지만, 부교주 측의 세력이 더욱 강대했다.
침묵을 유지하던 전진룡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점을 노린 부교주의 책략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네 말도 맞다. 그러나 이런 걸로 투닥거리는 것보다 좋은 말이 한 가지 있지. 강자지존(强者至尊)!”
“무슨 말씀이신지?”
전진룡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독고천이 검을 뽑아 들고는 전진룡의 목젖을 찔러 갔다.
순간, 전진룡이 기겁하며 침을 삼켰다.
너무나도 빠른 쾌검이라 전진룡은 피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의 목에서 피 한 방울이 흘러나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독고천이 검을 집어넣었다.
철컥.
조용한 허공에 독고천의 말이 울려 퍼졌다.
“내가 너보다 강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옳다. 그것이 바로 본 교의 가르침이 아닌가.”
순간, 전진룡이 부복했다.
“대주님에게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부복해 있던 전진룡이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대열을 찾아 들어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독고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불만 없는 건가?”
“옛!”
절대마령대원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자 독고천이 만족한 듯 주위를 훑어보았다.
“우리는 분명 불리하다. 그러나 상황은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다. 나를 믿고 따라와라.”
“옛!”
독고천의 담담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에 절대마령대원들의 눈빛이 더욱 빛났다.
그들의 마기도 더욱 펄떡이며 살아 숨 쉬는 듯 넘실거렸다.
* * *
절대마령대원들과의 만남 이후, 독고천은 방에 처박혀서 전술에 관한 책을 무작정 읽기 시작했다.
혼자 싸우는 것과 집단으로 싸우는 것은 달랐다.
그렇기에 배워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부대주인 이자헌이 급히 방으로 들어섰다.
“대주님.”
“뭔가?”
“부교주 측에서 분타들을 공격하고 있다 합니다.”
독고천은 읽던 서적을 덮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교주님은 뭐라 하시더냐?”
“절대마령대원 이십 명을 데리고 그 무리들을 찾아서 급습하라고 하셨습니다.”
“알았다고 전해 드려라. 그리고 절대마령대원 중 살수 교육을 받은 적이 있거나 살수에 대해서 뭔가 조금이라도 아는 놈들을 뽑아 놓도록.”
“존명.”
이자헌이 방을 나가자 독고천이 책을 다시 집어 들었다.
그리고 곧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책에는 전술의 기본 개념과 많은 전략들이 적혀 있었고, 역대 벌어진 실제 전투에 대해서 많은 내용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확실히 개인이라면 무시해도 될 부분이 집단의 싸움에서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 많았다.
그만큼 그들의 지휘하는 대주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대주의 판단 착오로 모든 대원들이 목숨을 잃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독고천이 읽던 서적을 덮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풀어 놓은 검집을 허리춤에 차고는 방을 나섰다.
총타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휑했다.
아무래도 내전 중이라 항상 수련을 하던 무사들이 전투 대기 상태로 있기 때문이리라.
독고천은 천천히 걸어가며 주위를 살폈다.
아직 총타는 건재한 듯 파괴된 흔적들은 보이지 않았다.
공터에는 절대마령대 중 몇 명이 도열해 있었다.
그들이 독고천을 보자 정중히 고개를 숙여 보였다.
“대주님, 오셨습니까?”
“그래, 다들 모였나?”
“아직 모이는 중입니다.”
독고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근처에 있는 바위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눈앞에 서 있는 절대마령대원들을 훑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