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23화
第七章 총타복귀(總舵復歸)(3)


그들은 독고천의 시선에 긴장했는지 모두들 몸이 경직되어 있었다.
“현재의 상황을 잘 아는 사람 있나?”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구욕진이었다.
그러자 독고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 보게.”
“현재 부교주는 천마추살대, 역천악귀대, 그리고 염화염왕대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력 부대들을 가지고 있을 뿐, 주축 고수들, 즉 장로님들은 모두 교주님의 편에 서 있기 때문에 그럭저럭 버티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총타의 지리적 위치 덕분에 부교주 측에서도 함부로 덤벼들지 못하고 있지요.”
“우리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무력 부대를 회유하거나, 아니면 부교주를 없애면 됩니다.”
“간단하군. 부교주를 없앨 확률은 어느 정도인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아무래도 부교주에 오를 만큼 강한 고수이다 보니 교주님조차 암살은 힘듭니다. 그리고 만약 교주님이 직접 가셨다가 봉변이라도 당하시면 총타는 그 순간 먹힐 것이 빤합니다. 거기다 전문 살수들은 무공이 약하다 보니 부교주를 지키고 있는 호위무사들을 이겨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구욕진이 땅바닥에 그림까지 그려 가며 부교주 측의 진영을 설명했다. 바닥에 그려진 그림을 훑어보던 독고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건 어떤가?”
독고천이 무심히 말했지만, 그 속에는 무언가 끌어들이는 마력 같은 것이 있었다.
절대마령대원 모두가 독고천의 말에 집중했다.
“무력 부대의 회유를 시도해 보고, 안 되면 부교주를 암살하는 것으로 하지.”
간단해도 너무 간단했다.
사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는 작전이었다.
그러나 뒤이어진 독고천의 말에 절대마령대원들은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난 암형대 출신이네.”
“대주님이 말씀이십니까?”
구욕진이 놀란 듯 되묻자 독고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암형대는 살수 중에서도 특출 난 살수들만이 뽑히는 엄청난 집단이었다.
그리고 살수들은 아무래도 소모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살수로 삶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런 탓에 암형대 출신의 고수는 보기 매우 힘들었다.

암형대 출신의 절정고수!
거기다 최강 무력 부대인 절대마령대주를 맡을 정도로 뛰어난 무공을 지닌 마인!

그러한 말도 안 되는 내력의 마인이 절대마령대원들 앞에 떡하니 서 있었다.
그러자 무언가 희망이 보이는 듯싶었다.
“다 모였나.”
독고천이 바위에서 일어서며 묻자 감회가 새로워진 절대마령대원들이 우렁차게 답했다.
“옛!”
“좋아. 부대주에게 살수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자들을 뽑으라고 했는데, 맞나?”
“옛!”
독고천이 절대마령대원들을 훑었다.
어제 보여 주었던 독고천의 무위 탓인지 모두들 확실하게 각이 잡혀 있었다.
독고천이 땅에서 솔나무 잎을 하나 주워 들었다.
그리고 순간, 독고천의 손에 들린 솔나무 잎이 사라졌다.
어느새 솔나무 잎은 가장 뒤에 서 있던 절대마령대원 의복에 박혀 있었다.
모두들 경악했다.
“별로 알고 있는 것 같진 않은데 말이지.”
독고천의 나직한 중얼거림에 절대마령대원들의 눈에서 희망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절대마령대원들의 뇌리에 다음과 같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자라면 같이 해볼 만하다.

“우리의 임무는 본 교의 분타를 노리는 부교주의 세력을 급습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현재 여기 서 있는 대원들만을 뽑았다. 아무래도 살수와도 같은 움직임을 보여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조건을 제시했다. 살수 교육을 받은 자 있나?”
모두들 고개를 내저었다.
“그럼 살수 교육 비스무리 한 것이라도 배운 자들 있나?”
그제야 두세 명이 손을 들었다.
“누구에게 받았나?”
“장우덕 교관님입니다.”
장우덕 교관이란 말에 독고천의 눈이 빛났다.
“악마대 출신인가?”
“그건 아니지만, 살수에 관심이 있어 잠시 장우덕 교관님에게 교육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나도 장우덕 교관님에게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지. 지금도 정정하신가?”
“저번 전투에서 사망하셨습니다.”
“흠.”
독고천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강호란 그런 곳이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이 바로 강호를 살아가는 무인들의 운명이었다.
“우선 십여 일간 내가 간단하게 살수에 대해서 교육할 것이다. 그런 다음 바로 출발할 예정이니 알아서 짐을 꾸리도록. 최대한 가볍게 싸라. 오늘은 이만 해산.”



第八章 생사지결(生死之結)(1)


절대마령대원들이 천천히 모습을 감추었다.
홀로 남은 독고천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이 흩어져 색다른 그림을 그려 내고 있었다.
맑지만 바람이 거센 날이었다.
“십 일 후라…….”

* * *

어두웠다. 달빛조차 구름에 가려 있었다.
말 그대로 시커먼 어둠만이 즐비했다.
순간, 숲 속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검은 인영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몸에서는 기묘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자색 빛이어서 매우 기괴했다.
[준비되었나?]
[옛!]
그들은 전음을 통하여 대화를 나누었다.
전음(傳音)은 내공에 소리를 실어 상대방의 귀에 바로 전하는 무공이었다.
뛰어난 기술은 아니지만, 남에게 들키지 않고 말을 전달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물론 뛰어난 고수의 귀에는 포착당할 수 있다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내가 휘파람을 부는 순간 모두 기습한다. 알겠나?]
[옛!]
복면인들의 우두머리가 조용히 담 위에 올라서 주변을 훑어보았다.
무사들 몇 명만이 돌아다닐 뿐, 모두 잠에 곯아떨어진 듯 보였다.
피이이이.
그 순간, 우두머리의 입에서 휘파람 소리가 흘러나와 주변으로 울려 퍼졌다.
그러나 움직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우두머리가 재차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이봐, 뭐 하고 있나.]
우두머리가 전음을 날렸지만 묵묵부답이었다.
무언가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낀 우두머리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흑의사내가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그의 몸에서는 옅은 붉은 마기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우두머리의 부하들은 모두 혈도를 짚여 널브러져 있었다.
“누, 누구냐!”
우두머리가 더듬으며 묻자 흑의사내가 씨익 웃었다.
“그건 조금 있다 얘기해 보자고.”
순간, 흑의 사내의 손이 허공을 가르자 둔탁한 느낌과 동시에 우두머리는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꼈다.
‘이런 젠장.’
철푸덕.
우두머리는 정신을 잃고 담에서 떨어져 바닥에 처박혔다.
피이이.
이번에는 흑의사내가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적의사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하나같이 강대한 자색 마기를 흘리고 있었다.
“다들 한 명씩 업어라.”
적의사내들이 정신을 잃은 복면인들을 등에 업자 흑의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그렇게 그들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 * *

복면인이 정신이 들었는지 눈을 떴다.
“여기가 어디냐!”
복면인의 외침에 흑의사내가 어깨를 들썩였다.
“복면을 벗겨라.”
흑의사내의 말에 옆에 서 있던 적의사내가 복면인의 복면을 벗겼다.
그러자 날카로운 눈매와 갈색의 눈썹이 드러났다.
“극양의 무공을 익혔나?”
흑의사내의 물음에 복면인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적의사내가 흑의사내에게 속삭였다.
“염화염왕대 부대주, 적미마검(赤眉魔劍) 고진민입니다.”
극양의 무공을 익힌 고진민은 그 영향으로 갈색의 눈썹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래서 적미라는 별호를 얻게 되었다.
그의 검에서 흘러나오는 열화와 그의 갈색 눈빛은 강렬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염화염왕대라는 말에 흑의사내가 만족한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우연찮게 대어가 걸렸군.”
상대방이 자신의 정체를 알아차리자 고진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구욕진, 오랜만이다.”
“오랜만입니다, 부대주님.”
고진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흑의사내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자는 누구냐?”
“저희 대주이십니다.”
구욕진의 대답에 고진민이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이십대 정도로 보이는 사내가 절대마령대의 대주라는 자리를 맡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전(前) 대주는 어찌 되었나?”
“사망하셨습니다.”
구욕진이 씁쓸하게 답하자 고진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안타깝군. 인재를 잃었어. 그나저나 나에게서 얻을 정보는 없을 테니 편히 보내 주게. 여태까지의 정을 생각해서 말이네.”
고진민의 눈에는 삶에 대한 의욕이 없었다. 그 모습에 구욕진이 흑의사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흑의사내가 고진민에게 다가갔다.
“독고천이다.”
독고천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자 고진민은 순간 자신이 아는 자의 이름인가 되새겨 보았지만, 독고천이란 이름은 처음 듣는 것이었다.
“절대마령대의 대주를 만나 뵈어 반갑소. 단지 상황이 좋지 않구려.”
“알고 있네. 그리고 그 상황을 좋게 만들 방법이 있지.”
“그것이 뭐요?”
고진민의 물음에 독고천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대답은 고진민의 심장을 뛰게 하기 충분했다.
“부교주를 암살하면 되겠지.”
“그게 가능할 거라 보시오?”
고진민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묻자 독고천이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고진민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교주조차 부교주님의 암살은 장담하지 못하오. 그런데 대체 누가 한단 말이오?”
옆에 서 있던 구욕진이 당연하다는 듯 독고천을 가리켰다.
“대주님이 하실 겁니다.”
“뭐? 하하하!”
고진민이 미친 사람마냥 아주 목이 터져라 웃어댔다.
한참을 웃고 난 고진민이 눈물마저 글썽거렸다.
“아주 제대로 웃겨 주는군.”
“자네야말로 내 능력을 너무 얕보는군. 내가 누군지 아나?”
갑자기 독고천의 몸에서 붉은 마기가 넘실거리기 시작하더니 고진민을 감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