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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第八章 생사지결(生死之結)(2)
엄청난 중압감이 밀려오자 고진민이 신음을 터뜨렸다.
“크흑.”
고진민은 피를 토하며 연신 기침을 했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독고천이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급습하는 놈들을 모두 생포하고, 내가 직접 부교주의 목을 칠 것이네.”
그 말에는 한 치의 농도 느껴지지 않았다.
기침을 하던 고진민이 힘겹게 독고천을 올려다보았다. 붉은 마기가 넘실거려 마치 마귀와도 같아 보였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요?”
어느덧 고진민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도 느끼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독고천이란 사내가 결코 부교주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독고천은 아무 말 없이 턱짓으로 고진민을 가리켰다.
그러자 구욕진이 고진민에게 안대를 씌웠다.
그리고 중얼거리듯 속삭였다.
“선배, 저분이 본 교를 다시 구해 주실 겁니다. 걱정 말고 잠시 쉬고 계십시오.”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구욕진이 고진민의 혈도를 내려쳤다.
그렇게 고진민은 정신을 잃었다.
* * *
단상 위에 한 사내가 앉아 있었다.
악마패왕 추영독.
한데 그의 표정은 분노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그가 단상을 부여잡고 부르르 손을 떨었다.
그 모습에 부복해 있던 사내 역시 몸을 떨었다.
지독한 자색 마기가 부복해 있던 사내의 몸을 휘감은 탓이었다.
“급습하러 갔던 고수들이 모두 실종되고 있습니다, 부교주님.”
“그러니까 내 말은 그게 무슨 일이냔 말이야!”
쾅!
굉음과 함께 단상이 박살 났다. 그러자 부복해 있던 사내가 신음을 터뜨렸다.
“아마도 교주의 계략인 듯싶습니다.”
“교주의 계략? 교주에게는 절대마령대밖에 없단 말이야. 그들은 총타를 지키기 바쁘단 말이지. 한데 염화염왕대 부대주와 사십칠 명이 실종되었고, 역천악귀대 대주와 이백팔십오 명 명이 실종되었어.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부복해 있던 사내는 그저 침묵을 지켰다.
그러자 추영독이 이를 갈았다.
“설마 교주가 절대마령대를 사용하고 있는 건가? 만약 그렇다면 최소한 오십여 명이 움직였을 것이다. 비마대를 사용하여 알아보도록!”
“존명!”
사내가 나가자 추영독이 차를 홀짝였다.
좋은 향이 올라왔지만 추영독은 인상을 찌푸렸다.
“노전득, 도대체 무슨 꿍꿍이냐…….”
* * *
“염화염왕대 부대주와 대원 사십칠 명, 역천악귀대 대주와 대원 이백팔십오 명, 추가적으로 천마추살대 부대주와 대원 삼백이십이 명을 생포하였습니다. 절대마령대원은 열두 명 부상 외에 사망자 없습니다.”
독고천이 부복한 채 서신을 읽어 내려가자 단상에 앉아 있던 노전득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명령을 내린 지 단 네 달 만에 이러한 업적을 올린 사내가 너무나도 거대해 보였다.
주위에 서 있던 사내들도 경악했다.
교주의 도박은 성공한 정도가 아니라 대박이 터지고 만 것이었다. 노전득이 함박 미소를 지었다.
“대주, 정말 수고했네.”
“명령을 따랐을 뿐입니다, 교주님.”
독고천의 담담한 말에 노전득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자네의 노고 덕분에 추영독 놈은 아주 머리칼이 다 빠질 걸세. 정말 고생했네. 앞으로도 고생해 주게.”
“존명.”
독고천이 몸을 일으켜 나가려다가 순간 뒤를 돌아보며 담담히 물었다.
“교주님, 한 가지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말해 보게.”
노전득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자 독고천이 입을 열었다.
“한 가지 작전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저 외에 아무도 몰랐으면 합니다. 그 작전을 제가 수행해도 되겠습니까?”
“어떤 작전인가?”
노전득의 물음에 독고천은 망설였다.
그러자 노전득이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자네의 능력을 믿어 보지.”
“존명.”
독고천이 나가자 노전득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표정은 의기양양했다.
“내 힘이 부족한 것에 대해 창피하긴 하지만…… 어떤가, 내 작전이 성공했지 않은가?”
주위의 사내들이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절정고수 한 명의 존재가 이렇게 판도를 뒤집어놓은 것이다.
분명 이 작전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실행할 고수가 전무했다.
작전을 실행할 수 있을 만한 부교주 중 한 명인 패도마왕(覇道魔王) 제천반은 이미 추영독에게 암습을 당해 목숨을 잃은 후였다.
그리고 이 작전을 실행할 만한 우두머리는 최소한 교주 정도의 무공을 지녀야 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총타를 지켜야 할 교주가 직접 움직일 순 없었다.
교주가 목숨을 잃는 순간, 총타는 끝이라고 봐야했다. 또한 교주는 지난 사건들로 인해 무언가 두려움이 생긴 듯 보였다.
또한 추영독과 정면 대결을 펼치길 매우 꺼려했다.
아니, 어느 순간부터 무공 쓰는 것 자체를 꺼려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그 공백을 메워 줄 절정고수가 교주 측에 생겨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고수는 우습게도 총타에 물질적이나 정신적으로 피해만 주던 그런 문제아였다.
하늘이 교주를 돕는 듯했다.
“절대마령대주가 앞으로 우리를 또 어떻게 놀라게 해 줄지 기대해 보세.”
노전득의 말에 사내들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들의 표정은 한층 밝아져 있었다.
* * *
“모두 모였는가?”
독고천의 말에 절대마령대원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옛!”
“죽을 준비는 되었는가?”
“옛!”
독고천이 단상에서 내려와 절대마령대원들을 하나하나 훑었다.
모두들 눈에서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기는 한층 짙어져 있었다.
“다들 정보는 숙지했는가?”
“옛!”
무모해 보이는 작전이었고, 전 대주가 말했다면 모두들 고개를 내저었을 것이다. 그러나 독고천은 달랐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을 모두 해내었다.
그리고 부교주에게 기울었던 대세를 교주 측으로 기울게 했다.
지옥에 떨어지라 해도 독고천의 말이라면 모두들 목숨을 바쳐 따를 것이었다.
그만큼 독고천이 보여 준 능력은 경천동지할 만한 것이었다.
절대마령대원들이 손에 들고 있던 작은 서신들을 삼매진화로 불태웠다.
삼매진화는 본신의 진기를 사용하여 불꽃을 일으키는 절정의 경지였지만, 그들은 당연하다는 듯 삼매진화를 일으켰다.
맑은 하늘 위로 재가 휘날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독고천이 검을 쓰다듬었다.
“자, 출발하자.”
* * *
댕댕댕!
진중한 종소리와 함께 녕하(寧夏) 분타, 즉 부교주 측이 주둔하고 있는 진영의 북쪽으로부터 경고가 울려 퍼졌다.
“기습이다!”
“집결하라! 집결하라!”
침실에서 잠을 청하고 있던 추영독도 벌떡 일어나 검을 챙겨 들고 밖으로 나섰다.
이미 분타는 긴급 사태를 맞이해 모두들 분주하게 집결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추영독이 지나가던 총관을 붙잡고 묻자 그가 급히 말해 왔다.
“북쪽에서 침입자가 발견됐습니다. 대충 열 명 정도로, 곧 처리할 것이라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듯싶습니다.”
추영독이 검집을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전득이 어떤 꿍꿍이인지 한 번 보자고. 그런데 비마대는 어찌 되었나?”
“비마대의 연락이 내일 정도면 도착할 것입니다. 우선 가는 데만 하루가 걸리니, 내일은 분명 연락이 올 겁니다.”
“그래. 아마 첩자로 노전득이 보냈나 보군. 많이 피곤들 할 테니 얼른 해산시키고 휴식을 취하도록 하게.”
“존명!”
집결한 고수들이 모두 북쪽으로 몰려가는 것을 바라보던 추영독이 그들의 뒷모습에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조만간 총타도 내 손에 들어오겠지.”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남쪽으로부터 경고가 울리기 시작했다.
이어 서쪽과 동쪽에서도 경고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난데없는 상황 변화에 추영독의 표정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설마 전면 공격인가…….”
순간, 추영독의 신형이 북쪽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의 머릿속에는 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비마대가 출발한 지 아직 하루도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전부터 기습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총타에서도 내 휘하의 모든 무력 부대들이 총타 근처에서 내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과연 이런 도박을 할까? 설마 나를 교주가 직접 암살하겠다는 무모한 계획을 시도하겠다는 생각은 아니겠지?’
북쪽은 많은 부상자들이 즐비했지만 이미 침입자들을 모두 제압한 상태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들의 정체는 교주 측에 생포되었다던 염화염왕대 고수들이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낀 추영독이 급히 동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그곳에도 이미 침입자들이 제압되어 있었다.
그러나 역시 많은 부상자들이 속출해 있었고, 피바다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교주 측에 생포되었던 역천악귀대 고수들이 포박되어 있었다.
추영독이 급히 외치듯 물었다.
“네놈들은 나에게 충성을 바쳐 놓고 어째서 배신한 것이냐! 마인으로서 자부심도 없느냐!”
그러자 잡혀 있던 고수 중 한 명이 피식 웃었다.
“마인의 자부심이 무엇이오? 바로 힘이오. 그리고 우리는 강자에게 충성을 바칠 뿐이오. 교주보다 강했던 당신이기에 모든 것을 바쳤지만, 지금은 아니오.”
고수의 말에 추영독이 이를 갈았다.
“그게 무슨 소리냐!”
그러나 모두들 입을 다문 채 진중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중 남쪽에서 들려오는 경고 소리가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추영독은 급히 남쪽으로 뛰쳐나갔다.
그쪽에서는 짙은 자색 마기를 풍기는 마인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의 칼 아래 추영독의 수하들이 피를 뿌리며 널브러지고 있었다.
그때, 익숙한 얼굴이 추영독의 눈에 들어왔다.
달려오는 적의사내의 검에서 푸른빛의 기이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그자의 검 아래 많은 수하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지고 있었다.
추영독이 이를 갈았다.
“……이자헌.”
이자헌이라 불린 적의사내가 검에 묻은 피를 털어 내며 씨익 웃었다.
“오랜만입니다, 추영독 부교주.”
“절대마령대의 부대주가 여긴 웬일인가? 설마 대원 전원이 쳐들어온 건 아니겠지? 내 명령 한 마디면 염화염왕대, 역천악귀대, 천마추살대의 전부가 총타를 덮칠 거란 생각은 안 해 보았나?”
추영독이 이죽거리자 이자헌이 어깨를 들썩였다.
“그건 저도 생각해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군요.”
이자헌의 능청스런 발언에 추영독이 울컥하며 검을 뽑으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