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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무적 오마르 1권(3화)
제2장 눈을 떠 보니…… 도대체 여기는 어디지?(1)
내 이름은 세 개다.
그중 하나의 이름은 오마르 알 칸트.
눈을 떴을 때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죽었다고 생각했다. 분명 죽었어야 할 몸이었다.
그런데 눈을 뜰 수가 있다니…….
***
쿨럭!
크게 기침을 하자 목구멍에서 뭔가가 튀어나오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부터 약간씩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떡을 먹다가 목에 걸렸나? 젠장맞을, 왜 이리 속이 답답하냔 말이다. 머리도 지끈거리고. 왜 이렇지?’
오한을 느낀 나는 한차례 몸을 부르르 떨었고, 본능적으로 이불 속을 찾아 파고들었다.
두툼한 이불을 온몸에 칭칭 감자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좀 낫군.’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은 이불 속에서 막 다리를 뻗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어휴, 냄새. 며칠 바빴더니 역시 짐작대로야. 온통 지저분하고 더럽기만 해.”
“세상에 맙소사. 공자님 방은 청소를 해도 해도 끝이 없어. 무슨 먼지는 이렇게 많담?”
“해가 뜬 지 언제인데 아직까지 자고 계세요?”
“안 일어나실 거예요? 계속 그렇게 누워 계실 거예요? 내 말을 일부러 못 들은 척하고 계시는 거죠?”
빠른 말로 재깔이는 소리는 한 사람이 내는 소리였다.
“오전 글공부는 빼먹을 거예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가셔야 해요. 그러니 얼른 일어나세요.”
잔소리는 끝없이 계속되고 있었다.
“공자님…… 공자님.”
흔드는 손길에 짜증이 밀려왔다. 게다가 청소를 하면서 내는 툭탁거리는 작은 소리는 나를 더 예민하게 만들었다.
‘뭐지?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창 쪽에서 냉랭한 바람이 불어왔다.
차가운 공기가 코끝으로 지나가자 온몸이 오들오들 떨렸다.
‘기분이 최악이다. 분위기도 이질적이고…… 그런데 뭐지? 누가 이리 나를 귀찮게 하는 거지?’
몸이 녹을 듯이 나른했다. 계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주변의 작은 소란은 금속이 금속을 긁을 때 나는 불쾌감을 유발했다. 몸을 할퀴는 냉기도 사포(砂布)처럼 따가웠다.
‘모든 게 귀찮아.’
눈을 뜨고 싶었지만 뜰 수가 없었다.
아니, 뜨기 싫었다.
거대한 둔기에 백 대라도 맞은 듯, 멍한 상태와 짓누르는 무력감은 현재의 상태를 판단할 수 없게 만들고 있었다.
‘머리가 빠개질 듯 아프고 뱃속에서 신물이 올라올 정도로 메스껍다. 토했으면 좋겠는데…… 그러려면 일어나야 하나? 귀찮은데…… 계속 참을까?’
손에 잡힌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냉기도 막고 신경을 긁고 있는 소리도 막아 보자는 심산이었다.
날카로운 목소리가 귀를 때린 것은 그때였다.
“어서 일어나세요, 공자님.”
이불을 획 뒤집는 손길에 찬 공기가 고스란히 내 몸을 덮쳤다.
찬바람으로 인해 몸이 한바탕 경기를 했다.
“으음…….”
인상을 찌푸리며 새우 눈을 만들었다.
“아이참, 이렇게 해야 눈을 뜨시니 너무합니다. 얼른 일어나서 공부할 준비를 하세요. 글공부를 빼먹으면 영주님께 경을 칠지도 모릅니다.”
눈앞에서 예쁜 소녀가 빠르게 말하고 있었다.
동그란 눈에 하얀 피부.
지독하게 매력적이며, 꾸미지 않는 생동감으로 충만한 소녀였다. 그녀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빛을 온몸으로 발산하고 있었다.
눈을 껌벅거렸다.
퇴창을 통해 들어온 찬바람이 그녀의 우아한 금발을 흔들었다. 마주친 녹색 눈동자에서 잔물결이 일었다.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그 눈동자로부터 전해져 왔다.
‘이상하다. 조금 전, 내 몸은 폭사했다. 폭혈마공으로 인해 산산조각 났거늘,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그리고 눈앞의 서역 미인은 또 누구란 말인가!’
현재 내가 처한 상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혹시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렇듯 생생한 꿈이 과연 존재할까?
꿈속이 아니라면 그동안의 처절했던 흡혈과 식인의 경험이 꿈이었나? 곽비로 살았고, 중원제일인으로 살았던 삶이 꿈이었을까?
주변을 둘러보았다. 작고 소박한 방이었다.
볼을 꼬집어 보았다.
“크흠.”
너무 세게 꼬집었는지 살이 떨어질 정도로 아팠다.
머리통을 쿵 하고 쥐어박으니 멍한 가운데서 별이 보였다.
“진짜 생시인가? 이게 꿈은 아니란 말이지?”
내 행동을 보던 소녀가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리를 하세요?”
멀뚱멀뚱 나를 보는 소녀를 향해 손을 내저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말을 하고 나서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헉!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였지?’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생판 모르는 언어였다. 그리고 소녀의 말도 처음 듣는 언어였다.
그런데 자연스럽게 말하고 천연덕스럽게 알아듣는 것이다.
이것이 어찌 된 것일까?
‘저 소녀가 하는 말은 어떻게 알아듣지? 배운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잖아.’
영문을 몰랐다.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그런데 목소리가 왜 그래요? 혹시 감기라도 걸린 거예요?”
“내, 내가 누구지? 여기는 어디지? 그리고 너는 누구냐!”
소녀의 시선이 차갑게 변해 갔다.
“갑자기 이상해지셨네요. 목소리도 바뀌고, 이상한 표정도 지으시고. 혹시 은근슬쩍 아침 공부를 빼먹으려고 그러시는 겁니까? 나쁜 생각을 하고 계신 것은 아니죠?”
“무, 무슨 소리를 하느냐.”
“아무리 그래도 안 속을 거예요. 저는 공자님의 수법을 훤히 알고 있으니까요.”
소녀의 목소리는 바위처럼 단단했다.
‘이…… 이거 참. 도통 영문을 모르겠다. 분명 꿈은 아닌 것 같은데. 죽었다고 생각한 내가 왜 깨어난 것일까?’
정리가 필요했다.
잠시 눈을 감고 최후의 격전을 생각했다.
그러자 진절머리 나는 그때의 상황이 일목요연하게 떠올랐다.
***
어이없게도 지상의 그 어떤 것이라도 바숴 버린다는 천폭뢰는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2개의 천폭뢰가 동시에 터졌음에도 천마와 혈마는 칠공에서 피만 흘릴 뿐 쓰러지지 않았던 것이다.
암향신투로부터 빼앗은 암향표가 없었다면 천마와 혈마가 비틀거리는 순간 내가 먼저 가루로 변하고 말았을 것이다.
실패를 감지한 나는 즉시 절대무형지독을 삼켰다.
다섯을 세고 난 다음 비틀거리는 천마와 혈마를 향해 돌진했다. 혼란스럽고 의아해 하는 그들의 눈빛을 보며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천폭뢰가 저들을 죽이지 못했지만 둘의 원영신을 반쯤 허물었다. 이제 나의 폭혈마공으로 인해 저들은 녹아 한 줌의 독수가 되고 말리라.’
폭혈마공이 발동되고 있다는 것은 전신의 피가 끓고 있는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일순간, 온몸이 용암 구덩이에 빠진 듯 확 달아올랐다.
그런 느낌과 동시에 내 몸은 산산조각이 났다.
형체 없는 심상은 두 대마두의 죽음을 확인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천마와 혈마의 앞에서 나는 내 몸뚱이가 극독의 핏물로 화하며 천지를 뒤덮는 것을 감상했다.
아마도 반쯤 완성된 원영신 덕분이었을 것이다. 극한의 수련 결과로 인해 비록 육체는 산산조각이 났지만 내 영혼은 즉시 소멸되지 않았다.
두 마두가 경악의 표정을 지었고, 찰나지간에 그들의 원영신은 절대무형지독액 앞에서 맥없이 허물어지고 있었다.
‘성공했다! 악마들은 사라졌고, 무림은 이제 평온을 찾을 것이다! 나의 옥쇄로 인해 스승의 심원이 이루어졌다.’
‘성공했다. 아제 두 악마를 죽였으니 내가 최강의 악마다. 향후 무림의 역사에 무림삼마는 사라지고 천하제일마인 무영마만 남으리라.’
내부의 목소리는 두 가지였다. 그 두 가지가 동시에 소리쳤다.
천하제일의 악마!
종말 직전의 무림을 구한 열사!
그 누가 이러한 두 개의 얼굴을 동시에 가졌더란 말인가!
‘어떤 것이든 좋다. 열사든! 악마든! 으하하하핫!’
소멸해 가는 두 악마의 모습을 보며 내 지성이 환호했다.
이미 피 모래로 변한 소악마들의 흔적을 보며 내 영혼이 기쁨의 광소를 터뜨렸다.
하지만 그 순간!
거의 찰나(刹那)의 짧은 순간이었다.
우르르릉……!
버언―쩍! 쾅!
천지를 작열하는 굉음과 함께 번개가 내리꽂혔다.
땅이 뒤집히며 일순 녹아 버린 흙과 바위가 용암이 되어 튀었다.
독액으로 변해 가는 두 마두와 그들을 보며 승리감을 즐기는 내 영혼의 사이에서 대폭발이 발생한 것이다.
정확하게 단언할 수 없는 것은 그 번개가 하늘에서 떨어졌는지, 아니면 땅에서 솟아나서 지표를 찢어발겼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 생긴 번개인지도 모른다.
왜!
하필이면 왜 그때에 번개가 내려쳤는지도 모른다.
틀림없었던 사실은 번개가 칠 그때만 해도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였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일순간에 천지가 하얗게 물들고 그것으로 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