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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무적 오마르 1권(8화)
제3장 이계 적응기(3)


화르르르…….
강렬한 주홍의 빛이 발해졌고, 그 빛이 사라짐과 동시에 그의 손아귀에는 이글거리는 불덩어리가 쥐어져 있었다.
사과만 한 불덩어리는 탁탁 소리를 내며 불똥을 튀겼다. 그런데도 희한하게도 불은 그의 손을 태우지 않고 있다.
“원하는 좌표를 저기 저쯤으로 하겠습니다. 보시죠.”
불덩어리를 쥔 손으로 방 안의 한 공간을 가리켰다. 그러자 쉭 하는 소리와 동시에 손아귀의 불덩이리가 쏜살같이 날아가 쿠퍼가 가리킨 지점의 허공에서 터졌다.
파팍!
용광로에서 터져 나온 화염처럼 방 안 공간의 한 지점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가 꺼졌다.
일순 불의 열기로 인해 방 안이 훈훈해졌다.
“더블 캐스팅은 이러한 파이어 볼을 동시에 두 개나 만들어 냅니다. 보시겠습니까?”
내 대답은 필요가 없었다.
그는 이미 작정을 하고 있었다.
파아아아앗!
쿠퍼가 주먹 쥔 손을 폄과 동시에 아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렬한 빛이 눈을 부시게 만들었다.
‘음.’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말았다.
눈을 떴을 때는 빛은 걷어진 후였고, 언제 나타났는지 두 개의 불덩어리가 쿠퍼의 손 위에서 지글거리고 있었다.
화르르르…….
두 개의 불덩이는 서로를 밀고 당기며 그의 손 위에서 빙빙 돌고 있었다. 마치 다차원 방정식이 만들어 내는 포물선처럼 일정한 규칙을 보이며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저것이 바로 마법인가? 신기하군. 저 불덩어리는 어떻게 해서 생긴 것일까?’
눈앞에서 불길이 이글거리자 음서를 태울 때처럼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역시 저기 저쯤에서.”
뭔가를 던지듯이 쿠퍼가 손을 움직이자 두 개의 불덩이는 꼬인 새끼처럼 회전을 하며 날아가다가 팍 하고 허공중에서 터졌다.
터지는 불꽃은 휘황찬란한 폭죽 같은 모양을 만들며 공간을 수놓았다.
후끈한 열기가 얼굴을 때렸다.
“1할의 마나만 일으켰을 뿐입니다. 그런데도 방 안이 찜탕처럼 열기가 가득합니다. 놀랍죠?”
쿠퍼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흠. 본신의 능력을 발휘해서 놀라게 만들고, 연후 상대방으로 하여금 양보를 얻어 내겠다는 심산인가? 나보고 빅토리아에게 신경 좀 쓰라는 일종의 시위 같은데 말이야. 이보시오, 쿠퍼 경. 그런 방법은 나에게 안 통해. 그쪽 계통에는 내가 더 고수라는 것을 당신은 명심해야 할 것이야.’
그러나 쿠퍼의 마법은 나를 충분히 놀라게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더블 캐스팅의 놀라움입니다. 2배 이상의 위력을 나타내죠.”
“3개의 불덩이를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까?”
“트리플 캐스팅으로 가능합니다. 그러나 트리플 캐스팅은 대마법사 정도는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지가 대마법사가 아니라는 소리군.’
“위력은 몇 배 정도죠?”
쿠퍼가 고개를 갸웃했다.
“글쎄요. 그것은 마법을 펼치는 사람의 능력과 직결되는 문제라 꼭 몇 배라고 말을 할 수는 없습니다. 추측하건대 수치상으로 3배 이상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3배? 대단하군요.”
마법을 눈으로 직접 보니 신기함을 떠나 놀라움이 앞섰다.
“7서클의 마도사라면 퀴드 캐스팅도 가능합니다. 동시에 4개의 파이어 볼을 만들어 내는 것인데 그쯤 되면 가히 신의 경지죠.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쿼드 캐스팅의 위력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큼지막한 산 하나 정도는 손쉽게 녹여 버린다고 하더군요.”
“흐음.”
‘산 하나를 그냥 녹여 버린다고? 마법은 참으로 놀랍고 신기한 공부로군. 재미있겠어. 나도 한번 시간을 내서 수련을 해 봐야겠다.’
그 순간 문득, 내가 알고 있는 무공 중 이와 유사한 무공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무영마공 중 첩첩쇄옥권이라는 권공이 있지. 10성의 경지에 이르게 되면 쇄옥권 안에 쇄옥권이 숨어 있고, 11성이 되면 다시 그 쇄옥권에 숨어 있는 쇄옥권이 있다는……. 아직 11성의 경지까지는 이루지 못했지만 그것이 더블 캐스팅이나 트리플 캐스팅, 그리고 쿼드 캐스팅이라는 것과 비슷하다면 비슷할 수가 있겠구나. 흠. 건곤무상공을 8∼9성 성취하면 무영마공을 다시 연공해 봐?’
그러나 무영마공은 큰 문제점이 존재하는 바, 그것은 바로 수련하면 할수록 지독한 마성에 빠진다는 것이다.
내가 악마가 되었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의 마성이 이전 같지 않는 이유도 지금의 내 몸뚱이가 무영마공을 수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가 너무 혼잣말만 했군요. 공자님의 말씀을 막았습니다. 아까 하시던 말씀 계속해서 하십시오.”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 있는데 쿠퍼가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
‘뭔가에 빠지면 전부 어린아이가 된다더니. 당신도 그렇고 나도 그렇구려.’
자세를 바로잡고 아까 하려던 말을 이어서 했다.
“하여튼 내가 하고 싶었던 말도 바로 그것이오. 쿠퍼 경이 말한 것처럼 나는 영성의 수련이 아주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었소. 그래서 그 정신 수련법이 적힌 책을 발견하자 뛸 듯이 기뻐했던 것이오.”
쿠퍼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마법 학회를 통해 인증되지 않는 수련법은 아주 위험합니다. 까딱하다가는 정신 이상이 올…….”
쿠퍼는 자신이 말해 놓고 제 스스로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렇다면 그것 때문에 그런 일이 생겼다는 말씀이십니까?”
‘고맙게도 내가 할 말을 대신해서 해 주는군.’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꼭 그렇지는 않지만, 하여튼 비슷한 이유로 해서 내가 좀 혼란스럽소.”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앞으로 다시는 그 정신 수련법을 공부하지 마십시오. 혼란스러울 정도라 다행이지 큰일이 날 뻔했습니다.”
쿠퍼는 내 말을 믿는 것 같았다.
“뭐, 하루가 다르게 정신이 맑아지고, 또한 기분도 좋아지고 있으니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오.”
내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러한 이유가 있었기에 내가 빅토리아에게 설령 실수를 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나의 본의가 아니었다, 이런 말이오. 이해해 주겠지요?”
“이르다 뿐이겠습니까. 제가 크게 오해를 하여 죄송할 따름입니다.”
쿠퍼가 반쯤 허리를 숙이며 용서를 구했다.
“이런, 이런. 그렇게 하지 마시오. 하여튼 나와 빅토리아와의 관계는 경이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오. 우리끼리 알아서 잘 해결할 테니까.”
무책임한 발언이었지만 정확하게 빅토리아와 내가 어떤 사이인지 어떻게 해서 그녀와 내가 약혼이라는 엄청난 사건을 치렀는지 몰랐기에 대충 그렇게 얼버무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렇게 하십시오. 하긴 두 분의 관계는 공작 각하께서 이미 정해 놓지 않았습니까.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성혼을 하실 터이고……. 하하 제가 괜한 걱정을 하였군요. 반말이 뭐가 대수겠습니까?”
‘흥! 싸울 듯이 따질 때는 언제고, 지금에 와서는 분위기가 좋다고 판단했다 이거지?’
속으로는 혀를 찼지만 겉으로는 웃어 주었다.
“요즘 들어 빅토리아 아가씨의 얼굴에 부쩍 화색이 돌더니 반말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었습니다그려. 하하.”
쿠퍼가 즐거운 상상을 하는지 가득 미소를 지으며 껄껄 웃었다.
“그런가요? 하하. 좋게 생각해 주니 나도 기분이 좋습니다.”
같이 웃고는 있지만 내 귀에는 쿠퍼의 말이 일종의 협박성 발언처럼 들렸기 때문에 마음은 편치 않았다.
‘제길, 빅토리아에게 우리의 관계에 대해서 넌지시 물어봐야겠다. 이렇게 요상한 관계일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말이야. 앞으로 그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지? 난제야, 난제.’
몸은 비록 어리지만 50이 다 되어 가는 정신 연령으로 고작 16세의 소녀와 그렇고 그렇게 한다?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비밀은 지켜 줄 수 있겠지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일시적인 기억 상실? 그게 무슨 소리죠? 저는 들은 적 없습니다.”
쿠퍼의 능구렁이 흉내에 내가 웃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왜 그렇게 바쁘지요?”
“글쎄요. 워낙 중요한 자리에 계시는 분이신지라…… 저 같은 식객이 그분의 움직임을 어찌 알겠습니까.”
‘구스타프 칸트. 언젠가는 만나야 할 사람이다. 그와의 만남이 기대가 되는군.’
그다음부터 이런저런 얘기, 그러니까 평범한 얘기만 주로 나누었다. 내가 정신이 혼미한 상태라는 것을 강조하자 쿠퍼도 더 이상 마법의 원리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잘난 척도 하지 않았다.
사실, 쿠퍼가 가지고 있는 마법 이론과 마법 수학, 고차원 방정식 등에 대해서 궁금하기도 하였지만 지금의 나는 마법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마법은 나중이고 무공이 먼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