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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무적 오마르 1권(15화)
제5장 구스타프와 대면하다(4)
스팟!
빠갸갹! 빠강!
칼이 뒤로 튕겨 나가고 내 허리가 꺾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우위를 점할 수 없었다.
나는 다섯 발자국 물러났지만 제임스는 고작 반 보를 주춤했을 뿐이었다.
내가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이마를 좁혔다.
‘이것이 아냐. 이래서는 실력이 늘지 않아. 긴박감이 없어. 더 격렬하게 싸워야 해.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정도로. 그래야 내가 강해진다. 그렇다면…….’
각오를 다지며 다시 덤벼들었다.
차창!
제임스의 검이 내 칼을 튕겨 냈고 나의 허리가 또 꺾였다.
그 순간 황급히 오른쪽으로 몸을 돌리며 칼을 휘둘렀다.
제임스가 여유롭게 검을 후려쳤다.
조금 전과 동일하게 내 칼을 막으려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노렸던 것이고, 녀석의 실수가 시작되는 시점이기도 했다.
발바닥 용천혈에 모은 내가진기를 급속도로 회전시키며 땅을 박찼다. 발밑에서 회오리가 몰아치며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표홀이라는 말이 있지. 바람처럼 돌연하다는 뜻이야.”
말을 하는 내 몸은 마치 얼음에서 미끄러지듯 쭉 옆으로 밀려났다.
“이것의 묘용은 내가 알고 있는 신풍술(경공술)의 어떤 구절에서 나온 말인데, 몸이 바람 같으면 검이 아무리 빨라도 찌르지 못하게 된다, 이 말씀이야. 알겠어?”
땅! 하는 소리와 함께 제임스의 검이 아래로 튕겼다.
“더구나.”
내 몸이 옆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제임스의 검은 나의 왼쪽 공간에 위치하고 있었다. 검과 나와의 거리는 거의 1미터 정도. 아래로 튕겨진 검은 막 땅바닥에 닿기 직전이었다.
그 검을 향해 번개처럼 손을 내뻗었다.
“타이치의 마나 사출을 이런 식으로 하면!”
손끝에 어린 질풍이 섬뜩하게 울부짖으며 공기를 갈아엎었다.
따땅!
제임스의 손을 떠난 검이 땅바닥에 꽂혀 부르르 떨었다.
“으…….”
검을 놓친 제임스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럴 만도 할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엄청난 힘이 그의 팔목을 타고 올라갔을 터이다. 아마 지금쯤 제임스의 어깨는 독사에게 물린 것처럼 마비되어 있을 것이다.
‘흐흐. 이것이야말로 상대방으로 하여금 옴짝달싹도 못하게 만드는 건곤무상공의 묘용이다. 건곤무상공이 몸속으로 파고들면 온몸의 진원지기는 쭉 빠져 버리지.’
예상대로 제임스는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몸을 떨고 있었다.
“지금처럼 너는 나에게 목을 베일 수밖에 없는 것이야.”
내 칼은 어느새 제임스의 목에 닿아 있었다.
“이,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어, 어떻게 저의 검을 쳐 낼 수 있는 것이죠?”
칼등으로 제임스의 목을 툭툭 건드렸다.
“바보 자식아, 내가 말했잖아. 봐주면 안 된다고. 너는 나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 만만하게 본 것이지. 강호의 옛말에 실력의 3푼은 항상 숨기라는 말이 있다. 너는 그 3푼 때문에 이 꼴이 된 것이다. 알겠느냐? 설마 이런 수법이 있을지는 꿈에도 몰랐지?”
창피한지 제임스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처음부터 나를 반드시 베어야 할 적으로 생각했더라면 이런 꼴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네 머릿속에 내가 어려운 상전으로 계속해서 남아 있다면 앞으로의 대결과 실전 훈련은 무의미해.”
제임스가 떠듬거리며 물었다.
“아, 아까 그 수법은 뭐였죠? 칸트 수련법에는 그런 몸놀림은 없잖습니까. 표홀이라는 말은 또 뭡니까? 강호는 또 무슨 말입니까?”
“그런 게 있다. 이전부터 쭉 내가 연구하던 것.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단어. 말해 줘도 너는 몰라.”
제임스는 멍한 표정을 거두지 않았다.
“부, 분명히 제가 이기고 있었습니다. 그, 그런데 일순간에 이렇게 되었어요. 저는 도대체 어떻게 해서 제 목에 공자님의 칼이 놓여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치 귀신에 홀린 것 같습니다.”
“그런 표정 짓지 마. 다 네가 자초한 것이니까. 내가 지옥훈련이라고 말했지? 포션을 넉넉하게 준비해 두었으니 부상 따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 말이다. 그런데 너는 나와 노는 것처럼 대련에 임했어. 방심뿐만 아니라 완전히 나를 무시하고 있었던 거야.”
“그, 그것은.”
“이런 식의 훈련이라면 의미가 없다. 내가 원한 것은 이런 식이 아니란 말이닷! 알겠어?”
말하던 도중에 발을 들어 제임스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컥.”
제임스가 폐 끝에서 터져 나오는 신음을 토하며 비틀거렸다.
“비, 비거……파게…….”
제임스가 잔뜩 인상을 그렸다. 배 속의 소화물을 토하듯이 한참을 컥컥거리더니 분노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그, 그 상태에서도 공격을 하는 것입니까? 공자님이 이겼잖아요. 신사적이지 못합니다. 비겁한 행동이었습니다.”
“나를 좀 가르쳤다고 나보다 강하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졌지? 고로 너는 바보다. 멍청한 놈이라는 말이야.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비겁함을 따지지.”
냉소를 지으며 제임스를 나무랐다.
“흥! 싸울 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겨야 해. 무조건 이겨야 해. 진 놈이 뭐라 씨부렁거리는 것은 죄다 변명이야, 변명. 알겠어?”
제임스가 이를 악물고 나를 노려봤다.
“자, 자꾸 그렇게 비웃으면 지, 진짜로 할 겁니다. 봐주지 않을 것입니다. 알겠습니까?”
“멍청한 녀석,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청색은 남색에서 나왔지만 남색보다 진하다는 말을 몰라? 나는 너를 넘어선 지 이미 오래다. 너 같은 놈이 어쩌다 시스크 제일의 청년 기사가 되었는지 모르겠구나.”
“이이익!”
제임스가 새파래진 얼굴을 했다.
“어때? 창피해서 화가 나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면 다시 할래?”
“좋습니다.”
제임스가 나를 향해 성난 황소처럼 돌진했다.
그가 휘두르는 검은 마치 사자의 발톱처럼 날카로웠다.
처음과 달랐다. 내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로 그 기세가 판이했다.
“이제 좀 정신을 차렸구나.”
콰쾅!
검과 칼이 격돌하면서 폭탄 터지는 소리가 났다.
포스에서 밀린 내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이번에는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두 눈에 핏발을 세운 제임스가 살쾡이같이 덮쳤다.
“하이얍!”
제임스는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고함을 내지르며 공격했다. 검에서 뿌려지는 하얀빛이 꿈틀거리는 뱀 같았다.
자연히 내 눈에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검신발양. 이른바 빛의 검이군. 흐흐. 요 녀석은 꼭 도발을 해야 제 실력을 드러낸단 말이야.’
하얀빛이 내 몸을 휘감자 온몸이 찢어질 듯 통증을 느꼈다. 검이 찌르지도 않았는데 살이 쩍쩍 갈라지는 것이다.
갈라진 피부에서 선홍의 피가 물처럼 흘렀다.
“으하하하핫!”
피를 보자 온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심장이 징처럼 쿵쾅거리고, 전신의 근육은 들판을 달리는 야생마처럼 수축과 이완을 거듭했다.
두 눈에서는 정열과 투기가 화산의 용암처럼 치솟았다.
너무나 통쾌해서 껄껄 소리 내어 웃었다.
“하핫! 이것이다! 내가 바랐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어! 이런 식의 격전을 바랐던 것이다.”
불타는 투기를 참지 못한 나는 사방을 휘감는 빛을 향해 뛰어들어 칼을 휘둘렀다.
뺘갸갸갸갹.
날카로운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귀를 따갑게 만들었다.
따땅! 땅!
좌, 우 연이어 칼을 휘둘러 몸을 파고드는 하얀빛을 막았다. 불똥이 튀고 팔의 근육이 활시위처럼 늘어났다. 어깨와 팔뚝이 부서질 듯 아팠다. 그러나 기분은 좋았다. 통증 뒤에 찾아오는 시원한 쾌감 때문이다. 칸트 마나 수련법의 코어는 이와 같은 극심한 충격에서 더 빛을 발하고 있었다.
투타탕! 투땅!
빠갸갸갸갹!
순식간에 십여 합이 지났다.
삭신은 산산이 부서질 듯 저렸지만 내 심장은 용광로처럼 달아올랐다.
“좋았어! 좋다고! 이런 식이 되어야 해!”
내가 비웃는다 생각했는지 제임스가 전력을 다해 공격하기 시작했다.
쑤우우우…….
분노한 제임스의 검은 그 위력을 더해 갔고, 심지어 살기마저 내비치고 있었다.
쾅! 콰쾅!
폭발음과 함께 코피가 터졌다. 미약하지만 내상을 입은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개의치 않았다. 내 칼과 제임스의 검이 부딪칠 때마다 온몸의 내공이 소금처럼 녹는 것 같았지만 위기야말로 나의 동지가 아닌가.
쾅!
다시 십여 합이 더 지나자 물속에 빠진 듯 땀으로 흠뻑 젖고 말았다.
푸우…… 후우…….
코와 입으로 거친 숨이 들락거리고, 몸에서는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제임스의 검은 고작 1미터. 그러나 검에서 뿌려지는 하얀빛은 나의 사방을 장악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다가오는 하얀빛을 쳐 냈지만 제임스의 검에서 뿌려지는 빛은 거칠 줄을 몰랐다.
시간이 지나자 빛의 강도와 개수는 오히려 늘어만 갔다.
싹 하는 소리와 함께 왼쪽 어깨에서 피가 솟구쳤다.
워낙 빨리 날아오는 검이라 노리는 부위를 짐작했건만 막아 내지 못한 것이다. 다시 검이 창처럼 찔러 왔다.
허리를 급격하게 뒤로 숙였다.
검이 아슬아슬하게 가슴 부위를 찢고 코끝을 스쳤다.
이미 정신이 나갔는지 충혈된 눈을 한 제임스는 괴성을 지르며 검을 휘둘렀다. 그의 검이 수십 개로 변해 허공에 난무했다.
이를 악물고 검을 막았다.
땅! 따땅! 콰아앙!
나는 내가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건곤무상공을 일으키지 않고 싸우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아까의 경우를 본다면 건곤무상공으로 최소한 평수는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재미없다. 그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좀 더 격렬한 대결을 원했고 치명적 부상도 감수할 생각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래야 야수적 감각을 키울 수 있고, 그래야 내 몸이 자극 받을 것이니까.
술과 마약으로 찌든 내 몸은 잠에서 깨야 했다.
‘흐흐. 위기와 두려움은 나의 동지다. 나는 생사지간에서 강해졌고, 그것을 통해 나임을 느낄 수 있다. 나는 곽비다. 오마르의 육체를 가진 곽비다.’
땅 하는 소리가 날 때마다 팔이 떨렸고, 따땅 하는 연속음이 들릴 때는 허리가 부러질 듯이 휘어졌다.
콰아앙 하는 폭발음에는 결국 칼의 이빨이 나갔으며 쥐고 있던 칼은 부러질 듯이 진동했다.
제임스의 손길은 점점 빨라졌고 나의 몸은 시간이 갈수록 붉게 물들어 갔다.
이대로는 조만간 극심한 부상을 입고 말 것 같았다.
따땅. 콰앙!
연이은 폭발음과 함께 상의가 찢어졌다.
제임스의 검이 곧 물러가는 것 같더니 연이어 날아왔다.
땅! 따당……!
4개까지는 막았지만 결국은 역부족이었다.
옆구리가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고 결국 한 움큼의 살이 날아가고 말았다.
“크음.”
허리를 부여잡고 비틀거렸다.
“고, 공자님!”
내가 비명을 지르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제임스가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다.
“괘, 괜찮으십니까?”
파랗게 물든 얼굴로 제임스가 다가왔다. 다가오는 그는 검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제, 제가 미쳤나 봅니다. 대련에 너무 몰입하다 보니, 그만 정신을 놓았습니다. 주, 죽을죄를 졌습니다, 공자님.”
제임스는 금방이라도 주먹만 한 눈물을 뚝뚝 흘릴 듯 울상을 짓고 있었다.
“바보 자식, 그렇게 말했는데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전장에서 무슨 동정심을 가진단 말이냐.”
그 순간 나의 칼등이 제임스의 어깨를 때렸다.
빠각!
“크으.”
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제임스가 무릎을 꿇었다.
빠르게 접근해 칼로 그의 어깨를 눌렀다. 강한 충격 탓에 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제임스의 무릎을 짓이기듯이 밟으며 내가 말했다.
“어떠냐? 또 졌지?”
내 얼굴에서 잔인한 미소가 그칠 줄 몰랐다.
내 몸의 상처에 놀랐는지, 아니면 작심을 했건만 또 패해서 놀랐는지, 그것도 아니면 나의 잔혹한 몰골과 징그러운 미소, 여우처럼 교활하고 독사처럼 악랄한 심보에 놀랐는지도 모른다.
제임스는 격렬하게 눈동자를 흔들며 신음만 뱉을 뿐이었다.
“으으.”
“황당한가? 온몸에 피 칠을 한 상태에서도, 옆구리가 잘려 나가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이 비틀거리면서도 이런 공격을 가할 줄은 몰랐지?”
칼로 그의 어깨를 쿡쿡 찌르며 충고했다.
“내가 실전 훈련을 하기 직전에 말했잖아. 실전에선 자비란 없다. 전장의 자비란 인간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고, 약한 마음의 인간은 전쟁터에서 쉽게 죽는다, 이렇게 말이야.”
칼이 어깨 살을 찌르자 흘러나온 피로 인해 제임스의 재킷 상의가 붉게 물들어 갔다.
칼을 놀려 재킷의 어깨 부위를 도려내고 상처를 내었다.
제법 깊어서 빠른 시간 내에 포션으로 치료를 하지 않는다면 흉터로 남을 것이다.
“이 상처는 너의 훈장이다, 치욕의 훈장. 흐흐. 정신을 차릴 때까지 달고 다니도록 해라.”
멍한 표정의 제임스가 고개를 숙였다.
“봐라. 네가 내 몸을 이렇게 만들었다. 네 검에서 나온 빛이 나를 피투성이로 만든 것이다. 또한 너의 검이 내 옆구리를 잘랐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너의 목줄을 쥐고 있다. 너는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
“…….”
제임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직도 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 보였고, 고개를 들지 않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부끄러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바로 독심이다. 독심은 사람을 강하게 만들어 준다. 꼭 무위가 높다고 강한 것이 아니란 말이다. 독한 마음을 가진다면 하수라도 자기보다 강한 멍청한 촌놈을 벨 수 있는 것이다.”
“도, 독심…….”
제임스가 비로소 고개를 들었다.
“그렇다, 독심. 잊지 마라.”
“그……렇군요.”
“피를 흘렸고 훈장을 달았다. 덕분에 너는 하나를 배웠다. 중요한 교훈이지. 죽을 때까지 꼭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알겠느냐?”
“며, 명심하겠습니다.”
“너는 사람을 베어 본 적이 있느냐?”
제임스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표정과 눈은 마치 ‘그럼 공자님이 언제 사람을 베어 본 적이 있습니까?’ 하고 묻는 것 같았다.
“아……직은 없습니다.”
“그랬군. 그랬으니 격전 중에 검을 거두며 잘난 척을 한 것이었어.”
품속에서 포션을 꺼내 내 옆구리에 발랐다. 온몸에도 발랐다.
철철 피가 흘러내렸는데 포션을 바르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피가 멎었다. 하지만 이미 흘린 피로 인해 내 몸은 혈인이나 마찬가지였다.
몸도 나른했고 약간의 현기증마저 일어났다.
“너도 포션 좀 줄까?”
“아, 아닙니다. 참을 만합니다.”
내가 발을 치우자 제임스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그래? 뼈다귀가 나보다 튼튼하니까 거짓은 아닐 거야. 참겠다고 하니, 그 용기를 내 믿어 주지. 다음을 위해 포션을 아끼겠다.”
포션을 품속에 넣고 자세를 잡았다.
“다시 시작하자. 이제부터는 봐주면 안 된다. 나도 절대 봐주지 않을 테니까.”
제임스가 질린 표정으로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또 하자고요? 지독하시군요.”
“왜? 싫으냐?”
“리더가 되려면 결단력과 독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좀 무섭기는 하지만 공자님이 가르쳐 주신 독심이 그리 싫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됐군.”
잠시 우리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뭘 그렇게 멀뚱하게 쳐다보는 것이야. 방심하고 있으면 또 먼저 공격한다?”
내가 덤빌 듯 시위를 하자 화들짝 놀란 제임스가 얼른 뒤쪽으로 몸을 피했다.
“흐흐흐.”
그 모습을 보며 내가 냉소를 날렸다.
‘이 녀석은 더 많은 피를 흘려야 정신을 차릴 것이다. 아직까지 멀었어. 쯔쯧. 이거 내가 훈련을 받는 게 아니고 도리어 훈련을 시켜 주고 있잖아.’
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제임스 같은 실전 비무 상대를 어디서 또 구할 수 있을까.
‘조만간 몬스터를 사냥해야겠어. 그것이야말로 진짜 실전이 될 것이다.’
구스타프와 다시 만나기로 한 날짜에서 십 일을 앞두고 있었던 날에 벌어졌던 일이었다.
그날의 훈련은 내가 생각해도 지독했다.
그날 밤, 우리 두 사람은 피에 절은 채 생사박투를 벌였고 실전 훈련은 밤이 새도록 지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