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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무적 오마르 1권(19화)
제6장 홉 고블린을 죽이다(4)


타탁……!
주술 홉 고블린의 창이 플레임 콘토스에 튕겨 나갔다. 놈이 잠시 휘청이는 순간 [용맹의 발자국]이 발휘되었다.
먹이를 향해 점프하는 치타처럼 내 몸이 쏘아져 나갔고 마나 포스를 잔뜩 실은 나의 발이 앞으로 날았다.
퍼억.
주술 홉 고블린이 가슴에 두른 나무 실드(Shield, 호신판)가 으깨졌다. 놈은 가슴에 선명한 발자국을 도장처럼 찍은 채 뒤로 굴렀다.
치명상을 입었는지, 아니면 꾀를 부려 잠시 도망을 치려는 것인지 몰랐지만 그 녀석을 쫓지는 않았다.
나에게 처음으로 죽음의 공포를 안겨 준 놈.
활을 든 고블린을 죽여야 했다.
그런 놈을 두 눈 뻔히 뜨고 도망가게 만들 수는 없었다. 놈은 주술 홉 고블린보다 더 위험했다.
극심한 상처를 입은 탓에 녀석은 전의를 상실하고 있었다.
좀 무리를 해서라도 이놈을 잡으면 주술 홉 고블린도 쉽게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판단은 번개처럼 빨랐다.
파앗!
반 토막이 난 칼을 도망치는 녀석의 등에 대고 후려쳤다.
고블린이 황급히 허리를 틀었다. 간발의 차이로 녀석의 등짝에 피 고랑이 파였다. 조금만 빨랐으면, 칼이 온전했다면 세로로 쪼개 버릴 수 있었을 텐데 아쉽기 그지없었다.
크허허헉!
활을 든 홉 고블린이 경기를 일으키며 바닥을 뒹굴었다.
재차 달려들려는데 섬뜩한 한기가 몰려왔다. 주술 고블린과 전사 고블린이 합세하여 나를 덮친 것이다.
칼로 창부터 먼저 막았다.
깡!
쇳소리가 들리며 창이 튕겨져 나갔다. 그 순간 몸을 틀어 옆으로 덤비는 고블린 전사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고블린이 피를 토하며 장작처럼 날아가 땅바닥에 처박혔다.
주술 고블린이 반쯤 부러진 창으로 나를 다시 찔렀다. 칼을 들어 위로 쳐올렸다.
까깡!
칼과 창이 부딪치자 폭발하는 소리가 나며 창이 부러져 나갔다. 주술 고블린이 비틀거리며 물러서다 바닥에 주저앉았다.
우웨에에엑!
허리를 구부린 주술 홉 고블린이 꾸역꾸역 피를 토했다.
녀석의 부상을 무시하며 매서운 눈으로 사방을 살폈다.
“저쪽입니다, 공자님.”
지켜보고 있던 제임스가 한 손으로 덤불숲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덤불이 흔들리고, 그 사이로 주홍색이 어른거리는 것이 보였다.
“도망치려고? 어림도 없다.”
[용맹의 발자국]으로 땅을 박찼다.
화들짝 놀라 옆으로 피하는 고블린 한 마리의 어깨를 밟고 몸을 더 높이 차올렸다.
꽈직.
고블린의 어깨가 박살나며 내 몸이 대포알처럼 3미터까지 솟아올랐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피투성이의 홉 고블린이 어깨에 피를 철철 흘리며 도망치는 것이 보였다.
“추혼…….”
허공에서 상체를 활처럼 뒤로 젖혔다.
“마도!”
쇄에에에……엑!
내 손을 떠난 부러진 칼이 창처럼 날아가 녀석의 등에 박혔다.
케에엑!
등이 꿰뚫린 홉 고블린이 슬로 모션처럼 몸을 돌렸다. 녀석의 붉은 눈동자에 빛이 꺼지고 있었다. 붉은 눈깔을 힘없이 껌벅이더니 우웩 하며 피를 쏟았다. 녀석이 천천히 옆으로 쓰러졌다.
동시에 내 몸도 돌처럼 떨어졌다.
쿵.
몸을 웅크린 채 떨어지자 땅바닥이 진동을 하며 먼지가 피어올랐다.
추혼마도를 펼치느라 전력을 일순간 쏟아 내었기에 잠시 어지러웠다. 비틀하는데 한 녀석이 달려드는 것이 보였다.
기절의 주먹으로 덤벼드는 고블린을 쳤다.
퍽!
고블린의 턱이 두부처럼 부서져 나갔다. 얼른 녀석이 떨어뜨린 몸뚱이를 주웠다.
사색이 된 주술 홉 고블린이 나를 쳐다보며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흐흐.”
몽둥이를 칼처럼 빙빙 돌리며 그쪽으로 다가갔다.
“칼만. 카히라. 칼만!”
주술 홉 고블린이 처절한 목소리로 괴성을 지르자 놀란 파리 떼같이 흩어지려던 고블린들이 몸을 세운 채 주춤거렸다.
고블린들이 전의를 상실한 채 겁먹은 표정을 하자 주술 홉 고블린이 무척 화가 났는지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칼만. 카히라. 칼만! 칼만!”
주술 홉 고블린이 버럭 소리쳤다.
목소리에 주술이 담겨 있는 모양이다. 한차례 몸을 부르르 떨던 고블린들이 미친놈처럼 눈깔을 번득이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조금 전과는 달리 그놈들의 얼굴에는 겁이 사라져 있었다.
“크르르르……. 카히라. 칼만! 카히라!”
고블린들의 사기를 북돋울 요량이었는지 홉 고블린이 다시 괴성을 질렀다.
고블린 전사들이 몽둥이를 휘두르며 나에게 덤볐다.
“지독한 심보를 가졌군. 제 부하들을 모조리 다 죽이려고 작정을 했구나. 그러면서 제 놈은 도망가겠다, 이 말씀인가?”
혀를 끌끌 차며 덤비는 고블린들을 마주했다.
빠갸갹!
빠빡!
덤벼드는 고블린들의 머리통을 수박 깨부수듯 후려쳤고, 도망치는 녀석들의 몸통을 허수아비 차듯 밟으며 주술 홉 고블린을 뒤쫓았다.
하지만 길을 막는 녀석들의 수는 많았다. 또한 추혼마도로 상당량의 내공을 소실한 탓에 녀석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졌다. 화가 난 나는 눈앞에 보이는 고블린들을 무차별로 학살하기 시작했다.
꾸에에에엑! 꾸웩…….
홉 고블린에 너무 집중을 했는지라 다른 놈들의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몽둥이 4개가 등과 허벅지, 옆구리를 사정없이 강타했다.
극심한 충격에 다리가 꼬였다.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몽둥이에 맞아 휘청거리자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 고블린들이 동시에 덤벼들었다.
“공자님!”
놀란 제임스가 내 쪽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이 정도에? 어림없다. 고블린 따위에 쓰러질 내가 아니다.’
몽둥이를 가슴 쪽으로 끌어당긴 다음 몸을 낮추었다. 방망이 하나가 머리 옆을 스쳐 지나가며 귀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몸을 틀며 허리를 숙였다. 몽둥이 하나가 등 위로 날카로운 파공성을 내며 지나갔다.
몸을 빙글 돌리니 두 개의 방망이가 코앞이었다.
그 순간 [용맹의 발자국]이 위력을 발휘했다. 발바닥이 수번 연달아 땅을 밟자 내 몸은 흔들리는 오뚝이처럼 갸우뚱하더니 순간적으로 그들 사이를 빠져나갔다.
“절묘한 타이밍으로 펼쳐진 멋들어진 수법입니다.”
고블린을 베며 제임스가 감탄성을 연발했다.
“야 이놈아,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네 주위의 고블린이나 잡아. 그러다 나중에 포션 달라고 울상 짓지 마란 말이야.”
꾸에엑.
고함을 치는데 몽둥이가 코앞까지 날아왔다.
너무 급작스러워 들고 있던 몽둥이로 막을 수 없었다. 한 손을 치켜들어 놈의 방망이를 막았다.
쿵.
시큰하고 짜릿한 무게감이 팔을 타고 전해졌다. 전율은 어깨를 지나 심장까지 찌르르 울렸다.
그러나 얼얼한 이 느낌은 반갑기만 했다.
그 자리에서 몸을 돌리며 팔꿈치로 놈의 옆구리를 찍었다.
크헤헥 하는 비명을 지르며 놈의 허리가 90도로 꺾였다. 허리를 펴며 몽둥이를 잡은 손에 마나 포스를 집중시켰다.
“타앗.”
손바닥을 통해 전달되어진 마나 포스가 몽둥이에 집중되어 하얗게 반짝거렸다. 이른바 빛의 몽동이다. 그 몽둥이로 놈의 등을 강하게 후려쳤다.
우두둑.
놈이 대가리를 하늘로 향한 채 비틀거렸다.
허리가 부서졌으니 가만히 두어도 죽을 것이다. 비틀거리는 놈의 몸을 발판으로 삼아 박차며 앞으로 몸을 날렸다. 지렛대 역할을 한 고블린은 뱅그르르 굴러가다 땅바닥에 처박혔다.
빛의 몽둥이는 용맹무쌍한 기세로 고블린을 향해 쓸어 갔다.
우두둑거리는 소리와 뼈마디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며 고블린 한 마리가 허공으로 튕겨져 나갔다.
피하려고 주춤거리던 나머지 놈들도 방망이를 피하지 못했다. 모두 가슴이 빠개지고 머리가 으깨졌다.
피가 분수처럼 튀고 꽤애액 거리는 비명이 끊이질 않았다.
서너 차례의 드잡이가 끝나자 서 있는 고블린들은 한 마리도 없었다.
몽둥이를 버리며 손을 탈탈 털었다.
“청소 끝.”
제임스도 가쁜 숨을 뱉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아쉽게도 주술 홉 고블린은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활을 든 홉 고블린을 죽였으니 다음에 다시 올 때는 녀석의 목을 쉽게 딸 수 있을 것이다. 숲에 숨어 있던 암놈 고블린과 새끼 고블린들도 모조리 도망갔는지 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여기 고블린 마을은 어떻게 할까요?”
제임스가 물었다.
“어떡하기는 다 태워 버려야지. 그대로 두면 도망쳤던 고블린들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거잖아. 그러니까 흔적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태워 버려야 해.”
“그래도 또 올 것입니다. 여기는 녀석들의 본거지니까요. 고향이나 마찬가집니다.”
“놈들이 다시 돌아온다 해도 한동안 고생을 좀 하게 해 줘야지 않겠어?”
전신 중 성한 곳이 없었다. 나도 모르게 몽둥이에 맞은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알게 모르게 날아온 화살에 맞아 십여 군데에 피 구멍도 나 있었다. 온몸이 송곳에 푹푹 찔린 듯 욱신거렸고 격렬한 마나의 소모로 인해 자리에 주저앉고만 싶었다.
“알겠습니다.”
불을 피우려 부싯돌을 꺼내는 제임스에게 포션을 내밀었다.
“이것 마셔.”
좀 아까웠지만 까딱 잘못해서 도망친 놈들이 생생한 동료 고블린들을 몰고 온다면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니 시간이 날 때 포션을 이용해서 체력을 회복해 놓는 것이 좋았다.
나도 포션을 병째 들이켰다.
온몸에 묻어 있는 녹색의 피를 털고, 이마로 흐르는 땀을 소매로 닦았다.
고블린 산과 숲에서 고블린 사냥을 하면서 나는 점점 강해지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칸트 수련법도 익숙하게 만들 수 있었고, 내가 만든 체술과 도법, 보법 등도 보다 완벽하게 발전시킬 수 있었다.
건곤무상공으로 주술을 깰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빛의 오러가 어디를 노리며 어디로 향하는지 간파하는 방법도 터득했다.
하지만 오늘은 지금까지의 실전 훈련 중에서 가장 위험했고, 가장 긴박했다. 진짜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나에게 소중한 경험이었다.
성과가 큰 하루였다.
“위기는 역시 나의 동지다.”
위기를 겪고 그것을 이겨 내자 불 같은 자신감이 일어났다.

제7장 구스타프와 거래를 하다(1)

6개월이 지났다.
금족령 기간이 끝난 것이다.
“드디어 때가 왔다.”
오늘이 오기를 그 얼마나 기다렸던가. 오늘을 기다리며 그 얼마나 고련을 했던가. 그동안 잡은 고블린만 하더라도 족히 수백 마리는 될 것이며, 그동안 본 책만 하더라도 두어 수레는 될 것이다.
잠조차 잊을 정도였다.
곽거의 곽비였을 때보다 더한 노력을 했던 것이다.
나는 구스타프가 6번째 찾아왔을 때 그동안 참고 참았던 말을 그에게 했다.
“그러니까 네가 나를 이겼을 때 너의 마나 수련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냐?”
나의 대련 제의에 구스타프가 비수 같은 눈빛으로 그렇게 물었다.
“약속했던 6개월이 지났습니다. 마법도 마나 수련도 기초는 넘어선 것입니다. 이제 선택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 달 전이었다면 구스타프의 가슴을 후벼 파는 예리한 안광에 맨살이 베어지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건곤무상공이 3성의 경지를 넘어선 지금 상급 익스퍼트의 눈빛에 흔들릴 내가 아니었다.
운기조식을 할 때마다 불어나는 내공도 장마철의 양자강 같아서 그동안의 고련으로 얻은 야수적 감각과 더불어 20대 초반의 곽비 같은 자신감으로 구스타프를 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법은 어떠냐?”
“주먹만 한 파이어 볼을 최대 4미터까지 날릴 수 있습니다. 2서클 비기너의 경지죠. 쿠퍼 경은 과거의 마력을 되찾았을 뿐만 아니라 넘어섰다고 했습니다.”
“흠.”
구스타프가 침중한 숨소리를 뱉었다.
“네가 자신만만해 하는 것은 좋다. 사내자식이 남자다워지는 것을 싫어할 아비가 어디 있겠느냐.”
나의 대련 제의가 그에게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진 것 같았다. 구스타프의 목소리가 얼음 굴의 냉풍 같이 차가웠다.
“일전에는 고블린 마을에서 홉 고블린도 잡았다고 들었다. 비록 새끼였지만 페러라이즈(마비) 주술까지 쓰는 놈이었다고?”
과거였다면 스승과 무림맹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나의 능력을 부풀리려 했을 것이다. 뻐기려 했을 터이다.
하지만 지금은, 부풀리기는커녕 본신의 내 능력 그대로 알려지는 것도 좋지 않았다.
천살문의 개파나 다크 마스터, 그림자 용병왕 등에 대한 욕심 때문에 구스타프와 척(隻)을 질 상황이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흉중을 짐작키 어려운 구스타프 앞에서는 3푼이 아니라 3할을 숨겨도 모자랄 성싶었다.
능력이든 욕심이든 모든 것은 서서히 드러내야 했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차츰 나를 인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의심 없이 구스타프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대련은 그것의 일환임과 동시에 나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는 절차였다.
이미 내 편이 된 제임스는 내가 시키는 대로 말했고, 나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않았다. 단단한 지퍼를 입에 채운 상태인 것이다.
“그렇습니다. 제임스가 고생을 많이 했지요. 마을을 불태운 다음 우리는 즉시 피했습니다.”
활을 든 홉 고블린을 죽인 며칠 후, 불태웠던 고블린 마을에 다시 가 보았다. 주술 홉 고블린을 마저 죽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놈을 볼 수 없었다. 고블린 마을에는 떠돌이로 짐작되는 몇 마리의 암놈 고블린과 새끼 말고는 없었다. 주술 홉 고블린은 물론이고 청, 장년 고블린도 없었다.
아마도 무리의 보스인 주술 홉 고블린이 그들을 이끌고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한 모양이었다.
내가 나타나자 암놈과 새끼 고블린들은 놀란 까마귀 떼처럼 도망 다니며 괴성을 질러 댔다. 그래서 암놈 몇 마리만 베고 그냥 돌아오고 만 것이다.
“네 성취는 뜻밖이긴 하다.”
말을 하다 구스타프가 피식 쓴웃음을 지었다.
“하긴 네놈은 칸트의 피를 이은 놈이 아니냐. 감히 나에게 도전할 생각까지 가진 것을 보니 6개월 동안 죽자사자 마나 수련만 했겠구나.”
“그렇다고 마법에 대한 공부를 등한시 한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쿠퍼 경에게 확인해 보면 알 것입니다.”
구스타프가 손가락으로 탁자를 탁탁 쳤다. 규칙적인 작은 소리였다. 그것은 어떤 결단을 앞두고 있을 때 그가 하는 행동이었다.
“쿠퍼 경에게도 들었다. 너의 수학적 지식이 놀랍다고 하더군. 평면 기하학은 물론이고 입체기하학과 정다면체, 심지어 포물선구적(抛物線求積)에도 자질을 보인다고?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시스크에서 20대의 텔레포트 마법사가 나타날 것이라 하더구나. 너에 대한 칭찬이 여간 아니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하마터면 크게 기침을 할 뻔했다.
숨이 탁 막힌 것이다.
‘내가 텔레포트 마법사가 될 것이라고? 그것도 20대의 나이에 5서클의 워 메이지? 나의 수학적 지식이 놀랍다고?’
말짱 뻥이다.
과거의 나는 산학만 대하면 혀를 내둘렀다. 재능도 없었고 좋아하지도 않았다. 지긋지긋한 것이 산학이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산학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구장산술을 공부하면서 산학박사들에게 얼마나 눈총을 받았던가.
몇 년 동안 노력해서 근근이 구장산술을 뗀 다음부턴 수학의 ‘수(數)’ 자만 봐도 경기를 일으켰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산학 정도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지만 산학박사들의 그 말을 그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도 크게 와 닿지 않는다.
다만 수학을 모르면 고위급 마법을 펼치기 어렵다기에 억지로 공부를 한 것이다.
그것에는 빅토리아의 채근도 한몫했다.
원과 타원, 포물선 등을 만들어 내는 다차원 방정식에 대한 공부는 최적화되어 있는 난해한 마법 공식을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단다. 최적화된 마법 공식을 암산으로 즉각 만들고 계산할 수 있어야 목표물을 추적하는 탐지기처럼 상대방을 격추(擊追)시킨다나 뭐라나…….
그렇게 말하는데 내가 어떡하겠는가.
다른 도리가 없어서 골을 싸매고 공부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칭찬을 받을 정도는 아니고 그저 알고 있는 정도랄까?
그런데도 쿠퍼 경이 허풍을 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