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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4. 마법(2)


1. 바우어(Boh):방어와 보호 계통의 마법사.
2. 스피리티섬(spritzm):자신을 도울 물체나 생물체 소환. 즉, 강신술(降神術)이나 심령술 전문의 마법사.
3. 디바이너(Divinr):점술이나 탐지 관련의 마법사.
4. 인챈터(In|t∫æntr):마법적인 물체를 만들거나 부여하는 마법사.
5. 일루져니스트(I|lu:nst):환상을 만들어 내 적을 혼란시키는 마법사.
6. 드루이드(|dru:d):동물과 자연의 힘을 이용하는 마법사.
7. 네크로맨서(|Nekromæns):암흑 마법을 사용하여 몬스터나 좀비 등을 소생시키는 마법사.
8. 트랜스뮤터(Trænz|mju:t):육신을 무기나 도구로 변형시키거나 변신을 하는 마법사.
9. 소환사(Smnr):정령을 부리는 마법사.
10. 연금술사(|ælkmst):마법에서 싹튼 또 하나의 형식인 연금술(Alchemy)를 다루는 마법사.

“흠, 서클(Circle)은 마법을 구동하기 위한 마나 저장고이며 클래스(Class)는 마법에 대한 숙련도, 레벨(Level)은 마법의 위력이란 말이지?”
“그렇네. 마법사들은 일단 서클을 제일로 치며 다음은 클래스, 마지막을 레벨로 치지. 클래스는 러너(Runner), 익스퍼트(Expert), 마스터(Master) 3종류로 나뉘며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하면 다음 경지에 대한 길을 얼핏 엿볼 수 있다네.”
“일단은 서클을 만드는 게 우선이겠군.”
“서클은 마나의 회복과 총량을 나타내기 때문에 무엇보다 견고하고 크게 만들수록 좋다네. 생명의 기운을 느끼고 그곳에 서려 있는 에테르[Ether:영기(靈氣), 정기(精氣)]를 느낀다면 그것을 천천히 마법을 담을 심장 쪽으로 이끌어 둥근 원을 그리듯이 가둬 넣어야 하네. 내가 도와줄 테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마나를 이끌어 보게나.”
하인츠는 오래되어 앞이 휘어진 나무로 만든 마법 지팡이를 나의 머리에 대며 마나를 불어 넣었다. 지팡이에서 흘러나오는 푸른빛의 마나는 나의 몸을 관통하며 사방팔방으로 퍼져 나갔다.
마나란 때로는 따뜻하고 차가우며 가볍다가도 무거워지며 빠르다가도 느려지고 정말 천방지축처럼 이리저리 날뛰어서 도무지 한 곳에 가둬 넣을 수가 없었다.
하인츠는 마음속에 원을 그린 후 그 안에 마나를 천천히 유인해 보라고 말했지만, 그의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기약 없이 일주일이 지나갔다. 하인츠는 일단 마법 수식을 먼저 익히라며 1서클에 해당하는 마법 수식들을 알려 주었다. 손을 이용하여 그리는 방법과 마법진을 이용하는 방법, 의지를 통해 발현하는 방법 등 마법을 사용하는 방법은 많았는데 이러한 마법을 발현하는 행위를 캐스팅(Csating)이라 부르며 마법을 발현하는 작업을 캐스트(Cast)라 하였다.
“허, 믿기 힘들겠지만 솔직히 자네의 재능은 기대 이하이네. 마나에 대한 이해도나 친밀도는 최악, 발현도 역시 최악이네. 하지만 유일하게 봐줄 만 한 것은 암기로군.”
불사의 능력을 얻은 후에 기억력이 비정상적으로 좋아졌으니 이 정도 외우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하지만 자존심이 상한다고 할까?
“마법을 빠르게 배울 수 있는 그런 방법은 없는가?”
“빠르게라니? 그런 방법은 사악한 흑마법사들이나 가능한 방법이지 일반 마법사들은 절대 그런 방법을 안 쓴다네. 자신의 마나를 정제하고 가공하여 순수한 마나를 추출하는 것이 마법사의 궁극적인 목표이고 그렇게 추출된 마나의 원정은 주변의 마나들과 소통하고 공명하며 흑마법사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경지를 선사해 준다네.”
하인츠는 꿈에 잠긴 마법사처럼 하얀 수염을 계속해서 쓰다듬더니 다시 단호하게 말했다.
“아무튼, 높은 경지로 향하기 위해서 흑마법은 안 되네.”
“난 높은 경지보다 지금 당장 마법이 필요해.”
“아니, 도대체 왜 그렇게 서둘러서 마법을 배우려고 하는가?”
“시간이 촉박해.”
“시간이 촉박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힘이 없다면 포션과 앞으로 만들 발명품들을 지킬 수 없으며 상단을 운영하는 일은 꿈도 꿀 수 없을 거야. 게다가 포션을 제조하고 새로운 물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내가 3서클에 빠르게 올라야 해.”
“3서클에 오른다고? 고작 며칠을 배우고서? 너무 마법을 쉽게 보는 것이 아닌가? 나는 여섯 살에 마법의 길에 입문하여 지금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서야 겨우 3서클에 오를 수 있었네.”
“정 안 된다면 흑마법이라도 익히는 수밖에…….”
“그건 안 되네. 절대 안 돼! 지금처럼 하루에 여섯 시간 동안 마나를 불어 넣어 줄 테니. 그런 줄 알고 허튼 생각은 꿈도 꾸지 말게나.”
지금 나의 심정 같아서는 흑마법이라도 배워 마법을 빠르게 익히고 싶었다. 하지만 하인츠의 고집은 생각보다 더 세서 그의 눈을 속이고 흑마법을 배울 방법이 없었다.
시간은 흘러갔고 나는 결국 초조한 나머지 비밀리에 흑마법서를 알아보기 시작하였다. 그 사실을 눈치를 챈 하인츠는 고민 끝에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해 왔다.
“휴, 이것만은 도저히 안 쓰려고 했지만 이대로 가다가 자네가 나쁜 길로 빠질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말하게 되었네. 이것은 마법진을 이용한 강제적인 마나 샤워(Mana―Shower)를 하는 방법이라네. 몸에 강제적으로 대량의 마나를 집어넣는 방법으로 매우 큰 위험이 따르지만, 성공을 한다면 마법사가 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이 방법은 실패하면 마나를 영영 잃어버리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네.”
“그런가? 그걸로 하지. 그렇게 좋은 방법이 있으면 진작 알려 줘야 할 거 아닌가?”
나는 도리어 화를 내며 하인츠를 구박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하인츠는 나를 생각해서 지금까지 그 방법을 미뤄 왔겠지만, 그 방법은 정말이지 나에게 최적화된 방법이었다.
마나 서클을 잃어버리면 심장에 칼을 꼽아 자살을 하면 될 일이며 실패해도 죽음. 마법을 얻을 수 있는데 그까짓 죽음쯤이야 몇 번이고 겪을 의향이 있다.
하인츠는 떨리는 손으로 수십 번이나 마법진을 살피고 또 살폈다. 너무도 담담한 나의 표정에 기가 질린 것인지 고개를 흔들며 다시 계산을 하며 마법진의 수정에 열중을 하였고 나는 그 모습에 가끔 농담을 던지며 긴장을 풀어 줬지만 ‘자칫 잘못하면 사고로 이어진다는 생각 때문일까?’ 그는 어느새 다시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쯤에서 나의 비밀을 털어놓아야 하는가?
“하인츠, 너무 걱정 말아라. 실패란 없을 테니까.”
“하지만 이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라네. 성공률이 고작 30%도 되지 않는다네.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떤가?”
“나는 죽지 않는다. 걱정 말고 시작하도록…….”
“끙, 알겠네.”
인간은 무지하다. 진실의 일부분을 비추어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나는 옷을 벗고 마법진 안으로 들어갔다. 하인츠는 땀을 닦으며 마법 가루를 뿌리고 마법을 캐스팅하였다. 영창이 끝나자 커다란 공진과 함께 마법진이 푸른빛을 내뿜으며 솟구쳐 오르기 시작하였다.
마나가 전신을 뒤덮으며 모공을 통해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내 몸 안에 들어오는 기분이다. 마법진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하급 마나석은 총 스물다섯 개. 오망성이 그려진 마법진은 점점 그 힘을 더해 가며 나의 몸속 구석구석을 마나로 뒤덮었다.
쾅!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하인츠는 깜짝 놀라 두려운 표정으로 마법진을 응시하고 있었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와 시커먼 재들이 휘날리며 사방을 가렸지만 나는 짙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 하인츠는 놀라운 눈으로 나를 응시하였고 그렇게 나는 1서클의 마법사가 되었다.

클래스는 쉽게 10의 배수로 이루어져 있었다. 1클래스의 경우 10개의 마법을, 2클래스의 경우는 20개의 마법을 익히면 되었는데 그중 3분의 1의 마법을 다루면 러너(Runner), 3분의 2를 다루면 익스퍼트(Expert) 마지막 모두를 다루면 마스터(Master)가 된다.
또한 각 클래스 단계별로 마법이 존재하여 1클래스의 마법을 20개를 익혀도 2클래스 러너가 될 수는 없었다.
하인츠는 1클래스의 마법을 12가지나 익히고 있었다. 필수적인 4대원소나 속성력이 담긴 마법을 익히기 위해서는 각 마법에 해당하는 기본 스킬 마법을 익혀야 하기에 1서클의 마법도 허투루 배울 수는 없었다.
나는 매직 애로우(Magic Arrow)와 경계 마법(Alarm), 매직 아머(Magic Armor), 오브젝트(Object)를 중심적으로 익혔다.
매직 애로우야 서클이 높아질수록 숫자가 늘어나며 파괴력도 증가하여 1클래스의 필수 마법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고 경계 마법과 매직 아머는 나를 보호해 줄 최소한의 방어 마법들이었다.
마지막 주력을 다하는 오브젝트 마법은 쉽게 말해 좌표계였다. 마법을 시전하는 대상이 되는 사람이나 물건을 지정하는 마법으로 내가 서 있는 곳을 (0,0,0)로 지정하여 X축, Y축, Z축의 좌표로 설정하는 마법이다.
X는 수직선을 Y는 수평선을 Z는 공간을 나타내는 이 간단한 수식을 다른 마법사들은 어려워한다니 나로서는 한숨이 나올 뿐이다.
마나 집약진은 다른 마법사들보다 훨씬 많은 양의 마나를 이루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마나석 스물다섯 개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의 양은 엄청나서 그중 일부분이 몸 밖으로 빠져나와도 대단한 양이 남았다.
그 양은 대충 3서클의 마법사에 비견되는 양이었는데 단점도 존재했다. 그것은 마나를 다루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마법을 발현하는 속도가 다른 마법사보다 0.5배씩 느려져 동급 클래스의 마법사와 맞붙게 된다면 열에 열은 패배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내 편이다. 지금은 미약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마나를 몸속에 가둬 놨으니 나는 무한한 시간을 토대로 발전을 이룰 것이다.
“지시한 것들은 어떻게 되었나?”
“흥! 이 늙은 것을 잘도 부려 먹는구나. 과일의 종류는 총 12가지, 개수당 천여 개씩 준비해 뒀다.”
“좋아. 하인츠, 물건은 완성되었나?”
“완성했네. 그런데 그 큰 물건을 어디로 옮길 생각인가?”
나는 손으로 바닥을 가리키며 입술을 말아 올려 웃음 지었다.
“지하.”

며칠이 지나지 않아 그토록 무성하던 소문의 근원지인 아이작 잡화점이 문을 열었다. 잡화점에는 대략 100여 명의 손님이 입장 가능했다. 손님 한 명당 직원 하나가 붙어 안내를 도맡았고 실내는 현대풍의 유리관 안에 장식품과 판매 상품들이 들어 있었다.
조명을 이용하여 시각 효과와 손님과 직원들의 동선이 겹치지 않게 철저하게 구분을 지어 놓았다.
루팡 남작과 그의 아들 로세는 가게의 첫 번째 손님이었다. 이미 일주일 전부터 가게의 문을 연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그들은 모든 일을 내팽개치고 이곳으로 달려왔다나 어쩐다나.
나는 직접 가게를 안내하며 그들에게 판매 상품을 소개하였다. 판매하는 상품이라고는 광폭 포션 하나였기에 그다지 많은 설명은 필요하지 않았다.
용기의 크기에 따라 가격을 달리 측정하였는데 일반적인 사이즈의 포션 용기에 담은 것은 100골드라는 설명에 남작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그, 그래서? 이 조그마한 포션 하나를 100골드에 판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일주일에 고작 오천 개만 제작이 가능하며 이미 구매를 희망하는 회원들의 목록이 작성되어 구매처가 대부분 정해져 있습니다.”
“벌써 말인가? 그래, 나에게는 얼마 정도를 팔 생각인가?”
“흠, 남작님에게는 생산되는 물량의 십분지 일 정도를 넘겨 드릴 수 있습니다.”
“십 분의 일?”
“오백 개입니다. 아시다시피 저희도 수량이 달리는 지경이라 더 이상은 무리입니다.”
“흠, 알겠네.”
“하인츠, 계약서와 그것을…….”
남작은 조금이라도 더 물건을 사겠다는 욕심을 내비쳤지만 그에게 너무 과한 부를 나눠 주는 것은 원치 않는다. 남작과 서류상으로 계약을 끝마치고 접시에 담아 온 새하얀 물건을 권하였다.
“이것이 무엇인가?”
“일단, 한입 드셔 보시지요.”
남작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수저를 들고 한입을 입에 물어 보고 커진 눈으로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