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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4. 마법(3)
“흠, 이것은? 차갑군. 으흠? 과일의 맛과 달콤한 맛이 절로 어우러지는 이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저희가 새로 개발한 물품인 과일 아이스크림입니다.”
“이것도 판매 물품인가?”
“아직은 아닙니다. 일단 이곳에 방문해 주신 손님들을 접대하기 위한 음식이지요. 이곳에서밖에 맛볼 수 없는 신비로운 음식이 되어 줄 것입니다.”
“어허, 이런 신기한 음식이…….”
이 시대에 아이스크림이란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음식임이 틀림없다. 하인츠와 아이작이 합작하여 만든 대형 믹서기와 냉장고는 지하실에서 열심히 얼음을 얼리고 과일을 갈면서 아이스크림을 만들 것이며, 우유와 벌꿀을 첨부해 귀족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자극하는 새로운 음식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냉장고 같은 경우 신선한 어류를 먼 곳까지 운반하여도 신선도를 유지시켜 줄 것이며 믹서기는 약초 등을 갈아서 한방용으로도 쓸 예정이다.
예약 손님은 점점 늘어갔다. 첫날 루팡 남작은 감탄에 감탄을 더하며 500개의 포션을 구매했다는 것이 소문이 나서, 그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귀족들과 상인들로 포션은 하루 만에 모두 팔렸고 아이스크림 역시 모두 동이 났다.
―공고―
아이작 잡화점에서 새로운 인재들을 모집합니다.
<선발 조건>
1. 여성:성격(외모 우수. 가산점)
2. 남성:성격(체격 조건 우수. 가산점)
※ 급여와 근무 시간:일당은 1브론즈. 일주일 중 하루 근무.
입사를 희망하는 인원은 자연의 예지스(Yejis)의 여섯 번째 날. 세르핀 광장 앞으로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녹티스 상단주.
간단명료한 공고 글이 마을 게시판에 붙었으며 글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몇 명의 직원들을 시켜 아침, 점심, 저녁에 세 번씩 큰소리로 외치도록 명령을 내렸다.
삼 일 후. 예상대로 광장에는 수많은 인파들이 모여들었다. 하루를 일하며 1브론즈라는 커다란 금액이 걸렸으며 요즘 포션에 대한 소문이 왕실에까지 퍼져 나가 너 나 할 것 없는 사람들이 몰린 탓이다.
이들 중 범죄자나 너무 심한 혐오감을 부르는 외모를 지닌 사람들이나 나이가 너무 많고 적은 이들을 제외했다. 하지만 워낙 많은 사람이 몰린 탓에 하루에 걸쳐 심사를 하는 것은 무리였다. 모집 인원수가 없는 것도 사람들의 궁금증과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자네가 생각하기에 얼마나 많은 인원을 뽑을 계획이지?”
“글쎄, 얼마나 모였지?”
“대략, 이천 명? 그 이상 모인 듯싶네만…….”
“그래, 며칠 심사가 연장된다고 공고는 내렸겠지?”
“심사가 연장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사람들이 몰리면 더 몰렸지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더군. 설마 이 많은 인원들을 모조리 돌려보내려는 것은 아니겠지?”
“일단은 천 명 정도를 우선으로 뽑을 거야. 각자 특이한 재능이나 장기를 지닌 사람들을 최우선으로 뽑고 체격이 좋고 힘이 좋은 인원을 위주로 뽑도록 해. 그리고 돈으로 살 수 있는 땅을 좀 알아봐.”
“땅을 말인가? 땅을 사려면 작위가 필요한데.”
“작위가?”
“왕국의 영토는 모두 왕의 소유로 규정되어 있으며 왕은 작위를 지닌 귀족들에게 영토의 일부분을 다스릴 수 있는 권한을 내리는 것이라네. 그래서 아무리 돈이 많은 거부라도 쉽사리 영지를 사는 것은 힘든 일이라네.”
“그럼, 작위를 살 수 있나 알아봐.”
“작위를 말인가?”
“다른 왕국이어도 좋으니 땅이나 작위를 판다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지 알아봐.”
“알겠네.”
귀족이란 위대한 혈통을 지닌 자들을 말한다. 말도 안 되는 웃긴 이야기지만 귀족들은 신으로부터 사명을 받고 태어나 공을 세워 왕에게 인정을 받아 벼슬을 받는단다.
계급은 왕으로부터 시작되며 공작, 후작, 백작, 자작, 남작 순으로 이루어지며 준이라는 단어를 붙여 계승되지 않는 단승 귀족이 될 수도 있다.
기사들은 준귀족으로 치부되어 큰 공을 세울 경우 귀족으로 나아갈 수 있다. 무사나 전사들이 귀족으로 나아가는 최소한의 길이 바로 기사였다.
훈작사는 상인들이나 주로 돈이 많은 거부들이 왕가에 기부하여 사는 작위로 기사와 비슷하다.
검의 왕국이라 알려진 아반크로스(Avan―Cross)국은 훈작사들보다 기사들의 대우를 더욱 해 주기로 유명하다. 마법사들 역시 4서클부터 작위를 받을 수 있는데 지식을 탐구하는 마법사들은 어디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며 기사를 대우해 주는 이 왕국에 남는 마법사는 생각보다 적다고 한다.
“그러니까 왕가에 돈을 지급하고 훈작사의 작위를 받자, 이 말인가?”
“그렇네. 훈작사가 비록 부족한 대우를 받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조그마한 땅덩어리를 살 수 있으며 하루 수입이 수만 골드에 도달하는 녹티스 상단을 무시할 만큼 간 큰 귀족도 많지 않을 것이라네.”
“한 달, 28일을 기준으로 따지면 생각보다 벌이가 별로야.”
“아니, 자네. 포션 만 개를 100골드씩 팔아서 챙기는 수익만 하여도 백만 골드라네, 백만 골드. 비록 5,000개는 떳떳하게 팔지 못하고 뒷거래로 몰래 파는 실정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중상위의 상단이 벌어들이는 금액과 맞먹네.”
“겨우 그 정도나 벌려고 상단을 만든 게 아니야. 다른 왕국의 경우는?”
“물론, 다른 왕국의 사정도 이곳과 비슷하다네. 다른 왕국이라면 훈작사의 직위를 조금 더 대우해 주겠지만…… 그래도 대부분이 비슷하지 약간 다른 곳이 있다면 아마 이종족의 리프밖에 없을 걸세.”
“리프? 그곳은 어떻게 다르지?”
“그곳은 이종족 외에 인정을 받은 사람만이 출입이 가능하며 영지 역시 인정을 받은 사람만이 얻을 수 있다네.”
“그곳에도 귀족이 있는가?”
“물론이지. 명칭은 조금씩 다르지만, 족장이니 장로니 하는 체계로 구분 짓고 있다네.”
“흠, 좋아. 그럼 이종족과 거래를 하는 상단에게 거금을 주고 이종족과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해.”
“하지만 그러면 분명히 이권을 더 달라고…….”
“상단에 판매하는 포션을 50개에서 100개로 늘려 준다고 전해. 이미 상단에서 여러 사람들을 고용해서 어떻게든 포션을 더 사기 위해 경쟁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그 정도면 충분히 거래를 성사시켜 줄 거야.”
포션의 판매는 생각보다 순조롭지 않았다. 출발은 좋았으나 왕가의 개입으로 인해 모든 일이 엉망이 되어 버렸다. 왕가는 작위도 없는 미천한 상인이라는 말도 안 되는 트집 등을 잡으며 1,000개의 포션을 무조건 왕가에 공납하라는 엄명을 내렸다.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었다. 어차피 다른 왕국으로 이전하여도 상황은 마찬가지겠지만 억울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요즘 들어 더욱 힘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고위 귀족들이라고 말도 안 되는 트집들을 잡는 경우나 작위가 없어, 힘이 없어 당하는 수많은 불이익이 나를 분노케 한다.
요즘 내가 하는 일은 무기에 대한 구상이다. 현대에는 정말 종류를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은 무기가 존재한다. 이곳에 전술이 아무리 발달하였다고 하더라도 현대의 무기 하나라면 세상을 뒤바꿀 것이다.
“마나 연공법이라고?”
“그렇다네. 이것이 내가 가진 모든 것. 연금술사(Alchemist)의 비기인 ‘아라하스크’와 광폭 포션의 제조법이라네.”
이 세계에는 마나 연공법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그것은 수많은 기사들과 마법사들을 배출하였다. 이곳 검의 왕국이라는 아반크로스만 하여도 무려 열여덟 명의 소드 마스터가 존재하며 려제국은 무려 수백 명의 소드 마스터가 존재한다.
“이것을 왜 나에게?”
“마나의 약속에 따르면 자네는 나에게 마법에 관한 모든 것을 전해 달라고 하였네. 이것이 내가 가진 모든 것이라네.”
“하지만 연공법은 후계자나 자신의 핏줄을 제외한 다른 이들에게 전해 줄 수 없을 텐데?”
“그것을 전하는 대신 나는 후계자나 자식을 갖지 않을 생각이네.”
“그렇다면 받을 수 없어.”
“마나에 약속을 한 이상 자네는 무조건 이것을 받아들여야 해. 이것은 어쩔 수 없이 내가 감당해야 하는 일이라네.”
“곤란하군. 이것을 받지 않으면 자네는 나의 노예가 되는 것이고 그렇다고 이것을 받아들인다면 자네는 후계자나 자식을 가질 수 없는 몸이 되는 것인가?”
“마나의 약속은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라네. 그리고 나는 애초부터 핏줄에 대한 욕심이나 후계자를 키울 생각이 없었어. 로스트 자네가 나를 믿어 주고 후원해 주지 않았다면 내가 만든 포션에 대한 모든 것을 빼앗기고 쥐도 새도 모르게 죽임을 당했을 것이라네. 그러니 받아 주게.”
“그렇게 말한다면…… 좋아, 받지. 대신 이제부터 자네를 나의 진정한 친구로 인정하고 자네의 목숨을 단 한 번 살려 주도록 하겠네.”
“허허허, 친구라. 친구라기에는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겉보기에는 그렇겠군.”
하인츠는 3서클의 마법사로 노화가 늦어진 덕분에 겉보기로는 30~40대의 나이로 보였지만 그래도 나보다는 훨씬 많은 모습으로 보였다.
“겉보기라? 무슨 비밀이라도 있는 건가?”
“비밀이지. 아주 큰 비밀. 권력자들은 누구나 원하고 갈구하는 비밀. 자네는 불사를 믿는가?”
“불사? 그건 허황된 꿈이지.”
“그것을 이룬 사람이 있다면?”
“…….”
“자네가 이런 대단한 보물을 전해 줬으니 나도 보답으로 한 가지 비밀을 알려 주겠네. 나는 본래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라네. 믿기 힘들겠지만 지구(Earth)라 불리는 곳에서 왔지. 그곳은 마법이 없으며 이 세계보다 훨씬 발전된 과학 문명을 지녔고 신분제가 철폐된 사회라네. 나는 그곳에서 신적인 존재를 만났네. 아니, 신이라기보다 악마에 가까운 ‘그’는 나에게 불사의 권능을 주었다네. 당시 병에 걸려 죽어 가던 나는 그 매력적인 제안을 거부할 수 없었으며 그렇게 나는 불사자가 되었지. 이미 나는 백여 년이 넘는 긴 세월을 살아왔다네. 어때 믿어지는가?”
“미, 믿어지지 않는다네. 어떻게 그럴 수가!”
“믿기 힘들겠지만 지금 이야기는 모두 사실이야. 하지만 불사라는 것은 자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좋은 것이 아니야. 이 세계에 처음 도착한 무력한 나는 수백 번에 가까운 죽음을 겪어야 했으며 죽임을 당할수록 감정의 일부분이 마모되어 닳아 없어지는 것을 알게 되었네.”
“자, 자네는 얼마나 많은 죽음을 겪었나?”
“흠, 정확한 수는 세어 보지 못해서 모르겠네. 수백 번은 넘게 죽었지.”
“수백 번의 죽음을 겪은 사람치고는 자네는 너무 멀쩡한데?”
“그렇게 보이는가? 그럼 다행이군. 하지만 나의 일부분은 이미 심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네.”
“허허허! 자네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것을 배운다면 정말 상상하기도 힘든 괴물이 탄생할지도 모르겠구만. 우리 학파가 비록 지금은 나 하나밖에 남지 않았지만 사실 대단한 학파였다네. 이 연공법은 그 어떤 학파의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보물이며 내가 배운 제조술(製造術)과 배합술(配合術)은 당대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네.”
하인츠가 전해 준 아라하스크 연공법은 마나를 모으는 데는 그리 효율적인 연공법은 아니었다. 하지만 연금술에 관련해서는 정말 최고라고 부를 수 있는 가치를 지닌 연공법이었다.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고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연공법이라니.”
그것은 정말 터무니없는 보물이었다. 하인츠가 우연히 광폭 포션을 제작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바로 이 연공법으로 포션들의 주재료를 분석하고 파악해 효과를 극대화시켜 줬기 때문에 그런 대단한 포션을 만들 수 있던 것이다.
“포션의 비밀이 여기에 있었군.”
“연공법은 하루에 적어도 3시간 이상씩 연공해야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연공법의 최종 비기에 도달하게 되면 사물의 본질을 한눈에 꿰뚫는 ‘진리안(眞理眼)’을 얻을 수 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