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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도행 1권(5화)
第二章 천마신공(天魔神功)(2)


세상에 나와 처음으로 하나의 각오를 다졌다.
강해지겠다는 다짐을 한 이랑은 다음 날 다시 지하 연공실을 찾았다. 그곳엔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비 이학이 정좌한 자세로 아들 이랑을 맞이했다.
“앉아라.”
“…….”
짤막한 한 마디에 이랑은 말없이 다가가 앉았다. 그런 그를 잠시 굳은 얼굴로 내려다보던 이학은 다시금 입을 열어 보였다.
“지금부터 너에게 전수할 무공의 이름은 천마신공(天魔神功)이라 한다. 또한 이 무공은 천 년 전, 스스로 자신의 명호를 천마라 지으신, 이 원자 영자를 쓰시는 초대 천마께서 창안한 무공이다. 당시, 초대 천마께서는 자신의 명호를 갖다 붙인 이 천마신공을 이용해 암흑시대(暗黑時代)를 끝내고, 암흑시대를 열었던 장본인들인 백팔마귀(百八魔鬼)와 그 직계 손만을 이끌고 이곳 마령산(魔靈山) 마협곡(魔峽谷)에 천마궁(天魔宮)을 세우셨다.”
“…….”
암흑시대와 백팔마귀란 말이 강하게 뇌리에 박혀 들었다.
그것은 의문.
그 의문에 대한 빛은 이랑의 눈 그 어디에도 담기지 않았으나 직감적으로 아들의 알 수 없는 얼굴 속에서 이랑 본인조차 알지 못했던 속내를 짐작한 이학이 부가 설명을 해 줬다.
“천 년 전, 무림은 암흑시대란 말 그대로 정기(正氣)가 사라지고 마기(魔氣)가 가득 찬, 어둠만이 가득한 시대였다. 그리고 암흑시대를 연 백팔 명의 마인(魔人)을 사람들은 백팔마귀라 칭하였으며, 무림천하를 놓고 자웅을 겨루던 그들을 제압한 분이 바로 초대 천마셨다. 그러나 초대 천마께선 단신으로 일일이 백팔마귀를 찾아 비무를 펼쳐 이겨 그들을 자신의 발아래 두었음에도 무림을 얻지 않고 단지 백팔마귀와 그 직계 손만을 이끌고 이곳 마령산에 은거하신 것이다.”
“…….”
“그 이유는 네가 나중에 커 천마비동(天魔秘洞)에 들면 자세히 알게 될 터. 우선은 네가 오늘부터 익혀야 할 무공에 대해 설명해 주겠다.”
대략적인 이야기로써 이랑의 궁금증을 풀어 준 이학은 곧 본론으로 들어갔다.
“천마신공은 크게 둘로 분류하는데 기(氣)를 다지는 내공법(內功法)과 그 기를 이용해 몸을 움직이는 외형법(外形法)이 그것이다. 우선 너는 이 두 가지 공법 중 모든 무공의 기본이 되는 내공법인 천마심공(天魔心功)을 배우게 될 것이다. 천마심공은 총 열 단계로 분류되며, 각각 망경(忘境), 기경(氣境), 축경(畜境), 혈경(穴境), 통경(通境), 외경(外境), 심경(心境), 형경(形境), 진경(陣境), 환경(幻境)이라 한다. 또한 천마심공상의 열 단계는 곧 천마신공에서 논하는 무의 경지와 일맥상통(一脈相通)하나 천마신공에선 이 열 단계 위로 두 단계를 더 두었다. 이를 일컬어 무(武)가 극에 이르렀음을 알리는 극경(極境)과 극을 뛰어넘어 신선의 경지라 칭해지는 무경(無境)이라 한다. 이는 나중에 차차 설명키로 하고, 우선 네가 먼저 익혀야 하는 내공법의 열 단계를 설명토록 하겠다. 먼저 망경이라 함은 자신을 잊고 명상에 빠져든 무아지경(無我之境)의 경지로, 모든 걸 잊은 세상 속에서 우주의 기를 느끼는 것을 뜻한다. 네가 만약 기를 느끼게 된다면, 곧 다음 단계인 하단전의 기혈(氣穴)을 열고 외기(外氣)를 받아들여 내공(內功)을 쌓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드는 경지인 기경에 들어야 함이다. 기경을 지나 받아들인 외기를 하단전에 쌓을 수 있는 경지를 축경이라 하며, 하단전에 쌓인 기가 일정 수준에 오르면 그 기를 이용해 몸 안의 혈을 뚫어 혈로를 개척하는 경지를 혈경이라 한다. 천마심공이 정해 놓은 혈로를 모두 뚫어, 내기의 일고 짐이 자유로운 경지를 통경이라 하며…….”
“…….”
긴 설명이 이어졌다.
다섯 살 아이가 알아듣기엔 어려운 말이 계속해 이학의 입에서 흘러나와 이랑을 괴롭혔으나, 정작 이랑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아무 표정 없이 아비의 말을 경청했다. 과연 그가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지 이학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그는 한 시진이 넘는 긴 시간에 걸쳐 천마심공상의 단계와 그 구결들을 설명했다.
또한 천마심공의 일 단계인 망경을 배우기 위한 자세와 기를 느끼기 가장 쉬운 시간 때인 일출(日出)에 관한 부가 설명을 끝낸 이학은 자신이 직접 정자세로 시범을 보여 이랑이 따라 할 수 있게끔 해 주었다. 한편 이랑은 아비가 보여 준 시범 자세로 다리를 꼰 채 허리를 곧게 펴고 고개를 약간 든 상태에서 양손을 두 무릎 위에 올린 망경을 익히기 위한 자세로 일 각(15분)여를 버텨 이학을 놀라게 했다.
비록 쉬운 것 같지만 참을성이 부족한 다섯 살 아이에겐 힘든 자세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힘들어 하는 기색 없이 버텨 내는 아이의 모습에 이학은 놀람과 더불어 걱정이 일었다. 저 아이가 지금 힘이 듦에도 아비 앞이라 오히려 무리해 그 힘든 것을 숨기고 있다 여긴 것이다. 그러나 이랑에게 약한 마음을 주지 않기 위해 걱정조차 내놓고 할 수 없었던 이학은 단지 굳은 얼굴로 엉뚱한 말을 꺼낼 뿐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느냐?”
“…….”
답이 없었다.
묵묵히 눈을 감고 정좌한 이랑의 침묵에 이학은 눈살을 찌푸린 채 힘이 깃든 음성으로 다시 물었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느냐?”
“아무것도,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요.”
“……?!”
비로소 눈을 뜬 아이의 답이었다.
여전히 아무 감정도 깃들지 않은 공허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하는 이랑의 답변에 이학은 문득 깨닫는 바가 있었다.
‘그런 것인가? 설혼심결의 기운이 저 아이의 마음을 백지로 만들었다면, 그거야말로 무공을 익히기엔 최상의 마음가짐이 아닌가? 힘이 들어도 힘든 줄을 모르고, 고통스러워도 고통스러운 줄을 모르며, 조바심은 애초에 생기지도 않을 테니, 저 아이에겐 저절로 무공을 익히기에 가장 필요한 인내심과 끈기가 생긴 것이다. 또한 사념이 없으니 무아지경에 빠져 드는 것도 쉬울 것이며, 무공에만 집중할 수 있는 집중력 또한 생길 터. 허허, 놀랍구나, 놀라워. 그녀가 랑이에게 준 유일한 선물이 이런 결과를 낳을 줄이야.’
무(無)다.
눈앞에 앉아 있는 이랑은 무 그 자체였다.
아무것도 없기에 오히려 모든 것을 흡수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이랑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한 이학은 기분이 좋았다.
단 하나, 강해지자는 의지만을 가진 이랑이 앞으로 얼마만큼 강해질지는 이학 자신도 감히 추측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는 초대 천마만이 오를 수 있었던 경지인 극경에 들지 모른다. 이학 자신조차 들지 못했던, 초대 천마를 빼고는 역대 그 누구도 들지 못했던 경지에…….
그러나 그것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니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가지는 감정, 그 자체가 없다는 것은 기뻐하던 이학의 마음에 걱정을 불러일으켰다.
‘사람은 사람다워야 한다. 기쁨을 알고 슬픔을 알며 고통을 알아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감정을 내가 가르쳐 줄 수는 없다. 친구, 그 감정들을 가르치고 또 그 감정들을 함께 나눌 친구가 랑이에겐 필요하다. 허나 천마궁에서 랑이의 친구가 될 수 있는 아이는 없다. 내가 그랬듯…… 이 아이 역시 이곳에서 친구를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천마의 자식은 천마란 이름을 물려받고, 백팔마귀의 자식은 백팔마귀란 이름을 물려받는다. 주종 관계가 어려서부터 확실한 이곳 천마궁에서 이랑에게 친구란 있을 수 없다. 그것을 잘 아는 이학이기에 그는 아직도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는 이랑을 슬픈 눈으로 마주했다.
그러나 그 눈빛은 곧 사라지고 다시 차가운 시선으로 돌아온 이학은 이랑에게 계속해 천마심공을 익힐 것을 명했다.

***

계절은 변화한다.
녹음(綠陰)이 진 여름의 열기가 빗줄기 속에 사라지면, 푸른 하늘 아래론 오색 빛의 영롱한 가을이 찾아들고, 그 풍성함에 농민들은 기뻐하나 수확의 기쁨도 잠시, 이내 쓸쓸한 찬바람은 여미는 옷가지와 더불어 추운 겨울이 다가왔음을 알려 준다.
그렇게 해가 지나 얼어붙은 대지 위로 새싹이 피어남은 곧 봄이 왔음을 알리나, 봄은 또다시 여름을 부르고, 여름은 가을을 부르니, 어느새 시간은 유수와 같이 흘러 이 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그 이 년이란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랑은 망경과 기경을 지나 단전에 내기를 쌓을 수 있는 축경의 경지에 올라설 수 있었다. 또한 그 사실은 이랑을 가르치는 이학에게 한 번 더 놀람을 안겨 줬다.
비록 무아지경에 빠져 기를 느낀다지만, 그것은 결코 쉽지 않아 기를 느끼기까지 일 년이 걸릴지, 이 년이 걸릴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을 이랑은 불과 반년 만에 해냈으며, 또한 자신이 느낀 기운을 이용해 하단전의 기혈을 열고 단전을 만드는 데 채 일 년이 걸리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랑이 지난 일 년간 축경에 머물러야 했던 이유는 오직 내기의 양이 부족해 다음 단계인 혈경에 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 단계인 혈경은 자질과는 상관없이 내기가 일정 수준에 올라 혈로(穴路)를 개척해야만 하는 경지다.
그렇기에 이 년이 지난 지금, 이학은 이랑을 앞에 두고 일곱 살이 된 그에게 외형법을 가르치기로 마음먹었다.
“외형법은 말 그대로 몸을 움직이는 법으로, 그것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
분홍빛 벚꽃이 눈처럼 아름답게 흘러내렸다.
그 벚꽃을 맞으며 벚나무 아래에 선 이랑은 제법 윤곽이 뚜렷해진 얼굴을 들어 입을 연 아비를 바라보았다. 이에 이학은 이 년 전과 마찬가지로 온정이 깃들지 않은 차가운 눈으로 이랑의 시선을 마주한 채 계속해 말을 이었다.
“검법(劍法)인 천마검식(天魔劍式)과 신법(身法)인 천행비공(天行飛功), 그리고 잡법(雜法)이 바로 외형법을 이루는 것이다. 여기서 잡법이란 장법(掌法)과 지법(指法), 그리고 사법(邪法) 등을 일컫는 말이다. 넌 어째서 장법과 지법 등을 잡법이란 이름으로 통합했는지 그 이유를 아느냐?”
“…….”
“그것은 바로 천마신공의 주 무공이 검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부터 너에게 천마검식을 가르치도록 하겠다. 천마검식은 총 십이식으로 나뉘며, 그 속에서 전반 구식과 후반 삼식으로 분류된다. 후반 삼식은 장차 네가 형경에 올라 천마비동에 들어설 수 있다면, 그곳에서 배우게 될 터. 내가 가르칠 전반 구식은 검의 스무 가지 묘 중 열다섯 가지를 그 속에 담고 있다. 넌 그중 환(幻)을 담고 있는 일식(一式)인 천환지경(天幻地驚)을 오늘부터 배우게 될 것이다.”
“…….”
잠시 말을 끊었다.
말을 끊은 채 눈을 감는 아비를 이랑이 지그시 바라보니, 아들의 공허한 시선에 화답하듯 이학은 허리춤에 맨 자신의 검을 뽑아 들었다. 차디찬 기운을 내뿜는 검이 뽑혀 나왔다 싶은 순간, 한 줄기 섬광이 그려지며 일순 이랑의 눈앞으로 수많은 검화(劍花)를 피워 올렸다.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수많은 검화는 이학의 몸을 가린 채 아름다운 빛을 뿜어 이랑의 시선을 유혹했다.
파앗!
“……?!”
없다.
수많은 검화에 의해 아비의 신형이 가려진다 싶은 순간, 검화도 아비 이학도 이랑의 앞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 뜻하지 않은 광경에 이랑이 살짝 눈살을 찌푸리니, 그런 아들의 뒤를 어느새 점한 이학이 싸늘하게 물었다.
“천환지경은 사람의 눈을 유혹하는 환의 검술이다. 또한 그 환에 시선이 빼앗긴다는 것은 곧 목숨을 잃은 것과 같다. 지금 네가 나에게 목숨을 잃었듯이……. 지금의 검에서 무엇을 느꼈느냐?”
그 질문에 이랑은 보고 느낀 것을 그대로 답했다.
“수많은 꽃이 피어올랐어요. 그리고…… 움직였어요.”
“……!”
검화가 수놓은 아름다움은 느끼지 않았다.
단지 허공 위로 셀 수 없을 만큼 피어오르는 수많은 검화를 눈으로 봤을 뿐이었다. 그가 느낀 것은 꽃이 아닌 바로 아비 이학의 움직임이었다. 한순간 자신의 등 뒤를 점한 아비 이학의 움직임을 느끼고 그것을 답하니, 이학의 눈에 자연스레 흐뭇함이 일었다.
“맞다! 검으로 네 시선을 빼앗고, 난 몸을 움직여 네 등 뒤를 점했다. 이는 곧 검식을 펼치기 위해선 손만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며, 발 역시 손과 하나가 되어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보법(步法)이며, 보법은 신법에 속한다.”
흐뭇한 눈빛과는 다른 엄한 말과 더불어 다시 이랑의 앞으로 돌아온 이학은 여전히 표정 변화가 없는 그를 바라보며 말을 끝맺었다.
“넌 오늘부터 천마검식뿐만이 아니라 천행비공 역시 같이 익혀야 할 것이다. 또한 배움에 있어 결코 게으름이란 있을 수 없음을 명심하거라.”
“…….”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서 자신과 하나의 약속을 했음을 안 이학은 이어 검을 움직이는 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일부러 어린 아들이 이해하기 쉽게끔 구분 동작으로 천환지경을 펼쳐 보이며 손과 발의 움직임을 설명한 아비 덕에 이랑은 한 시진이 지나 어설프게나마 손목의 움직임을 따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두 부자가 가르침과 배움으로 시간을 보내는 사이, 어느새 시간은 저녁때가 되어 붉은 노을이 비쳐 들었다. 그 붉은빛을 한 아이가 가로지르며 두 부자 사이로 뛰어든 것은 순간이었다.
“아빠, 아빠! 해냈어요! 청이가 해냈어요! 아빠가 말씀하신 기를 청이가 느꼈어요!”
기쁨에 찬 말이었다.
일 년 전 다섯 살이 되어 이랑과 마찬가지로 수련에 든 이청은 일 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기를 느낄 수 있는 망경에 든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이 너무도 기뻐 이리 아비 앞으로 뛰어와 외쳤으나 그 외침에 고개를 돌린 이학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무엇 하는 짓이냐?! 지금 내가 네 형을 가르치는 것이 보이지 않느냐!”
“아, 아빠…… 전 그저…….”
성난 아비의 목소리에 이청은 놀라 걸음을 멈춘 채 울먹였다. 칭찬을 받을 줄 알고 이리 뛰어왔건만, 돌아온 것은 호된 질책이 담긴 말이었던 것이다. 이학은 자신의 엄한 말에 아들 이청이 금방 울음을 터뜨릴 듯하자, 긴 한숨과 더불어 자신이 화를 낸 이유를 설명해야만 했다.
“휴우. 청아, 이제 겨우 망경에 든 것을 그리 기뻐한다면 어찌 다음 단계인 기경을 바라볼 수 있겠느냐? 네 형인 랑이는 천마심공을 배운 지 반년 만에 망경에 들었으나 결코 그 사실에 기뻐하지 않고 다음 단계인 기경을 향한 수련을 시작했다. 너도 내 피를 이었다면 작은 것에 기뻐하지 않고, 좀 더 큰 것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할 터.”
아들 이청을 위한 말이었다.
이청이 좀 더 큰 인물이 되길 바라는 이학의 마음이 드러난 말이나 그 예가 잘못되었다. 그 증거로 힘없이 몸을 돌린 이청의 입에선 애써 감정을 억제한 말이 흘러나왔다.
“아, 알았어요. 형처럼 작은 것에 기뻐하지 않고 큰 것을 바라보라는 아빠 말씀, 청이는 알아들었어요.”
“알았다니 되었다. 가서 좀 더 수련에 정진하거라.”
“네…….”
뒤에 서 있을 아비가 어떤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아비 옆에 서 있을 이랑이 어떤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지 이청은 지레짐작했다.
‘비웃고 있겠지, 나를. 틀림없이 나를 비웃고 있을 거야, 바보 같다고!’
으드득.
저절로 이가 갈렸다.
단지 상상만으로도 솟아오르는 분노를 주체할 길이 없어 이청은 빠른 걸음으로 이학과 이랑의 시선에서 벗어났다.
‘나쁜 놈! 매일매일 아빠를 독차지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나를 비웃다니! 두고 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절대!’
어린 마음속 깊이 자리한 질투가 아이의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런 아이의 흉악해진 얼굴을 뒤에 선 이학과 이랑은 볼 수 없었다. 단지 사라지는 동생 이청을 가만히 바라보던 이랑이 문득 시선을 돌려 아비 이학을 향해 입을 열 뿐이었다.
“전 됐어요. 지금부턴 아버지가 가르쳐 주신 걸 익숙해질 때까지 혼자 수련할 테니 청이한테 가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