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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무문 1권(17화)
第八章 원수를 기루에서 만나고…….(3)
용호상박(龍虎相搏), 두 사람의 화려한 무공에 모두가 혀를 내두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계속되는 두 사람의 교전에 죄 없는 탁자와 의자, 술병들만이 요란한 소음을 내면서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기녀 소청이 원망스런 표정으로 소무린을 바라보았다.
그가 괜히 왕경지를 도발해 시간을 끄는 바람에 결국 이 모든 사태가 이곳에서 벌어지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아니었다면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고, 설사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기루 밖에서 벌어졌다면 기루가 지금과 같은 손해는 입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소무린에게 죄를 물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가 악감정이 있어 의도적으로 류한청을 방해했으리라고는 두 사람의 관계를 알지 못하는 그녀로서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소무린의 방정맞은 입이 원망스러울 따름이었다.
계속되는 한 시진여의 접전, 하지만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고 있었다.
사람들이 운집해 있는 실내인 관계로 그들이 진정한 실력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도 승부가 길어지는 원인이 되고 있었다.
그들이 만약 본연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한다면 건물은 물론 이층에서 구경하는 사람들까지도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그들로서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렇게 시간만 보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먼저 결심을 굳힌 쪽은 금천상이었다.
금천상이 점차 공력을 끌어올리자 주변의 기물들이 점점 더 심하게 파손되기 시작했고, 이에 발맞춰 류한청 역시도 공력을 끌어올리자 점차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결국 가장 난감한 것은 기루와 관련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난감하기는 소무린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소무린 스스로도 이런 상황을 야기한 것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이거, 괜히 돈이라도 뜯기는 거 아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장소팔과 장봉상의 위치를 확인했다.
이쯤에서 가능하면 장소팔과 장봉상을 데리고 조용히 빠져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순간 허공에서 들려오는 청명한 금(琴)음이 사위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금을 든 아리따운 여인이 삼층에서 천천히 아래로 하강하고 있었다.
일체의 흐트러짐이 없이 금을 튕기면서 느린 속도로 아래로 하강하는 것은 웬만한 무인들로서도 결코 쉽지 않은 움직임이었다.
이렇듯 절정의 경공과 출중한 금음과 꽃단장을 한 기녀들마저 압도하는 아리따운 미모를 한껏 과시하면서 아래로 하강하는 여인을 확인한 기녀들이 동시에 허리를 숙였다.
검을 맞대고 있던 금천상과 류한청이 황급히 서로를 밀치며 그 탄력을 이용해 뒤로 물러났다. 그렇게 그들이 물러남과 동시에 요란한 충돌음과 함께 그들이 서 있던 바닥이 움푹 패었다.
그야말로 절정의 음공이었다.
“손님들의 더 이상의 소란은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미모에 어울리는 청아한 목소리의 경고와 동시에 그녀는 금천상을 향해 따지듯 말했다.
“금 방주께서는 이곳이 저희 도화방이 운영하는 곳임을 잊으셨습니까?”
그녀의 추궁에 금천상이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도화방주 우금향, 그대가 이곳에 있었는가?”
우금향이 화사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제가 이곳에 있고 없음은 그다지 중요한 사실이 아니지요. 단지 이곳이 도화방의 관할이라는 사실이 지금 중요한 것이지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더 이상의 소란은 누구도 용서치 않겠습니다.”
금천상이 씁쓸한 표정으로 우금향을 바라보았다.
“지금 내 아들의 몰골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하는가? 막고자 한다면 설사 도화방이라 할지라도 내 용서치 않으리.”
그야말로 심각한 상황, 모두가 긴장으로 숨을 죽인 상황에서 소무린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와, 예쁘다.”
도무지 긴장감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소무린의 모습에 기녀 소청이 곤혹스런 표정으로 그를 힐끔 노려보았다.
소무린이 그런 소청을 향해 가벼운 미소로 화답했다.
순간 우금향이 우수로 가볍게 금의 현을 튕겼다.
현에서 발출된 기운이 소무린의 옆을 스쳐 괜한 기둥에 구멍을 만들었다.
한마디로 닥치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소무린은 닥치는 대신 헤픈 웃음을 짓고 있었다.
“헤헤헤.”
이미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 기녀로서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무공으로 다져진 그녀의 피부는 이십 대 못지않은 탱탱함을 유지하고 있었고, 나이에 걸맞은 중후함은 그녀만의 독특한 매력처럼 느껴졌다.
우금향은 넋을 잃고 자신을 바라보는 철없는 젊은이를 무시한 채 금천상을 향해 말했다.
“우리 도화방은 그동안 웅천보를 이곳 장사의 지배자로 인정하고 적지 않은 성의를 비춰 왔습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관계가 고작 이 정도였습니까?”
한마디로 상납을 하고 있는데 너희가 감히 이곳에 와서 깽판을 칠 수가 있느냐는 뜻이었다.
받아 처먹은 놈은 본래 할 말이 없는 법이었다.
더구나 도화방이 힘이 없어서 웅천보에 상납을 한 것도 아니었다.
괜한 분란을 예방하고자 웅천보에 일정 금액을 상납한 것뿐이었고, 그동안 잘 받아 처먹은 대가로 때때로 웅천보가 도화방의 일을 대신해서 처리해 준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금천상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우금향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하지만…….”
우금향이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서 소협이 금 공자의 다리를 자른 것은 분명 서 소협의 잘못이 아니겠습니까? 허니 서 소협도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겠지요.”
류한청이 난감한 표정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러나…….”
우금향이 류한청의 말을 막으면서 말했다.
“류 대협, 그냥 해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에 합당한 대가를 우리 도화방이 지불하도록 하지요. 물론 그것은 두 분이 이곳에 오신 이유에 관련된 것입니다.”
류한청이 난감한 표정으로 서조헌을 바라보았다.
순간 서조헌이 결심을 굳힌 듯 금천상을 향해 말했다.
“분명 금 공자의 다리를 자른 것을 저의 불찰입니다. 허나 저는 먼 길을 가야 할 몸이니 금 공자의 다리 대신 제 왼팔로 만족하시겠습니까?”
금천상이 껄끄러운 표정으로 좌중을 둘러보았다.
상대는 도화방과 검각, 그리고 무당이었다.
상대가 저항을 한다면 모를까?
이렇듯 선선히 사지 중에 하나를 내놓겠다는데 굳이 더 이상 분란을 일으킬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다리와 왼팔은 무인에게 그 비중이 달랐다.
그러나 이쯤에서 만족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조헌이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왼팔을 직접 자신의 검으로 잘라 냈다.
소무린이 씁쓸한 표정으로 그런 서조헌을 바라보았다.
괜히 류한청을 괴롭히려다가 애꿎은 서조헌만 다치고 만 셈이었기에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서조헌은 스스로 왼쪽 어깨의 혈을 점해 잘려 나간 부위를 지혈하고 직접 금천상에게 자신의 왼팔을 건넸다. 이를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이 서조헌의 기개에 감동한 모습이었다.
금천상 역시 이런 분위기를 느꼈는지 떨떠름한 표정으로 서조헌의 팔을 받아 들었다.
“빌어먹을.”
금인봉의 말에 모두가 눈살을 찌푸렸다.
“돌아가자.”
금천상의 말에 삼십육 웅비대원 중 일인이 이층으로 훌쩍 뛰어올라 왕경지 등의 제압된 혈도를 풀었다. 이내 그들 역시 금천상의 뒤를 쫓아 취선각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웅천보의 사람들 모두가 취선각을 벗어나자 비로소 서조헌이 얼굴을 찌푸리면서 몸을 휘청거렸다.
류한청이 황급히 그런 서조헌의 몸을 부축했다.
우금향이 그런 두 사람의 옆으로 다가가 가만히 속삭였다.
“일단 삼층으로 오르시지요.”
류한청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서조헌을 부축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들이 이층을 지날 즈음 류한청과 우금향이 동시에 힐끔 소무린을 꾸짖듯 쳐다보았다. 소무린은 서조헌의 잘려 나간 왼쪽 어깨를 바라보면서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들마저 삼층으로 올라가자 이곳의 총관이라는 중년인이 오늘의 소란을 사과하면서 오늘 술은 모두 공짜라고 말하자 모두가 환호성을 터트렸다.
오붓한 즐거움은 사라졌지만 모처럼 재미있는 싸움도 구경하고, 나름 흥미로운 시간을 보냈기에 대부분이 흡족한 분위기였다.
오직 소무린 한 사람만을 제외하고 말이다.
소무린은 아리따운 기녀를 끼고 공짜로 마시는 술이 이토록 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생에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하지만 쓴 술도 한두 잔에 불과했다.
한 팔 정도 잃는 것은, 그리고 때로는 목숨까지도 쉽게 잃는 것은 검을 쥔 자들의 숙명이 아니겠는가?
소무린은 검을 쥔 순간부터 그 모든 책임은 검을 쥔 스스로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서조헌의 부상을 그다지 오랫동안 심중에 담아 두지는 않았다.
“너도 한잔 하거라. 어느덧 너희들도 이런 곳을 찾을 나이가 되었구나. 하하하.”
“하긴 어머님이 돌아가신 지 십 년도 넘었으니 아버지도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이런 곳을 찾을 수도 있겠군요. 하하하.”
그런 와중에도 장봉상과 장소팔 부자는 서로의 타협점을 찾은 듯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며 기녀들과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는 소무린은 그저 웃을 수밖에는 없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정말 부러운 부자지간이었다.
“대가를 지불하시오.”
왼팔이 잘려 나간 고통에도 불구하고 서조헌은 이를 악물고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우금향을 향해 당찬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우금향이 그런 서조헌을 걱정스레 바라보며 말했다.
“서 소협, 일단 먼저 치료부터 하시지요.”
하지만 서조헌은 창백한 안색으로 자리에 앉으면서 말했다.
“먼저 제 왼팔의 대가부터 받은 연후에 치료를 시작하도록 하지요.”
류한청이 서조헌의 옆에 앉으면서 말했다.
“허, 사람 참, 고집 하고는. 하긴 누가 우리 서 소협의 고집을 꺾겠습니까? 우선 우 방주께서 먼저 말씀하시지요.”
우금향이 다소곳하게 자리에 앉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정히 그러시다면 어쩔 수 없지요. 소첩의 짐작으로는 아마도 두 분께서는 필시 마교의 준동을 확인하기 위해 이곳을 찾으셨겠지요. 아니 그렇습니까?”
류한청이 이를 인정하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서조헌을 바라보았다.
“서 소협, 이 정도면 일단 치료를 하면서 들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오만.”
서조헌이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렸다는 듯 방문이 열리고 밖에서 대기 중이던 두 명의 기녀가 치료도구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기녀들이 서조헌을 치료하기 시작하자 서조헌은 지그시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으면서 계속해서 우금향을 바라보았다. 이야기를 재촉하는 것 같은 서조헌의 시선에 우금향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아마도 두 분께서는 이곳 호남성에서 마교의 흔적을 전혀 찾지 못했겠지요.”
류한청은 솔직하게 이를 인정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이다. 분명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얼마 전 마교도들이 형산파를 제압하고 형산 일대까지 그 수중에 넣었다고 했소이다.”
물론 그 정통한 소식통은 유소혜 일행이었다.
“허나 어찌 된 영문인지 지난 십여 일간 호남성을 둘러보았으나 형산은 물론 호남성 어디에서도 마교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우금향이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아마도 그러셨을 것입니다. 사실 제가 이곳 호남성에 머무는 까닭도 바로 그 때문이지요.”
류한청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류한청도 도화방에 대해서는 소문을 통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최초 힘없는 기녀들의 권익을 위해서 창설된 방파가 도화방이었다.
기녀들로 이루어진 방파, 남자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김없이 기루가 있었고, 그런 기루에서 무수한 정보들이 오가는 것이 또한 사실이었다.
때문에 도화방의 정보력은 실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현재의 방주인 우금향에 이르기까지 도화방의 역사는 고작 이백 년 남짓했으나 어느새 도화방의 정보력이 개방에 비견될 정도로 대단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또한 도화방의 무공 역시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때때로 도화방은 여인의 희생을 대가로 무공비급을 얻어 냈다.
그렇게 얻어 낸 무공비급을 단순히 기녀들만 익힌 것이 아니었다.
재능 있고 나이 어린 고아들, 그것도 여자 아이들을 거둬들여 그녀들에게 무공을 가르쳤고, 그런 여인들이 이백 년 동안 도화방을 유지하는 새로운 힘이 되었다.
오로지 기녀들로 이뤄진 방파라는 이야기는 어느덧 옛이야기가 되고 만 것이다.
그렇게 성장한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현재 도화방의 방주인 우금향이었다.
우수한 정보력과 그에 걸맞은 힘마저 갖춰 가는 도화방, 때문에 류한청은 그런 도화방의 방주인 우금향이 굳이 이곳 호남성에 머물러 있어야 할 이유라는 것이 언뜻 떠오르지 않았다.
우금향이 계속해서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비밀이랄 것도 딱히 없겠지요. 아시다시피 저희 도화방의 총단은 광서성의 성도인 남녕에 있습니다. 저 역시 얼마 전까지는 그곳에 머물러 있었으나 마교가 본방을 노리고 마수를 뻗쳐 왔기에 어쩔 수 없이 수하들을 이끌고 이곳으로 피할 수밖에는 없었지요.”
도화방의 총단이 남녕에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었다.
더구나 마교가 그녀들을 위협하고 있기에 그녀들이 이곳으로 피했다는 이야기는 류한청으로서는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었다.
지금 우금향은 광서성에서 마교의 위협을 받았다고 했다.
호남성과 인접한 광서성에서 마교의 위협을 받았다면 상식적으로는 광서성과 조금이라도 더 멀리 달아나야만 했다.
류한청이 생각건대 지금 호남성에는 마교에 대적할 만한 방파는 없었다.
때문에 과거 그의 사매인 유소혜는 무리해서 호북성의 무당행을 결정했고, 실제로 유소혜의 경우에도 이곳 호남성에서 마교의 집요한 추격을 받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우금향 역시 유소혜와 마찬가지로 최소한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을 선택했어야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유소혜가 이곳 호남 땅에서 마교의 추적을 받은 지 이제 고작 십여 일 남짓의 시간이 지났을 뿐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류한청은 그사이 마교가 이들을 추격하지 못할 어떠한 이유도 떠올릴 수 없었다.
이런 류한청의 마음을 읽은 듯 우금향이 계속해서 말했다.
“하긴 정말 이상한 일이기는 하지요. 분명 우리 쪽의 정보로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호남성까지 마교의 진출이 대거 포착되었습니다. 헌데 정작 사흘 전 우리가 광서성에서 탈출을 감행하던 당시에는 우리를 뒤쫓는 마교의 추적자들이 우리가 호남성에 들어섬과 동시에 그 추격을 멈췄습니다. 저는 아직도 당시 우리를 지켜만 보고 서 있던 마교도들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류한청이 부지중에 중얼거렸다.
“마교도들의 눈빛?”
우금향이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야말로 난감한, 그것은 마치 호남성이 그들에게 범접하지 못할 땅이라도 되는 것 같은 그런 표정이었습니다.”
류한청이 더더욱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럴 리가?”
우금향이 류한청을 향해 힘주어 말했다.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어디까지나 단순한 추측과 느낌에 불과하지만 어쩌면, 어쩌면 이곳 호남 땅에는 마교조차도 두려워할 만큼 거대한 힘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우금향은 단순한 추측과 느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작 단순한 추측과 느낌만으로 우금향이 이곳에 머물고 있을까?
아마도 우금향은 그 힘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류한청은 좀처럼 이런 사실을 믿기 힘들었다.
적어도 류한청이 지금까지 들어온 마교란 당최 무언가를 두려워할 만한 단체가 아니었다.
마교가 등장할 때면 언제나 전 무림이 힘을 합쳐 그들을 상대해야만 했다.
그만큼 마교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때는 언제나 만반의 준비를 갖췄고, 그 만반의 준비란 천하에 걸맞은 힘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런 마교가 두려워할 정도의 힘이라니 언뜻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래서 고작 추측만으로 방주께서는 이곳에서 머물고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이것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우금향의 확신의 정체를 확인하고자 하는 뜻이었다.
이런 류한청의 물음에 우금향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금향과 류한청이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 이층의 장소팔 부자와 소무린은 여전히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아무리 죽이 맞는 부자라지만, 그리고 소무린이 아무리 뻔뻔하다고는 하지만 아버지 앞에서, 아들 앞에서, 사문의 존장이나 다름없는 어른 앞에서 기녀를 끼고 희희낙락하기는 좀처럼 힘든 일이었다.
때문에 서로가 다소 껄끄러운 분위기는 어느 정도 감수할 수밖에는 없었다.
그렇게 껄끄러운 분위기에서 술을 마시던 소무린이 불현듯 손가락으로 귓구멍을 후비면서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이 씨, 왜 이렇게 귀가 근질근질한 거야, 누가 내 욕이라도 하나.”
술을 따르던 기녀 소청이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하긴 욕을 들어 먹어도 싸지, 싸.’
이렇게 생각하는 소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