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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무문 1권(18화)
第九章 임자를 만나다(1)


“확실히 마교는 이전과는 다릅니다.”
이렇게 말하는 우금향의 표정은 확신에 차 있었다.
막 치료를 끝마친 서조헌이 이마의 식은땀을 손으로 훔치면서 말했다.
“다르다니요. 대체 무엇이 다르다는 말입니까?”
우금향이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과거 마교의 발호는 삼백 년 전,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마교에 대한 지식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것이 전부입니다. 그러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우리가 단순히 이야기로만 전해 들었던 마교와 지금의 마교는 다르다는 뜻이지요.”
류한청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서 소협은 대체 어떤 점이 다르냐고 묻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금향 역시 알고 있다는 듯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해서 말했다.
“우리가 이야기로 전해 들어 왔던 과거의 마교는 어떻습니까? 그야말로 압도적인 힘으로 폭풍처럼 천하를 유린했습니다. 절대군림(絶對君臨), 오로지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군림하려 했었지요. 그리고 당시 그들에게는 그에 걸맞은 힘이라는 것도 있었습니다.”
서조헌이 가벼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혹시 지금은 그 힘이 예전만 못하다는 뜻입니까?”
우금향이 서조헌의 질문과 동시에 강하게 고개를 흔들면서 이를 부인했다.
“그럴 리가요.”
대체 무엇을 떠올린 것일까?
우금향의 몸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우금향의 떨림이 바로 공포 때문이라는 것을 함께 자리한 두 사람 역시 쉽게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비록 여인들로 이루어진 기녀들의 방파라고는 하지만 분명 우금향은 일파를 이끄는 수장이었다.
때문에 그런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려는 듯 류한청은 짐짓 그런 그녀의 모습을 모른 척 내색하지 않고 있었다.
이쯤에서 류한청은 우금향의 무공수위를 생각했다.
조금 전 자신과 금천상 사이에 끼어들던 그녀의 음공은 분명 일파의 수장으로서 손색이 없었으며 능히 자신과도 자웅을 겨룰 만했다.
그런 그녀가 단지 마교를 떠올리는 정도로 이토록 동요한다는 것만으로도 능히 부활한 마교의 힘을 어느 정도 피부로 절감할 수 있었다.
어느새 우금향이 마음을 가라앉힌 듯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당시 그는 스스로를 마교 서열 십사위, 전륜마가의 당대 가주 허언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렇게 허언을 언급하면서 우금향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류한청과 서조헌 역시 흥미로운 표정으로 우금향을 바라보았다.
마교 서열 십사위, 그것은 이들이 최초로 접하는 마교의 강자에 관련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금향으로서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 어쩌면 수치스러운 기억들을 그녀는 지금 처음 만나는 타인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단신으로 본방의 총단을 찾아와 제게 앞으로 천하를 굽어볼 그들의 눈이 되어 달라고 제안했습니다.”
지금 도화방의 정보력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마교가 천하를 노린다면 무엇보다도 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날 개방에 비견되는 도화방의 정보력은 그야말로 그들의 구미에 가장 잘 들어맞는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요?”
류한청의 말에 우금향이 다소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라니요? 비록 몸을 팔아 생을 연명하는 천하디천한 기생들로 이루어진 단체라고는 하지만 우리는 단 한 번도 우리가 무림의 일원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우리가 어찌 마교의 그따위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물론 일언지하에 그의 제안을 거절했지요. 그러자 그는 다시 생각해 보라며 사흘의 시간을 더 주겠다고 했습니다.”
서조헌이 입가에 살짝 비웃음을 흘렸다.
지금 우금향이 그녀들을 무림의 어엿한 방파라고 주장하는 듯했기 때문이다. 류한청이 힐끔 서조헌을 노려보면서 주의를 주고는 우금향에게 말했다.
“그래서요?”
“그는 자리에서 일어남과 동시에 단지 수중에 있는 한 개의 륜을 던졌을 뿐입니다.”
말과 동시에 다시 당시의 상황을 떠올린 듯 우금향이 다시 한 번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재차 호흡을 가다듬은 우금향이 이번에는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믿기 힘드시겠지만 허공을 날아오른 그의 륜은 한순간 제 수신호위 열둘의 목숨을 가져갔습니다. 더불어 제 길었던 머리카락 역시도. 부끄러운 말이지만 그런 와중에 저는 그의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감히 움직일 엄두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지금 우금향은 단발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말로 미루어 본다면 그녀는 긴 장발이었다는 뜻이다. 우금향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살짝 어루만지면서 계속해서 말했다.
“그리고 그는 사흘 후에 다시 대답을 듣겠다는 말만을 남긴 채 유유히 천선각을 벗어났습니다.”
천선각, 그것은 남녕에서 가장 큰 기루의 이름이었다.
그녀의 말로 미루어 보아 광서성에 있다던 도화방의 총단이 바로 천선각인 듯했다.
‘그 거대한 기루가 도화방의 것이었던가?’
두 사람 모두 예전에 천선각을 가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천선각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런 두 사람의 반응과 무관하게 우금향은 계속해서 말했다.
“그렇게 그가 떠나고 저는 도화방의 원로들을 소집해 그야말로 심각한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회의 결과 부끄러운 일이지만 굳이 마교에 맞설 필요가 없다는 쪽과, 일단은 몸을 피하자는 쪽이 그야말로 팽팽하게 맞섰고, 결국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각자의 뜻에 따라 움직이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류한청이 의아한 표정으로 우금향을 바라보았다.
“각자의 뜻이라니요?”
우금향이 참담한 표정으로 류한청을 바라보았다.
“당시 이미 도화방의 원로들 중 삼분지 일은 마교에 포섭된 상황이었습니다. 그나마 한 가지 다행스러웠던 것은 그들이 우리의 앞길을 방해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이미 그 정도의 약속을 마교와 끝낸 상황이기도 했던 것이지요.”
류한청이 씁쓸한 표정으로 우금향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조건부 배신이라는 건가?”
우금향이 이를 인정하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하지만 저는 그들을 원망할 수 없었습니다. 가는 길이 다를 뿐 그들의 입장에서 도화방의 미래를 생각한 것뿐이니까요.”
서조헌이 배신자를 두둔하는 우금향의 말에 비꼬듯 말했다.
“스스로 일문의 방주라는 사람이 배신자들을 두둔하다니 그야말로 우습군요.”
우금향이 서조헌의 말에 발끈하면서 말했다.
“어차피 무림인들이 지금의 서 소협처럼 우리를 천시하는 것을 우리 모두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무림인들을 위해서 우리가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마교를 상대할 필요가 있느냐는 그들의 말에도 솔직히 일리는 있었습니다.”
서조헌이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감히.”
류한청이 가만히 그를 타일렀다.
“서 소협, 진정하시게. 잊었는가? 방주께서는 마교를 피해서 이곳까지 오신 분이라네.”
서조헌이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못마땅한 시선으로 우금향을 바라보았다. 우금향 역시 한차례 떨떠름한 표정으로 서조헌에게 화답하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후, 저희는 도화방의 비밀 탈출로를 통해서 탈출을 시도했습니다. 남녕에서 호남성까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일 수도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그야말로 멀고 험난한 여정이었습니다. 그나마 우리의 정보가 마교에 노출되지 않은 까닭에 겨우 절반은 무사히 호남 땅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허나 만약 우리가 호남이 아닌 다른 지역을 선택했더라면 아마도 전멸을 면치는 못했을 것입니다.”
류한청이 당시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금향이 마교도들의 표정을 확인할 정도로 근접한 거리, 눈앞의 먹이를 놔두고 마교도들이 호남성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은 어쩌면 우금향의 예상처럼 호남성에 마교를 제지하는 그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추격을 당했던 당사자인 우금향이 마교도들의 눈빛을 통해서 누구보다도 절실하게 느꼈을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리고 비록 우금향이 말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당시 우금향의 두려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일행 중 절반을 잃을 정도라면 아마도 극도로 위험에 처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극도의 두려움과 공포로 어쩌면 더 이상 달아날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마교가 추격을 멈추었다는 뜻이었다.
그것도 단지 그녀들이 호남 땅으로 들어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다.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당시 마교도들의 눈빛에서 어떠한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면 우금향은 결코 지금 이곳에 머무르는 선택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체 그것이 무엇일까?’
류한청은 이런 의문을 뒤로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교의 강함이 그와 같다면 대체 과거와 무엇이 달라졌다는 뜻입니까?”
우금향은 마치 이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들은 여전히 강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과거 그들이 얼마나 강했는지 모르지만 지금처럼 강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은 강합니다.”
우금향이 마교를 지나치게 강하게 묘사하자 서조헌이 반감을 드러내며 말했다.
“고작 한 명만을 보고 그렇게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니겠습니까? 허언이라고 했던가? 그는 마교의 절대고수 중의 한 명일 뿐 모두가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겠습니까? 아니면 도화방이 지나치게 약했던지요?”
도화방을 깔보는 듯한 서조헌의 말에 류한청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마교에 당한 충격이 그만큼 컸던 탓일까?
놀랍게도 우금향은 서조헌의 빈정거림을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서 소협의 말처럼 어쩌면 우리가 지나치게 약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언급해 둘 것은 우리를 추적한 추적자들의 무리에 그는 없었습니다. 있다면 단지 마교의 하급 무인들뿐이었지요.”
서조헌이 무언가 반박을 하려는 순간 류한청이 그를 제지했다.
이미 서조헌의 빈정거림에 자신들이 약하다는 것을 인정할 정도로 충격을 받은 우금향에게 더 이상 수치를 주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 소협, 그만하시게. 지금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류한청의 말에 서조헌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다시 한 번 여쭈도록 하지요. 대체 그들에게 무엇이 바뀌었습니까?”
우금향이 나직이 말했다.
“이해하기 힘드시겠지만 한마디로 그들이 포용을 배웠습니다.”
우금향의 말에 서조헌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그들이 포용을 배웠다? 대체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잔혹하기 이를 데 없는 마교가 포용을 배우다니. 하하하.”
반면에 류한청은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 역시 언뜻 이해하기가 힘들군요. 무슨 뜻인지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우금향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러지요. 제가 아는 마교의 역사는 앞서 말했다시피 절대군림, 무조건적인 복종 외에는 아무것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마교는 조건부 복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어느 정도의 합당한 조건을 제시했고, 그 조건이라는 것도 제게 직접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제시함으로써 조직 전체의 동요를 이끌어 내도록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것도 매우 매력적인 조건으로요. 그렇게 조직이 동요하고 있을 때 그가 찾아와 압도적인 힘을 보여 주었던 것이지요.”
류한청이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대체 그 조건이라는 것이?”
우금향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류 대협께서는 우리가 과연 얼마만큼의 돈을 웅천보와 같은 곳에 상납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비단 웅천보뿐이겠습니까? 검각에는 얼마만큼의 돈을 제공하고 있을까요? 각 지역의 기루들은 그 지역의 군소방파에 상상 이상의 액수를 상납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류한청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우금향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