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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무문 1권(21화)
第九章 임자를 만나다(4)


그렇게 뒷문을 벗어나자 그곳에는 이미 약속이 되어 있는 듯 장소팔이 숨어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냐?”
대뜸 장소팔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소무린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소무린은 재빨리 검지를 장소팔의 입으로 가져가며 주변을 살폈다.
“쉿, 이미 결정한 일이잖냐. 잔말 말고 어서 가자.”
장소팔이 망설이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소무린이 그의 손을 잡고 강제로 끌고 가면서 말했다.
“일단 이곳을 벗어난 이후에 다시 이야기하자. 일단 가자, 가.”
그렇게 두 사람은 한 식경을 북쪽으로 치달렸다.
장소팔의 거친 숨소리에 비로소 소무린이 발걸음을 멈추고 한숨을 내쉬었다.
“휴, 이 정도면 되겠지.”
장소팔이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말했다.
“헉헉, 잠깐만 이야기 좀 하자.”
소무린이 살짝 인상을 찡그리면서 말했다.
“아,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자는 거냐. 이미 다 끝난 이야기잖아.”
장소팔이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아버지 혼자 놔두고 가려니 발이 떨어지지가 않는다. 일단 아버지한테 설명을 하고 난 이후에 다시 출발하는 것이 좋겠다.”
소무린이 그야말로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야야,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그렇게 살아왔으면서도 아직도 네 아버지를 몰라. 네 아버지가 허락한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 장을 지져.”
장소팔이 소무린을 설득이라도 하려는 듯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냥 돌아가서 나는 아버지의 허락을 받고 너는 황노한테 말하고 출발하는 것이 어떻겠냐? 아무래도 그게 좋을 것 같은데.”
황노의 이야기가 나오자 소무린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이내 버럭 화를 내면서 말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내가 바로 천도무문의 문주인데 누가 누구의 허락을 받는단 말이냐.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장소팔이 피식 비웃음을 흘렸다.
“그런데 왜 가출하는 사람처럼 야반도주를 하냐? 지금 우리 꼴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아무래도 나는 돌아가서 당당히 아버지의 허락을 득한 연후에 가야겠다.”
순간 소무린이 장소팔의 손을 와락 잡으면서 간곡하게 말했다.
“친구야, 제발 사람 하나 살려 주는 셈치고 그냥 가자, 제발.”
장소팔이 난감한 표정으로 소무린을 바라보았다. 소무린이 계속해서 그를 설득하듯 말했다.
“대륙 최고의 요리사가 되기 위해서는 천하를 주유하면서 무수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말한 것이 바로 네가 아니냐? 언제까지 이곳에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다던 사람이 바로 네가 아니더냐? 더 늦으면 기회가 없다고 말한 것이 네가 아니더냐? 이제 와서 네가 돌아간다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썩은 무라도 잘라야지, 여기까지 와서 돌아간다는 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장소팔이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자 소무린이 쾌재의 미소를 지었다.
“이미 자세한 이야기는 서찰로 남겨 두었으니 네 아버님도 이해하실 거야. 이왕에 내친걸음 그럼 일단 호북성의 무당까지만이라도 갔다가 오자. 이대로 있으면 정말 미칠 것 같다.”
장소팔이 딱하다는 표정으로 소무린을 바라보았다.
지난 일 개월, 소무린에게는 그야말로 힘든 시간이었다.
황노 황석옹, 그는 어떤 의미에서 소무린에게 가장 껄끄러운 상대였다. 한마디로 완전히 임자를 만난 셈이었다.
나이 열다섯에 천도무문에 홀로 남겨진 소무린, 고독하게 홀로 무문을 지켰지만 무문 내에서 그래도 자유라는 것이 있었다.
세상의 관습이나 예절 따위는 혼자 있는 그에게 크게 문제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황노가 들어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황노는 그야말로 공손하게 소무린을 떠받들었지만 그런 가운데 은연중에 예절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 스스로는 충언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문주님, 외람되지만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다도라는 것은…….”
“문주님, 외람되지만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주도라는 것은…….”
“문주님, 외람되지만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아랫사람들이 보고 있으니 체통을…….”
외람되지만으로 시작하는 그의 말은 소무린에게는 그야말로 부담스러운 말들이었다.
상인 출신, 그것도 거상 출신이라서 그랬을까?
그의 능수능란한 언변은 경험이 일천한 소무린으로서는 쉽게 허점을 발견할 수 없었고, 어느 틈에 소무린은 그의 눈치를 살피면서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의 사부들이 살아 있는 동안에도 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결국 소무린의 인내는 한계에 봉착했고 이렇게 대탈출을 결심하게 되었다.
하지만 막상 혼자서 세상으로 나가려니 마음에 걸린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두려웠던 것일까? 일행으로 장소팔을 끌어들였다.
보름여의 오랜 노력이 비로소 성과를 거둬 냈고, 이렇게 장소팔과 함께 야반도주를 실행하는 것이다.
이튿날 아침이 되어서야 장봉상은 장소팔이 남긴 한 장의 서찰을 발견했다.
“천하의 요리를 직접 경험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고, 미친.”
장봉상은 서찰을 격하게 구기며 흥분한 표정으로 곧장 천도무문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황노를 따라 천도무문으로 들어온 몇몇 노복들이 헐레벌떡 문주실로 달려가는 장봉상을 향해 공손히 인사를 건넸지만 지금 장봉상의 눈에 그런 인사가 들어올 리가 없었다.
장봉상이 거칠게 와락 문주실의 문을 여는 순간 서찰을 읽고 있는 황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황노의 표정은 왠지 흐뭇한 표정 같기도 하고 아쉬운 표정 같기도 한 그야말로 묘한 표정이었다.
“역시 놈도. 내 이놈들을 그냥.”
황노가 그런 장봉상을 제지하듯 말했다.
“관두게, 다 부질없는 짓일세.”
장봉상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황노를 바라보았다.
그런 장봉상을 향해 황노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풍운이 불어오니 어찌 용이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장봉상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황노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풍운이라니요?”
황노가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자네도 참 세상 소식에 감감하구먼. 곳곳에 마교의 등장을 알리는 무림첩이 배포되었다고 하는군. 그것도 무당의 이름으로.”
장봉상이 흠칫 놀라는 표정으로 황노를 바라보았다.
“아아, 물론 아쉽게도 본문에는 무림첩이 도착하지 않았네. 어떻게 아셨는지 문주께서는 이번 기회에 무문의 부활을 알리기 위해 무당으로 가신다는군.”
“지금 그 말을 믿으십니까?”
장봉상의 말에 황노가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가볍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럴 리가. 단지 예절교육이 지루해지신 것이겠지. 뭐 그렇지만 일단 명분은 그럴듯하지 않은가?”
장봉상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비록 그 아이가 무공이 높을지는 모르나 아직은 세상물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철없는 어린아이에 불과합니다. 지금이라도 가서 말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황노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 예절교육은 그 정도면 되지 않았나 싶네. 어쩌면 그를 좀 더 붙잡고 싶었던 것도 다 이 늙은이의 부질없는 욕심이 아니겠는가? 세상에 부딪쳐 깨져 보기도 하고, 무공만으로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다는 것을,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배우는 것이 가장 큰 공부가 아니겠는가? 이 늙은이는 내심 기대가 된다네. 훗날 그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이곳으로 돌아올지가.”
장봉상이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린이야 그렇다고 하지만 제 아들은?”
기다렸다는 듯 황노가 말했다.
“아무래도 혼자서는 너무 외롭지 않겠는가? 벗이 있으면 그것만큼 든든한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자네 아이 역시도 결코 범상치 않으니 필경 무탈할 것이야. 허니 너무 심려하지 마시게.”
장봉상이 더더욱 난감한 표정으로 황노를 바라보았다.
“그럼 저는 어떻게 합니까? 가뜩이나 앞으로 몰려올 손님들을 대비해 건물마저 확장했는데 말입니다.”
황노가 힐끔 장봉상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농담이겠지. 이런 판국에 그런 농담이라니 자네도 참.”
장봉상이 배시시 미소를 지으면서 황노를 바라보았다.
“농담이라니요. 정말 농담도 잘하시는군요. 아무튼 무문의 문주님께서 저지르신 일이니 아무래도 이곳의 일손이라도 조금 빌려가야겠습니다.”
황노가 움찔하며 장봉상을 바라보았다.
“허, 사람 참, 끝까지 농담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정말 장봉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황노였다.


第十章 무당으로 향하는 군웅들(1)


집을 떠난 두 청년은 대로를 따라 북상했다.
골라(汨羅)를 지나 악양(岳陽)에 다다르자 거대한 호수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동정호(洞庭湖).
동정호는 엄밀하게 말해서 호수는 아니었다.
네 개 하천의 물이 모였다가 양자강으로 들어가는 줄기지만 그 모양이 호수처럼 생겼기에 혹자는 동정강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두 청년에게 그것이 강이든 호수이든 큰 의미는 없었다.
대륙 위에 있는 뻥 뚫린 구멍처럼 눈으로는 그 끝을 확인할 수 없는 거대한, 그리고 일렁이는 물결이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거대한 호수의 정취가 두 사람의 막힌 가슴마저 뻥 뚫어 주는 듯했다.
동정추월(洞庭秋月)이라고 했던가?
동정호는 사시사철 모두가 아름답지만 특히 동정호에 비치는 가을 달빛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더욱 아름다웠다.
때마침 두 사람이 이곳에 도착한 것이 가을의 초입이었고, 보름이 막 지난 어느 날 저녁이었기에 그 아름답다는 동정호의 가을 달빛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한껏 자연의 정취에 취한 장소팔에게 소무린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어떠냐! 정말 오기를 잘했지.”
지금까지도 간간이 돌아갈 것을 주장하던 장소팔이 이런 소무린의 말에 아무런 반박조차 하지 못하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달빛을 받으면서 동정호에서 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야야,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도 이 기회에 배나 한번 타 볼까?”
소무린의 제안에 장소팔이 반색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약속이라도 한 듯 재빨리 포구로 달려가는 두 사람, 때마침 막 출발하려는 단순히 뱃놀이를 하기에는 조금 큰 배가 눈에 들어왔다.
“잠깐만요, 잠깐만요.”
두 사람은 급한 마음에 일단 배 위로 훌쩍 올라탔다.
그렇게 그들이 배 위에 오르자 주변 사람들이 모두 묘한 시선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비로소 두 사람은 뱃사람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검을 찬 무인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다. 더구나 그들의 전면에 선 삼 인은 잔뜩 인상을 찡그리며 검을 뽑아 들고 동시에 외쳤다.
“무슨 짓이냐?”
그것은 오히려 장소팔과 소무린이 그들에게 묻고 싶은 말이었다.
그저 뱃놀이를 할 생각에 뛰어오른 배의 갑판 위에서 갑자기 적의를 드러내며 검을 뽑아 드는 삼 인의 모습에 두 사람은 그야말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는 없었다.
“그만, 물러들 나시게.”
누군가의 목소리에 삼 인이 검을 검집으로 집어넣으면서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자연히 장소팔과 소무린은 목소리의 주인공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이십 대 중반의 청년이 지그시 그들을 쳐다보며 서 있었다.
그는 두 사람을 향해 가볍게 목례를 취하면서 말했다.
“수하들의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이리들 오시지요. 동정추월이라더니 그야말로 가을 달밤의 경치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청년의 호의적인 말에 소무린이 앞장서서 그에게 다가갔다. 그런 소무린의 뒤를 장소팔이 조심스레 따랐다.
호의적인 청년과는 달리 그의 주변을 경계하듯 서 있는 무인들이 살짝 긴장하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청년은 주변의 호위무사들에게 그만 긴장을 풀라는 듯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소무린과 장소팔을 향해 포권을 취하면서 말했다.
“저는 남궁세가의 남궁현이라고 합니다.”
남궁세가의 대공자 남궁현, 무림인들 중 누군가에게 향후 무림을 이끌어 나갈 최고의 후기지수를 묻는다면 아마도 십중팔구는 남궁현을 언급할 것이다.
남궁현은 오대세가의 으뜸으로 꼽히는 남궁세가의 후계자이기도 했지만 흔히들 사람들이 정도삼천이라 칭하는 천불, 천도, 천검 중에 으뜸으로 꼽히는 소림의 천불 원광대사의 삼 초를 받아 냄으로써 세상에 제대로 그 이름을 알렸다.
정도를 지탱하는 세 개의 하늘 중에 하나라고 칭해지며 소림제일인이라고까지 불리는 원광대사가 남궁현과의 비무를 끝낸 이후 소림에 이와 같은 인재가 없음을 한탄했을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물로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뒤이은 몇 차례의 비무를 통해서 원광대사의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세상에 증명함으로써 사람들은 그를 일룡이라고 칭했다.
일룡(一龍), 이우(二友), 삼봉(三鳳), 사걸(四傑).
이는 오늘날 무림의 후기지수들 중 가장 잘 알려진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며 또한 사람들은 그 으뜸으로 바로 남궁세가의 대공자 남궁현을 꼽았던 것이다.
지금 남궁현은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진을 대신해 무당으로 가는 길이었다.
물론 남궁세가에서 동정호를 거쳐 무당으로 가는 것은 길을 빙 둘러 가는 것이었지만 이왕 가는 길에 다소 둘러 가더라도 동정호의 가을 정취를 맞보고자 남궁현은 이렇게 한참을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던 것이다.
사실 남궁현은 번거로운 호위를 물리고 홀로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 남궁진이 한사코 호위를 딸려 보냈다.
한사코 호위를 마다하는 남궁현에게 그의 아버지 남궁진은 ‘너는 단순히 일개 무인으로 무당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남궁세가를 대표해 무당으로 가는 것인 만큼 세가의 위신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내심은 남궁세가의 보배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아들을 염려해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위험마저 방지하고자 했던 것이다.
지금 그를 호위하는 삼십삼 인은 남궁세가를 대표하는 최고의 검수들이었고, 그들의 호위 때문에 웬만해서는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조금 전까지 남궁현은 모처럼 안휘성을 떠나 세상을 둘러보는 의미가 없다고까지 생각하고 있던 찰나였다.
그러던 차에 두 사람이 무대포로 배에 올랐던 것이다.
이미 배는 포구를 떠나 움직이고 있었고 이제는 돌려보내고 싶어도 돌려보낼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남궁현의 인사에 소무린이 갑자기 진중한 표정으로 포권을 취했다.
“천도무문의 문주 소무린이라고 합니다.”
전에 대하지 못했던 소무린의 이런 모습에 장소팔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속삭였다.
“야, 너 왜 그러냐?”
소무린이 살짝 한쪽 눈을 깜박이면서 말했다.
“야야, 황노의 말로는 이렇게 해야 상대가 깔보지 않는다고 그랬어. 잔말하지 말고 너도 어서 따라 해.”
소무린의 말에 장소팔이 역시 어깨를 바로 세우며 진중한 표정으로 포권을 취했다.
“풍운각의 장소팔이라고 합니다.”
이런 순박해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에 남궁현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살포시 미소를 머금었다.
“자자, 사해가 모두 형제라고 하지 않습니까? 일단 자리에 앉으시지요.”
남궁현은 두 사람에게 자리를 권하면서 자신의 뒤에선 수하에게 말했다.
“이보게 풍도, 모처럼 벗들과 술 한잔 하고 싶으니 자리를 준비해 주게.”
남궁현의 호위를 책임지는 풍도는 가주를 제외하고는 남궁세가의 최고의 고수로 손꼽히는 인물이었다.
또한 풍씨 가문은 남궁가의 최측근의 가문으로써 삼백 년 이상 남궁가를 보좌해 왔다.
남궁세가는 크게 내당과 외성으로 나누어지며 그 내당인 본가는 오로지 남궁세가의 사람들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외성은 풍도와 같은 남궁씨가 아닌 타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풍도의 풍씨 가문은 내당과 외성, 즉 다른 가문과 남궁가를 이어 주는 일종의 연결 고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가문이었다.
때문에 좀처럼 외부인에게 전수되지 않는 남궁세가의 몇몇 비전들이 오로지 풍씨 가문에만 그 일부가 허락되어 있었다.
그 허락된 일부로도 가주를 제외한 나머지 남궁세가의 사람들을 능가할 정도라면 풍도의 재능은 가히 일룡이라 불리는 남궁현의 재능에 못지않다고 말할 수 있을 지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