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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전설 1권(19화)
제6장 환골탈태(3)


물론 휘영의 암천수월은 화진에 비해 범위가 훨씬 좁았다. 그리고 막아 낼 수 있는 허용 강도 또한 매우 낮았다. 그러나 화진이 목검을 사용하고 내력마저 많이 거둔 상태였기 때문에, 그의 독사탐와의 검기를 막아 내기에는 충분했다.
“차압!”
그사이 다시 화무휘의 공세가 쏟아졌다. 그의 신형이 멈칫했다고 느낀 찰나, 그의 신형이 시야에서 사라진 것이다.
곧이어 그의 신형이 공간을 뛰어넘은 것처럼 갑자기 화진의 머리 위에서 나타났다. 약 일 장의 거리를 두고, 화진의 머리를 향해 거꾸로 물구나무를 선 자세로.

―천무십이검 제팔식, 신룡입해(神龍入海)!

낙하하는 기세를 살려, 그의 목검이 용처럼 꿈틀거리며 화진의 정수리를 향해 돌진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느새 코앞까지 접근한 휘영 또한 가볍게 무릎을 굽히더니, 아래에서 위로 비스듬히 목검을 찔러 갔다.

―천무십이검 제이식, 은하횡천!

휘영이 가장 자랑하는 수법,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무수히 많은 검기가 뻗어 나와 화진의 전신을 덮쳤다.
화진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여전히 너무 뻔하다!”
곧이어 화진의 신형이 수백 개로 불어났다.
그가 잔영신법을 극성으로 펼치자, 잠시 멈칫하는 기색도 없이 즉시 수백 개의 그림자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어서 그는 유령처럼 스르르 뒤로 움직이더니, 두 청년의 검세에서 간단히 벗어났다.
‘과연 아버님! 저게 바로 진정한 잔영신법인가?’
‘잔영과 무영에는 분명 순간적으로 멈칫하는 단점이 있건만…… 역시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같은 무공이라도 전혀 다른 것이 되는가?’
두 청년은 깜짝 놀라며 내심 감탄했다.
그러나 화진의 진정한 무위는 지금부터였다. 마침내 천무십이검의 진정한 묘미, 수법 간의 조합을 선보인 것이다.

―천무십이검 제이식, 은하횡천! 제삼식, 검기충천!

그의 손목이 가볍게 떨린다고 느낀 순간, 백여 개의 검기가 화살처럼 두 청년의 전신을 향해 쏘아졌다. 그것도 광범위하게 쏟아지는 마구잡이식의 공격이 아닌, 좁은 범위에 정확히 둘의 전신을 향해 쏘아졌다.
이때 두 청년은 검기의 소나기에 반쯤은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였다. 게다가 화무휘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고, 휘영은 앞으로 돌진하고 있는 도중이었기 때문에 급하게 옆으로 신형을 움직이기에도 조금 늦은 감이 있었다.
피할 틈도 없이 위급한 상황!
그런데 두 청년의 교묘한 연계가 펼쳐진 것도 바로 이때부터였다.
떨어지는 화무휘와 돌진하는 휘영이 조금 전 화진이 서 있던 곳에서 교차했다. 그리고 그 순간,

―천무십이검 제육식, 암천수월!

휘영이 수중의 목검으로 크게 원을 그리자, 둘의 전면에 검은색의 검막이 형성되었다.
화르르륵!
대번 수십 개의 검기들이 검막에 막혀 눈 녹듯 사라졌다. 하지만 그의 솜씨는 화진에 비할 바가 못 됐기 때문에, 나머지 절반가량의 검기들은 검막을 뚫고 여전히 둘의 전면을 향해 쏘아졌다.
“아직 끝이 아닙니다!”
이번에는 화무휘가 공중에서 제비처럼 날렵하게 몸을 돌렸다. 그리곤 이와 동시에, 휘영처럼 수중의 목검을 크게 휘둘러 원을 그렸다.

―천무십이검 제육식, 암천수월!

둘의 전면에 또 다른 검은색 검막이 형성되었다.
아무리 화진의 검기가 대단하다고 해도 한번 휘영의 검막을 거치며 위력이 제법 약해진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암천수월에 부딪히자, 나머지 수십 개의 검기들도 결국 눈 녹듯 사라졌다.
마치 한 사람이 펼치는 듯한 완벽한 연계!
“제법이구나!”
화진은 자기도 모르게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멀찌감치 세심정에 앉아 구경하던 무명 스승도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 둘은 아직까지 수법 간의 자유로운 조합은 조금 무리다. 하지만 저 둘이 펼치는 완벽한 연계는 수법 간의 조합보다 훨씬 까다롭다!’
비록 언제나처럼 붕대로 얼굴을 가렸지만, 분명 그의 눈빛에는 흡족한 기색이 서렸다.
이어서 화무휘와 휘영의 신형이 각각 좌우로 흩어졌다. 단, 화무휘는 무영신법을 펼쳐 순간 이동을 하듯 빠르게 움직였고, 휘영은 수많은 그림자들을 만들며 부드럽게 움직였다.
먼저 화진의 우측을 점한 화무휘가 손을 썼다.

―천무십이검 제사식, 쌍룡쟁주(雙龍爭珠)!

화무휘의 목검이 돌연 두 개로 갈라지는 것 같은 착각이 일더니, 두 개의 검기가 좌우에서 동시에 수평으로 화진의 허리를 베어 갔다.
부우웅!
지금까지의 경쾌한 검기와 달리, 묵직한 파공음이 대기를 뒤흔들었다.
본래 검은 찌르기 위주의 무기이다. 따라서 은하횡천의 수법처럼 연속해서 수십 번을 찌르는 것은 쉽지만, 힘을 실어 묵직하게 상대를 베어 나가는 맛은 도(刀)에 비해 부족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화무휘의 검은 각기 다른 방향에서 도처럼 묵직하게 검기를 수평으로 출수한 것이다. 비록 아직 화무휘의 수준으로는 둘 중 하나는 허초였지만.
“흥!”
화진은 잔영신법의 수법으로 무수히 많은 그림자를 만들며 위로 솟구쳤다.
그는 높은 위치를 점하고 일단 화무휘의 검세를 살필 생각이었다. 그러나 사실 그것이야말로 화무휘와 휘영의 노림수였다.

―천무십이검 제칠식, 맹호비약!

조금 늦게 화진의 좌측을 점한 휘영이 그대로 상대를 따라 솟구치며 검을 휘둘렀다.
콰콰쾅!
우레 같은 굉음과 함께, 검기가 세찬 돌풍을 일으키며 화진의 발밑을 향해 솟구쳤다.
‘호오? 이놈들 봐라?’
화진은 둘의 실력에 새삼 감탄하는 한편, 잠시 속으로 망설였다. 뛰어난 신법을 펼쳐 일단 뒤로 물러설 것인가, 아니면 좀 더 둘과 정면으로 손을 겨루면서 실력을 살필 것인가?
하지만 고민은 찰나.
그는 왼손으로 가볍게 원을 그렸다.

―암천수월장!

천무십이검의 암천수월을 장법으로 변환하여 시전한 것이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목검을 든 오른손은 아래로 하여 자신을 향해 솟구치는 검기를 가리켰다. 그런 뒤, 반달을 그리듯 목검을 슬쩍 휘둘렀다.

―천무십이검 제오식, 등룡구주(騰龍求珠)! 제삼식, 검기충천!

놀랍게도 화진의 목검에서 검기가 살아 있는 뱀처럼 꿈틀거리며 피어올랐다. 그리곤 좌우로 이리저리 움직이며, 용이 입을 벌려 구슬을 물 듯 그대로 휘영의 검기를 덮쳐 갔다.
이대로 검기와 검기가 충돌할 것인가?
그런데 진짜 놀라운 것은 지금부터였다. 휘영의 검기와 충돌하려는 순간, 화진의 꿈틀거리던 검기가 교묘하게 방향을 바꾼 것이다. 그것은 마치 뱀이 나무를 타고 내려가듯 휘영의 검기를 감싸고 내려간 뒤, 그대로 곧장 휘영의 머리를 덮쳐 갔다.
본래 등룡구주는 채찍에서 응용한 것으로써, 뱀이 꿈틀거리는 것처럼 이리저리 검신이 흔들리며 상대를 베거나 찌르는 수법이었다. 물론 그 범위이나 변화는 채찍보다 덜했다. 그러나 채찍보다 훨씬 정확하게 목표를 노렸고, 특히 지금처럼 검기충천의 수법과 조합하면 검기를 살아 있는 생물처럼 조종하는 것이 가능했다.
“뭐, 뭐야?”
휘영은 깜짝 놀라 비명에 가까운 탄성을 질렀다.
어느새 휘영의 검기는 화진의 암천수월장에 막혀 소리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오히려 그의 정수리가 뱀처럼 꿈틀거리는 화진의 검기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타앗!”
휘영은 허공에서 급히 팽이처럼 신형을 회전시켰다. 그리곤 잔영신법을 펼쳐 무수한 그림자를 만들며, 허공에 뜬 상태로 원심력을 이용해 뒤로 물러났다.
“좋은 움직임!”
재차 크게 감탄사를 내뱉는 화진. 그러나 감탄과 별개로 그가 다시 손목을 비틀자, 등룡구주의 검기는 또다시 방향을 틀어 휘영을 따라갔다.
그사이, 이번에는 화무휘가 무영신법의 신법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화진의 곁으로 떠올랐다.

―천무십이검 제이식, 은하횡천!

화무휘의 검이 수십 개로 불어나며 화진의 우측을 마구 찔러 갔다. 직접 휘영을 구하는 대신, 화진을 공격하여 그로 하여금 검을 거둘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다.
하지만 화무휘의 공격은 이번에도 무용지물이었다.
이것이 바로 진짜 잔영신법이다! 라고 외치듯 마침내 화진이 잔영신법을 극성으로 펼친 것이다.
화진은 멀리 이동하여 화무휘의 검세에서 빠져나가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제자리에 그대로 서서 여전히 검으로는 휘영을 쫓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상체가 수백 개로 불어난 것 같은 환상을 만들더니, 상체의 움직임으로만 화무휘의 검기를 교묘히 피했다.
파아아앗!
불과 종이 한두 장의 차이로 화무휘의 검기가 모조리 헛되이 허공을 갈랐다.
‘역시 아버님이시다!’
화무휘는 내심 감탄하며, 이번에는 쌍룡쟁주의 수법을 펼쳐 좌우에서 동시에 화진의 허리를 베어 갔다. 찌르기만으로는 화진을 움직이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수평으로 공격을 바꾼 것이다.
그제야 화진은 못이기는 척 등룡구주의 검기를 거두었다.
팟!
갑자기 한 줄기 바람이 분 것 같더니, 돌연 화진의 신형이 모두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건 또 뭐야?’
휘영과 화무휘는 당황했다. 아니, 당황을 넘어서서 황당하기까지 했다. 둘이 동시에 시야에서 놓칠 정도로 화진이 극성의 무영신법을 펼쳤기 때문이다.
다시 화진의 신형이 시야에 들어온 것은 그로부터 잠시 후였다. 다만 화진은 대결을 벌이기 전의 처음 그 자리에 서 있었고, 수중의 목검도 처음처럼 아래로 여유롭게 늘어뜨린 채였다.
호흡마저 한 점 흐트러지지 않은 여유로운 모습.
그리고 잠시 후, 바닥에 착지한 화무휘와 휘영 또한 검으로 상대를 가리키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러나 화진과 달리 호흡은 이미 터질 듯이 거칠어져 있었고, 전신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헉! 헉!”
비록 눈빛은 처음처럼 날카롭게 빛났지만, 둘은 거칠어진 호흡을 진정시키느라 여념이 없었다.
말로는 무척이나 길었지만, 실제로는 숨을 몇 번 내쉴 정도의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단 몇 번의 겨룸만으로 화진과 둘의 수준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화무휘와 휘영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며 눈빛을 교환했다.
‘옷깃조차 건드릴 수 없다니…… 그러나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 아직 우리에겐 비장의 수법이 하나 남았다!’
‘어차피 처음부터 이길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지쳐 쓰러질 때까지 계속합시다!’
아직 젊은 탓일까. 좌절하거나 두렵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호승심이 불타올랐다.
“눈빛을 보아하니 아직 승복할 수 없는 것 같구나. 어디 더 준비한 밑천이 있으면 한번 꺼내 보아라.”
그런 둘을 바라보며 화진이 담담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