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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교관 1(6화)
Chapter 2 조슈아 헤밀라스(3)
수직으로 내리긋던 나의 검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양아치를 향해 찔러 들어갔다. 동시에 나의 몸은 왼쪽 대각선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 한 걸음으로 나는 양아치의 검을 피할 수 있었다.
조금만 더 찌르면 양아치에게 상처를 줄 수 있었지만 나는 검의 방향을 바꾸었다. 뒤쪽에서 날아오는 두 개의 검 때문이었다. 아쉽지만 양아치를 물러나게 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나는 뒤쪽에서 날아오는 두 개의 검을 견제하며 두 걸음 더 움직였다. 이로써 포위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양아치 두목이 나를 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제법이군.”
“너넨 별로야.”
나의 대답에 양아치 두목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설마 ‘너희도 제법이군’ 뭐 그런 대답을 원한 건 아니겠지? 보기보다 순진한 놈들이네.
양아치 두목은 화난 음성으로 외쳤다.
“너의 그 건방진 입이 언제까지 움직일지 두고 보겠다.”
정말 그런 거였냐!
“두고 보진 못할 텐데!”
나는 말을 하는 동시에 발로 바닥을 긁듯이 찼다. 흙이 튀어 오르며 양아치들을 향해 뿌려졌다. 나는 재빨리 양아치 한 녀석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3대 1로 숫자에서 밀리는 상황에다 내공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이 녀석들 상대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다른 두 놈은 몰라도 양아치 두목의 실력은 제법 좋아 보였다. 상처 하나 없이 이기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나에게는 수십 년의 실전 경험이 있다. 그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최고의 승리법은 바로 ‘선방’이다.
후발선제니 어쩌니 하지만 그건 자기보다 약한 놈들을 상대할 때의 방법. 비슷한 실력이라면 먼저 공격하는 쪽이 유리하기 마련이다. 이유는 공격하는 쪽이 전투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전투를 하기 위해 포위망을 뚫으며 흐름을 끊고, 시답잖은 대화로 주의를 흐트러뜨렸다.
그리고 지금, 기습으로 내 방식의 전투를 시작했다.
나의 공격에 양아치는 다급하게 자신의 검으로 방어를 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동작이라 그만큼 빈틈이 컸다.
나의 검은 슬며시 비틀리며 양아치의 검을 타고 흘렀다. 놀란 양아치가 황급히 나의 검을 쳐 내기 위해 검을 휘두를 때, 나는 양아치의 검신을 타고 나의 검을 한 바퀴 돌렸다. 이로써 양아치가 나의 검을 쳐 내려는 모양새가 내가 양아치의 검을 쳐 내는 모양새로 바뀌었다.
나는 쳐 내는 검에 슬며시 힘을 더해 줬다.
양아치는 스스로가 쳐 내는 힘에 내가 보탠 힘을 받게 되었고, 양아치의 검은 바깥을 향해 완전히 벗어나게 되었다. 나의 검 역시 바깥으로 벗어났지만 상관없었다.
쿵!
나의 왼발이 바닥을 강하게 밟았다. 동시에 나의 왼 주먹은 양아치의 심장을 가격했다. 진각을 통해 증가한 힘이 여과 없이 심장을 때렸다.
퍽!
“끄어어억.”
양아치는 비명이 아니라 숨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심장에 가해진 충격으로 양아치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내가 노린 것은 이 한순간의 틈이었다. 바깥을 향해 있던 나의 검이 수평선을 그었다.
촤아아아악!
양아치의 목에서 세차게 피가 뿜어져 나왔다. 나의 검이 동맥을 가르고 지나간 것이었다. 양아치의 몸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말은 길었지만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바닥을 차서 흙을 날리고, 한 걸음 다가서며 검을 휘두른 후 바로 심장 가격, 그리고 마무리 일격이었다.
양아치 두목과 남은 하나는 양아치의 몸이 바닥에 쓰러지고서야 상황을 파악했다.
“이 개자식. 죽여 버린다!”
“잠…….”
남은 양아치가 벌게진 눈으로 나에게 달려들었다. 말리려던 두목은 고개를 한 번 젓고는 자신도 합세했다.
양아치가 위에서 아래로 수직으로 검을 휘둘러 나를 공격해 왔다.
나는 검신을 비스듬히 세워 양아치의 검을 흘린 후, 반격을 가하려다 다급하게 뒤로 물러섰다. 두목의 검이 내가 있던 곳을 지나갔다.
쉴 틈은 없었다. 양아치의 검이 연이어 나를 노렸고, 내가 검으로 막자 다시 두목의 검이 나를 노렸다. 상당한 수준의 합격이었다.
나는 다섯 걸음 정도를 물러나며 두 사람의 공격을 막았다.
막기만 해서는 결판이 나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다가오는 양아치의 검을 흘리지 않고 맞받아쳤다.
쾅!
이번에는 진각을 밟아 그 힘을 검에 보태었다. 양아치는 검이 막혔을 뿐 아니라 나의 검에 담긴 힘을 버티지 못하고 뒤로 튕겨 났다.
진각을 밟느라 잠시 멈칫한 순간 두목의 검이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애초에 피할 생각도 없었다.
두목의 검은 내가 볼 때 왼쪽에서, 수직으로 나의 어깨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나는 검지를 굽혀 두목의 검 면을 후려쳤다.
탱!
맑은 소리가 울리며 두목의 검은 나의 몸을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헉!”
두목의 놀란 얼굴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신기하냐? 많이 놀라거라, 자식아. 마지막일 테니까.
나는 다시 한 번 바닥의 흙을 차올렸다. 한 번 당한 수법이라 그런지 두목과 양아치는 팔을 들어 자신의 눈으로 향하는 흙을 쉽게 막았다.
하지만 내가 노린 건 눈을 가리는 찰나의 틈이었다.
양아치 두목은 제법 실력이 있어 보이니 나의 공격을 막을지도 몰랐다. 막히면 귀찮아질지도 모른다. 나는 확실하게 하기 위해 양아치를 노렸다.
나는 몸을 잔뜩 낮추었다. 동시에 검을 바닥에 닿을 정도로 낮춘 후 후려치듯 앞으로 내밀었다. 검이 향하는 곳에는 양아치의 발목이 있었다.
서걱!
섬뜩한 소리가 나며 양아치의 발목에서 피가 튀었다. 옷 위로 붉은 선이 보였다. 나는 재빨리 앞으로 몸을 굴렸다. 내가 있던 곳으로 두목의 검이 떨어졌다.
나는 몸을 굴릴 때 다시 한 번 검을 휘둘렀다. 나의 검은 이번에는 양아치의 허벅지를 베고 지나갔다.
서걱!
“크악.”
양아치는 신음을 흘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몸을 지탱하는 두 다리 중 하나가 못쓰게 되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내가 한 바퀴 구른 결과 나와 양아치는 서로 등을 보고 있는 상태였다. 그 자세에서 양아치는 넘어지고 나는 일어났다. 나는 절반쯤 선 상태일 때 겨드랑이 뒤쪽으로 검을 찔렀다.
푸욱!
나의 검은 정확하게 양아치의 심장을 찔렀다.
검을 뽑자 진득한 피가 묻어 나왔다.
주저앉았던 양아치는 그 상태에서 바로 뒤로 넘어갔다. 그의 눈은 자신의 죽음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부릅뜬 상태였다.
나는 양아치 두목을 향해 말했다.
“귀찮은 놈들이 사라졌으니 이제 제대로 한 판 붙어 봐야지?”
두목은 내 생각에 응할 마음이 없었나 보다.
“제일! 제일! 당장 이리 와!”
두목은 소년을 상대하던 양아치를 불렀다. 소년은 제법 근성이 있는지 아직 쓰러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미 한계에 다다라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양아치에게 제압될 상황이었다.
제일이라 불린 양아치는 내 쪽을 보더니 소년은 버려 두고 사나운 표정을 한 채 나를 향해 달려왔다.
소년은 제일이 자신에게서 멀어지자마자 자리에 주저앉았다.
제일은 달려오며 자신의 봉을 비틀었다. 나는 그런 제일을 보며 비웃어 주었다.
봉을 비틀든 검을 비틀든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왜 눈앞으로 들어 올려서 그 짓을 하냐?
나는 나의 손에 들린 검을 제일을 향해 던졌다. 이기어검술 같은 고급 기술이 아니었다. 내공을 운용할 수 없는 내가 그런 고급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내가 검을 던진 것은 단순한 투척이었다. 하지만 그 정확도는 웬만한 단검 투척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정확했다.
20년 전쟁용병으로 전전하며, 주위에 넘쳐 나는 죽은 자들의 무기를 적을 향해 던지곤 했다. 처음엔 형편없이 빗나갔지만 수없이 하다 보니 그 정확도는 비약적으로 향상된 상태였다.
휘익.
푸욱!
나의 20년 경력 투척검(?)은 제일의 심장을 정확하게 찔렀다.
제일은 자신의 몸에 박힌 나의 검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며 뒤로 쓰러졌다.
시야가 가려지니 눈앞에 날아오는 것도 못 보지. 바보.
나는 시선을 돌려 두목을 바라보았다.
“이제 정말 제대로 한번 놀아 볼까?”
두목은 벌게진 얼굴로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 이, 이, 개자식아! 죽여 버리겠다!”
화가 난 건 알겠는데 그렇게 움직이니 빈틈이 너무 많잖아.
나는 뒤로 두 번 물러났다.
두목의 세 번째 공격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두르는 수평 공격. 나는 오른쪽 대각선으로 파고들며 왼손으로는 두목의 검을 든 손목을 잡고, 오른손은 주먹을 쥐고 휘둘러 두목의 머리를 노렸다.
퍽!
호오. 반응이 제법인데?
두목은 나의 공격을 예상이라도 한 듯 왼쪽 팔꿈치를 들어 올려 나의 주먹을 막았다.
두목은 이어서 나에게 잡힌 팔을 풀어내려 했지만 여의치 않자 손목만 움직여 공격을 가해 왔다.
내가 잡은 곳은 정확하게 말하면 손목보다 조금 위의 팔뚝. 손목을 움직이는 데에는 크게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더 빠르다. 이 자식아.
나는 오른쪽 다리를 휘돌러 그대로 로우킥을 날렸다.
쩍!
“크아아악!”
나의 몸은 극마와 탈마를 거치며 두 번의 환골탈태를 한 상태였다. 비록 내공이 돌지 않아 금강불괴 수준은 아니었지만 일반인에 비해 훨씬 단단한 뼈와 질긴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두목의 몸도 제법 단련된 상태였지만 나의 알짜배기 종아리를 버틸 정도는 아니었다.
소리로 보나 타격감으로 보나 두목의 정강이뼈에 금이 간 것 같았다.
두목은 고통을 버티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공격을 가했다. 나의 오른 팔꿈치가 두목의 안면에 그대로 들이박혔다.
퍼억!
“끄으으윽!”
두목의 입에서 다시 한 번 튀어나오는 비명. 그에 맞춰 이빨도 하나 밖으로 튀어나왔다. 두목의 앞니가 한 개 사라져 있었다.
“이 걔섀리 주겨 벼리계댜!”
두목은 완전히 새는 발음으로 나를 저주하며, 오른손에 들고 있던 검을 왼손으로 옮겨 잡았다. 그리고 검을 휘두르려 했지만 이번에도 공격은 성공하지 못했다.
하체가 너무 허술해!
나는 다시 한 번 하체 공격을 가했다.
퍼억!
꼬르륵!
두목은 거품을 물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남자의 상징을 공격한 건 너무 심했나? 그래도 나를 죽이려 했으니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거품 물고 있는 게 조금 불쌍해 보이기는 하지만 마무리는 확실하게 해야지. 애들 다 죽었는데 혼자 살아서 뭐하겠어? 그렇지?
나는 두목의 검을 빼 들곤 그대로 베어 버렸다.
두목은 혼미한 상태에서도 공격을 피하려 했지만 내 공격이 그렇게 피할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한 건 아니다. 두목은 목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그나저나 전투가 제법 오래 걸렸다. 그동안 너무 천마보에 의지했나? 천마보 안 쓰고 싸우려니 조금 힘드네.
나는 제일이란 양아치에게 걸어갔다. 나의 검을 뽑은 후 제일의 옷으로 피를 닦았다. 그런 후 왼쪽에 차고 있는 검집에 집어넣었다.
“가, 감사합니다.”
잊고 있던 소년이 절룩거리며 걸어와 자신의 존재감을 표시했다.
“별로. 널 도우려던 건 아니다. 나를 죽이려 했기에 나섰을 뿐.”
처음 도망치라고 외친 것이나, 지금 나에게 다가와 사과하는 것 등. 소년의 성격은 꽤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끝. 귀찮은 일에 휘말려 있는 것 같은데 같이 엮여 들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자신의 인생은 자신 스스로 살아가는 거지. 암.
“저. 그래도 보답을 해 드리고 싶습니다. 제 이름은 조슈아 헤밀라스라고 합니다.”
성이 있는 것을 보니 귀족인가? 그리고 보니 옷은 허름해도 피부가 고운 게 고생 없이 자란 거 같긴 하다. 평민은 어렸을 때부터 땡볕에서 일을 하니 저런 고운 피부를 가질 수 없다.
“크라이스다. 보답은 필요 없다.”
“평민…….”
이 상황에서 귀족의 권위를 내세우는 건가? 골 빈 귀족 중의 한 명이었군.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꼬마? 설마 내 말투를 걸고 넘어가려는 건 아니겠지.”
“아…… 아닙니다. 오해하셨다면 사과하겠습니다. 단지 당신의 검법이 제법 고급인 듯해서 기사 가문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생각 없는 귀족은 아니군. 하지만 보는 눈이 그리 좋은 것 같지도 않고.
“삼류 검법이다.”
실제로 내가 사용한 것은 중원에서 누구나 사용하는 삼재검법의 간단한 변형이다.
“하지만……. 이들은 제법 실력이 좋았습니다.”
확실히 양아치 두목의 실력은 제법 좋았다.
기. 아니. 이 세상의 사람이니 마나라고 하는 게 맞겠지.
두목은 마나를 사용할 수 없었지만, 그것만 제외하면 상당히 완성된 검법을 구사했다. 중원의 기준으론 일류에서도 중상급. 이곳 기준으론 러너 상급.
나정도 되니까 쉽게 상대했지, 결코 만만한 실력은 아니었다. 음홧홧홧.
“전장에서 20년을 보냈다. 이런 놈들 처리하는 건 일도 아니지.”
소년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도대체 몇 살 때부터…….”
아. 그러고 보니 나는 후드를 눌러쓴 상태다. 나의 모습을 볼 수 없으니 소년이 그리 생각하는 것은 당연했다.
나는 탈마에 들며 반로환동을 경험했다. 목소리도 따라서 젊어졌는데 어투는 남아 있어, 목소리만 듣는 사람들은 나를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로 판단했다.
나는 소년의 오해를 풀어 줄 겸 후드를 걷었다.
갈색 머리칼과 갈색 눈동자를 가진 40대의 평범한 중년 남성의 모습이 드러났을 것이다. 그게 현재 나의 모습이다. 당연히 본모습은 아니다.
“아. 죄송합니다. 목소리만 듣고 조금 더 젊은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뭐 다들 그러더군. 그럼 궁금증도 끝났고 용무도 없으니 이만 헤어지자고. 꼬마.”
나는 몸을 돌려 나의 짐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저 감…….”
“마음 쓸 필요 없다.”
엉기지 마. 혹이 될 것만 같은 꼬마야. 조용히 유람하는 게 내 꿈이라고.
나는 후드를 다시 눌러쓴 후 짐을 챙겼다. 전장을 전전했다고 하지만 시체가 있는 곳에서 자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조금 늦긴 했지만 수도 여관을 찾아갈 생각이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마그란으로 들어가는 낭만을 포기하려니 괜히 속이 쓰렸다. 눈앞의 소년이 얄미워졌다.
내가 짐을 다 챙기고 수도를 향해 출발할 때까지 소년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소년의 옆을 지나치는데 작게 중얼거리는 말이 들려왔다.
“……강해지고 싶어.”
신파 찍냐? 강해지고 싶으면 가만히 서 있지 말고 칼이라도 한 번 더 휘두르던가, 전쟁에 나가서 실전 경험이라도 쌓던가. 하여튼 귀족이란. 쯔쯧
나는 무시하고 걸어가려 했다.
그 느낌만 없었다면!
나는 소년의 옆을 지나며, 아주 미약하지만 매우 거대한 불가해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소년의 감정이 격해지며 아주 살짝 바깥으로 그 기운이 표출된 것 같았다.
그건 미증유의 거력이었다. 평범한 인간이 지닐 수 있는 기운이 아니었다.
그래. 마치 나와 같은…….
확인해 볼 가치가 있었다.
나는 몸속에서 잠자고 있는 내공을 움직였다.
스스스스슷.
마치 수천 마리 벌레가 나의 온몸을 기어 다니는 느낌.
고통스럽진 않다. 하지만 지독하게 불쾌한 느낌이었다. 내가 평소에 내공을 사용하는 것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은 사용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감각은 순식간에 세상에 퍼져 나갔다. 그리고 나는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