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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교관 1(9화)
Chapter 3 기본 훈련(3)


조슈아가 식사를 차렸다고 하여 식당으로 갔다. 식탁에는 빵과 수프가 다였다. 귀족가의 식사로 어울리지는 않지만 가난한 귀족이라 어쩔 수 없겠지.
어차피 나도 먹는 걸 가리는 편은 아니기에 나는 조슈아가 준비한 식사를 맛있게 먹으려 했다.
“이게 소금이지, 빵이야! 너 설마 지금까지 이런 거 먹고 산 거냐? 몸은 괜찮아?”
소금빵. 아니. 소금소금소금빵 정도는 되는 물건이었다. 이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염분을 이렇게 섭취하다간 죽을지도 모른다.
나는 놀라서 조슈아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멀쩡해 보이는 게 너무나 신기했다.
“가정부 아주머니 계약 기간이 그저께까지라. 맛 이상합니까?”
그저께라면 내가 조슈아와 만난 날이다. 그러고 보니 어제 먹은 음식이 이상하게 말랐다고 했더니 미리 해 둔 음식이었던 것 같다. 덕분에 나는 조슈아가 요리에 꽤 소질이 있다는 착각을 했고.
맛이 이상하냐고? 이상하고 어쩌고를 떠나서 이런 걸 먹고 사람이 살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잠깐. 그런데.
“너 안 먹어 봤어? 감히 이 교관님을 실험용으로 사용했단 말이야?”
“아하하. 뭐가 그렇게 이상하다고 그러세요? 맛있게만 보이네.”
조슈아는 그렇게 말하고 자신이 만든 빵을 한입 베어 물었다.
뱉어 냈다.
조슈아는 입의 소금기를 제거하기 위해서인지 수프를 퍼마셨다.
뿜어냈다.
“콜록! 콜록! 콜록!”
얼씨구. 아주 쇼를 해라.
“안 되겠다. 검법이고 뭐고. 일단 요리부터 배워라. 그랜드 마스터도 이런 거 매일 먹으면 죽어.”
정말 죽을까? 실험해 보고 싶은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다.
“요리를 어떻게 배워요?”
“요리 학원 같은 곳 없어?”
“있기는 하지만 강습비가 비싸서.”
“너 모아 둔 돈 없냐?”
조슈아는 고개를 저었다.
조슈아의 아버지는 전장에서 죽었다. 이른바 국가 유공자다. 당연히 그 자식인 조슈아에게 연금이 나올 테지만 액수가 많지는 않은 걸로 알고 있다. 학비와 책값 대기도 빠듯할 터였다. 그것도 한 달 정도 지나야 나올 테고.
어쩔 수 없지. 이번엔 내가 희생하자.
“내가 요리책 사 줄 테니까 그거 보고 연습해. 하다 보면 늘겠지. 당장 책 사러 가자.”
조슈아는 나의 말에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이 상태로 갑니까? 일단 좀 씻고 가죠?”
배에서 꼬르륵거리고 있었다.
“씻긴 뭘 씻어. 괜찮아. 나보다 훨씬 잘생겼다. 땀 때문에 거친 매력까지 느껴져. 이른바 야수남. 지나가던 여자들이 너 보면 좋아서 쓰러질 거다.”
빨리 가려는 마음이 너무 앞섰다. 덕분에 적당히 해야 할 말을 너무 오버해 버렸다. 이러면 가려다가도 안 가게 될 게 뻔했다.
“지, 진짜 그럴까요?”
설마 믿는 거냐! 그런 6살짜리 애도 안 믿을 말을!
결과가 좋긴 하지만 어쩐지 찜찜하다. 이놈 이거. 내가 가르쳐야 할 게 검법만이 아닐 것 같은데.
미심쩍은 기분이 들었지만 일단 구석에 묻어 두었다. 생각하고 있기에는 배가 너무 고팠다.
걸어가려다 보니 조슈아와 나란히 서게 되었다. 옆에 있으니 땀 냄새가 올라왔다. 식욕이 확 달아났다.
“큭. 이게 사람 냄새냐? 씻어라.”
“…….”

이놈의 자식. 남자 주제에 왜 이렇게 오래 걸려?
한참을 기다리다 욕실로 쳐들어갔다. 밖으로 나온 조슈아는 머리를 말리는 중이었다.
“가자.”
“머리만 말리고…….”
“바람 솔솔 부네. 가다 보면 마를 거다. 얼른 가자.”
“아, 알겠습니다.”
나의 재촉에 조슈아는 어쩔 수 없이 머리가 젖은 채로 길을 나서게 되었다.
조금 천천히 나올 걸 그랬나? 채 마르지 않은 머리가 먼지 섞인 바람을 만나자 매우 해괴한 모양새가 되었다. 지나는 사람들이 한 번씩은 돌아볼 모습이었다.
“크라이스? 왜 그렇게 떨어져서 가는 겁니까?”
따라오지 마. 떨어져! 잠시만 모르는 사이로 하자.
나는 걸음을 빨리해 조슈아와의 거리를 벌렸다.

나와 조슈아가 도착한 곳은 동네 책방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작은 서점이었다.
“뭐 규모는 작지만 요리책 정도는 있겠지?”
나의 물음에 조슈아는 친절하게 대답했다.
“크라이스가 그럴 줄은 몰랐습니다. 애초에 제가 이 꼴이 된 건 크라이스 때문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모른 척 그렇게 걸어가야 했습니까?”
조슈아의 표정은 울 것 같았다. 사내자식이 왜 이렇게 민감해?
“지나간 일은 후회해 봤자 소용없는 거다. 그만 잊고 앞으로의 일만 생각해.”
“어떻게 잊습니까? 자기 일 아니라고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닙니다!”
이놈이 뭘 믿고 핏대를 세워? 그렇지만 내가 잘한 것도 없으니 뭐라고 할 입장도 아니지.
“아는 사람 만났어? 안 만났으면 됐지. 원래 무슨 일을 하던지 얼굴만 안 팔리면 되는 거다.”
“그, 그렇지만.”
역시 설득되는 거냐? 편해서 좋긴 하다만 이놈 이거 정말 걱정인데?
“그만하고 요리책이나 찾아봐.”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서점의 요리책 코너를 살펴보았다.

고블린도 할 수 있는 가정요리 100선

한참을 살펴보던 나는 조슈아에게 이 요리책을 골라 주었다.
“제목이 너무 굴욕적입니다.”
“네 요리 실력이 더 굴욕적이다.”
“그래도…….”
“원래 쉽고 간단한 요리가 제일 좋은 요리다. 너 하루 종일 요리만 할 거야? 빨리 끝내고 수련해야지.”
조슈아는 엉망이 된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나에게 제안을 해 왔다.
“요리는 크라이스가 하면 안 됩니까? 시간도 절약되고…….”
어쭈. 지금 머리 가지고 날 협박하는 거냐?
“그랜드 마스터 되기 싫어?”
“되고 싶은데요.”
“그럼 네가 해.”
책을 계산한 후 나와 조슈아는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조슈아가 다시 요리를 해서 먹으려면 언제 식사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게다가 책 샀다고 조슈아가 바로 요리를 잘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러면 개나 소나 다 요리사가 될 거다.
처음 가는 곳에서 맛있는 요리 집을 고르는 방법. 간단하다. 사람이 제일 많은 집을 고르면 된다. 정확하게 하면 가장 붐비는 집을 찾으면 된다. 사람이 많이 찾을 때는 그 이유가 있을 테니까. 물론 백 퍼센트 확실한 방법은 아니지만 대체로 맞는 방법이다.
그래서 나와 조슈아가 찾은 곳도 사람들이 많은 곳이었다. 식사는 간단한 것으로 시켰다. 조슈아가 멋도 모르고 왕창 시키려고 했지만 나의 친절한 설명에 바꾸었다.
“너 그렇게 먹고 토하지 않고 뛸 자신은 있냐?”
남자한테 음식을 사 준다는 게 돈이 아까워서 그런 건 절대 아니다.
식사가 끝나 갈 때쯤이었다. 식당 한쪽이 시끄러워졌다. 시선을 돌려보니 여행을 하다 보면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여종업원이 애처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당장 새 음식으로 가져다 드릴게요.”
그러자 험상궂게 생긴 사내가 거친 목소리로 외쳤다.
“새 음식은 안 그럴 거라고 어떻게 알아? 이게 누굴 호구로 아나? 꺼져!”
사내는 소리치며 여종업원의 뺨을 손으로 갈겼다.
짝!
“아악!”
여종업원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사내는 그런 여인에게 신경 쓰지 않고 주방 쪽을 향해 소리쳤다.
“당장 주인 나오라고 그래!”
여기까지만 보면 사내가 엄청 나쁜 사람인 것 같다. 인상도 험하고 여자에게 손찌검까지 하니 인간쓰레기라 불리는 자들의 표본과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 깊은 사연이 있을 수도 있다. 알고 보면 사실은 여자가 나쁜 쪽일 수도 있다. 확률은 극히 희박하겠지만.
어쨌든 남의 일이다. 시끄러워서 고개가 돌아갔을 뿐 신경 쓸 생각은 없다. 무시하고 밥을 먹으려고 했다.
“그만하…… 켁!”
조슈아가 남자를 향해 소리치며 일어나려고 했다. 나는 스푼으로 그런 조슈아의 목청을 때렸다.
“뭐 하냐?”
“아우, 목이야. 뭐 하다니요? 당연히 도와야 할 거 아닙니까?”
“도와? 어느 쪽을?”
“그거야 당연히 여자 쪽이죠.”
조슈아는 의아하다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왜 여자를 도와?”
“당연하지 않습니까? 남자가 나쁘니 여자를 도와야지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사실은 여자가 남자에게 사기를 쳤고, 억울한 남자가 이런 식으로 화풀이하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정말 남자가 나쁘고 여자가 착하다고 확신할 수 있어?”
나의 물음에 조슈아는 대답을 못했다. 그러다 잠시 생각하더니 결심을 굳힌 표정으로 대답했다.
“어느 쪽이 선인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일단 폭력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경 꺼라. 네 일도 아닌데. 그냥 밥이나 먹어.”
조슈아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귀족은 밖으로는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안으로는 질서 유지에 앞장설 의무가 있습니다. 저 역시 귀족의 한 사람으로서 그 의무를 이행해야 합니다.”
애국자 났구나. 내가 아는 귀족은 밖으로는 외세랑 붙어먹고, 안으로는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혼란을 야기시키는 그런 놈들이다만.
어느 정도 느끼고는 있었지만 지금의 일로 확실해졌다. 조슈아는 너무 순진하다. 다른 말로 착하다거나 정의롭다고도 한다. 칭송받아 마땅한 성격이다. 하지만 그런 성격의 사람들은 자신 주변의 사람을 너무 힘들게 한다. 그러다 결국 자신마저도 불행해진다.
경지를 올리기에는 저런 순수한 성격이 좋다. 쉽게 믿으니 시키는 대로 잘 따라 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 성격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순수한 선은 순수하기에 순수한 악이 되기도 싶다.
조슈아는 사내와 여자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노인 한 명이 늘어나 있었다. 가게 주인으로 짐작된다. 사내가 음식을 주인 앞으로 내밀며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거 보여? 음식에 벌레가 들어 있잖아! 이딴 걸 먹으라고 내놓은 거야!”
보통 가게 주인은 허리를 굽실거리며 사과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가게의 주인은 달랐다. 그는 화난 목소리로 사내에게 소리쳤다.
“네놈들이 이런다고 내가 넘어갈 줄 아나? 당장 꺼져라, 이놈들. 네놈 같은 쓰레기들에게는 동화 하나 내줄 수 없다. 이놈들아.”
주인의 말에 사내가 주인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속삭였다.
“영감. 우리 구역에서 이런 식으로 나오고도 장사 계속 할 수 있을 거 같아? 좋게 좋게 가자고. 응?”
“수입의 절반을 내놓으라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 혹 그렇지 않다고 해도 너희 같은 놈들에게 돈을 줄 생각은 전혀 없다.”
상납금 관련 문제였군. 빛이 존재하면 그림자가 생기는 법.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음지가 생기는 걸 막을 수는 없다. 그런 음지를 유지하는 비용이 바로 상납금이다.
추측해 보면 사내는 새로 이 구역을 접수한 조직의 일원일 것이다. 주인은 못 내겠다고 잡아떼는 거고. 상납금 50퍼센트면 지나치게 높은 액수다. 아마 그만큼 받을 생각은 없을 것이다. 조금씩 낮춰 가면서 협상을 하겠지. 가게 주인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으니 저렇게 뻣뻣하게 나올 수 있는 거고.
“이 영감탱이가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나!”
사내는 소리치며 노인을 걷어찼다.
“아이고, 나 죽네. 허리가…… 크윽.”
노인은 주변의 테이블을 엎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역시 내 예상이 맞는 것 같다. 사내가 노인을 강하게 찬 것 같지만 실상 자세히 보면 밀어 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타격이 아니기에 충격은 있어도 상처를 입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인이 상처가 나면 곤란한 건 사내 쪽일 것이다. 노인은 어디까지나 돈줄이니까 상처가 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겁을 주려 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