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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교관 1(10화)
Chapter 3 기본 훈련(4)


하지만 사내보다는 노인이 한 수 위다. 그냥 뒤로 몇 걸음 물러나고 말 것을 아주 난장판을 만들며 일을 키웠다. 사내는 속으로 뜨끔했을 것이다. 노인이 다치지 않았나 하고. 실제로 잠깐이지만 사내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비치기도 했다.
“주, 죽고 싶어?”
사내는 소리치며 노인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당황한 거 맞구나. 놀랐을 때 주먹부터 나가는 건 무식한 놈들의 특징이지. 암.
게다가 무게중심이 앞이 아니라 뒤쪽으로 쏠려 있다. 저 자세로는 주먹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도 노인이 다칠까 무서워하는 것이다.
턱!
노인을 향해 나아가던 사내의 주먹은 중간에서 아주 가볍게 막혔다. 조슈아가 사내의 손목을 잡은 것이다.
“뭐냐, 꼬맹아?”
“이 무슨 짓입니까? 힘없는 자를 이리 핍박하다니! 당신의 사정은 알 수 없으나 이런 폭력적인 행동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화로 푸시고 그래도 안 된다 하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맞는 게 아니겠습니까?”
사내는 기가 막힌 표정으로 조슈아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렸다. 아마 놀림당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당연하지. 요즘 세상에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
주인의 표정 역시 일그러졌다. 이해가 된다. 상황은 주인에게 유리했다. 아마 조금만 더 진행되었다면 상납금을 상당히 깎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조슈아가 끼어든 것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넌 혼자 왜 그렇게 정의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거냐?
“쪼그만 게 어디서 죽으려고 끼어들어. 죽어, 새끼야!”
사내는 그렇게 외치며 조슈아의 안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기습에 가까운 공격이었지만 조슈아의 실력도 아주 낮은 건 아닌지라 사내의 주먹을 가까스로 막고…… 어이! 그것도 못 막냐!
퍽!
“으악!”
조슈아는 안면에 정통으로 얻어맞고는 바닥에 쓰러졌다. 앞으로 갈 길이 멀구나.
주인이 조슈아의 앞을 가로막으며 사내를 향해 소리쳤다.
“이보시오. 이 소년은 아무런 상관 없는 사람이오. 나와 이야기합시다.”
그런데 조슈아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코에서는 붉은 액체 두 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조슈아는 그런 몸으로 주인을 자신의 뒤로 보내곤 사내를 향해 말했다.
“이 무슨 무례한 경우입니까? 선량한 분을 협박하는 행위는 그만두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저도 더 이상 참지 않겠습니다.”
조슈아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목검을 꺼내 들었다.
어이구. 골치야. 네가 무슨 영웅담에 나오는 기사냐? 게다가 쌍코피 철철 흘리면서 말해 봤자 모양도 안 나온다!
“야. 이 새끼 담가 버려.”
사내의 말에 사내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세 명의 사내가 일어났다.
나는 조슈아가 하는 행동에 아무런 참견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얻어맞을 것이 확실했지만 도와줄 생각은 없었다. 맞는 것도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마음이 바뀌었다.
조직원들, 뭐 허접한 놈들이니까 양아치라고 하자. 양아치 놈들 역시 허리에 검을 한 자루씩 차고 있었다. 비록 숏소드였지만 사람을 상하게 하기에는 충분하다. 지금까지는 뽑아 들지 않고 있었다. 협박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바뀌었다. 조슈아가 비록 목검이지만 어쨌든 무기를 꺼내어 든 것. 그 행위가 양아치들을 자극한 것이다.
사내 세 명이 일제히 숏소드를 뽑아 들었다.
스릉! 스릉! 스릉!
섬뜩한 소리가 식당 내부에 울려 퍼졌다. 사내들은 조슈아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아가들아. 주먹질하는 건 상관없다만 연장 가지고 놀면 형한테 혼난다.
나는 식탁 위에 있던 물컵을 세 사내 중 한 명을 향해 던졌다.
휘익!
퍽!
“크윽. 어떤 새끼야!”
날아간 물컵은 정확하게 머리를 강타했다. 머리를 맞은 사내의 시선이 내 쪽을 향했다. 동시에 다른 사내들의 시선도 내 쪽을 향했다. 물컵이 날아온 방향을 본 것이다.
나는 시선을 돌려 내 바로 옆에 앉아 있는 험상궂은 근육질 용병을 바라보았다. 사내들의 시선도 근육질 용병을 향했다. 머리를 맞은 사내가 용병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죽고 싶어, 이 XXXX야!”
이거 효과 좋은데?
용병 사내는 다혈질인 것 같다. 처음에 시선을 받을 때는 당황한 것 같았지만 욕설을 듣는 순간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러고는 사내들을 향해 마주 욕설을 퍼부어 주었다.
“이 XXXX가 XX에 XXX해 버릴 XXX가.”
용병 생활 은퇴했으니 나도 이제는 고운 말만 들어야지. 암.
나는 사내들과 용병 사내들 사이에 오가는 욕설을 자체 검열해 가며 만족스럽게 경청했다. 욕설은 차츰 과열되더니 어느새 무기가 오가게 되었다. 식당이 싸움판으로 변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나는 얼이 빠져 있는 조슈아의 목덜미를 잡아끌곤 가게 출구를 향했다. 경험 많은 주인은 그사이 안전한 카운터로 피해 있었기에 문을 나서며 마주치게 되었다.
조슈아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주인을 향해 말했다.
“저 몸은 괜찮으십니까?”
주인은 밝은 얼굴로 대답하는 것 같았다.
“괜찮습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손님. 하지만 괜히 끼어들지만 않았어도…….”
“예?”
“아, 아닙니다. 살펴 가세요.”
주인은 영업용 미소를 얼굴에 한껏 띠우곤 조슈아를 향해 말했다. 조슈아는 주인의 대답에 밝은 얼굴이 되었다. 눈치 없기는.
그나저나 보통 식당에서 나갈 때는 다시 오라고 하는데. 저 주인도 은근히 뒤끝이 있는 것 같다.
가게를 나와 걷는데 조슈아가 나에게 물었다.
“저, 크라이스. 식당에서 제가 잘못한 겁니까?”
너도 눈치란 게 있기는 있었구나!
“왜 그렇게 생각하냐?”
“저는 도울 생각이었는데 결국 더 나쁜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주인 할아버지의 표정도 좋지 않았고.”
조슈아에게 방금 식당에서의 상황을 하나하나 설명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 깨닫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스스로 생각해 봐라.”
조슈아는 나의 말에 고민에 빠져들었다.

조슈아의 집으로 돌아온 후 나와 조슈아는 다시 교관과 수련생으로 돌아갔다.
“본 교관의 자세를 보고 정확하게 따라 하기 바란다. 알겠나? 0번 올빼미.”
“네, 교관님!”
나는 구령에 맞춰 동작을 취했다. 1번 높이뛰기부터 14번 쪼그려 뛰기까지. 그렇다. 유격의 꽃. 바로 PT체조였다.
나는 1번부터 14번까지 한 번에 다 보여 준 후, 한 동작씩 구분 동작으로 다시 시범을 보여 주었다. 예전 군대 있을 때는 그렇게 힘들 수가 없는데 환골탈태가 좋긴 좋다. 전혀 힘들지 않았다.
“할 수 있겠나?”
“쉬워 보입니다.”
그렇게 자신만만해하던 조슈아가 후회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번 높이뛰기에서부터 조슈아는 난관에 부딪혔다.
PT체조는 동작을 정확하게 해야 효과가 있다. 유격할 때는 단체로 했기에 조금씩 요령을 부리면서 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 조슈아는 나에게 단독 교습을 받는 상태다.
“1번 높이뛰기 50회. 몇 회?”
“50회!”
“높이뛰기 50회. 시작!”
“하나 둘 셋 하나!”
조슈아는 구령에 맞춰 높이뛰기를 시작했다.
처음 10회까지는 꽤 정확한 동작이 나왔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점점 무릎이 적게 굽혀지기 시작했다.
나는 냉정하게 조슈아의 동작을 정지시키곤 60회로 늘려 처음부터 다시 시켰다.
“백구십구. 하나 둘 셋.”
조슈아는 자꾸 나에게 동작을 지적 받아 기어이 200번을 채웠다.
그 뒤 2번 굽혀 닿기는 무사히 넘어갔지만 3번 뒤로 젖히기는 100회, 4번 쪼그려 구부리기는 180회를 해야 했다.
해가 제법 기울고 있었기에 PT체조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몸을 풀었다.
나는 그 후 조슈아에게 가장 중요한 말을 해 주었다.
“이번에는 밥 잘 해라.”
조슈아는 자신이 생각해도 부끄러운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너무 힘든데 오늘만 크라이스가 하면.”
“힘들어도 해. 원래 그랜드 마스터는 고난을 이겨 내야 될 수 있다.”
“크라이스도 정말 이런 식으로 수련해서 그랜드 마스터가 된 겁니까?”
“물론이다.”
나는 마공 벼락치기로 마스터가 됐고, 그랜드 마스터는 편법으로 올라갔다. 뭐 그런 사실까지 일일이 말해 줄 필요는 없겠지. 옛말에 그러지 않았는가? 모르는 게 약이라고.
저녁 식사는 약 맛이 났다.
고블린도 할 수 있다며! 저자 도대체 누구냐?

식사가 끝난 후 저녁.
나는 조슈아의 방을 방문했다. 조슈아는 나를 보더니 의아한 듯 물었다.
“누구시죠?”
“크라이스다.”
“아. 그렇군요. 그런데 그 후드는 왜 그렇게 눌러쓰고 온 겁니까?”
나는 현재 후드로 얼굴을 가린 상태다.
“알 거 없다. 그냥 넘어가라.”
“아. 네. 그런데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너에게 아주아주 큰 도움을 주려고 찾아온 거란다.
나는 진지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타고난 재능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사람은 검법에 능력을 발휘하고 어떤 사람은 몸은 사용하지 못하지만 전략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꼭 전투가 아니라도 문학이나 행정 예술 등. 그 사람이 타고난 재능은 제각각이다. 그런데 조슈아야. 너의 재능은 어디에 있을 거 같으냐?”
나의 물음에 조슈아는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잠시 생각하더니 조슈아는 부끄러워하며 대답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부끄러워할 것 없다. 평생을 살아도 자신의 재능을 찾지 못하는 자도 많다. 나 역시 너의 재능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검에 대한 너의 재능이 어떠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조슈아야. 실망하지 말고 들어라. 네 재질은 평범하다. 육체 역시 마찬가지. 검을 휘두르기에는 뼈가 가늘고 근력 또한 너무 떨어져. 한마디로 정리하면, 너는 검과 인연이 없다.”
조슈아는 충격 받은 표정이었다.
유명했던 무가인 헤밀라스 가의 유일한 후손. 몰락한 가문을 되살리기 위해 열심히 검을 휘둘렀고, 그랜드 마스터인 나에게 배우게 되었기에 자신의 실력을 조금 자만했을 수도 있다. 내가 그것을 깬 것이다.
“저…… 저…… 저기…… 그게…….”
“실망하지 말거라. 아직 말을 다 끝내지 않았다. 침착하고 들어라.”
“……네.”
“너의 검을 다루는 재능은 분명 평범하다. 하지만 그런 평범함이 너의 실력이 오르는 데 장애가 되지는 않는다.”
장애가 된다. 잘난 놈이 잘 배우는 건 당연한 일이지. 내가 중원에서 낭인으로 10년이나 검을 휘둘렀지만 천마심법 아니었으면 극마는 고사하고 절정의 경지나 오를 수 있었을까.
“재능을 가진 자는 자신의 재능에 자만하고 결국 노력을 게을리 한다. 당장의 성취는 빠르나 마스터, 그랜드 마스터에 오르는 것은 오히려 어렵다.”
그것도 다 옛말이지. 요즘에는 잘난 놈들이 노력도 열심히 하더라.
“재능 따위에 연연하지 마라. 꾸준한 노력. 그것이 경지에 오르는 유일한 길이다.”
죽어라 굴리면 마스터까지는 올라갈 것 같다. 그랜드 마스터는 그 뒤에 생각하자.
조슈아는 나의 말에 감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크라이스. 저. 열심히 하겠습니다!”
“좋은 태도다.”
난 거짓말한 게 아니란다. 다 너 좋으라고 말을 조금 듣기 좋게 각색했을 뿐이란다. 크흠.
“하지만 조슈아야.”
“네. 크라이스.”
“재능은 노력으로 메울 수 있지만 너의 체격 조건은 검을 휘두르기에 아주 큰 장애가 된다.”
나의 말에 조슈아의 표정은 다시 어두워졌다.
조슈아의 체격은 한마디로 유약하다. 키는 또래 평균 정도이지만 몸이 너무 가늘다. 중원이라면 모르지만 이곳은 아샤하르나. 아샤하르나의 전투는 결투보다는 전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데에는 빠른 몸놀림보다는 튼튼한 갑옷이 더 좋은 법. 기사들은 대부분 중갑을 착용하기에 검법 또한 힘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강과 패의 수법이 대부분이다. 대부분이라는 말은 그만큼 강과 패가 효과적이라는 말도 된다.
하지만 조슈아의 몸은 강한 힘을 쓰기에는 너무 여리다.
“말을 끝까지 들으라고 하지 않았느냐? 아직 내 말은 끝나지 않았다. 내가 누구냐? 바로 그랜드 마스터다. 그랜드 마스터쯤 되면 남들 못하는 것도 할 수 있게 된다. 내가 너의 몸을 강하게 만들어 주마.”
조슈아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기대에 찬 표정이다.
“추궁과혈이라는 수법이다.”
“츄긍가헐?”
“추 궁 과 혈!”
몇 번을 반복한 뒤에야 조슈아는 비슷하게 발음할 수 있었다.
“추 궁 과 혈.”
“그래. 추궁과혈이다. 추궁과혈은 사람의 몸속에 있는 마나홀을 자극하여 몸을 튼튼하고 질기게 만들어 주는 방법이다.”
마나홀이란 혈을 부르는 명칭이다. 아샤하르나에는 혈도라는 개념은 없지만 혈은 알고 있다. 왜냐하면 마나의 밀도를 조절하는 핵. 그것이 바로 혈이고, 이곳의 말로는 마나홀이기 때문이다.
“그런 방법도 있습니까? 대단합니다.”
“물론 쉬운 방법은 아니다. 그랜드 마스터에 이른 나에게도 상당히 힘든 일이다.”
조슈아가 감동받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를 위해 이렇게 애써 주시다니. 크라이스의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당연히 은혜는 잊으면 안 되지. 뭐 그래도 지금 일은 잊어도 된다. 내가 양보할게.
“조슈아야. 이제 추궁과혈을 시작하겠다. 아파도 참아라.”
뚜둑. 뚜두둑. 뚜둑. 뚜두둑.
“네. 저 그런데 주먹은 왜 푸십니까?”
“신경 쓸 거 없어. 그보다 조슈아야.”
“네.”
“이빨 꽉 깨물어라.”
“네?”
퍽퍽퍽퍽퍽퍽…….
나는 주먹으로 정성껏 조슈아의 마나홀을 가격했다.
아! 속 시원해.
밥에서 약 맛이 나서 그런 건 절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