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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교관 1(12화)
Chapter 3 기본 훈련(6)


3일째 되는 날. 나는 이틀간 고심하여 수정한, 사실 대부분의 시간은 잤지만, 수정 헤밀라스 가의 검법을 조슈아에게 전수해 주었다.
이름은 그대로 두었다. 귀찮은데 그것까지 바꿀 필요는 없겠지.
첫 번째 비전, 베어 임팩트.
곰이 무식하다는 것은 그 외양만 보고 오판하여 생긴 편견이다. 곰은 매우 영리하며 또한 재빠른 동물이다. 연어 잡아채는 거 한번 봐라. 얼마나 빠른가.
동작 자체는 그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 속내는 완전히 바뀌었다. 원래 있던 강은 모두 버리고 쾌와 변을 넣었다. 몸에 최대한 힘을 뺀 상태로 가볍게 휘두르다 상대의 방어에 따라 궤적을 바꾸어 순식간에 베어 버린다.
두 번째 비전. 섀도우 스네이크.
뱀이 굳이 그림자에서 나올 필요는 없다. 오히려 계속 그림자 속에서 머물며 공격을 하는 게 더 위협적인 법이다.
상체를 공격하지 않고 팔을 내린 상태 그대로 상대의 하체를 노린다. 검을 위로 올리는 대신 채찍처럼 휘둘러 상대의 종아리와 허벅지를 공격하는 것이다. 이때 드러나는 자신의 상체는 왼팔에 든 방패로 막는다.
세 번째 비전. 타이거 댄스.
유일하게 이름을 바꾸었다. 이름과 너무 안 어울렸기 때문이다.
가볍고 현란하게 휘두르는 횡베기다. 직접적인 타격보다는 상대방을 견제하고 물러나게 만드는 것에 더 중점을 두게 만들었다.
네 번째 비전. 울브스 바이트.
무수한 작은 상처로 견제를 하다가도 숨통을 끊는 것은 마지막 일격이다. 변초를 모두 버리고 오직 가장 날카롭고, 가장 정확하고, 가장 빠른 필살의 찌르기 공격으로 바꾸었다. 원심력이 실리지 않기에 부족한 힘은 진작을 밟는 것으로 보충했다. 진각을 밟으며 드러나는 빈틈은 방패로 커버할 수 있다.
다섯 번째 비전. 불스 차지.
중원의 맨손무술 중에 철산고라는 수법이 있다. 상대의 공격을 흘려내고 어깨로 상대의 몸통을 가격하는 방법이다. 자신이 공격해 들어가는 힘과, 상대가 들어오는 힘을 동시에 받기 때문에 매우 강력한 충격을 받게 된다.
불스 차지에 이 철산고라는 수법을 섞었다. 철산고를 쓸 때 중요한 것은 상대의 공격을 흘리는 것과 그 빈틈을 파고 들어갈 수 있는 보법이다.
나는 조슈아에게 보법 역시 가르쳐 주기로 마음먹었다.
마지막 비전. 라이온즈 하울링.
이건 건들지 않았다. 어차피 붕검이란 마나를 사용하는 상승의 무학. 당장은 사용할 수 없다. 제대로 사용하려면 마스터가 되어야 한다. 이건 여유를 두고 천천히 바꿀 생각이다.
나는 하나하나의 동작을 시범 보이며 그 의미를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베어 임팩트부터 반복 연습을 시켰다.
그리고 검법 외에 하나의 보법을 가르쳐 주었다.
바로 천마보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실상은 내가 삼재보를 살짝 변형시킨 것이다.
내가 기연으로 얻은 것은 천마검법과 천마심법뿐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갈세가에서 자신들이 나를 잡기 편하게 하기 위해 일부러 보법을 넣지 않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전장을 떠돌며 삼재보로는 부족함을 느꼈다. 그래서 천마검법의 묘리를 조금 섞어서 삼재보를 변형하고 그 이름을 천마보라고 붙였다.
나는 보통 때는 내공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다니기 때문에 천마보도 내공 없이 충분히 사용 가능하게 만들었다. 단 내공이 함께할 때 진정한 위력이 발휘되기는 했다.
이곳의 기사들은 보법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전장에서 말을 타고 싸우는 경우가 많기에 그런 것 같았다.
대쉬라고 하여 순간적으로 정면 돌격을 하는 방법이 있기는 했다. 그 속도는 충분히 빠르고 강력했지만 단순 정면 돌격이라는 점에서 빈틈이 많았다.
대쉬를 잘못 쓰다가는 카운터로 얻어맞을 확률이 높았다. 잘 쓰면 유용하지만 함부로 쓸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이기에 비록 진정한 위력이 아니라도 천마보는 충분히 효과적일 것이다.
조슈아는 바뀐 헤밀라스 가의 검법에 쉽게 적응했다. 내가 조슈아에게 맞추어 만든 거니 당연한 일이다. 후훗.
다만 울브스 바이트와 불스 차지는 쉽게 하지 못했다.
울브스 바이트는 완전히 바뀐 탓도 있지만 아직 진각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었다. 불스 차지는 천마보를 능숙하게 하고, 많은 경험을 쌓아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조슈아는 천마보 수련은 생각보다 잘 수행했다. 천마보를 밟으며 유연하게 움직이는 조슈아의 모습은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이게 손자 재롱잔치를 보며 즐거워하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심정이려나.
이렇게 생각하니 나도 늙은 것 같아 어쩐지 서글프기도 했다.



Chapter 4 한밤의 불청객(1)


마음속에는 하늘을 담고
두 눈은 세상을 본다.
그것은 즐거운 춤사위.
하지만 그것은 잔혹한 비명.
하나는 또 다른 하나로
조금씩
조금씩
바람인 양 춤춘다.
검무.
그렇다. 검무다.
조슈아는 한 자루의 목검으로 천상의 검무를 만들고 있었다.
딱!
“크윽!”
“머리가 비었잖아! 내가 항상 상대방의 움직임을 생각하며 검을 휘두르라고 했지? 여기가 무도회장이야? 지금 춤춰?”
조슈아는 양손으로 나의 검에 얻어맞은 머리를 비비며 힘없이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내가 조슈아를 가르치기 시작한 지 어느덧 2주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조슈아의 실력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동작에 과한 힘이 들어가는 일이 없어져, 검이 더욱 빠르고 날카로워졌다.
다 내가 잘 가르친 덕분이다. 암.
뭐 비약적이라고 해 봤자 어디까지나 시간에 비해 그렇다는 거다. 실제로 강해져 봐야 얼마나 강해졌겠는가? 겨우 2주 만에.
여전히 검을 휘두르는 동작은 마치 허공에 휘젓는 것만 같고, 천마보를 밟다가 넘어지는 일도 많았다. 동작만 겨우 비슷하게 나올 뿐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네. 교관님.”
늘어난 검법 실력에 비해 요리 실력은 변화가 별로 없었다. 다만 간은 제대로 맞출 줄 알게 되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 중의 다행이다.
“오늘 저녁은 좀 제대로 해 봐.”
“그럴 거면 크라이스가 직접 해 보는 게 어떻습니까?”
“원래 밥 같은 건 제자가 다 하는 거다.”
“한 번 정도는 도와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사실은 크라이스도 요리 못하는 거죠?”
이거 봐라? 이게 어디서 싸구려 도발이야? 내가 그딴 도발에 넘어갈 것 같아?
“나 요리 잘해. 내가 한 요리 먹으면 다들 죽어.”
전쟁이란 항상 칼부림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암계가 더 무서울 경우가 많았다. 적진에 단독 침투하는 작전을 수행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몰래 식량에 가지고 있던 독을 푼 적이 있었다. 그때 꽤 많이 죽었지 아마.
“못 믿겠습니다.”
“조슈아야. 교육이란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의 신뢰에서 시작되는 거다. 그건 단순히 배우는 것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생활 전반 사소한 것 모두에 적용되는 거다. 믿기 싫으면 믿지 마. 그랜드 마스터 되기 싫으면.”
“으윽.”
“잔머리 굴릴 생각 말고 밥이나 잘 차려.”
조슈아는 그 뒤로도 투덜거렸지만 나는 무시했다. 밥 한번 차리는 거야 일도 아니지만 한 번이 두 번 되고, 두 번이 세 번 되는 법이다. 이런 일은 애초에 싹을 잘라 버려야 한다.
어쨌든 여차저차 맛없는 저녁밥을 먹고 밤이 되었다.
나는 언제나처럼 조슈아의 방을 찾아갔다.
똑똑!
“잠깐만요! 열지 말고 기다리세요. 절대 열면 안 됩니다!”
조슈아는 방 안에서 다급하게 소리쳤다.
이게 어디서 명령질이야?
나는 무시하고는 조슈아의 방문을 걷어찼다. 그리고 보았다.
“풉.”
“비웃지 마십시오. 애초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조슈아는 얼굴을 붉히곤 투덜거렸다. 그래 너도 부끄러운 건 아는구나.
조슈아는 토끼무늬 잠옷을 입고 있었다.
“너 의외로 취향이 참 독특하구나.”
“아, 아버지가 사 준 겁니다!”
소리친 조슈아는 금세 침울해졌다. 아직 조슈아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밝게 행동하고 있기는 하지만 가끔 저렇게 침울해하곤 했다.
미안해해야 정상이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소름이 돋는다. 고 헤밀라스 남작은 키가 크고 덩치도 좋았다고 했다. 그런 시꺼먼 아저씨가 저 귀여운 토끼무늬 잠옷을 들고 좋아하는 광경이라니. 상상하고 싶지 않아!
“시작할까?”
내가 하려는 건 추궁과혈이다. 매일매일 추궁과혈을 하고 있지만 조슈아의 얼굴은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최근에는 음식 맛이 제법 좋아졌기에 얼굴을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먹을 날리려는데 조슈아가 입을 열었다.
“궁금한 게 한 가지 있습니다.”
“뭐냐?”
“추궁과혈할 때, 왜 항상 후드를 쓰고 하시는 겁니까?”
추궁과혈 시작한 지 2주일이 넘었는데 이제야 궁금해하는 거냐?
“사정이 있다.”
“말해 줄 수 없는 겁니까?”
“그런 건 아니다. 내가 저번에도 이야기했지만 추궁과혈은 마나를 사용한 일종의 마사지다. 나의 경우 마나가 독특해서 마나를 사용할 경우 얼굴이 변해. 그런데 그 모습을 너에게 보여 주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후드로 가리는 거야.”
“왜요? 혹시 그 평범한 얼굴이 괴물처럼 변한다거나?”
“마음대로 상상해라.”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처음 만났을 때, 저에게 오러 블레이드 보여 줄 때도 후드로 얼굴 가리고 있었죠. 그럼 평상시에는 마나를 사용하지 않는 겁니까? 마나라는 게 그렇게 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안 하고 할 수 있는 겁니까?”
“난 가능해.”
“저는요?”
“너도 마스터쯤 되면 가능할 거다.”
“그렇군요.”
“자. 그럼 이제 추궁과혈을 시작하자.”
나는 주먹을 날리려다 멈칫했다.
“크라이스. 왜 그러십니까?”
나는 조슈아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나의 감각에 수상쩍은 느낌이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조슈아의 집은 외진 곳에 위치해 있다. 근처에 인가도 없어 밤에 이 근처를 돌아다닐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세 명의 사람이 이곳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 기운의 양으로 느껴 보건대 조금 위험할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위험한 건 조슈아다. 나에게는 눈곱만큼의 위험도 되지 않는다. 손가락 하나로 처리할 수 있다.
이 야밤에 찾아오는 손님이 과연 좋은 목적으로 찾아오는 것일까? 아마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들이 찾아오는 이유로 추측할 수 있는 것이 한 가지 있다.
처음 조슈아와 만났을 때 조슈아는 쫓기는 상황이었다. 조슈아는 그들이 왜 자신을 노리는지 몰랐다. 하지만 조슈아를 노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난 이곳에 온 뒤로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러니 세 사람이 찾아온 것은 조슈아일 것이다. 아마 조슈아를 해하려는 자에게 의뢰나 명령을 받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 장본인일 수도 있고.
어린놈이 벌써부터 원한을 쌓아 두고 살아가냐? 커서 뭐가 되려고. 쯔쯧.
나는 조슈아에게 내가 알게 된 사실을 말해 주지 않았다. 어차피 그 세 사람이 도착하면 알게 될 일이었다.
대신 추궁과혈을 서둘러 시작했다. 아직 거리가 멀었다. 추궁과혈이 끝날 때쯤 세 명이 이곳에 도착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