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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교관 1(13화)
Chapter 4 한밤의 불청객(2)
침입자들은 굉장히 정석적인 방법을 통해 들어왔다.
쾅!
침입자는 문을 박차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들어오느라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비록 닫혀 있긴 했지만 걸쇠에 걸려 있지 않아 살짝만 밀어도 바로 열릴 상태였다. 그런 문을 발로 세게 찼으니.
침입자는 어정쩡한 자세로 방에 한 발을 디뎠다. 무게중심이 과하게 앞으로 솔리는 바람에 넘어지려다 겨우 멈춘 모습이었다.
그때 거칠게 열려 벽에 부딪힌 문이 반동으로 다시 닫혔다. 문 너머에서 괴성이 들려왔다.
“크아아아악.”
문이 다시 열리고 침입자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두 명은 멀쩡했는데 한 명이 다리를 절룩이고 있었다. 발을 내밀고 있다 되돌아온 문에 발가락이라도 찍었나 보다.
그거 진짜 아프지. 상상만으로도 얼굴이 절로 찌푸려졌다.
침입자는 각각 개성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한 명은 삐쭉 말랐는데 키가 매우 컸고, 또 한 명은 뚱뚱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다리를 절룩이는 침입자는 입이 앞으로 툭 튀어나온 모양새였다.
모두 하나씩 특정한 몬스터를 연상시켰다. 크고 마른 놈은 트롤, 뚱뚱한 놈은 오크, 입 튀어나온 놈은 놀을 닮았다. 그 개성적인 외모에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몬스터 삼형제다!”
트롤이 대답했다.
“우리를 아는 놈이구나! 그럼 우리가 얼마나 무서운 분인지도 잘 알겠지?”
실제 이름이었냐!
조슈아가 나를 향해 말했다.
“크윽…… 알고 있었습니까?”
아직 맞고 있는 중이라 신음 소리가 섞여 나왔다.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아니. 그냥 나도 모르게 나온 말이다.”
순간적으로 방이 서늘해지는 것 같았다.
놀림 받았다고 생각했는지 트롤이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감히 우리 삼형제를 놀리다니.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 누가 조슈아 헤밀라스냐?”
“형님. 조슈아는 아직 어린 놈입니다. 저기 맞고 있는 놈이 조슈아인 것 같습니다.”
나와 조슈아에게 한 말인 줄 알았는데 대답은 놀이 했다. 얘들 뭐지?
트롤이 조슈아를 향해 으르렁거리며 외쳤다.
“조슈아 헤밀라스. 너의 악명은 마그란 전체에 퍼져 있다. 그래서 우리 정의의 용사 몬스터 삼형제가 너의 죄를 단죄하고자 이곳에 왔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이놈들 정말 뭐지? 대답해 줘야 하나? 몬스터 삼형제는 대답을 기다리는 것만 같았다. 조슈아는 아직 입을 열 상황이 아니다. 나는 조슈아를 발로 밟으며 트롤의 말에 대답했다.
퍽퍽퍽퍽퍽!
“네가 지금 한 말. 거짓말이지?”
트롤이 당황해서는 외쳤다.
“어, 어떻게 알았냐?”
진짜냐! 이거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하지? 웃어야 하나? 태클을 걸어 줘야 하나?
“알 거 없고 무슨 일로 불법 침입한 거냐? 가택 불법 침입 시 벌금이 얼만지 알고 들어온 거냐?”
“흥. 고작 돈 몇 푼이 우리 몬스터 삼형제의 발걸음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벌금 따위 의뢰비로 받은 돈에 비하면…… 아. 아니다!”
의뢰 받고 온 피라미였군.
“됐고. 형 바쁘니까 그냥 조용히 돌아가라.”
나의 말에 트롤이 결연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럴 순 없다. 우리의 목적은 조슈아 헤밀라스. 당신과 조슈아 헤밀라스가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놈을 보호하겠다면 당신도…… 어이. 잠깐 만. 우리가 조슈아 그 꼬마를 손봐 줘야 되거든.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먼저 좀 하면 안 될까요?”
나는 아직 조슈아를 추궁과혈 중이다. 생각보다 몬스터 삼형제가 빨리 들어왔기 때문이다. 순전히 조슈아를 위하는 목적으로 행하는 일이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구타와 다를 바 없다.
나는 여전히 발로 조슈아를 추궁과혈하며 몬스터 삼형제에게 경고했다.
“이게 보기에는 안 그런데 생각보다 좀 힘들어. 그래서 형이 좀 피곤하거든. 너희들 운 좋은 거다. 봐줄 테니까 헛소리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 가라.”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이라더니 딱 그 꼴이다. 사람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면 좀 알아들으면 안 되나?
몬스터 삼형제는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대신 놀이 나를 향해 소리쳤다.
“어이. 너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만하고 꺼져라. 아직 네가 뭘 모르나 본데 우리는 자던 아이도 놀라 도망간다는 무시무시한 몬스터 삼형제다!”
미안하다. 안 무섭다. 너네 보면 애들이 오히려 쫓아올 것 같은데. 너희들도 입으로 그런 말 하면 민망하지?
말을 꺼낸 놀은 당당했지만 트롤과 오크는 시선을 먼 곳으로 돌리고 있었다.
트롤이 민망함을 없애려는 듯 헛기침을 하곤 말을 했다.
“흠흠. 어쨌든. 우리가 용무가 있는 사람은 조슈아 헤밀라스 바로 너다. 우리가 받은 의뢰는 너의 다리 한쪽. 하지만 반항하면 목숨을 거둘 수도 있다. 심하게 할 생각 없다. 깔끔하게 부러뜨려 주마. 그거 반년만 고생하면 깨끗하게 낫는다. 믿어. 나 전문가야.”
트롤의 말이 끝나자 놀이 부연했다.
“큰형님 말씀 잘 들었지. 조슈아 헤밀라스 당장 나와라. 그리고 당신. 할 만큼 한 것 같은데 이만 하지? 그러다 애 잡겠다. 그만하고 이제 여기서 떠나라.”
추궁과혈은 끝났다. 나는 침대 옆에 놓인 강철 조각상을 집어 들었다. 동글동글한 모양으로 정체는 알 수 없었지만 손에 아주 착 달라붙는 게 마음에 쏙 들었다.
“내 일은 끝났다.”
나의 말에 몬스터 삼형제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럼 이제 우리가…….”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못하겠다.”
나의 말에 몬스터 삼형제의 기색이 사나워졌다. 트롤이 살기 담긴 음성으로 말했다.
“후회할 거라고 했을 텐데?”
“별로 그럴 거 같진 않은데?”
“역시 우리를 속인 거였구나. 너와 조슈아가 적인 척해서 우리가 방심하게 만들려는 수작이었구나. 제법 머리를 썼다만 우리 몬스터 삼형제를 너무 얕보았구나. 우리가 고작 그런 속임수에 넘어갈 거라고 생각했느냐!”
아욱. 머리야. 도대체 어떻게 하면 저런 결론이 나오는 거지?
“그런 거 아니거든. 너희들 속인 적 없거든.”
“흥. 다 드러났는데도 오리발이냐! 추하다. 그만해라.”
추한 건 너다. 그러니 그만 좀 해.
놀이 트롤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그런데 다 들렸다.
“저. 형님. 어쩌면 정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막내야. 그게 무슨 말이냐?”
놀은 시선을 슬쩍 돌려 나와 조슈아를 한 번 흘깃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시선이 매우 불쾌했다. 어이, 너 죽을래?
“예전에 질 나쁜 놈들에게 들은 적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패면서 쾌락을 얻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맞으면서 쾌락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남자끼리 그렇고 그런. 우욱. 상상만 해도 토할 거 같습니다.”
죽여 버린다.
나는 놀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이. 너.”
“나? 왜 그러는 거냐? 용무가 있다면 가까이 오지 말고 말해라.”
“어린놈의 자식이 아까부터 왜 반말이야! 그리고.”
나는 손에 든 강철 조각상을 놀을 향해 집어 던졌다. 그러며 소리쳤다.
“어따 대고 사람을 변태로 몰아!”
퍽!
“꾸에에에엑!”
강철 조각상은 놀의 명치에 정확하게 들이박혔다. 조각상에 담긴 힘이 좀 셌는지 놀은 그 충격으로 벽 끝까지 튕겨 나갔다.
“아. 이런. 손이 미끄러졌네. 그게 하필 저리로 날아가냐? 저놈도 참 재수가 없네. 원래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거라더니. 입이 모든 재앙의 근원이라고 하잖아. 그런 근거 없는 말을 내뱉으니 벌 받는 거야. 니들도 조심해.”
나는 경건한 말투로 가르침을 내렸지만 몬스터 삼형제는 나의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 슬퍼라.
“막내를 저렇게 만들다니. 네놈과는 상관없는 일이라 봐주려고 했는데. 둘째야, 네가 조슈아란 꼬마를 맡아라. 난 저 망할 자식에게 막내의 복수를 해 주겠다.”
트롤의 말에 오크가 조폭처럼 대답했다.
“예! 형님!”
트롤과 오크가 각각 무기를 꺼내 들었다. 오크의 무기는 바스타드 소드. 트롤의 무기는 두 자루의 손도끼였다. 쌍부술인가?
오크가 조슈아에게, 그리고 트롤은 나를 향해 다가왔다.
조슈아는 자신의 목검을 들며 나에게 불안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크라이스. 괜찮을까요?”
“지금은 교관님이라고 불러라. 실전 훈련이다.”
“네, 교관님.”
“0번 올빼미. 비록 2주일의 시간이지만 넌 매우 강해졌다. 나를 만나기 전의 네가 아니다. 주눅 들지 말고 상대를 똑바로 봐라. 호흡은 편안하게. 마음은 즐겁게. 너를 해하려는 저 건방진 놈에게 너의 실력을 보여 주어라. 내가 장담한다. 0번 올빼미. 네가 더 강하다!”
“네! 교관님.”
사실은 네가 더 약하다. 고작 2주 배웠다고 강해지면 얼마나 강해지겠냐? 그래도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조금이라도 더 좋은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겠지.
하는 데까지 한번 해 봐라. 죽기 직전에는 내가 구해 줄 테니까.
전투는 트롤의 외침과 함께 시작되었다.
“막내의 원수!”
트롤은 양손에 든 도끼를 현란하게 휘두르며 나를 공격해 왔다.
나는 지금 내공을 돌리고 있는 상태다. 그런 나의 감각은 일반인의 한계를 월등히 벗어나고 있다.
그래서 나는 트롤의 공격을 설렁설렁 막으며 조슈아가 싸우는 모습을 구경했다.
선공은 오크였다.
조슈아가 먼저 공격할 기회가 있었는데, 멈칫하는 바람에 오크에게 공격권을 내어준 것이다. 아직 실전 경험이 부족해서 그렇다. 실전 경험을 늘려 줘야 할 텐데 좋은 방법이 뭐가 있을까?
오크의 바스타드 소드가 수평으로 조슈아의 손목을 노렸다. 조슈아가 자신의 목검으로 오크의 바스타드 소드를 막는 순간 오크가 고함쳤다.
“체인 앵글!”
오크의 바스타드 소드 움직임이 기묘하게 비틀렸다. 비틀린 바스타드 소드가 조슈아의 손목을 따라 휘어져 들어왔다.
조슈아는 가까스로 목검으로 오크의 바스타드 소드를 막았다. 그 순간 오크가 조슈아에게 한 걸음 다가서며 조슈아의 머리를 노리고 검을 찔렀다.
조슈아는 얼굴이 창백하게 변하며 급하게 고개를 꺾어 바스타드 소드를 피했다. 극히 간발의 차이였다.
오크의 공격은 끝이 아니었다. 찌르기가 끝나는 순간 오크는 검을 아래로 휘둘렀다.
조슈아는 대각선 뒤로 황급히 물러나며 이번에도 가까스로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처음이 오른쪽 손목, 두 번째가 목, 마지막으로 왼쪽 가슴. 공격하는 바스타드 소드의 변화가 워낙 급격히 바뀌기에 체인 앵글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 같다.
“그런데 네 동생은 왜 기술명을 말하는 거냐?”
“나도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게 바로 로망이란다. 그건 그렇고…… 저쪽 구경은 그만하고 나랑 싸우는 데 집중해!”
트롤이 쌍부를 현란하게 휘두르며 외쳤다. 머리와 허벅지를 동시에 노리는 공격이었다.
나는 검집째 휘둘러 하체 공격을 막고 상체는 숙여 머리를 노리는 공격은 피했다.
“아. 미안하다. 이제부터 집중할게.”
그리고 나는 다시 오크와 조슈아를 구경했다.
조슈아는 오크의 공격이 끝난 후에도 뒤로 두 걸음이나 물러났다.
너무 긴장한 것 같았다.
나는 조슈아에게 전음을 보내었다. 그냥 말로 하면 트롤이 삐칠 것 같았다.
“내가 있다. 아무 걱정 하지 말고 긴장 풀어.”
“교관님!”
조슈아에게는 전음을 처음 사용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놀라지 않는 건 긴장 때문에 내가 소리 내어 말했다고 착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아니라면 ‘우와’ 라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나를 멍하게 바라볼 테지.
“이놈들 정도는 손가락 하나로 해치울 수 있다. 그런데도 너에게 맡겨 놓은 건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마음 놓고 네 실력을 발휘해. 아직 너의 경험이 부족하니 위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걱정 마라. 위험해지면 내가 구해 주마.”
죽기 직전에는. 원래 애들은 다치면서 크는 거지. 사지육신만 멀쩡하면 되지. 뭐.
나의 전음에 긴장이 풀렸는지 조슈아의 어깨에 잔뜩 들어가 있던 힘이 빠졌다. 자세가 바르게 바뀌고 동작도 부드러워졌다. 저 정도면 본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크는 검을 뒤로 한껏 당긴 찌르기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발의 모양은 대쉬를 사용할 때의 그 모양이었다.
그 기세가 사뭇 거세었기에 조슈아가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나는 조슈아에게 다시 전음을 보내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
동시에 오크의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되었다.
“피어스 스트라이크!”
오크는 찌르기 준비를 한 채 대쉬를 통해 조슈아에게 달려들었다.
대쉬는 발바닥에 마나를 밀집시킨 후 바닥을 차는 것으로 가속을 얻는 방법이다. 러너 중급은 되어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대쉬 하나만 보아도 오크의 실력이 조슈아보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슈아는 러너 하급이다.
조슈아는 무서운 속도로 달려드는 오크를 향해 오히려 한 걸음 다가섰다. 검은 하늘을 향해 들려 있었다. 영락없이 오크의 검에 조슈아가 관통당할 상황이었다.
오크의 검이 조슈아의 지척까지 다가온 순간.
조슈아의 몸이 순간적으로 왼쪽으로 움직였다. 천마보였다.
그 잠깐의 차이로 오크의 공격은 빗나갔다. 그리고 조슈아의 검이 오크를 향해 날아들었다.
오크는 실전 경험이 많은지 공격이 실패로 끝났지만 능숙하게 대처했다.
오크는 자신의 바스타드 소드를 위로 들어 조슈아의 공격을 방어했다.
하지만 오크의 바스타드 소드가 방어를 취하는 순간 조슈아의 목검의 궤적이 변했다.
베어 임팩트.
가볍게 내려오던 검은 빈틈을 발견하는 순간 빗살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