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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교관 1(16화)
Chapter 5 심화 훈련(2)


채찍을 썼으니 이제 당근을 사용할 차례. 나는 따뜻한 목소리로 조슈아를 설득했다.
“조슈아야. 몬스터 삼형제랑 싸우면서 나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너의 검법 실력은 분명 많이 향상되었다. 너에게 맞는 검법을 사용한 탓도 있겠지만 그것은 아주 작은 일부분일 뿐이다. 모두 네가 노력한 결과다.”
노력은 무슨. 다 내가 너에게 맞게 검법을 바꿔 준 탓이지.
“하지만 전투에 있어서 검법은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상황을 읽는 예리한 판단력. 적의 공격을 피하고 네가 공격하기 좋은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빠른 몸놀림. 그리고 무엇보다 판단을 내리면 망설이지 않고 실행할 수 있는 과감함! 내가 너의 검법 실력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정작 다른 중요한 것들을 소홀히 한 것 같더구나. 그래서 나는 어제 밤새도록 고민했다.”
10분 정도.
“그래서 오늘 이렇게 특별한 수련 방법을 만들어 내었다. 물론 네가 보기에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면도 없지 않아 있을 거다. 하지만 이건 모두 너를 강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수련 방법이다. 나는 그렇게 판단했다. 하지만…… 어쩌면…… 나의 판단이 잘못된 걸 수도 있겠구나. 미안하다.”
조슈아는 나의 마지막 말에 화들짝 놀라더니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외쳤다.
“죄송합니다. 교관님. 전 교관님의 그런 깊은 뜻도 헤아리지 못하고. 다 저의 잘못입니다. 이 0번 올빼미. 앞으로는 교관님이 무슨 말씀을 하던지 믿고 따르겠습니다. 그러니 미안하다는 그런 말씀은 하지 말아 주십시오. 흐윽.”
조슈아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조금만 더 자극하면 아예 울 것 같았다. 역시 순진해. 후후후.
“자. 그럼 가자. 나무 하러.”
“네! 교관님!”
숲에 도착한 후 나는 먼저 시범을 보여 주었다.
“두 다리는 단단히 땅을 디디고 허리를 최대한 비튼다. 그런 다음 감았던 것을 푼다는 느낌으로 허리의 회전력을 최대한 이용해 도끼를 휘둘러라.”
나는 설명한 후 도끼를 횡으로 휘둘렀다.
붕.
쩍!
내가 도끼로 찍은 나무는 허벅지 두께 정도였다. 도끼질 한 번에 허벅지 절반이 날아갔다. 나는 한 번 더 도끼를 휘둘렀다.

쩌저적!
나무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옆으로 넘어졌다. 나는 도끼를 조슈아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팔 힘으로 휘두르는 게 아니다. 팔은 그저 도끼를 인도한다는 느낌으로 휘둘러라. 중요한 것은 허리 힘, 그리고 하체 힘이다. 하체에 특히 신경을 많이 써라. 일전에 이야기한 진각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네. 교관님!”
조슈아는 의욕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힘차게 도끼를 휘둘렀다.
붕.
탱!
“크윽!”
도끼는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해 나무의 겉껍질만을 베고 멈추었다. 그 반동이 적지 않았기에 조슈아가 신음을 흘렸다. 조슈아는 민망했는지 부끄러워하는 기색을 보였다. 이럴 땐 칭찬을 해 주는 게 좋을 것 같다.
“나쁘지 않았다. 처음치곤 잘했어. 나 따라오려다간 다리 찢어진다. 급할 건 없다. 차분히 하면 된다. 계속 해 봐.”
“네. 교관님.”
조슈아는 그 뒤로 몇 번인가 더 실수를 했다. 그러더니 조금씩 제대로 도끼질을 하기 시작했다. 천천히 나무가 쌓여 갔다.
하지만 역시 108개는 무리.
달은 밝았다. 수도 인근이라 숲에 몬스터도 없었다. 나는 밤새도록 조슈아에게 도끼질을 시켰다.
조슈아는 날이 어두워지며 힘든 기색을 보였다. 가끔 멈출 때가 있는데 살펴보면 졸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호통치듯 말했다.
“고작 잠도 참지 못해서 기사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
“부족한 건 너의 체력이 아니라 정신력이다. 못할 거라고 미리 규정해 둔 네 마음속의 틀을 깨 버려라. 그럼으로써 너는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이곳은 전쟁터다. 네가 싸우는 적은 그 누구보다 강한 상대. 바로 너 자신이다. 스스로에게 진 자가 남에게 이길 수 있겠느냐?”
“힘이 센 자가 강한 자가 아니다. 몸이 빠른 자가 강한 자가 아니다. 강한 정신을 가진 자가 진정 강한 자다. 조슈아. 너는 강해질 수 있다!”
나의 꿀을 바른 듯 듣기 좋은 말에 조슈아는 지친 몸을 억지로 움직였다. 채찍보다는 당근이 더 유효할 거라 판단했고 그런 나의 판단은 옳았다.
이틀째 저녁. 조슈아는 할당량을 채울 수 있었다.
“수고했다. 이제 쉬어라.”
조슈아는 비몽사몽한 상태로 나에게 질문했다. 눈은 반쯤 감겨 있었다.
“전 강해졌습니까?”
“물론.”
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조슈아는 바닥에 쓰러지듯 드러눕더니 바로 졸기 시작했다. 많이 피곤했는지 시끄럽게 코까지 골았다. 그럼에도 얼굴은 웃고 있었다. 자신이 강해졌다는 것에 만족하는 것 같았다.
사실 이렇게 무리하게 수련하면 강해지기는커녕 몸만 상한다. 절대 피해야 할 수련 방법이다. 애초에 목적이 수련이 아니라 나무 조달이었으니 사용했지 아니었으면 절대 이런 무식한 방법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최고의 내상 치료법인 추궁과혈이 있다. 그리고 외상은 마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그래서 안심하고 조슈아를 부려먹을 수 있었다.
나는 추궁과혈을 하며 조슈아의 몸을 살펴보았다.
에구. 많이 상했네.
조슈아의 몸을 정성껏 밟아 준 다음, 발로 추궁과혈한 것이다. 그래도 기절한 놈에게 주먹질하는 건 너무 심한 거 아니겠는가? 힐링으로 깔끔하게 치료했다. 그 후 조슈아와 나무를 집으로 날랐다.
잠든 조슈아는 방에 던져 두고 나는 밖으로 나왔다.
조슈아의 집은 외진 곳이다. 근처에 인가도 몇 없다. 주변 공터를 임의로 사용해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말이다.
나는 잘라 온 나무들을 집 근처 공터에 하나씩 박았다. 방법은 간단했다. 나무를 세로로 세운 후 그 위에 올라간다. 그 후 내공을 운용해 천근추를 사용한다.
나무의 높이는 50센티미터로 통일시켰다. 조슈아의 천마보 경지가 바닥이기에 일부러 쉽게 만든 것이다.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면 높낮이가 다른 곳에서 수련을 시킬 예정이다.
나무를 다 박은 후, 나무 위에 손가락으로 번호를 하나씩 새겼다. 1번부터 108번까지였다. 그 작업을 끝으로 천마보 수련장은 완성되었다.
다음 날.
오전 수련을 시작하며 나는 조슈아를 천마보 수련장으로 데리고 갔다.
“와. 이게 무엇입니까? 교관님.”
조슈아는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천마보 수련장을 바라보았다. 자식 놀라기는.
“0번 올빼미. 전투를 할 때 너의 가장 큰 무기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조슈아는 나의 물음에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헤밀라스 검법이야말로 저의 가장 큰 무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틀렸다. 눈에 보이는 보검보다 어둠 속에 숨어 날아오는 화살 한 대가 더 무서운 법이다. 헤밀라스 검법은 확실히 훌륭한 검법이지만 대비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남들이 알 수 없는, 그래서 대처법도 없는 것. 너는 그것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무엇이냐?”
한참을 생각하던 조슈아는 눈앞의 천마보 수련장을 보더니 표정이 밝아졌다. 그러고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천마보입니다.”
조슈아의 경지가 비록 낮다 하나 그래도 천마보를 수련한 상태다. 나무들은 아무렇게나 박혀 있는 것이 아니다. 천마보를 밟는 발의 위치에 맞추어 나무들이 위치해 있었다. 처음에는 몰랐겠지만 나의 질문과 연계해 생각해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웃으며 설명을 이었다.
“그렇다. 너의 천마보는 알 수 없기에 적을 당황시키고 빈틈을 만든다. 네가 오크 놈에게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 바로 천마보다. 하지만!”
나는 잠시 말을 끊어 조슈아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너의 천마보는 걸음마 수준이다. 형편없다. 그래서 만든 것이 이 천마보 수련장이다. 이 나무들은 네가 그저께와 어제 땀 흘리며 자른 나무들이다. 너의 정성이 들어간 나무들이다. 네가 나무를 베며 느꼈던 필사적인 마음을 천마보를 수련하면서 되새겨라.”
라고 말했으니 조금이라도 열심히 수련하겠지.
“자. 나무 위로 올라가라.”
“어느 나무 위로 올라가야 합니까?”
“나무들의 위치는 천마보를 밟는 방위에 맞게 배치되어 있다. 좋은 검법이란 시작과 끝이 끊어짐 없이 끝없이 이어지는 것. 보법 역시 마찬가지다. 당연히 어느 곳에서 시작하든지 상관없다. 얼른 올라가라. 시작하자.”
“네! 교관님!”
조슈아는 힘차게 소리치며 나무 위로 올라갔다. 잠시 비틀거리더니 이내 균형을 잡았다. 나 역시 조슈아와 조금 떨어진 나무 위로 올라왔다.
“방법은 간단하다. 나무에 내가 하나씩 번호를 새겨 놓았다. 내가 번호를 말하고 너는 그 번호에 해당하는 나무로 이동하면 된다. 단. 내가 번호를 말하는 순간 지체 없이 움직여야 한다. 동기 부여를 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을 마련했다. 만약 땅으로 떨어지거나 시간을 지체할 경우 PT체조가 기다리고 있다.”
조슈아의 표정은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준비됐나? 0번 올빼미.”
조슈아는 힘없이 대답했다.
“네. 교관님.”
“목소리 봐라. PT체조 먼저 하고 시작할까?”
조슈아는 화들짝 놀라더니 힘차게 소리쳤다.
“아닙니다!”
“좋다. 시작하겠다. 오십삼!”
조슈아는 나의 말이 끝나자 재빨리 53번 나무로 이동했다. 나는 조슈아의 발이 53번 나무에 닿는 순간 다시 번호를 말했다.
“십칠!”
조슈아는 재빨리 번호를 찾더니 17번 나무로 이동했다. 하지만 급하게 이동하느라 몸의 균형이 사정없이 흐트러진 상태다. 나는 다시 번호를 외쳤다.
“오십사.”
“어……어억!”
쿵!
조슈아는 결국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것도 균형을 잡지 못해 등부터 바닥으로 떨어졌다.
기다리던 시간이 왔군.
“0번 올빼미. 고작 세 번 만에 떨어지다니 본 교관은 실망이 크다.”
“죄송합니다.”
나는 아주 근엄한 목소리와 태도로 말했다.
“아니다. 다 잘못 가르친 내 탓이지.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자꾸나. 그런 의미에서 PT체조 해야지?”
“네. 교관님.”
“처음이니까 간단하게 시작하자. PT체조 1번 높이뛰기. 60회. 몇 회?”
조슈아는 힘차게 대답했다.
“60회!”
오. 목소리 좋군. 이럴 때는 상을 줘야지.
“50회. 시작!”
인심 썼다. 뭐. 대신 50을 좀 작게 발음하긴 했지만. 못 들었으면 복이 없는 거지.
결국 복 없는 조슈아는 50을 아주 우렁차게 외쳤고 몇 번 더 반복한 뒤에야 PT체조를 마칠 수 있었다.
오전 내내. 그리고 오후에도 천마보 수련은 계속되었다. 실력이야 뭐 처음이나 지금이나 형편없는 건 마찬가지다. 그래도 처음에는 세 번 만에 떨어졌는데 지금은 여섯 번까지는 갔다.
오후 3시쯤 되었을 때 나는 천마보 수련을 마쳤다.
“씻고 옷 갈아입어라. 나갈 거다.”
나의 말에 조슈아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기사가 검이 없으면 그게 기사냐? 네 목검 사야지.”
“아. 그렇지요. 감사합니다.”
조슈아가 감사하다고 한 것은 내가 목검을 사 주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괘씸한 놈.
그렇다고 안 사 줄 수도 없다. 실력이 느는 건 어렵지만 주는 건 순식간이다.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면 검을 휘두르지 않기도 하는데 그건 어느 정도 수준이 되었을 때 이야기. 조슈아는 하루라도 쉬지 않고 검을 휘둘러야 할 시기다. 어제 쉬었으니 그만큼 손해. 오늘도 놀릴 순 없다.
무기점은 조슈아의 집에서 1시간 정도 걸린다. 갔다 오면 저녁 식사 시간일 것이다. 밥 먹고 조슈아에게 검을 휘두르라 시켜야겠다. 그것까지 지켜봐 줄 생각은 없다. 6시 퇴근이야말로 바람직한 직장인의 자세가 아닌가? 잔업이란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일이다.
내 생활도 없이 하루 종일 조슈아만 봐 줄 수는 없다. 어제 밤샌 것만 해도 억울한데.
무기점에 가는 길에 시장이 서 있었다. 아줌마들과 가게 주인 간의 흥정이 한창이었다.
나는 그중 한 곳을 가리켰다. 40대 정도의 아줌마와 50대 정도의 중년 남자 상인이 흥정 중이었다.
“조슈아야. 저 둘의 대화를 주의 깊게 들어 보도록 해라.”
“예?”
쓰읍. 그냥 닥치고 봐라.
나의 눈빛에 조슈아는 얼른 대답했다.
“예! 듣겠습니다.”
조슈아는 아줌마와 상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거 얼마예요?”
“60달란트.”
“파 한 단에 뭐가 그리 비싸? 저 밑에 가게에는 40달란트에 팔던데.”
“그럼 거기 가서 사던가.”
“그래야겠네. 조금 멀긴 하지만 한 푼이라도 아껴야지.”
“진짜 가려고? 먼 데까지 가면 힘든데 내가 그냥 50달란트에 팔게.”
“비싼데.”
“원가야, 원가. 남는 것도 없어. 루프닐에서 수입한 거 아니면 이 이상 싸게 못 팔지.”
루프닐은 대량 생산 저품질로 유명한 제국이다.
“알았어. 그럼 그 파 50달란트어치. 대신 요 감자 하나 끼워 줘요.”
“그 아줌마 진짜 독하네. 에잇, 내가 졌다.”
정말 진 건지 아닌지는 저 상인만 알겠지. 하지만 아무래도 내가 보기에는 상인이 이긴 거 같은데 말이야.
나는 조슈아를 보며 말했다.
“조슈아야. 저 광경을 보니 무슨 생각이 나느냐?”
“예? 아…… 루프닐산은 조심하자?”
“멀었구나.”
“예?”
“아니다. 가자.”
나와 조슈아는 무기점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