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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교관 1(22화)
Chapter 6 실전 훈련?(4)


리네아인은 볼을 확 붉히더니 나에게 말했다.
“저기…… 저…… 사실은 숙소는 다른 곳인데 쿠르빌의 다리를 보고 싶어서…….”
“아! 쿠르빌 다리의 야경은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하죠. 소설 쿠르빌의 연인들의 배경이 되어 유명해진 장소이기도 하구요. 리네아인 아가씨도 그 소설을 보셨나 보군요.”
리네아인이 놀라 소리쳤다.
“아니에요!”
왜 소리를 지르고 지랄이야. 시끄럽게.
리네아인의 고함 소리에 주변을 걷던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리네아인은 어쩔 줄 몰라 하다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저…… 아는 언니에게 들었어요! 쿠르빌 다리의 야경이 참 좋다고. 꼭 구경하라고.”
왜 씨도 안 먹힐 변명을 하는 거지? 가만. 쿠르빌의 연인들이란 소설. 분명 성인 구독이었던 것 같은데?
요즘 애들은 무섭구나. 생긴 건 천사같이 귀여운데. 까졌어. 발랑 까졌어.
“그렇군요. 제가 쿠르빌의 다리까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오랜만에 구경하는 것도 괜찮을 거 같네요.”
“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요?”
폐다. 아주 폐다. 잘 기억해 둬라.
“아닙니다. 아가씨같이 아름다운 분을 모시게 되어 오히려 영광입니다. 가실까요?”
딱 보니 상황이 짐작 간다.
자유롭고 싶어. 단 하루라도 좋으니 자유롭게 살고 싶어. 소설을 보며 헛바람이 들어서는 지키는 성기사들을 따돌리고 몰래 도망 나온 것 같다.
자유는 얼어 죽을. 굶어 죽는 사람이 널려 있는데 이 무슨 철없는 소리람. 배때기가 불렀으니까 그런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는 거겠지.
그나저나 성기사를 싫어하긴 하지만 생각해 보니 조금 안됐네. 이 아가씨야 생각 없이 도망친 거겠지만, 호위 담당은 죽어 나가겠군.
나는 친절하게 계집을 안내했다.
“아가씨. 밤나들이의 기본이란 바로 이 꼬지입니다. 이 꼬지를 손에 들고 먹으면서 걷는 거죠.”
“손에 들고, 게다가 걸으면서 먹는다고요? 어떻게 그런 행동을…….”
“주변을 둘러보세요. 다들 하고 있지 않습니까? 꼬지는 원래 그렇게 먹어야 더 맛있는 법이랍니다.”
그 후 걷다가 노점에서 파는 싸구려 모자와 막대 사탕을 사서 리네아인에게 주었다. 리네아인은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시키는 대로 다 했다.
영화 같은 데서 보면 철없는 부잣집 도련님에게 서민 생활을 보여 주며 꼬시던데. 그 생각이 나서 리네아인에게 이것저것 시도해 보았다. 물론 작업할 생각은 없지만 나에 대한 강한 인상은 남길 목적이었다. 그래야 나중에 확실히 우려먹을 수 있다.
레오하피넬은 제국 최고의 세도가. 그런 곳과 좋은 인연을 만들어 두면 언제고 크게 우려먹을 수 있다. 하룻밤 수고의 대가로는 충분하고도 넘친다. 말 그대로 복이 굴러 들어온 셈.
쿠르빌의 다리에 도착했다. 소설 쿠르빌의 연인으로 유명해진 다리다. 그래서인지 구경하는 사람들은 연인들이 대부분이었다.
꺼져 버려라, 바퀴벌레들!
어라? 속으로 생각만 했는데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낸 건가? 주변의 사람들이 다들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음. 가만히 보니 저 시선들에 담긴 의미는…… 오해다! 나는 오해를 풀기 위해 조금 큰 목소리로 말했다.
“말씀하신 쿠르빌의 다리에 도착했습니다. 아! 가! 씨!”
날 원조 교제하는 파렴치한 중년으로 생각하다니! 바퀴벌레 커플들아. 다 깨져 버려라!
“와! 저게 루민과 아스하가 만났던 1번 마법 등이군요. 그리고 저건…….”
야! 아는 언니한테 들었다며? 소설을 아주 외우고 있구나. 외우고 있어.
리네아인은 날 끌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위치는 알고 있었지만 나도 여기 와 본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 나도 제법 재미있게 구경했다. 처음에 잠깐.
별로 볼 것도 없네.
10분 정도 지나자 슬슬 지겨워졌다. 그런데 저 계집은 뭐가 저리 즐겁지?
성기사 놈들. 지키는 사람이 사라졌으면 발바닥에 땀나도록 찾아다녀야 할 거 아냐? 왜 이렇게 늦어? 얼른얼른 와라.
나의 바람이 통했음인가? 멀리에서 흰 갑옷을 걸친 기사가 후다닥 달려왔다.
“아가씨!”
그러고는 리네아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지켜 드려야 했는데 소인의 불찰이옵니다.”
리네아인은 잔뜩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에요. 아델 경. 몰래 나온 제 탓이지요.”
그래. 다 네 탓이지. 멀쩡한 저 기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렇게 기분 나쁜 표정을 짓냐? 좀 더 놀고 싶었던 거냐? 그런 거냐? 어이구. 철없는 계집 같으니라고는.
뒤이어 다른 기사들 몇몇이 도착했다.
리네아인은 굳은 표정으로 기사들을 보다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는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
“죄송합니다. 크라이스. 이만 가 봐야겠어요.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감사해요.”
그래. 즐거워하라고 많이 신경 썼다. 감사해라. 꼭 기억해라.
“아닙니다. 모시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성기사들이 나를 일제히 노려보았다. 그러자 리네아인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성기사들을 나무랐다.
“무례합니다. 그분은 어려움에 처해 있던 저를 구해 주신 분이에요. 당장 사과하세요.”
성기사들의 시선이 사나워졌다. 조금 전의 시선이 단순히 ‘저놈 뭐야?’ 이런 의미였다면 지금은 명백한 살의를 담고 있었다. 망할 계집. 왜 쓸데없이 입을 놀리는 거냐?
성기사랑 관계가 나빠지면 생활하기 매우 불편해진다. 나는 재빨리 입을 놀렸다.
“루 아인께 영광 있으라. 오늘은 성기사님들과 인연이 깊은 날인 것 같습니다. 낮에 성기사님들 덕분에 생명을 구할 수 있었는데 지금 또 만나게 되는 군요.”
성기사들 중 한 명이 반문했다.
“낮? 무슨 말씀입니까?”
성기사들은 기사이면서 사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하나같이 말투는 정중하다.
“낮에 불측한 무리들에게 잡혀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마침 성기사님들이 그 무리들을 징죄해, 저와 동료가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말하자 다른 성기사 한 명이 탄성을 내지르며 말했다.
“아! 의로운 일을 하다가 위험에 처한 중년 용병과 귀족 소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중년 용병이 당신이었군요.”
“칭찬 받을 만한 정도의 일은 아닙니다. 부끄럽습니다.”
“아닙니다. 루 아인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한 일입니다.”
리네아인이 눈에 이채를 띠고 나를 보고 있었다. 좋은 일이다. 이로써 더욱 확실히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루 아인께 영광 있으라.”
“의로운 형제님과 만나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살펴 가십시오. 루 아인께 영광 있으라.”
낮의 일을 말한 성기사가 대표로 말하고, 뒷부분은 합창하듯 함께 말했다.
리네아인은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그러고는 다짐하듯 말했다.
“고마웠어요. 크라이스 님. 저…… 절대…… 잊지 않을게요.”
“저도 즐거웠습니다. 리네아인 아가씨.”
기특한 아이군. 그래. 절대 잊지 마라.
지금 보니 아주 예쁘네. 조금만 더 크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미인이 될 거 같다. 쿠르빌의 다리가 성인 도서가 된 건 책의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다. 별로 야한 내용도 없다. 그 정도는 호기심에 충분히 볼 수 있지. 암. 난 참 너그러워.
리네아인과 성기사들은 자신들의 숙소로 떠나갔다. 눈에 확 띄는 모습이라 꽤나 떠들썩하게 움직였다.
나는 원래의 목적지로 다시 향했다.

세 잔의 여유

허름한 술집이었다.
나는 자리에 앉지 않고 바텐더에게 바로 말했다.
“안내해.”
바텐더는 나에게 시선을 주지 않은 채 컵을 닦으며 속삭였다.
“붉은 잔에 담긴 것은 열정을 의미하는 세로피 술이라네.”
암호의 앞 구절이다. 그 뒤에 내가 정해진 구절을 말하고 다시 바텐더, 또다시 내가 말해야 한다. 원칙은 그렇지만 설마 나보고 암호를 하라고?
“죽고 싶나? 교육이 부족했구나.”
내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갑자기 나를 향해 누군가 부딪혔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부딪힌 자가 들고 있던 술잔의 술이 내 옷에 튀었다. 그자는 40대 정도의 남자였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실수로 그만. 제가 당장 빨아 드리겠습니다. 잠시만 이리로.”
남자는 문을 열고 어떤 곳으로 향했고 나는 그 남자를 따라갔다. 내가 들어서고 문이 닫히는 순간 남자가 허리를 90도로 숙이더니 말했다.
“죄송합니다. 큰형님! 멀리 가 있다가 어제 막 돌아온 놈이라 그랬습니다. 확실히 교육시키겠습니다.”
“조심해. 나 귀찮은 거 무지 싫어한다.”
“네. 큰형님!”
“안내해.”
남자는 어딘가로 향했고 나는 뒤를 따랐다.
복잡한 길을 통과하여 목적지의 문 앞에 도착했다. 문을 열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놈이 노크도 없이 문을 열어? 죽고 싶……. 크헉.”
“오랜만이다. 트롤.”
방 안에 있는 것은 트롤, 오크, 놀. 몬스터 삼형제였다.
나는 그들의 앞으로 걸어간 다음 트롤부터 차례대로 얼굴을 걷어찼다.
퍽! 퍽! 퍽!
트롤이 부어오른 뺨을 문지르며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큰형님인 줄 모르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고작 그런 일로. 아흑.”
몬스터 삼형제의 습격이 있었던 날. 나는 몬스터 삼형제를 쫓아와서 이곳을 아예 접수해 버렸다. 어차피 뒷골목 놈들. 게다가 트롤이 나의 정체를 아는 상황이라 접수하는 것은 아주 쉬웠다.
나는 비어 있는 의자에 가서 아무렇게나 앉았다.
“내가 애들 교육 똑바로 시키라고 했지. 돈도 안 되는 지저분한 짓거리는 절대 하지 말라고 얘기했지. 괜한 일 벌여서 나라의 관심을 받으면 죽을 거라고 분명 경고했지?”
트롤이 당당하게 외쳤다.
“물론입니다!”
나는 트롤의 얼굴을 다시 걷어찼다.
“잘 아는 놈이 왜 내 말을 안 들어 먹어. 이 새끼야!”
트롤이 바닥을 굴러갔다. 오크와 놀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나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네놈들은 뭐 해?”
“예?”
“저…… 저기.”
“대가리 박아!”
오크와 놀은 황급히 머리를 박았다. 트롤도 황급히 다가오더니 마찬가지로 머리를 박았다.
“오다가 애들 몇 명하고 마주쳤다. 그런데 그놈들이 여자를 덮치고 있더구나.”
몬스터 삼형제가 일제히 머리를 들더니 외쳤다.
“어떤 놈입니까?”
“어떤 망할 자식입니까?”
“누굽니까?”
“박아!”
몬스터 삼형제는 다시 머리를 박았다.
“저번에 애들 전부 다 모았을 때 본 적은 있는데 그게 누군지까지는 몰라. 내가 그것까지 알 필요가 있나?”
트롤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 없습……니다.”
“트롤 일어나라.”
“네!”
트롤은 우렁차게 외치며 일어났다. 표정이 밝았다. 원산폭격을 그만두게 되어서 기쁜가 보다.
“기분 좋냐?”
“아…… 아닙니다.”
“여기 안인 거 나도 안다. 그래서 뭐?”
트롤은 당황해 머뭇거리더니 외쳤다.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한지 알고 하는 말이야?”
“다시는 허튼짓하지 못하게 철저히 교육시키겠습니다.”
“애들은 그렇게 하고 너는 그 짓 하겠다?”
“아닙니다!”
“여기 안인 거 나도 안다니까 왜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해? 죽고 싶어?”
트롤의 눈에 눈물이 살짝 맺혔다.
“아…… 아니…… 죽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 죽기 싫으면 어떻게 해야 해?”
“애들이 허튼짓 못하게 철저히 교육시키고 저희들도 절대 그런 짓 하지 않겠습니다.”
“저번에도 네가 분명 그렇게 말했어. 그런데 결과가 뭐야? 안 한다고 그러고 또 할 거지?”
“아닙니다! 헉!”
“여기 안인 거 나도 안다니까? 죽으래?”
“주, 죽고 싶지 않습…… 흐윽…… 니다.”
“박아.”
트롤은 얼굴이 환해지며 우렁차게 외쳤다.
“네!”
“원산폭격 좋아하나 보네. 일어나라고 하려 했는데 계속 시켜야겠어.”
나의 말에 오크와 놀이 쥐어짜듯 외쳤다.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오크와 놀은 트롤을 향해 으르렁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