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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교관 1(23화)
Chapter 6 실전 훈련?(5)
세 명은 나란히 원산폭격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나는 옆으로 가 발로 슬쩍 밀었다. 몬스터 삼형제는 도미노처럼 넘어졌다.
“어쭈? 뭐가 이리 약해? 지금 나랑 장난쳐?”
“죄송합니다!”
몬스터 삼형제는 일제히 소리치며 다시 원산폭격 자세를 취했다. 나는 다시 밀었다. 억지로 버티고 있는지 넘어가지 않았다.
“지금 나한테 반항해? 죽고 싶어?”
“아닙니다!”
“여기 안인 거 안다니까 왜 계속 같은 말 반복해? 장난쳐?”
“죄송합니다.”
나는 그 이후 1시간 정도 더 몬스터 삼형제를 갈궜다.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부터 브릿지까지. 갈굴 방법은 많았다. 처음 접수하는 날 하루 종일 교육시켰던 동작들이라 무리 없이 따라 했다.
그리고 지금. 몬스터 삼형제의 얼굴은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윽, 더러워.
나는 원래 찾아왔던 목적을 풀어놓았다.
“일은 잘 진행되고 있나?”
대답한 것은 트롤이었다.
“큰형님이 잘 흔들어 주시는 바람에 성과가 좋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더 강하게 해 주시면…….”
“그건 내가 아니라 조슈아에게 할 말이지. 일하는 건 내가 아니라 조슈아니까.”
“하지만 조슈아 도련님의 실력으로는 좀 부족하지 않습니까?”
“흥. 자만하지 마라. 1년 안에 그놈의 실력이 너보다 강해질 테니까.”
트롤의 눈이 놀라 크게 떠졌다.
“조슈아 도련님의 재능이 그렇게 좋았습니까? 하긴 그러니 큰형님께서 가르칠 생각을 했겠지요.”
“재능은 평범해. 내가 가르치니까 강해지는 거다.”
트롤이 기대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군요. 그럼 혹시 저도?”
“꿈 깨. 마그란 암흑가 통일이나 신경 써.”
“큰형님이 조금만 적극적으로 움직여 주시면 1년 안에도 가능한 일입니다.”
“대신 페일라스 전체가 들썩이겠지. 조금만 기다려라. 조슈아는 충분히 빠르게 강해질 거다. 그보다 내가 여기 온 건 물어볼 것이 있어서다. 신성제국 놈들이 돌아다니더라. 어떻게 된 일이냐?”
이번에는 오크가 입을 열었다.
“뻔한 이유입니다. 이단의 무리가 발견되었답니다.”
“크로디스 파 애들이 이단이야?”
“크로디스 파 말고도 몇 곳 더 토벌되었습니다.”
“우리 쪽은?”
“다행히 저희의 피해는 없었습니다.”
“잘도 성기사가 수도에 들어오도록 허락했군.”
오크가 냉소적인 어투로 말했다.
“친제국파 귀족이 한 일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성기사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내가 본 것만 백 명은 되는 것 같았다. 아무리 신성제국의 힘이 강하다지만 타국의 수도에 기사 100명이나 밀어 넣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히 페일라스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알려지면 다른 나라들도 신성제국에 대한 경계를 강화시킬 것이다. 그러면 결국 신성제국은 손해를 입게 된다. 그런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할 일이라?
“수상해. 뭔가 냄새가 난다. 성기사들에 대해 자세히 조사해 봐. 그리고 성기사들이 보호하는 계집애가 하나 있다. 이름은 리네아인 듀스 레오하피넬. 그 계집애에 대해서도 조사해.”
이번에는 놀이 입을 열었다.
“리네아인 양이라면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리네아인 양?
“그래? 말해 봐.”
“성녀입니다.”
“성녀?”
“네. 리네아인 듀스 레오하피넬이 이번 대의 성녀입니다. 원래 레오하피넬 가의 자식은 아니고 성녀가 되며 양녀로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나이는 17세. 녹안 녹발의 요정 같은 미모로 대륙에 명성이 자자합니다. 취미는 독서. 좋아하는 것은 귀여운 인형입니다. 애칭은 린. 밝고 상냥한 태도로 평판 또한 좋습니다.”
초반에는 그럴듯한 정보인데 뒤로 갈수록 이상해진다. 이 자식 뭐야?
“너. 왜 그렇게 잘 알고 있어?”
놀이 꿈꾸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리네아인 양이야말로 제가 그리던 이상형. 제 마음속의 연인입니다. 아아!”
나는 놀의 명치를 그대로 걷어찼다.
퍽!
“꾸엑!”
“야. 이 자식아! 너 그거 범죄야. 어디 여자가 없어서 그런 조막만 한 애를 상대로 음흉한 생각을 해?”
놀은 명치를 손을 문지르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네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데 무슨 범죄입니까? 네 살이면 궁합도 안 본다고 우리 엄마가 그랬습니다.”
내가 지금 잘못 들었나? 그래. 귀에 이상이 생긴 걸 거야. 그래. 그럴 거야.
“네 살 차이? 그럼 네 나이가 21살이라고?”
“네!”
“농담이겠지? 21살이 아니라 31살이겠지.”
“으아앙!”
놀은 절규했다. 나는 시선을 돌려 트롤을 바라보았다.
“21살 맞습니다.”
나는 놀에게 다가가 등을 토닥였다.
“미안하다. 몰랐구나. 너 고생 정말 많이 하고 자랐구나.”
“으아앙!”
어째 더 절규한 것 같다.
나는 놀은 그냥 무시하고 트롤에게 말했다.
“어쨌든 성기사들과 그 리네아인이란 애에 대해 자세히 조사해 봐. 그리고 내가 원래 조사해 보라고 한 건?”
트롤이 나에게 한 뭉치의 서류를 내밀었다. 양은 제법 많았다. 대충 훑어보니 생각보다 자세하게 조사되어 있었다.
“확실하겠지? 만약 틀리면 각오해라.”
트롤이 다급하게 외쳤다.
“저희에게 의뢰했던 사람은 그 사람이 확실합니다!”
“알았다. 그럼 수고들 해.”
굳이 이곳에서 서류를 확인할 필요는 없다. 이놈들도 할 일이 있을 테고. 나는 서류를 챙긴 다음 그 장소를 떠났다. 가면서 한마디 남기는 걸 잊지 않았다.
“참. 아까 처음에 말했던 여자. 그 여자가 자기 이름이 리네아인 듀스 레오하피넬이라고 하더라.”
세 잔의 여유를 나와 걷는데 안쪽에서 무시무시한 괴성이 들려왔다. 놀의 목소리였다.
“간부 놈들 모조리 집합시켜!!”
후후후. 이거야말로 갈굼 중에 최강이라는 내리 갈굼. 이로써 한동안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지.
몬스터 삼형제는 내 정체를 알지만 다른 놈들은 모른다. 몬스터 삼형제가 내 앞에서 설설 기니 그냥 조심할 뿐이다. 하지만 가만히 놔두다 시간이 흐르면 겁을 상실하고 기어오를 확률이 높다. 적절히 밟아 줘야 했다. 마침 건수가 생겼기에 사정없이 밟은 것이다.
비록 내가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몬스터 삼형제를 굴린 이야기는 순식간에 퍼져 나갈 것이다. 앞으로 날 보면 조심하겠지. 만약 그래도 나에게 대드는 놈이 있으면 본보기 삼아 잔인하게 죽여 버리면 된다. 그러면 더 이상 덤벼들지 않을 것이다. 그게 바로 칼날 위를 살아가는 하루살이들의 삶의 방식이니까.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놀이 21살이라니. 살다 살다 그런 노안은 처음 봤다. 불쌍한 놈.
놀을 생각하니 자연스레 녹안 녹발의 소녀도 떠올랐다.
성녀라?
신성제국 루엔로토스에서 가장 성스러운 여인으로 추앙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건 그네들의 말일 뿐.
그들의 말을 믿을 정도로 내가 순진하진 못하다.
성녀가 아니라 제물이겠지.
봉인 줄 알았더니 쪽박이었군. 헛수고만 했잖아. 제길.
Chapter 7 개학(1)
헤론 아카데미는 6년제의 종합 교육기관이다. 귀족 평민 가리지 않고 받아들이지만 실상 가난한 평민이 다니기에는 쉽지 않다. 학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비싼 값을 할 정도로 우수한 교수진을 갖추었으며, 사회에서의 인맥도 상당히 탄탄한 편이었다.
수업은 오전 8시에 시작하여 오후 5시에 마친다. 오전 오후 각각 4시간씩. 하루에 총 8시간을 가르치는 셈이다.
수업의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으로,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그 수준은 또래에 비해 월등히 높은 편이었다. 대신, 입학 제한이나 유급제도가 없기에, 하위권도 매우 낮아 학생들의 평균 수준은 중상 정도였다.
헤론 아카데미의 학생들 대부분은 개학을 무척 싫어했는데 그 이유는 방학 숙제가 매우 많은 전통이 있기 때문이었다.
“다들 싫어하는 개학. 그런데 넌 왜 이렇게 좋아하냐?”
오늘은 헤론 아카데미의 2학기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조슈아는 나의 말에 뜨끔하더니 이내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방학 숙제를 미리 해 두지 않은 학생들이나 그런 겁니다. 저는 방학 시작하자마자 방학 숙제를 모두 다 해 두었으니까 걱정될 게 없죠.”
“정말 그래? 나와의 교육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 때문은 아니고?”
“아, 아닙니다! 크라이스에게 배우는 시간이 줄어서 저도 너무 아쉽습니다. 그래도 아카데미에는 가야 하니 어쩔 수 없습니다.”
어이. 너 웃음 참느라 입술 떨린다. 그렇게 좋아?
“아카데미 간다고 수련을 못할 거란 생각은 마라. 수업 끝나고 수련할 거다. 수업으로 수련 시간 빼앗긴 만큼 수련 강도는 강해질 거니까 각오하고 있어.”
“예? 하지만 기숙사제라 수업 끝나도 집으로 오지는 않을 텐데 어떻게?”
“걱정 마라. 다 방법이 있다.”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조슈아는 그렇게 말하며 현관문을 나섰다. 등에 큼직한 가방을 메고 양손에도 큼직한 가방을 하나씩 들었다. 개학식이 끝나면 바로 기숙사에 들어가기에 짐을 들고 가는 것이다. 옷가지부터 책까지. 무게가 상당한 듯 조슈아는 벌써부터 땀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가벼운 차림으로 그런 조슈아의 뒤를 따랐다.
“어디…… 가세요?”
조슈아는 한참을 걸어가다 나를 미심쩍은 듯 바라보았다.
감히 하늘같은 교관님께 그따위 시선을 보내?
“응. 보면 몰라?”
“어디 가시는 겁니까?”
“너랑 같은 곳.”
“예…… 예? 아카데미에는 왜요?”
조슈아는 눈을 똥그랗게 뜨곤 나를 바라보았다.
“왜 놀래? 나도 헤론 아카데미에 볼일 있어서 가는 거다. 신경 쓰지 마.”
조슈아는 잠시 망설이더니 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마차 타고 안 가십니까?”
“왜? 너도 같이 태워 달라고? 꿈 깨.”
조슈아는 낙담한 듯 고개를 푹 숙였다.
“크윽.”
“어차피 걸어갈 생각이었잖아. 왜 그렇게 풀이 죽어?”
“희망이라는 게 아예 없었을 때는 몰랐는데, 생겼다가 사라지니 더 힘든 거 같습니다.”
“세상이 원래 그래. 뭐든 마음먹기에 달린 법이지. 어이, 마차!”
나는 지나가는 마차를 손을 흔들어 세웠다. 마부가 친절한 얼굴로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손님. 어디까지 모셔 드릴까요?”
“헤론 아카데미.”
나는 목적지를 말하며 마차에 탔다. 자리에 앉은 후 고개를 돌리니, 조슈아가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래. 저렇게 걸어가라는 건 너무 가혹한 일일 거야. 나는 새 학기고 해서 너그러운 마음을 먹기로 했다.
“실어.”
“감사합니다. 크라이스.”
조슈아는 신나 하며 가방을 마차에 실었다. 그런 다음 자신도 타려고 했다.
“어딜 타?”
“예?”
“누가 너 타라고 그랬냐? 당장 내려.”
“그럼 전 어떻게?”
“뛰어와. 그게 싫으면 걸어오던지.”
조슈아가 간절한 눈빛으로 애원했다.
“좀 태워 주면 어디가 덧납니까?”
“덧나. 알아서 와. 수련이라 생각해. 그게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이다. 가방 옮겨 주는 것만 해도 고마운 줄 알아야지.”
사람이 두 명이면 요금도 두 배인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