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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펜의 유희 1권(8화)
3 세계 창조의 시간(4)
방실방실.
흠칫!
베그라이텐이 방실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예쁘다.
“수고하셨습니다만 아직 끝나지 않은 게 있습니다.”
뭐야? 예쁘다는 말 취소! 저런 더러운 중국산 똥 돼지 같으니라고!
“이번에는 뭔데?”
“샤펜 님의 권속들을 만드셔야죠.”
“권속?”
“중급 천사들이요. 샤펜 님을 수호하는.”
“그건 어떻게 해야 하는데?”
“그야 당연히 샤펜 님의 힘을 이용해 만들어야죠. 이렇게 넓은 성에 저와 샤펜 님 단둘만 있다는 것부터가 이상하다구요.”
“그런가?”
“그런 거죠.”
난 사람 많은 건 질색인데.
“알겠어 그러면 대충 백 명…….”
“삼천!”
“너무 많아.”
“만약 샤펜 님이 무슨 일로 아시아 대륙에 천벌을 내리실 때 겨우 천사 백 명만 내려가면 저 족속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게다가 보통 신들은 천사를 삼천 명씩 둔다구요.”
“소수정예도 좋잖아. 삼천 명분에 나눠 줄 에너지를 백 명에게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괜히 많으면 시끄럽고, 깔끔하게 처리하기도 힘들 것 아냐? 약한 놈 여럿 두지 말고 강한 걸로 두자고. 알겠어? 그러지 않으면 난 천사를 만들지 않겠어.”
“우우∼ 그러면 삼백 명으로.”
“그것도 많아 이백.”
“그렇지만…….”
“이백이야.”
“아, 알겠습니다. 이번만큼은 샤펜 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나 샤펜의 이름으로 명한다! 나의 권속, 나의 수족, 나의 뜻의 집행자, 200천사들은 내 앞에 나오라!]
퍼버버버벙!
하늘에서 폭죽 같은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테라스로 나가 보시면 압니다.”
베그라이텐을 따라서 집무실을 나와 테라스로 가 보았다.
펑펑펑!
하얀 구름 같은 폭발과 그 안에 천사들이 나와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서 성안에 있는 공터에 내려왔다. 머리에 있는 링이 아주 선명하게 보였다. 어려 보이는 어린 천사부터 성숙한 모습을 한 다 큰 천사까지 천차만별이었다. 근데 문제가 있었다. 이들은 전부 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아니, 이건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왜 전부 여자야?!”
난 하늘에서 내려오는 천사들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렇다. 나신의 여자 천사들이 우수수 하늘에서 내려온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눈이 아니잖아! 가만, 하얀 날개를 단 예쁜 천사들이 내려오니까 눈이 맞을지도……. 헉! 나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냐?!
갑자기 내 정체성이 궁금해지기 시작해진다.
“그야 샤펜 님이 남자시니까 그렇죠.”
“내가 남자라서? 겨우 그게 이유가 되는 거야?”
“네.”
“그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말해 봐.”
“남자시니까요.”
뭔가 여러 가지 뜻으로 안 좋은 기분이 든다.
설마 내가 상상하는 그것은 아니겠지?
“근데 왜 옷은 안 입은 거야?”
“그야 샤펜 님이 입혀 주셔야죠.”
“어떻게?”
“그야 샤펜 님의 힘으로요.”
거참 간단하네.
“천사라는 것 자체를 만들어 내실 때는 거의 힘이 들지 않습니다. 저들에게 힘을 얼마나 나눠 주시는가에 따라서 입는 옷과 갑옷, 무기가 달라집니다.”
“그런 거야?”
“네.”
“그럼 빨리 시작하도록 하지.”
난 테라스에서 양팔을 들어 올렸다.
[나의 권속들아! 나의 힘을 받아 나, 샤펜을 보필하고 수호할지어다!]
쿠궁!
하늘에서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천둥이 치기 시작했다.
콰앙!
“꺄아아아아아아아악∼!”
번개가 치더니 천사들에게 떨어졌다. 순식간에 200명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헉! 뭐야? 뭐가 잘못됐나?”
“아닙니다. 좀 더 자세히 보십시오.”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천사들은 어느새 완벽한 무장을 갖춘 채 일어났다.
척!
완벽하게 몸을 가린 갑옷에 여러 가지 호화로운 장식, 멋있는 투구, 한 손에는 기다란 할버드, 한 손에는 방패, 한쪽 허리에 찬 검, 다른 허리에는 석궁과 화살을 매놓은 상태였다. 일어나자마자 횡대로 도열한 그들의 눈빛은 당장 명령만 내리면 어디든 달려 나갈 기세였다.
휘이이잉∼
펄럭, 펄럭.
어디선가 산들바람이 불어와 천사들의 하늘색 망토가 휘날렸다.
“오오오∼!”
장관이었다. 내 어휘능력이 별로 안 돼서 제대로 말을 못하지만 정말 장관이었다. 은빛 찬란하게 빛나는 갑옷과 무기를 든 기사들에 멋있게 휘날리는 하늘색 망토.
이 얼마나 장관인가?
“샤펜 님의 명을 받아 생명을 얻은 천사 200명! 주군께 인사 올립니다!”
쿵!
200명의 천사들이 커다란 소리로 보고를 하고 창을 내리찍었다.
베그라이텐이 재촉을 했다.
“샤펜 님.”
그거 조금 아픈 건데. 아니 조금 아플 리가 없잖아.
“알겠어.”
난 오른손을 천천히 올렸다.
푸욱!
“크윽!”
그리고 있는 힘껏 내 배에 찍자 신기하게도 손이 내 몸속으로 들어갔다.
많이 아프지만.
“크으윽!”
빠찍! 으드드득!
“커헉!”
난 내 갈비뼈 한쪽을 뽑아 올렸다. 갈비뼈를 뽑자마자 상처 부위들이 말끔히 나았다.
[나의 갈비뼈로 검을 만드니 너희는 이것을 징표로 나에게 충성을 다짐하라.]
스스스스.
내 한 뼘보다 조금 긴 갈비뼈가 조금씩 길어지고 날카로워져 검의 손잡이, 손 보호대 등 조금씩 형태를 만들어 갔다. 곧 상아로 만든 것 같은 기다란 세검이 만들어졌다.
[베그라이텐.]
“네.”
[그대는 이 검을 받아 저 천사 200명을 지휘하는 지휘권을 주겠다. 그대는 나에게 충성을 맹세하는가?]
“맹세합니다.”
[나의 보좌관 베그라이텐에게 천사 200명을 통솔할 수 있는 지휘권을 내리겠노라! 이들의 이름은 나이츠 오브 스카이로 하겠다!]
하늘의 기사단, 그럭저럭 괜찮지 않나? 만약에 누가 나보고 작명 센스 없다고 하면 뭐 할 말은 없지만.
“저희 나이츠 오브 스카이들은 베그라이텐 님의 지휘권을 인정하며 영원히 샤펜 님께 충성할 것을 맹세합니다!”
음∼ 저 씩씩한 소리, 갑자기 저들을 보니 군악대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
아, 필요 없겠다. 그런 걸 뭐하러 만들어?
“이번 기회에 음악대라도 만드는 게 어때요? 숫자도 늘릴 겸.”
베그라이텐이 천사들을 보며 말했다.
저놈도 나랑 똑같은 생각을 했군.
“싫어.”
“그렇게 근성 없이 사시면 안 되죠.”
“근데 이제 내 일도 끝났잖아. 이제 쉬어도 되지?”
“네.”
드디어 세계 창조의 시간이 끝났다. 끝났으니 뭐할까?
“…….”
그냥 자자.
4 새 친구(1)
난 하루 종일 잠만 잤다.
자고 일어나서 뭔가 먹고 마시고 싶으면 베그라이텐을 불러서 시켜 먹고 할 일 없으면 누워 있다가 다시 낮잠 자고.
마치 방학 때 공부 안 하는 학생이 컴퓨터를 못하자 이불에 누워서 가만히 있듯이 그렇게 천 년을 보냈다.
……한순간이었다.
신의 시간 개념이랑 인간의 시간 개념은 매우 달랐다.
창문도 커튼으로 가린 어둠 속, 웬 천사 하나가 내 방으로 들어오더니 커튼을 열었다.
화악!
“우왓! 햇빛이다! 타 버리겠어!”
“지금 장난하십니까?! 천 년 동안 방에 처박혀 계시다니! 나와서 저희랑 검술 연습이나 해요!”
베그라이텐이었다.
“무슨 검술 연습을……. 너희가 나 지키는 거 아냐? 그리고 나는 신이니까 내 보신 정도는 잘한다고.”
“그러면 방 좀 정리하세요! 이게 뭐예요? 돼지우리도 아니고.”
“뭐가? 깨끗하구만.”
“그게 아니라! 먼지가 천 년 동안 쌓여 있잖아요!”
그렇다.
난 귀찮아서 물건들을 건들지 않고 이불 속에서만 있었다.
자그마치 천 년 동안.
“그럼, 정리하면 되지.”
[청소 실시!]
신의 권능은 만능이다.
달그락 달그락.
방 한구석에 있던 빗자루, 먼지털이, 쓰레받이, 걸레 등이 나왔다.
샥샥샥. 쓰윽∼ 쓰윽∼
그것들은 알아서 먼지를 털고 빗자루질을 하고 걸레질을 하였다.
이렇게 해서 약 30분 만에 청소가 완료되었다.
“됐지? 이제 다시 자도 되지?”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나이츠 오브 스카이!”
덜컥!
으잉? 뭐…….
“…….”
웬 메이드들이 있지? 이상하다. 난 메이드 뽑은 적이 없는데.
게다가 등의 저 날개! 머리 위에 링? 천사들이네?
“샤펜 님을 잡아!”
응?
우르르르르∼
수십의 천사 메이드들이 달려들었다.
잘못 봤겠지. 잠이나 더 자야겠다.
난 다시 이불을 덮…….
활짝!
“우왓!”
헛것이 아니었다.
들썩!
“뭐, 뭐야? 뭐하는 짓이야?!”
그들은 헹가래하듯이 날 들어 올리더니 어디론가 들고 갔다.
“뭐, 뭐야? 왜 그래?”
“천 년 동안 안 씻으셨잖아요!”
천사 하나가 소리쳤다.
“냄새가 지독합니다, 샤펜 님!”
“저희가 씻겨 드리겠습니다!”
“아니, 그런 수고스러운 일은 안 해도……. 가만! 신은 때가 안 생긴다며!”
“그건 그때 일을 빨리 끝내기 위한 저의 새빨간 거짓말이었습니다!”
어디선가 베그라이텐의 외침 소리가 들려온다.
“뭐야? 거짓말이었어? 이런 사기꾼! 날 속이다니!”
“그런 뻔한 거짓말을 믿고 천 년 동안 거울도 안 보고 씻지도 않은 샤펜 님이 이상한 겁니다!”
난 내 몸을 살펴보았다.
내 몸을 감싸고 있는 검은색 이불, 검은색 잠옷. 별로 이상한 것이…….
“뭐, 뭐야?”
그, 그러고 보니 원래 흰색 아니었나?
“빨리 목욕탕으로 직행! 냄새가 심각하다! 샤펜 님이 지나간 자리에 향수를 뿌리도록. 이불이나 옷은 수거해서 소각 처리해! 서둘러!”
“네!”
내가, 그렇게 더러운 것이냐? 아, 아니, 뭐 더러운 건 사실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