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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펜의 유희 1권(9화)
4 새 친구(2)
쾅!
“목욕탕 도착!”
나를 들고 있던 천사 하나가 문 하나를 박차고 열었다.
바닥은 하얀 대리석으로 깔려 있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영장같이 넓은 욕조, 황금으로 된 사자의 입에서 나오는 뜨거운 물, 천장은 라파엘로의 천장화 같은 멋진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곳이 바로 목욕탕이었다.
“입수!”
“입수!”
베그라이텐의 명령에 천사들이 군대처럼 복창했다.
어?
휘잉∼
“우아아악!”
풍덩!
저기요, 좀 조심스럽게 다루면 안 될까요? 그냥 던지다니, 등짝이 먼저 물에 닿았잖아
아프다고……!
“…….”
뭐하세요?
천사 메이드들, 아니, 나의 나이츠 오브 로즈들이 욕탕을 빙 둘러쌌다.
“전부 옷 벗어!”
뭐라고?
“네!”
잘못 들었겠지. 잘못 들었을 거야.
전부 다 옷을 풀기 시작했다.
“뭐, 뭐하는 거야? 난 남자라고!”
“옷 입고 들어가서 씻겨 드릴 수는 없질 않습니까?”
“그 정도는 내가 알아서 한다고!”
“귀하신 분을 혼자 씻게 둘 수 없습니다.”
“그냥 내가 혼자 씻겠어! 너희는 나가!”
“그럴 수 없습니다. 샤펜 님이 너무 안 씻으셔서 저희가 도와 드려야겠습니다.”
안 돼.
훌렁!
그들은 전부 옷을 벗었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나요? 주신이시여.
그리고 천사들의 나신이…….
“…….”
“꺄하하하!”
“호호호! 놀라셨죠?”
그녀들은 전부 수영복을 입은 상태였다.
한마디로 낚인 것이다.
그래도 편한 건 아니다.
단체로 수영복을 입은 채 주위를 빙 둘러싸고 있으면 심히 불안하다.
“자, 나이츠 오브 스카이!”
수영복 차림의 베그라이텐이 한 손에 칼을 든 채 등장했다.
스릉!
“샤펜 님을 향해.”
응?
“돌격!”
“돌격 앞으로!”
“와아아아∼!”
“어? 어?”
풍덩풍덩.
천사들이 욕탕에 들어오더니 나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자, 잠깐! 꼬륵!”
“담가! 머리에 기름이 지다 못해 덩어리가 생겼어!”
수십의 손이 내 머리채를 잡아 담갔다.
야, 이것들아! 숨 쉬게 해 줘야지!
“걱정 마세요. 신은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으니까요.”
뭐, 뭐야?
마치 내 속마음은 다 안다는 듯이 천사 하나가 말해 주었다.
“꼬르르르르륵∼.”
진짜네. 진짜 숨이 안 막힌다.
그래도 막 사람을 담가도 되는 거야?
“꺼내!”
“푸하!”
“다시 담가!”
“억! 꼬르르르르륵∼.”
물속에서 숨 쉴 수 있는데 뭐하러 꺼냈다 담갔다 하는 거야?!
“안 되겠어요! 욕탕에 향초 좀 넣어야겠어요!”
“그래! 몸에 향이 조금 베게 넣어 봐! 팍팍 뿌려.”
뭔 싱거운 찌게에 고춧가루 붇는 소리하고 있어.
천사 몇 명이 바구니에서 말린 꽃 같은 것을 욕탕에 넣었다.
잠시 후 백합향 같은 향이 욕탕에 넘치다 못해 독할 정도로 피어올랐다.
“이제 때를 밀어도 되겠어요!”
“좋아, 들어!”
“우왓! 위험해! 그만해! 그만하라고!”
다시 날 욕탕에서 꺼낸 그녀들은 대리석으로 된 침대에 날 눕혔다.
“뭐, 뭐하려는 거야? 그것만큼은 내가 하게 해 줘!”
“안 돼요. 시중 들 천사가 이렇게 많은데 혼자 하시겠다니.”
“때타월 조!”
“준비 완료!”
내 전신 위로 수십 개의 타월이 달라붙었다.
“밀∼어!”
벅벅벅벅!
“우아악! 젠장, 이건 너무 심하잖아! 아앗! 거기는! 거기만큼은 그러지 마!”
“다 밀었다! 이제 뒤집어!”
“구석구석 깨끗이 밀어!”
“알았습니다!”
벅벅벅벅!
“으으윽!”
어머니! 전 장가 다 갔습니다!
“다 밀었다!”
“만세!”
“우홋! 잘했어!”
일이 끝났다고 좋아하는 천사들.
“아직 안 끝났다.”
뭐라고?
“물 뿌려. 일단 때국수 먼저 치워!”
베그라이텐이 나타났다.
“알겠습니다!”
촤악!
“앗! 따가워!”
“조심해서 뿌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마사지 조 앞으로.”
“앞으로!”
때타월을 든 천사들이 물러나고 손에 힘줄이 잡힌 천사들이 앞장섰다.
“비누, 샴프, 린스.”
“여기 있습니다.”
한 천사가 비누, 샴푸, 린스를 베그라이텐에게 주었다.
“머리 감기고, 온몸에 비누칠하면서 마사지 실시!”
“실시!”
“머, 머리는 그렇다 치고, 무슨 마사지? 마사지를 받아서 뭐해?”
“그야 샤펜 님의 신체와 피부를 윤택하게 하기 위함이지요.”
한 천사가 내 물음에 답해 주었다.
“나, 날 더럽히겠다는 것이냐?”
“에이∼ 더럽히다니요, 무슨 그런 섭한 말씀을……. 아무튼 시작해!”
“안 돼! 정말로 안 돼!”
여기서는 내 의사는 존중되지 않는 것이냐?!
내 마음도 모르고 들려오는 베그라이텐의 무심한 목소리.
“아, 참고로 등짝 마사지 다하면 얼굴도 세수해야 하니까 다시 뒤집어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마사지해 드려. 온몸 구석구석까지 말이야.”
제기랄.
오늘 신생(神生) 다 살았다.
“흐아아아∼ 끄윽! 끄윽!”
난 그렇게 전신 마사지를 받고 나서 향유를 몸에 바른 후 전에 입던 의복을 입었다.
그리고 지금 내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 울고 있는 중이다.
“샤펜 님, 울지 마세요. 그렇게 슬픈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베그라이텐이 내 우는 모습에 울상이 된 채 말했다.
그녀는 도대체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그 말은 슬픈 거라는 거잖아.”
“헉!”
자신의 말실수를 깨닫고 입을 막는 베그라이텐.
이미 늦었어.
“그러니까 날 내버려 두라고. 거기 뒤에 있는 천사들도 말이야, 신발을 신고 들어오다니. 이곳은 좌식이란 말이야.”
“저기, 그렇지만.”
[나가라는 말 안 들려?!]
“아, 알겠습니다.”
“샤펜 님, 죄송해요.”
우르르르.
내가 힘을 개방하고서야 우르르 나가는 천사들.
가만…….
“…….”
일찍이 힘을 개방한 채 명령을 내렸으면 이런 꼴 당하지 않았을 것 아냐?
“……!”
머리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더니.
“…….”
여러 가지 나쁜 점이 있었지만, 확실히 목욕을 하고 나니 몸이 개운하다.
그리고 나른하기까지 하니.
“잠이나 자야지.”
눈을 감았다.
“흐아아암∼!”
잘 잤네.
“흐아암∼!”
기분 좋게 하품을 해 주고 창가를 보니.
“…….”
노을이 지고 있다. 저녁밥 먹고 잘 시간이잖아.
“또 잘 수는 없는데. 심심하고.”
“그러면 신계로 놀러 가던가 해야지.”
어디서 들려오는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
“아, 그러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
응? 누구야?
“놀러 오라고 했더니 천 년 동안 잠만 퍼질러 잤던 것이냐?!”
퍼억!
얼굴에 뭔가 묵직한 것이 부딪쳤다.
“커헉!”
왜, 내가 맞아야 하는 거지?
“네놈은 신이 되고 난 후 나의 부탁도 들어주지 않은 채, 하루하루 똥만 만드는 쓸모없는 쓰레기가 된 것이냐?”
와락!
“크윽!”
누군가가 내 멱살을 잡았다.
“응? 명왕?”
“그래, 나다!”
무서울 정도로 하얀 피부와 하얀 머리에 프릴과 레이스가 많은 피로 짠 듯한 붉은 드레스를 입고 아름다운 루비 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아이, 바로 명왕이었다.
“너, 임마! 내가 신계에 자주 놀러 오라고 했어, 안 했어?”
“했지요.”
“근데 심심하고 할 거 없다고 먹고 자고 싸는 것만 하냐? 내 말은 똥으로 들은 것이지?”
뭔 여자아이가 이렇게 말투가 험악하냐? 아, 맞다. 이 녀석 오만 살이랬지?
일단 이번 사태부터 무마해야겠다.
“…….”
무마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응? 지금 내 말 씹는 거냐? 어? 그런 거야?”
콕콕!
명왕이 손톱이 긴 손가락으로 내 볼을 눌러댔다.
“아야!”
엄살인 것 같지만 은근히 아팠다.
“자, 책임 추궁은 그만 하지. 아무튼 날 따라와.”
명왕이 내 팔을 잡아서 일으켜 세워 주었다.
“어, 어딜 가는데?”
의관과 의복을 바로 입고, 지휘봉을 잡으며 물었다.
“우훗♥ 비밀이야.”
윙크를 날리며 명왕이 수줍게 웃었다.
저기, 애교스러운 말은 해 주지 않았으면 합니다.
“자, 가자. 신계로.”
대수롭지 않게 내 손을 잡으며 명왕이 차원의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