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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펜의 유희 1권(12화)
4 새 친구(5)
스윽.
내 주위로 무장한 인간들이 보였다.
그들은 로마풍의 갑옷과 장방형 방패, 무기를 소지하고 있었는데 나를 보고 대단히 놀란 모습이었다.
[감히 누구 앞에서 고개를 들고 쳐다보는 것이냐!]
번쩍!
쿠쿵!
내 몸에서 빛이 더욱 강력해지고 하늘에서 천둥이 치기 시작했다.
“헉!”
“신이시여!”
그들이 그제서야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 너머로 목이 잘린 수인족들의 시체와 아직 살아서 몸이 묶인 자들이 보였다.
[너희는 어찌하여 성전이라는 이름 아래 이같이 참혹한 짓을 벌이는 것이냐!]
대장으로 보이는 망토를 두른 자 하나가 나타났다.
“하, 하지만 성전은 나르 님께서 허락하신 것이 아닙니까? 어둠의 신 둔켈은 악으로…….”
저 녀석은 나를 나르로 알고 있나 보다.
[난 나르와 둔켈에게 싸우지 말고 공존하며 살아가라고 명령하였다! 세상에 빛이 있고 어둠이 있듯이 둘이 공존하지 않는 한 멸망한다고 명하였다. 또한 빛이 선이고 어둠이 무조건 악은 아닌 것을 알아야 할지니!]
“네, 네?! 그, 그러면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 말이냐? 어리석은 인간이여?]
“네!”
[난 이 세계를 창조하여 빛의 신과 어둠의 신, 천족과 마족을 두고 너희 인간, 엘프, 드워프, 인어, 뱀파이어, 라이칸 슬로프(수인족)를 만들어 이 세계에 살게 한 샤펜이니라!]
쾅! 콰쾅!
내 분노의 외침에 땅에서 지진이 심하게 일어나고 하늘에서 번개가 떨어지고 번개가 떨어진 일부 숲에서 불이 나기 시작했다.
“히익!”
“으악!”
천둥 소리만으로도 그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근처에 마법사도 있는 것 같았지만 그들은 엄청난 마나파동으로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현재 내가 내보낸 힘만으로도 이들은 지금 바지에 오줌을 지리고 있으니까.
“에, 샤펜이시라면 소문으로만 듣던 동쪽의 미개한 엘프들이 믿는 신이란 말인가요?”
이번에는 하얀 신관복을 입은 사제 하나가 나섰다.
[현재 나를 믿고 숭배하는 족속들은 엘프밖에 없다.]
“그, 그러시다면.”
미개한 엘프라는 말이 걸렸지만 넘어가기로 했다.
“나르 님과 둔켈은 샤펜 님에게 창조받아 태어나신 분들이라는 겁니까?”
저놈은 둔켈에게 ‘님’을 붙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 나르의 종아, 아까 말하지 않았느냐?]
“저, 그렇다면 어찌하여 저희 앞에 강림하신 겁니까? 어리석은 제가 알기로는 신은 간절히 기도하는 신자 앞에 강림하실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라이칸 슬로프(수인족) 족속들 중에 어린아이가 간절히 나에게 기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너희가 공격한 라이칸 슬로프 족속들의 마을에서 너희가 죽인 자들을 제외하고 살아남은 자들을 나에게 대리고 와라.]
“아, 알겠습니다. 어이! 전부 밧줄을 풀어 주고 집에 가뒀던 애들도 데리고 와.”
“예!”
우르르르∼
모든 인간들이 나와 최대한 떨어지고 싶었는지 앞다투어 몰려가 묶어 두었던 수인족들을 풀어서 내 앞으로 데리고 왔다.
“…….”
대충 수를 합쳐서 어린아이들까지 포함해서 30여 명 안팎인 것 같았다.
하지만 마을의 규모로 봐서는 집이 40여 채 정도 있었기에 4인 가족 기준으로 해도 약 80여 명이 있었을 것이다.
[리리야, 이리 오렴.]
내 앞에 수인족들이 전부 모이자 난 기운을 줄이고 아까 나에게 기도를 한 리리를 불렀다.
“네?”
5살짜리 원피스를 입은……. 토, 토끼 귀에 토끼처럼 빨간 눈을 가진 소녀가 나에게 왔다(너무 귀엽다!).
그 소녀의 품안에는 많이 쳐줘도 2살밖에 안 보이는 남자아이가 강보에 싸여 있었다.
오므린 손이 나와 있었는데 새끼 토끼의 발과 같았다.
[동생이니?]
기운이 많이 줄어들어 머리 뒤로 후광만이 비치게 되었다.
“네, 그러면 아저씨가 어둠의 신 아저씨?”
[하하하, 미안하구나. 난 어둠의 신 둔켈이 아니라 샤펜이란다.]
“샤펜?”
[그래.]
“그러면, 무슨 신이에요?”
[응? 무슨 신?]
“둔켈 님은 어둠의 신이잖아요. 그러면 샤펜 님도 무슨 신 아닌가요?”
음∼ 그런 건 고민하지 않았는데.
아! 그러면 되겠다. 세계를 창조했으니까.
[나는 창조신이다.]
“창조신?”
[그래, 난 창조신 샤펜이다. 자, 이리 와 보렴.]
“네.”
난 리리를 안아 올렸다.
[동생이 참 귀엽구나. 이름이 뭐니?]
“레인이에요.”
[레인이라, 멋진 이름이구나. 근데 부모님은 찾았니?]
리리가 갑자기 훌쩍였다.
“부모님은, 우리 엄마 아빠는 없어요.”
“으아앙∼!”
강보에 싸인 아이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
불쌍해서 어떡해…….
“인간들이 저희들의 가족 친구 이웃들을 죽였나이다. 저들을 벌하여 주시옵소서! 샤펜이시여!”
“샤펜이시여!”
한 젊은 수인족 청년을 필두로 수인족 사람들이 모두 다 내 이름을 불렀다.
어린아이들을 빼고 전부 복수에 불타오르는 눈빛들이었다.
“샤펜 님!”
베그라이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뒤로 포박당한 남녀 둘과 200의 천사들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왔느냐? 나르와 둔켈은?]
“죄인들은 지금 대령하겠나이다.”
“크윽!”
“꺅!”
포박당한 남녀가 내 앞으로 끌려왔다.
하나는 검은 신관복 비슷한 옷을 입은 보라색 머리의 미남자였고 또 하나는 신녀복 비슷하지만 화려한 주황색 머리를 한 미녀였다.
얼굴 뒤로 후광이 있는 것을 봐서 신이 분명했다.
이 둘이 둔켈과 나르였다.
[어서 와라, 나르, 둔켈.]
“헉! 나르시여!”
“둔켈이시여!”
인간들과 수인족들이 자신들의 신이 묶여 오자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보았다.
특히 신관들의 얼굴이 가장 심각했다.
자신이 믿던 신이 처참하게 끌려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 중급 신들 밑에 있던 하급 천사들은 저항이 심해 반수는 죽이고…….”
죽이고?
“나머지 반수는 건방지게 굴어서 괘씸죄로 굴비 두름 역듯이 묶어서 근처 인간들의 신전의 기둥에 묶은 다음 모기들을 풀었습니다.”
“…….”
거참. 가려워 죽겠는데 손발이 묶여 있으니 손도 못 대고 죽을 맛이겠군.
근데 쟤 어떻게 굴비두릅을 아는 거지?
것보다 천계와 마계의 족속들은 어떡하고?
[나르와 둔켈은 내 앞에서 고개를 들라.]
숨겼던 기운을 풀자 그들은 내 힘에 부들부들 떨며 천천히 고개를 올렸다.
“샤펜 님, 눈부셔요.”
리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미안하구나.]
얼른 다시 기운을 감추자 아까처럼 얼굴에 후광만 남게 되었다.
[내가 누군지 알겠느냐?]
“예, 여태까지 잊고 있었지만 지금 뵈오니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당신은 바로 저희를 창조하신 샤펜 님이십니다.”
나르와 둔켈이 차례대로 입을 열었다.
[자, 그러면 둘이 왜 싸우게 되었는지 사정 좀 들어 보실까?]
척!
내가 무릎을 굽히자, 베그라이텐이 미리 준비한 쿠션 좋은 의자를 놓았다.
쓰윽, 쓰윽.
여전히 리리와 레인을 안은 채 난 그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귀여운 토끼 귀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
“…….”
“왜 대답하지 않는 것이냐?”
기운을 완벽하게 감춘 채 말했다.
기운을 퍼트리면 두려움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리리가 너무 밝다고 불평했으니 기운을 감출 필요가 있었다.
“…….”
이것들 설마.
“사적인 다툼으로 성전을 시작했다고 하진 않겠지?”
난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뜨끔!
방금 뜨끔거렸어?
“사실이냐?”
“네에…….”
“……그렇습니다.”
난 팔을 한번 휘저었다.
그러자 주위에 진공의 막이 쳐지면서 모든 소리를 차단하게 하였다.
진공의 막 안에는 나와 베그라이텐, 리리, 레인, 그리고 나르와 둔켈이 있었다.
“자, 이제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까 말해 보도록.”
“사, 사실은…….”
나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희 둘은 서로 조금 싫어했지만 샤펜 님의 뜻을 받들어 교류를 하며 제가 마계에, 둔켈이 천계에 자주 놀러 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오호∼ 성실하네?
“그러다가 약 5백 년 전에 나르와 제가 마음이 맞아서 결혼을 하기로 약속까지 했습니다.”
이번에는 둔켈이 입을 열었다.
에? 결혼?
“아니, 결혼을 하는데 왜 갑자기 성전이 시작된 것이냐?”
“실은, 마계에서 결혼식을 할 예정이었는데 나르가 천계에서 하는 결혼식이 더 화려하고 멋있다고 우겨대서…….”
“당연하지! 그렇게 음침한 곳에서 무슨 결혼식을 한다는 거야?”
“뭐라고? 마계가 뭐가 음침해? 이곳 중간계랑 다른 게 뭔데? 다만 내가 어둠의 신이니까 내가 사는 신궁이 검은색 대리석으로 된 것밖에 더 있어? 그렇게 치면 괜히 멋만 부리는 천족들보다야 마계가 훨씬 낫지! 허래 허식만 가득하고 음식도 화려하게 꾸며 둔 것에 비해 우리 마계의 요리사들이 하는 음식보다 맛이 없잖아!”
“뭐라고? 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