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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펜의 유희 1권(14화)
4 새 친구(7)


[이 아이에게 죽을 때까지 나의 축복이 있으니, 더욱 보장된 장생과 아이를 낳으면 다산이, 이 아이의 앞길에는 행복이, 그리고 순수한 마음, 그리고 죽을 때까지 최고의 아름다움을 주노라.]
내 손에서 황금빛 물결이 나와 아이의 전신을 감쌌다.
그리고 아이를 완벽하게 감싸자 황금빛 물결이 아이에게 스며들었다.
“오호? 웬일이야? 신이 직접 축복을 내려 주는 건 일만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희귀한 건데. 넌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해 주네?”
“응? 원래 그런 거야?”
“신들은 원래 자신의 세계의 영혼을 위해 봉사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자기를 위한 것을 빼면 거의 자신의 힘을 쓰려고 하지 않거든.”
“그래?”
“그런 거야.”
“저, 끝난 거예요?”
에델바이스가 그 조그만 한 입술을 열었다. 커다란 눈망울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래, 이제 넌 5천 년 정도 살 수 있을 것이야.”
“그렇게 오래 살아요?”
뭔가 실망한 눈치였다.
“응? 그래.”
“얘, 얘야, 그런 모습을 보이다니.”
당황한 에델바이스의 아버지(엘프들의 왕이겠지만)가 에델바이스를 보고 나무랐다.
“괜찮다.”
내가 에델바이스의 아버지를 말렸다.
“흐음, 그러면 에델바이스야, 넌 무슨 축복을 받고 싶으냐.”
“저는 활을 잘 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면 해요.”
에? 활?
“엘프는 활을 잘 쏘는 것으로 아는데?”
“저는 제 친구들보다 더 활을 잘 쏘았으면 해요. 친구들이랑 활쏘기 시합을 하는데 만날 지거든요.”
“으음, 그래?”
“네. 실력이 잘 안 늘어요.”
“좋아, 인심 쓰지.”
난 내 팔을 들어 올렸다.
천사들이 잘 관리해 줘서 깨끗하게 다듬어진 손톱이 보였다.
푸욱!
“크으으윽!”
“헉!”
“샤펜이시여!”
“뭐하는 거야?”
에델바이스의 엄마가 에델바이스의 눈을 반사적으로 가리고 아빠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보았다.
“조용히 해라. 주위에서 사람들이 볼라.”
으드드드득! 쑤욱!
난 또 한 번 내 갈비뼈를 뽑았다.
지난번에 해 본 일인지라 고통스럽지만 참을 만했다.
누가 내 말을 들으면 미쳤다고 하겠지만.
[나의 갈비뼈로 활을 만드니 그 힘의 근원은 나의 힘, 이 활을 쓸 수 있는 자는 오직 내 앞에 있는 하이엘프 에델바이스뿐이다. 에델바이스의 생명이 다하는 순간 이 활도 없어질 것이다. 그녀가 이 화살을 잡는 순간 그녀가 꿰뚫거나 명중하지 못하는 것은 없으리로다.]
그리고 내 힘을 집어넣어 주었다.
스으으윽.
갈비뼈가 작은 단궁으로 변화해 갔다. 마치 상아로 만든 단궁 같았다.
“자, 에델바이스. 선물이다.”
내 말에 에델바이스의 엄마가 에델바이스의 눈에서 손을 뗐다.
“받아.”
“고맙습니다. 근데 활시위는요?”
“요 녀석이!”
에델바이스의 아빠가 결국에는 화를 내고 말았다.
“활시위는 이렇게.”
내가 에델바이스의 고사리 같은 손을 잡아 손가락이 활시위 거는 부분을 잡게 한 다음 밑으로 내렸다.
“우와!”
그러자 에델바이스의 손가락 끝부분에서 파란색 줄이 생겼다.
에델바이스가 탄성을 질렀다.
“활시위가 생겼으니 이제 전부 걸어야겠지?”
척.
맞은편 활시위 거는 부분으로 걸었다.
그렇게 활시위를 걸자 마치 사파이어를 녹여 줄로 만든 것처럼 반짝거리는 활시위가 나왔다.
“에델바이스, 활을 한번 당겨 보거라.”
“네.”
에델바이스가 활을 당겼다.
끼익―
부스스스스―
활을 당기자 활에 파란 불꽃이 번들거리는 화살이 생겨났다.
“저기 호수 너머에 있는 하얀 바위가 보이지?”
“네.”
역시 엘프는 시력 좋네, 이 호수 직경이 1km 정도 되는데.
“저곳을 맞춘다고 생각하고 쏘거라.”
“네.”
그리고 잠시 뒤.
피잉!
쐐에에에에엑―
퍼엉! 콰아아아앙!
“…….”
자, 잠깐만.
하객들이 호수 너머 생긴 폭발음에 놀라 폭발한 곳을 보았다.
모두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바위와 들꽃으로 가득한 꽃밭이 화염으로 변한 것을 보게 되었다.
“우와, 굉장해요!”
굉장히 좋아하는 에델바이스.
이거 너무 위험하다. 화살이 음속 가까이 날아가다니. 그리고 저 위력은 도대체…….
“이, 이건 너무 세잖아?!”
“네놈이 만든 거잖아, 이 멍청아!”
퍽!
“아얏!”
내 머리에 주먹을 후려치며 핀잔주는 명왕.
“그렇게 핀잔주지 말아 줘.”
덥석!
난 에델바이스의 조그만 한 양 어깨를 붙잡았다.
“에델바이스야, 이건 조금 위험한 것 같으니까 위력을 낮추는 게 어떨까?”
“싫어요. 이게 마음에 들어요.”
이 멍청한 엘프야, 너에게 그 활을 준 것은 어린아이에게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버튼을 맡긴 꼴이라고!
“그러지 말고 조금 위력을 낮추는 게 어떨까?”
“그래도 전 이게 마음에 들어요.”
‘야 이 녀석아, 그 활은 네가 성장하는 것에 따라 같이 성장하는 화살이라고! 지금 위력이 이 정도면 나중에는 핵폭탄 급이란 말이야!’라고 하고 싶지만 꾹 참았다. 상대는 어린아이이다. 그렇게 말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이렇게 위력이 강하면 친구들이랑 활쏘기를 할 수 없는 노릇이잖니.”
“그래그래, 아가. 이 화살로는 맞추면 과녁이 파괴되겠구나. 네가 이 화살로 과녁 중앙을 맞췄다는 것을 친구들에게 보여 줘야 하지 않겠니?”
에델바이스의 엄마까지 가세하여 에델바이스를 달랬다.
“아, 그것도 그러네요.”
휴우∼
난 에델바이스의 활을 집어서 넣었던 힘의 절반 이상을 회수했다.
그것만 해도 화살의 속력이 총알처럼 안 보였지만 최소한 폭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만약 에델바이스가 성인이 된다면 위력은 음속을 넘어, 파괴력은 지금 폭발한 정도의 반이 나올 것이다.
“자, 그러면 에델바이스? 네 축복은 다 들어준 거지?”
“네, 고맙습니다.”
쪽!
에델바이스가 내 볼에 뽀뽀를 해 주고 다시 엄마 품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엘프의 왕이 굽신거리며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샤펜이시여. 저, 그런데 죄송합니다만 이 활의 궁명(弓名)을 지어 주십사 합니다.”
궁명이라…….
“약속된 승리의 활?”
전생에 보던 어느 애니메이션에서 딴 것이다.
대충 괜찮네.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고. 흠, 아주 좋아.
“약속된 승리의 활……!”
뭔가 환희에 가득한 엘프 왕의 얼굴.
“아, 참고로 경고하건대 절대로 에델바이스 외에는 그 활을 잡지 말도록! 다른 자가 활시위를 걸려고 하면 손가락이 활시위에 잘려 나갈 것이야.”
“아, 알겠습니다.”
약속된 승리의 활의 주인이 된 에델바이스, 앞으로 자주 지켜보아야겠다.

“아하암∼.”
연회는 저녁까지 이어진다.
그때까지 웃고 떠들고 마시고 즐겁게 보내다가 피곤해서 난 먼저 자기로 했다.
터벅, 터벅.
내 방이 어디더라.
어두운 복도는 조그만 한 촛불들이 비췄지만, 조금 어둑어둑했다.
“하암∼.”
끝에서 두 번째였나? 세 번째였나?
“흑흑흑.”
에?
누군가가 우는 소리.
이렇게 즐거운 날에 울다니?
테라스에서 난 소리다.
“울지 마. 그렇게 슬픈 일이 아니잖아?”
토닥토닥.
우는 사람의 등을 토닥이는 소리와 명왕의 목소리였다.
벽에 찰싹 붙어(잘못한 것도 없는데) 테라스 안을 보았다.
울고 있는 사람은……. 에? 데네브?
“흑흑흑! 아뇨, 저는 기뻐서 우는 겁니다.”
외눈안경 밑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새도 없이 데네브가 명왕에게 활짝 웃으며 말했다.
“나 참, 울다가 웃다니, 어이없군.”
“하지만 기쁜걸요.”
안경을 벗어 눈물을 소매로 닦은 후 안경에 묻은 눈물까지 닦고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낸 뒤 코까지 풀고 밖에다가 버리는 데네브.
‘으앗! 내 성을 더럽히다니!’
“그런데 이제 어떡할 거야?”
“어떡하긴요. 예정대로 해야죠.”
“흥미로운 거니까 허락은 한 거지만 아직 어리지 않아? 좀 더 자라고 나면 하는 게 어떨까?”
“네, 그럴 거예요. 게다가 확신이 들어요. 예전 모습과 다른 게 하나도 없어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그래 한 이백 년은 더 있어야 할 거야.”
“그 정도쯤이야 명왕이랑 샤펜과 같이 시간을 보내면 금방이겠지요.”
“그래.”
“자, 그러면 가서 샴페인이라도 다시 한 잔 할까요? 레이디?”
데네브가 웃으며 명왕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는 잘 웃는 타입이고 웃는 모습이 너무나도 멋있는 사람이었다.
“그러지.”
명왕도 웃으며 데네브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그녀의 웃음은 뭔가 피를 말리는 듯한 무서운 웃음이었다.
마치 피를 원하는 듯하다고 할까나?
헉! 근데 이쪽으로 오면 안…….
휘익! 털썩.
데네브가 명왕을 안아서 테라스에서 뛰어내렸다. 여기는 5층인데.
신이니까 뭐 다칠 이유는 없겠지.
아니, 다쳐도 죽지 않고 금방 치료되니까.
“왁! 뭐야, 놀랐잖아! 계단으로 다니란 말이야!”
“핫핫핫! 하지만 이렇게 뛰어 내리면 금방이지 않습니까?”
“이 바보야!”
테라스 아래서 명왕과 데네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난 잠이나 자러 가야지.
“하아암∼.”
따끈따끈한 이불이 기다리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