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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펜의 유희 1권(17화)
5 명왕, 이계의 신, 신, 천사(3)


촤라락.
데네브가 자신의 마법 책을 펼쳤다.
“어둠 속에 빠진 나에게 빛으로 길을 인도하리니, 라이트.”
번쩍!
데네브가 자신의 손 위에 빛의 광구(光球)를 만들어 냈다.
그 빛의 광구는 아크등처럼 매우 밝아 덕분에 주위가 매우 밝아졌다.
“자, 가요.”
데네브가 앞장서서 우리를 인도하였다.
“근데 이제 어디로 갈 것입니까?”
“그야 당연히 서쪽으로 가야지. 인간들이 있는 곳으로 먼저 가는 게 좋을 거야.”
“그런가요?”
“인간들이 있는 사회가 재미난 일이 많거든.”
“근데 서쪽이 어디인데?”
명왕이 물었다.
“응?”
아, 그래. 서쪽이 어디지?
“…….”
데네브를 바라보았다.
“…….”
도리도리.
그도 모르나 보다.
이번에는 베그라이텐을 보았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샤펜 님.”
이번에는 명왕을…….
퍼억!
“커헉!”
“내가 몰라서 물어본 거잖아, 이 바보야!”
아, 그렇지.
“어쩌죠?”
베그라이텐이 물었다.
“아, 생각났다. 잠시만요.”
뚝!
데네브가 나뭇가지 하나를 부러트리더니 곧게 손으로 고정하며 세웠다.
“서쪽 방향을 가르쳐 다오.”
그러더니 나뭇가지를 놓자 나뭇가지가 마치 누가 친 것처럼 빠르게 한쪽 방향으로 떨어졌다.
“우와, 신기하네! 그것도 마법이야?”
“네, 그렇습니다.”
나도 마법사 할 걸 그랬나?
“자, 그럼 저쪽으로.”
“오∼!”
우리는 서쪽으로 향했다.

“아아아아∼.”
“그만 해, 이 녀석! 시끄러워! 나도 짜증난단 말이야.”
이런 샤앙!
숲을 헤쳐 가는 지 5일째.
아직도 대숲이다.
게다가 변변찮은 샘물도 못 만났다.
고로 우리는 5일 동안 씻지를 못했다.
가을 날씨인데도 오랫동안 지치도록 걷다 보니 매우 더웠다.
물론 나는 엘프들이 준 망토 때문에 시원했지만 5일 동안 산에서, 그것도 길이 아닌 곳을 걸으니 매우 심신이 지쳐 있었다.
물론 물은 있지만 그것은 취사나 식수로 써야 하기에 씻는 것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왜앵∼
친애하는 모기들이 헌혈을 요구하며 달려들었다.
어째서 가을인데 모기들이 있는 거야?!
철썩!
“앗, 따가워!”
“저런 바보, 지가 모기 잡아 놓고 지가 아파하면 어떡하자는 거야?”
우씨.
“거참, 옆에서 쫑알쫑알 그 입 좀 다물어.”
“뭐야?”
나에게 달려드려는 명왕.
“자자∼ 진정하세요.”
“놔! 이거 놔! 내 저놈을 가만히 안 둘 거야!”
“옳지! 착하다.”
데네브가 마치 아이와 놀아 주는 부모처럼 명왕의 양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집어넣어 들어 올렸다.
“이거 놔! 놓으라구!”
“덥고 습한데 그만들 싸우세요. 핫핫핫.”
끈적거리며 땟국물이 가득한 땀을 뚝뚝 흘리면서도 데네브의 표정은 밝았다.
“네, 그렇습니다. 명부의 왕이시여, 화를 푸십시오.”
“너!”
명왕이 말리려는 베그라이텐에게 삿대질하며 소리쳤다.
“네?”
“나보고 명부의 왕이라고 부르지 말랬지? 여기서 내 이름은 ‘블루메’야! 알겠어?”
“죄, 죄송합니다.”
“자자∼ 머리 좀 식히세요. 블루메.”
“더워! 더워! 덥다구!”
발버둥 치며 명왕이 아이마냥 악을 써댔다.
“으음, 머리를 식히는 게 중요하겠군요.”
촤라라락!
명왕을 내려놓더니 데네브가 책을 펼쳤다.
“목마른 나에게 황금보다 소중한 물을, 아쿠아 크리에이트.”
촤아아악!
응? 물소리?
명왕의 몸에 물이 한 바가지 정도 하늘에서 쏟아져 내렸다.
뚝뚝.
전신이 물에 젖어 물을 뚝뚝 흘리는 명왕.
“……이게 뭐야?”
“블루메의 머리를 식히기 위한 데네브 아저씨의 마법.”
“……무, 물을 나오게 하는 마법이 있었어?”
명왕의 목소리가 흔들리고 있었다.
“네에∼.”
난 베그라이텐에게 무언으로 물었다.
죽일까?
베그라이텐도 무언으로 대답했다.
죽여요!
오오∼ 전의가 불타오른다!
스릉!
베그라이텐이 검을 뽑았다.
[신의 천벌이 있을지니…….]
나도 나의 권능을 쓰려고 했다.
“어? 어? 어? 왜들 그러십니까?”
데네브가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났다.
“동작 그만! 어딜 가려고?”
철컥!
명왕이 여행을 하며 쓰기로 했던 무기를 착용했다.
그것은 아주 흉측하게 보이는 클러우였다.
기름칠을 하고 날이 번듯하게 서 있는 클러우는 번들번들거리며 날카롭게 겨우 숲의 나뭇잎을 통과해서 들어오는 햇빛을 밭아 거울처럼 반짝거렸다.
“도대체 왜들 그러십니까?”
“몰라서 물어? 우리가 왜 이런 상태인지 모르고 묻는 거야?”
“전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씻지를 못하고 모기들은 물어대고 머리에는 이가 생기고 빈대가 붙어대는데 너는 물이 나오게 하는 마법을 알고 있었으면서 가만히 있었단 말이지?”
이번에는 내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샤펜 님! 데네브 님, 아니 데네브의 얼굴을 보니까 깨끗하네요.”
일단 유희를 온 것이기에 베그라이텐은 우리에게, 물론 나는 제외하고(왜냐하면 베그라이텐은 나를 모시는 검사로 되어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반말을 해도 됐다.
“오호라∼ 그러네?”
저벅저벅.
명왕이 천천히 데네브에게 걸어갔다.
“자, 모두들 민주주의적으로 결정하자. 데네브의 얼굴에 호랑이 무늬를 새기는 데 찬성하는 사람?”
저절로 손이 올라갔다.
“저요.”
“저도!”
“그래, 나도 한 표!”
“전 반대입니다.”
“배심원 판결이 3:1로 가결되었습니다.”
“항소하겠습니다.”
“법원은 당신에게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에 항소하겠습니다.”
“대법원도 당신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헌법위반입니다. 헌법재판소로 이 안건을 넘기겠습니다.”
“헌법위반이 아니랍니다! 이리 와! 이 개미 대가리 하등 생물아! 죽여 버리겠어!”
“싫습니다!”
“거기 서!”
화악!
베그라이텐의 검에서 흰색 오러가 3미터나 솟아올랐다.
유희상 힘을 남발하지 않기로 했던 규정을 무시한 행위였다.
그리고 명왕을 따라서 데네브의 추격에 나섰다.
[……신의 분노를 받은 당신은 신의 천벌을 받으라!]
번쩍! 콰앙!
하늘에서 번개가 떨어져 내렸다. 물론 데네브의 머리 위에.
“순간적인 이동은 시간의 절약, 블……. 흐게엑!”
오, 명중이네.
어디선가 머리가 타고 살이 타는 구수한(?) 냄새가 났다.
너무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녀석은 신이다.
나랑 동급의 신이다.
신은 죽지 않고 영원불멸하다.
세상의 모든 법칙을 초월하고 의지만으로도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물론 내 세계에서는 제외이다.
서걱!
무언가 잘려 나가는 소리.
“흐에엑! 내 팔!”
촤악! 촤악!
무언가 날이 많은 게 살을 가르는 소리!
“아악! 내 얼굴!”
푸욱!
“커헉! 거기는!”
싹둑!
“안 돼! 내, 내가! 이게 무슨 소리야! 아흐, 아흐!”
“크흐흐흐∼ 복수는 성공이야.”
“꺄아아아아악!”
응? 뭔 남자가 여자 비명 소리를 내고 있어?
“사, 살려 줘요!”
어? 다른 쪽에서 난 소리네?
얼른 소리가 난 쪽으로 달려갔다.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다.
“허걱!”
“도, 도와줘요!”
아! 여자 엘프가 누런색 푸딩덩어리에게 덮쳐져 있었다.
문제는 그 여자 엘프가 입고 있는 옷이 녹아 간다는 것이었다.
몬스터는 바로 슬라임이었다.
이 몬스터는 주로 동물을 사냥해서 먹는 생물인데 푸딩 같은 몸속으로 사냥감을 넣은 다음 천천히 녹여 먹는 게 특징이었다.
참고로 이 슬라임은 눈이 있는데 몸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게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