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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펜의 유희 1권(23화)
6 어둠 속의 몬스터(5)


“헉! 헉! 헉! 손에 물집이!”
조금 시간이 지난 후 난 불을 붙일 수 있었다.
“오, 또 불붙였네.”
“자…….”
난 다용도단검을 꺼내 소시지를 작은 조각으로 잘라서 컵에 넣었다.
그리고 컵을 돌로 고정시켜 물이 끓게 했다.
“뭐하는 거야?”
“소금기 빼는 중.”
언제 어느 핫도그가게에서 핫도그의 소시지를 삶아서 판매하는 것을 보았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햄 자체의 소금기가 많아서 그렇다고 했다.
조금 뒤 물이 끓더니 소시지도 어느 정도 익자 난 그 소시지를 포크로 건졌다.
통통하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게 먹음직스러웠다.
“우물우물.”
“짜지 않아?”
맛있다.
“우물우물.”
난 대답하지 않고 계속 씹어서 먹었다.
“맛있냐고!”
“꿀꺽! 맛있어.”
“나도 먹어 보자.”
명왕이 자기의 포크로 내 컵에 있던 다른 소시지 조각을 가져갔다.
난 거기다가 새로운 소시지 조각을 넣었다.
“쩝! 오∼ 맛있네? 간이 아주 적절해. 잘했어.”
“칭찬, 고맙군.”
“근데 이제 어디로 갈 거야?”
명왕이 먹다 말고 물었다.
“글쎄? 일단 계곡을 따라 쭉 내려갈 생각이야 그러면 강을 만날 테고 강을 따라 내려가면 엘프들의 숲이 끝나고 인간들의 평원이 나올 거야. 그러면 근처에 인간들의 마을이나 도시가 나오겠지. 농사지을 때는 물이 꼭 필요한 거니까.”
“음…….”
뭐야? 반응이 안 좋네.
“그렇게 먼 데를 걸어가라고?”
“그러면?”
“차라리 가다가 물이 깊은 데 나오면 뗏목을 만들자.”
“그건 누가 만들고?”
“내가.”
“네가?”
저 어린 소녀가 무슨 뗏목을 만든다는 거지? 게다가 저렇게 아파 보이는데.
“어떻게?”
“자, 봐.”
철컥!
명왕이 클러우를 착용하자마자 화장실에서 힘을 주듯이 어딘가에 힘을 주는 표정을 지었다.
부웅!
새빨간 불빛(오러)이 클러우에서 튀어 나왔다.
“에?”
근데 이 녀석이 어떻게 이걸 하는 거지?
“전에 베그라이텐이 하는 걸 보고 한번 따라 해 보았어. 이거라면 나무쯤 숭겅숭겅 잘라 낼 거야.”
머리가 아파 온다.
이 조그마하고 귀여운 여자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이, 블루메, 이리 좀 와 봐.”
“왜?”
유희용 이름을 착실히 불러 주며 난 손가락을 말아 힘을 주면서 다가오는 그녀의 이마를 조준했다.
딱!
“아야! 뭐하는…….”
“야! 이 멍청한 여자야! 넌 그거 가지고 있었으면서 오우거랑 싸울 생각을 안 했던 거야?!”
오우거의 가죽이 아무리 단단하다고 해도 오러 정도면 명왕이 말한 것처럼 오우거 따위 숭겅숭겅 잘려 나갈 것이다.
“응? 이거면 오우거도 잘라 버려?”
“그래! 아주 잘 잘린다고!”
“그래?”
이런 멍청한 여자.
“일단 가자. 물이 깊은 곳에 이르면 거기서 뗏목을 만들지.”
“잠깐.”
“왜?”
“아직 밥 다 안 먹었어.”
아, 그렇지. 내가 너무 성급했군.
“내 컵도 쓸까?”
명왕이 물었다.
“그래.”
빨리 먹고 가야지.

우리는 계곡을 따라 내려갔다.
그렇게 해서 한참을 걷다가 두 계곡이 만나는 상당히 넓은 개천에 이르고서야 뗏목을 만들기 시작했다.
목재는 넘쳐나서 구하기가 쉬웠지만, 밧줄이 조금 부족했다.
명왕이 억지를 부려서 상당히 넓은 뗏목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근처에 포도덩굴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밧줄대용으로 썼다(게다가 야생 포도도 있어 명왕에게 비타민 공급이 되었다!).
전에 책에서 포도덩굴이 밧줄처럼 튼튼하다고 읽었기 때문이었고 역시 책은 날 배신하지 않았다.
“자, 자, 조심히 띄워.”
완성된 뗏목에 올라타 나무를 깎아 만든 노를 꼭 끼워 놓고 명왕이 말했다.
“알고 있어.”
천천히 물살이 강한 부분으로 민 후 배 꽁무니 부분으로 올라왔다.
“…….”
뗏목은 매우 넓었다.
나 같은 사람 열 명이 누울 만큼 넓었다.
게다가 나무 막대로 삼각형을 만들어 나뭇잎으로 지붕을 두른 친환경텐트(비 피하기 용이지만)까지 있었다.
명왕이 뗏목 뒤쪽에 서서 한 손으로(다른 손에 포도를 들고 먹으며) 천천히 노를 저었다.
끼익∼ 솨아아∼
이음새 소리와, 물살 소리만이 들려왔다.
“…….”
뗏목에 누웠다. 맑고 푸른 하늘과 새하얀 구름이 매우 아름다웠다.
이 하늘을 내가 만들었단 말이지?
이 상쾌한 공기도? 저 멋진 숲도? 이 깨끗한 계곡도?
“……잘했어.”
“어? 뭐가?”
“아무것도 아니야.”
문득 명왕을 보게 되었다
입에 포도의 보라색이 물들어서 이상하지만, 자신의 어깨 정도로 발을 벌리고 꼿꼿이 서서 노를 젓는 모습.
휘이이잉∼
때마침 바람이 불어왔다.
그 덕분에 명왕의 키에 맞지 않게 기다란 하얀 머리카락들이 물결을 일으키며 휘날렸다.
그 모습은 마치 눈사태를 연상시켰다.
……나 참, 눈사태라니. 좀 더 좋은 거 없을까?
음∼ 그러고 보니 명왕을 보니까 전에 친구가 소개해 준 애니메이션이 생각나네.
거기도 개척된 물의 행성에서 만든 수상도시에 ‘운디네’라는 정식 도시 안내원이 되려고 하는 소녀들 이야기였는데 너무나도 정서적이고 나오는 모든 캐릭터들이 다 마음에 들고 주인공과 주위의 소녀들이 전부 순수해 보여서 좋았는데.
“으윽! 다시 보고 싶다.”
“뭐가?”
“아니야.”
“혼잣말하려면 조용히 말해.”
“쳇.”
“방금 뭐라고 했어?”
“아니야.”
다시 하늘을 보았다.
만약 누군가가 최고의 그림을 묻는다면, 난 지금 보고 있는 이 하늘이라고 하고 싶었다.
휘이이잉∼
또 바람이 불어왔다. 시원하면서 뭔가 포근했다.
졸음이 몰려왔다.
눈이 천천히 감겨 왔다.
하늘에 까만 점 같은 게 보였다.
어딘가로 자유로이 날아가는 새겠지.
이 아름다운 천장화를 바라보며 잠드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철써억!
후두두두두둑!
“우욱! 뭐야?!”
함포가 물에 떨어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비가 내렸다.
“조심해!”
명왕이 노를 있는 힘껏 저었다.
“뭐야?”
“오우거야! 정말 끈질겨!”
우리가 지나간 개천 저편으로 커다란 바위를 들어 올린 채 달려오는 거인이 보였다.
“이런, 젠장! 그 오우거야!”
“저, 죽일 놈!”
“좀 더 빨리 저어! 내가 시간을 끌어 볼게.”
[신이시여! 저희들을 보호해 주소서! 거룩한 성벽!]
성벽처럼 거대한 빛의 벽이 우리를 감쌌다.
“쿠워어∼!”
오우거가 우리들을 향해 바위를 던졌다.
콰앙!
“쿨럭!”
바위가 거룩한 성벽에 부딪치는 것과 동시에 폐가 뒤틀리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거대한 진동이 있었지만 그래도 거룩한 성벽은 멀쩡했다.
“크와악!”
자신의 바위가 튕겨나가자 오우거 녀석이 화가 났는지 자신의 가슴을 고릴라처럼 쳐대면서 개울에 들어와 이쪽으로 왔다.
“거, 성질 한번 더럽네.”
그런데 저 녀석 물속에서는 달리기가 힘들다는 것도 모르는지 열심히 달려오고 있었지만 우리보다 한참 느렸다.
“야!”
입에 침을 흘리면서까지 있는 힘껏 노를 젓는 명왕이 소리쳤다.
“왜?”
“저 녀석 죽이자!”
그러더니 명왕은 자신의 허리춤에 매달린 클러우를 장착했다.
그러자 새빨간 오러가 생성되었다.
“신성마법은 공격주문이 거의 없는데?”
“상관없어!”
그냥 이대로 노나 빨리 저으면 저놈 따돌릴 수 있을 텐데?
“이제 짜증나! 나의 행복을 계속 방해하면……!”
그러더니 저절로 명왕의 얼굴이 빨개졌다.
“와아악! 짜증나!”
“이, 이봐, 그렇게 발광하지 마! 오러를 든 채 그렇게 하다가 잘못되면 어떡하려고?”
“시끄러!”
“그건 그렇고 어떻게 싸우게? 이 물 위에서 저놈이랑 오러를 뒤섞으며 싸울 수 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겠지?”
“그럼, 당장 뭍으로 가자!”
“장난하나? 그냥 노나 빨리 저으면 저 녀석 따돌릴 텐데 뭐하러 싸워?! 게다가 넌 아직 감기몸살이야!”
내가 노를 잡아 힘차게 저으면서 외쳤다.
“저 녀석 계속 우리를 추적하고 있다고! 한번 노린 먹잇감이 있으면 절대 놓치지 않는 게 바로 오우거야! 여기서 죽이지 않으면 녀석은 숲이 끝나거나, 다른 오우거의 영역에 들어가지 않는 한 끝까지 쫓아올 거야!”
털썩.
어? 말하다가 명왕이 쓰러졌다.
“야! 블루메 정신 차려!”
쓰러진 명왕을 안았다. 몸이 불덩이다! 이게 어쩌다가…….
“앗, 젠장! 성벽이…….”
내가 블루메를 안다가 방어벽이 풀리고 말았다.
“크아아아!”
오우거가 방어벽이 없어진 걸 눈치채고 물속에서 바위를 꺼냈다.
“제기라알∼!”
얼른 힘을 모았다.
[신이시여! 저희들의 목숨을 노리는 저 미개한 것에게 천벌을! 천벌!]
번쩍! 콰쾅!
“크아아악!”
엄청난 괴성을 지르며 자지러지는 오우거.
“좋았어! 맛이 어떠냐?!”
“크륵!”
아, 일어났네.
“쿠워어어어!”
“…….”
어째 성질이 더 사나워진 것 같은데?
“무, 물속에 있는데 번개가 안 통해?”
어, 어쩌지?
[신이시여, 저희들을 노리는 저 미개한 생물에게 차가운 신의 형벌을! 차가운 성정(聖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