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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펜의 유희 1권(24화)
6 어둠 속의 몬스터(6)


으드드드득!
오우거 밑에 개울물들이 급속이 얼면서 송곳처럼 솟아올랐다.
꿰어 버려라!
푹푹푹!
“크왁!”
“좋았어!”
발밑과 배, 허벅지 등에 들어갔다!
으드득! 콰직! 쩍!
어라?
이해할 수 없었다.
저 오우거는 자신의 발밑과 배 허벅지에 박힌 얼음송곳들을 거리낌 없이 뽑아내었다.
“…….”
아, 이쪽으로 던지려고 한다.
이, 이게 아닌데! 왜 스토리가 이렇게 되는 거야?
세 개의 송곳이 포탄마냥 날아온다. 직사포도 아니고 일직선으로 온다.
[신이시여…….]
이미 늦었어!
눈을 감았다.
쩌저저적!
“응?”
얼음 깨지는 소리.
“허억! 헉! 내……는 내가 지킬 거야. 다시는 짐이 되지 않겠어!”
“브, 블루메?”
진땀을 흘리며, 오러가 나온 클러우를 장착한 명왕의 눈은 거의 뒤집힌 상태였다.
“블루메! 물러나 있어! 넌 환…….”
“아지벤! 아지벤! 아지벤!”
그게 누구?
아지벤을 외치며 명왕은 뗏목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날개가 달린 것처럼 오우거에게 무섭게 날아갔다!
“크왁?!”
오우거도 놀랐는지 본능적으로 팔로 얼굴을 가렸다.
“나, 더 이상은…….”
촤악!
“크아롸락!”
팔이 잘려 나가며 이상한 비명을 지르는 오우거.
“너의 짐이 되지 않겠어! 절대로! 나의 아지벤!”
“크왁!”
퍼억!
잘려 나가지 않은 팔로 명왕을 쳐 버린 오우거! 명왕은 그대로 물가에 있던 바위로 날아가 부딪쳤다.
“크윽! 절대로…….”
“크?”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는 오우거.
명왕의 관절은 전부 기하학적으로 꺾였지만, 일어나 있었다.
“난 짐이 아니야!”
다시 박차고 오우거에게 달려가는 명왕.
“크아악!”
오우거는 팔을 높이 들어서 그녀를 내리찍으려고 했다.
그리고 내리찍는 오우거의 팔의 속도가 더욱 빨랐다.
촤아아악!
“크륵?!”
처음에 오우거는 무엇이 어떻게 된 건지 모른 것 같았다.
자신의 팔이 갈라지는 것을.
녀석은 오러에 대해서 몰랐던 것이다.
처음 자신의 팔을 단번에 잘랐을 때도 눈치채지 못했다.
“크롸롸롸롸!”
“죽어 버려!”
명왕의 고함소리.
촤악!
3중 날로 된 클러우로 인해 오우거의 머리는 4등분되었다.
쿠쿵! 촤아아!
오우거의 거대한 머리와 몸둥아리가 개울에 처박히며 높은 파도와 물보라가 일어났다.
척!
그리고 날아서 멋지게 착지하는 명왕.
“브, 블루메, 괜찮아?”
“……해 줘요. 아지벤.”
뭐?”
명왕의 눈은 이미 뒤집혀 있었다.
“키스해 줘요, 아지벤. 사랑의 속삭임을 해 줘요, 아지벤.”
덜덜 떨며 명왕이 내 볼을 쓰다듬었다.
“꼬옥 안아 줘요, 아지벤. 난 당신의 짐이 아니에요, 아지벤. 나를 위해 울지 말아요, 아지벤. 나를 위해 아파하지 말아요, 아지벤. 나 때문에 신께 기도하고 저주하지 말아요, 아지벤. 하악!”
털썩!
“야, 야! 명왕! 너, 왜 그래?! 정신 차려!”
명왕을 안아서 흔들었다.
“……!”
모, 몸이 불덩이야!
덜컥! 겁이 났다! 이러다가 우리 명왕 죽는 거 아냐?
“근데 뭔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7 외전-에스메랄다(1)


따악!
“하, 항복!”
“피니어스, 승리!”
“와아아아아∼”
드넓은 초원, 그곳 사이에 있는 거대한 유목민 마을.
주변에 이동식 주택인 파오와 양, 말, 소 떼들이 즐비한 이곳에 지금 한창 검투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바로 혼기가 찬 족장의 딸 에스메랄다를 차지하기 위한 마을의 젊고 미혼인 전사들의 결투대회.
그래, 바로 나를 차지하기 위한 결투대회였다.
응? 기분이 어떠냐구? 그냥 뭐, 좀 그래.
“…….”
그래도 싫지는 않아.
모르는 마을 전사들이랑 결혼하는 것도 아니고 여기 마을 전사들은 다 알고 있거든.
전사들이랑 검투도 해 보고 활쏘기도 하고 말도 타고 다녔으니까.
게다가 족장이신 울 아빠가 못생긴 얼굴을 가진 전사들은 출전 금지시켰거든.
풉! 그래도 당한 당사자들은 웃으면서 받아들였지. 자기랑 결혼하기에는 자기 얼굴이 못생겼다나?
멋있다……. 근육질에 구릿빛 피부, 흘러나오는 땀, 멋진 검투술, 게다가 전부 잘생긴 얼굴들!
저들 중 누군가가 내 남편이 된다니, 멋지지 않은가?
“에스메랄다, 어떠냐?”
아버지가 나에게 우리 전사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중후하게 멋진 수염을 기르고 머리에 얇은 황금관을 쓴 중년의 남자, 이분이 바로 우리 아버지이자 이 부족의 족장이시다.
“뭐가요, 아버지?”
난 지금 하얀 옷에 꽃으로 된 면사포를 쓴 상태였다. 이미 결혼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방금 준결승이 끝난 게 아닌가?”
“네, 그렇지요.”
“결승으로 라히와 아지벤이 진출했는데 둘 중에 누가 이길 것 같으냔 말이다. 둘 중에 승자가 바로 네 남편이 될 것인데.”
“누구라도 좋아요. 저를 가질 수 있는 건 오직 승자이니까요.”
“그런데 문제가 있는데……. 네 몸이…….”
“뭐라구요?!”
“아, 아니, 그러니까 넌 아직 몇 년 더 자라야 할 것 같은데…….”
“지금이 20살인데, 더 이상 뭐가 더 자라겠어요?”
그렇다. 내 문제가 바로 20살인데도 불구하고 아무리 좋게 봐줘도 발육이 13살 정도였던 것이다.
“아니, 그래도…….”
“아버지는 제가 노처녀로 살기를 바라세요? 마을의 여자들은 전부 15살에서 17살쯤에 결혼하잖아요. 저만 노처녀로 살길 바라는 건 아니겠죠?”
“그, 그야 당연하지. 귀한 우리 딸인데.”
아버지의 말투가 심히 거슬리지만, 넘어가 주겠다.
“그러니까 이번에 결혼하는 거죠. 아빠는 절 아직 어린애로 보신다니까.”
“겉모습은 애구만.”
“뭐라구요?!”
“검투대회 결승전! 첫 번째 참가자! 라! 히!”
“와아아아아∼!”
등장한 라히가 환호하는 군중들에게 칼을 돌리며 답했다.
“두 번째 참가자! 아! 지! 벤!”
“와아아아∼!”
라히와 다르게 아지벤은 묵묵히 경기장으로 걸어 나왔다.
왠지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
대체로 아지벤의 덩치가 더 크고(어깨가 장난 아니게 넓었다), 키는 라히가 머리 하나 정도 더 컸다.
쿵!
아지벤이 나보다 더 커 보이는 거대한 도끼를 내려놓자 묵직한 소리가 울렸다.
“휴우∼ 장난 아니게 큰데? 내 무기로는 막지 못하겠어.”
라히의 무기는 구부러진 기병도였다.
말을 자주 타고 다니는 우리 부족으로선 전사들이 자주 애용하는 무기였다.
“아무런 후회 없는 결투를.”
“아무런 후회 없는 결투를.”
처음으로 아지벤이 입을 열었다.
“…….”
그런데 그의 목소리는…….
뭐랄까, 아직 앳된 목소리였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은 목소리였다.
“시작!”
진정한 전사들의 싸움이라면 싸움은 오래가지 않고 금방 끝난다.
지금 그런 것이 내 눈앞에서 펼쳐졌다.
“이야야야!”
“우와악!”
서로 기합을 지르며 달려든 두 사람 때문에 순식간에 근접전이 되었다.
챙! 채엥! 챙!
“이런!”
“제길.”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서로 공방을 주고받더니 둘은 금방 떨어져 나갔다.
“그새 실력이 엄청 늘었구나.”
“뭐, 그렇다고 봐야겠지.”
“내 무기보다 한참 무거운데 같은 속도로 휘두르다니, 그건 반칙 아냐?”
“또 그런 걸 가볍게 막은 너는 뭐고?”
“그런가?”
“그런 거야.”
둘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꿀꺽.”
누군가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승부다!”
“좋아!”
둘은 다시 한 번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채채챙! 카앙! 부욱! 북!
순씩간에 여러 번 칼소리가 들려왔다.
“…….”
나중에는 서로 등을 마주 본 채 지나가게 되었다.
쩌어억! 후두둑!
아지벤의 허리띠와 옷들이 잘려져 나갔다.
“안심해. 마지막에는 칼등으로 쳤어.”
라히가 몸을 돌려 아지벤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지벤도 몸을 돌려 라히를 보았다.
아지벤이 패배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미소로 가득했다.
후두두두둑! 스르륵!
“어라?”
라히의 옷이…… 다다다다다, 다 벗겨졌다.
“오우!”
“꺄악!”
구경꾼들의 함성과 여자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커헉!”
자신의 주요 부위를 가리며 라히가 쪼그려 앉았다.
“어, 어떻게?”
“근데 그것보다 머리가 아프지 않아? 이 도끼 옆면으로 쳤는데.”
“뭐라고?”
주르륵.
라히가 코피를 찍 흘리더니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대, 대단해!
“승자는! 아! 지! 벤!”
“우와아아아!”
아지벤이 실려 나가는 라히를 잠시 보더니 우리가 있는 쪽으로 왔다.
“수고하였다. 매우 짧지만 매우 멋진 검투였다.”
아버지가 자리에 일어나 그의 우승을 축하해 주었다.
“감사합니다.”
“자! 이제 결혼하는 신랑, 신부를 위해 잔치를 열자!”
“우와아!”
미리 대기하고 있던 부족의 여자들이 잔치를 위해 상다리 휘어지도록 잔뜩 음식이 담긴 상들을 옮기고 마을의 청년들은 술항아리를 옮겼다.
이 날을 위해 소 20마리, 양 30마리, 사냥해서 잡은 야생 멧돼지 16마리, 토끼 20마리를 잡았다(우리 부족의 숫자는 약 3천명이다).
“짜식! 수고했어!”
“네가 될 줄 알았어.”
“야! 부상당한 녀석들 문병 가자!”
마을 전사들이 우승한 아지벤을 둘러싸고 헹가래를 해 주었다.
“…….”
난 이제 저 동료들에게 수줍게 웃는 덩치 큰 남자의 것이 되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아버지랑 딸 같아 보인단 말이야.”
아무리 잘생겼어도 아지벤, 저 남자는 좀 늙어 보였다.
지금 나이가 23살이라는데 30대 남자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