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수능 마스터 1(6화)
3. 시작(3)


[……(43690668π Fireball×36000π Darkfire)+16m/s Wind tornado.]
그리고 이윽고 어마어마한 크기의 화염구가, 반지름 3.2m의 거대하고 엄청난 크기의 부피를 자랑하는 붉은색 화염구가 노인의 머리 위에 생성되었다. 그리고 이윽고 반지름 30cm의 검은색 화염구가 물감 섞이듯 거대한 붉은색 화염구에 들어갔고, 화염구 안에서 여러 번의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몇 초 후, 화염구에서 들리는 굉음이 멈추자 빠른 속도의 돌풍이 화염구 주변을 맴돌면서 화염구를 빠른 속도로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천천히, 하지만 점점 갈수록 속도가 빨라졌고, 나중에는 검붉은 색의 화염구가 불똥을 휘날리면서 하늘에서 미친 듯이 회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사람들은 노인을 향해 필사적으로 무기를 휘둘렀다. 검을 휘두르고, 창을 찌르고, 철퇴를 내려쳤다. 하지만 노인은 굳건하게 선 채 계속해서 반투명한 하얀 창에 계속 계산공식을 써 내려가면서 중얼거렸다.
[……End.]
그리고 그렇게 미친 듯이 써 내려가던 노인의 손이 딱 멈추었다.
[Explosion!]
그리고 노인이 그렇게 외침과 동시에 세상에 붉게 물들었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사람들은 화염에 휩쓸려 갔고, 영상은 한동안 검붉은 빛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 검붉은 빛이 서서히 걷히자 엄청난 장면이 나왔다.
노인의 주변 수십 미터가 풀 한 포기 남기지 않고 완전히 폐허가 되어 있었다.
땅은 녹아서 흐르고 있었고, 엄청난 양의 수증기는 마법의 영향이 미친 곳을 한 치 앞도 구분조차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법의 범위 안에 있는 사람들과 동식물들은 흔적도 없이 완벽하게 증발이 되었다.
죽으면서 떨어뜨린 아이템마저 전부 수증기로 만들어 버린 엄청난 위력의 대마법.
노인은 손바닥으로 반투명한 하얀 창을 눈앞에서 사라지게 만든 후, 천천히 수증기 속으로 사라졌다.
“미, 미친!”
현성은 그 동영상을 보고는 경악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한 사람을 공격했다. 그러면 분명히 상식적으로는 한 사람이 죽는 것이 당연하거늘, 오히려 수십 명의 사람들이 죽었다. 밸런스 파괴로밖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스킬로 말이다.
거기다가 노인의 공격도 희한했다.
영어를 외쳐서 버프를 외우고 계산을 해서 마법을 날렸다.
모든 게임에서는 저런 학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버프는 그냥 버프 이름만 외치거나 주문만 말하면 발동하도록 설정하며, 마법 역시 주문만 외우거나 스킬 이름만 말하면 발동하도록 설정한다.
게임 판타지에서 등장하는 특이하게도 퍼즐을 맞춰서 마법을 시전을 한다거나 손으로 그림을 그려서 마법을 시전을 한다거나 하는 특이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들은 없었다. 게임은 만인을 위한 것.
재능 없는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직업이 있다면 게임의 인기는 순식간에 쭉 떨어질 것이다.
영어를 못하는 사람은 버프를 외울 수 없고, 수학을 못하는 사람은 마법사를 할 수 없다.
이런 설정을 가지고 있다면 누가 게임을 하겠는가?
‘어떻게 된 거지?’
현성은 궁금증 가득한 표정으로 휠을 내려서 리플을 확인했다.

―이응시읏이응 : 저거 완전 개사기 아니야? 완전 밸런스파괴네.
―시안 : 저기 등장하는 노인은 NPC 아닐까요? 마법사라고 해도 7서클 마법 쓰려면 레벨이 400이 넘어야 하는 걸로 아는데.
―유미사랑 : 무슨 수십 명이 덤비는데 한 명한테 져……. 쪽팔리게.
―바르디안 : 저 길드…… ‘창공의 파괴자’ 아닌가요? 최소 레벨 제한 200의 소수정예길드로 알고 있는데…….
―다죽여버릴거야 : 저 길드 창공의 파괴자 맞구요. 레벨 제한 200에서 250으로 올랐어요. 그리고 창공의 파괴자 길마 레벨 430이에요. 완전 개사기 길드.
―영어짜증난다아놔 : 개사기 길드가 한 명한테 쳐발림? 개념 있네.

리플들은 전부 감탄과 비웃음, 의문들로 가득 차 있었다.
“레벨 제한 250 길드…… 길드마스터의 레벨이 430인데 한 명한테 졌다……?”
현성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레벨 50 차이가 날 때마다 엄청난 차이가 난다.
레벨 50마다 등급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마법사라면 서클의 단계가 올라가고, 성직자라면 클래스가 올라가고, 검사라면 등급이 올라간다.
거기다가 중요한 것은 등급 하나 차이라고 해도 엄청난 차이라는 것이다. 같은 직업 레벨 49와 레벨 50이 붙으면 49가 어지간히 컨트롤이 좋지 않은 이상 50이 이긴다.
하지만 등급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해서 수적 우세를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상현실 게임은 실제와 비슷하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급소를 공격당하면 크리티컬이 터지고, 크리티컬을 맞으면 높은 확률로 출혈이나 스턴 등의 상태이상이 일어나게 된다.
그 크리티컬이라는 것이 무시할 수가 없는 게, 보통 데미지의 2배라는 것이다. 아무리 고수고, 방어력이 높다고 해도 여러 명이 덤비는데 데미지가 누적되지 않을 리가 없다.
한 명이 한 대씩만 노인의 몸을 때린다고 생각해 보라. 그리고 최소한 다섯 명 중 한 명은 크리티컬 공격이라고 해 보자. 수십 명이다. 크리티컬이 최소한 열 번 이상은 터졌을 것이다. 급소를 타격하면 발동되는 크리티컬 히트가 저 많은 사람들이 달라붙어서 치는데 단 한 번도 발동되지 않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 많은 크리티컬 중에 스턴이 하나도 터지지 않았다? 크리티컬 공격을 엄청나게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스턴이 하나도 터지지 않는다면 그건 완전 로또 1등 당첨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니, 거기다가 상태이상 이전에 크리티컬을 맞은 부위를 또다시 타격 받으면 정확한 타격이 아니라면 ‘크리티컬 데미지+전 데미지의 30%’ 효과가 나온다. 물론 정확한 타격이라면 ‘현재 크리티컬 데미지×2’가 나오지만, 그것을 배제했다고 가정해서 노인의 몸에 가해지는 데미지를 계산해 본다면?
무슨 무협소설에나 등장하는 금강불괴가 아닌 이상 살아남을 수가 없다.
방금 영상에서 나온 것처럼 수십 명과 한 명이 싸우면 그 한 명이 아무리 고수라고 해도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게 방어력이 낮은 고수라면 더더욱 말이다.
하지만 저 영상에서 등장한 노인은 로브를 입고 있었고, 로브의 윤곽으로 보아서는 갑옷을 입지 않고 천 옷을 입은 것처럼 보였다. 수십 대 일. 그것도 일 쪽이 방어력이 엄청 낮은 상대. 그러면 수십 명이 질 수가 없는 상황인데……?
현성은 의문을 품은 채 휠을 계속 내렸다.

―치즈스틱 : 저 할아버지가 처음에 외운 주문 저 알아요. 교황 정도의 성직자만 사용할 수 있는 주문임. 방어력 170%로 상승, 생명력 지속적 회복, 받은 데미지의 50% 반사, 버프의 효과가 있는 사람을 공격한 사람에게 능력치 감소, 저주 효과 발동. 저거 버프 외우려면 최소 레벨 500은 되어야 함. 저 할아버지는 분명히 NPC임.
―치킨너겟 : 개사기 버프네. 웬만하면 안 죽는다는 소리잖아. 거기다가 최소 레벨 500? 저건 100% NPC임. 지금 랭킹 1위 레벨이 434인데…….
―검노란색 : 저 노인네 직업 알 것 같다. 저거 머더러 계열 직업 아님? 직업 이름이 그 뭐시기…… 탐구자였던가? 근접공격 빼고 전부 공부로 연계되는 직업……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공부 못하는 놈이 하면 시궁창 되는 직업.
―크루세이더 : 탐구자 맞음. 마법은 수학 풀어야 사용할 수 있고 버프는 영어 외워야 사용할 수 있고 웬만한 스킬들은 다 입으로 정해진 주문 외워서 사용해야 하는 직업임. 저거 완전 시궁창 직업. 탐구자로 전직하면 망하게 됨.
―추억의빠삐놈 : 교황 정도의 성직자만 사용할 수 있는 주문이 ‘신이시여, 저의 영혼을 쉬게 해 주시옵소서.’ 이게 끝입니까? 이건 뭐 개 같은 개념이네. 이거 진짜 밸런스 파괴 아님? 개사기 버프를 무슨 저런 거 하나로 끝내?

‘탐구자……?’
현성은 처음 들어 보는 직업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궁금증이 생긴 현성은 재빨리 정보게시판에 들어가서 빠르게 ‘탐구자’를 검색해 보았다.

「쓰레기 직업 탐구자」

검색 결과는 단 하나.
‘어째서 이 글 하나뿐이지?’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글을 마우스로 클릭해 보았다.

「제목 : 쓰레기 직업 탐구자
작성자 : Jobmaster

안녕하세요. 게임에 존재하는 모든 직업을 해 보겠다는 야망을 가지고 있는 잡마스터입니다.
오늘은 신규 발견 직업인 탐구자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이 직업이 처음 발견되게 된 계기는 한 머더러 덕분입니다. 우연히 머더러 건물에서 공부로써 싸우는 괴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그것을 방송에 제보한 것을 시초로 이 직업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머더러 계열 직업이기 때문에 레벨 1때부터 전직이 가능한데다가, 전직 방법도 매우 쉬워서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듣자마자 이 직업으로 대거 몰렸다가 눈물을 머금고 삭제하게 되었지요.
많은 이들이 기피하는 쓰레기 직업들 중 하나인 탐구자, 리뷰 시작하겠습니다.

1. 탐구자란 무엇인가
탐구자란 머더러 계열 직업으로써 현실 세계의 학력이 주로 영향을 끼치는 직업입니다. 머더러 계열 직업이기 때문에 몬스터를 잡을 시 일반 직업보다 50%를 적게 먹고, PK로 얻는 경험치는 일반 직업보다 50%를 더 먹는 특성이 있습니다. 또한 쌍방 동의하에 이루어진 대결의 경우에도 승리를 할 시 경험치를 얻는 특성까지도 그대로입니다.
이 직업의 가장 큰 특성은 ‘공부’인데요. 이 직업은 지식이 없다면 당장 삭제해야 할 정도로 짜증나는 직업입니다. 최소 요구 학력은 고등학교 수준인 것 같고, 최대로 요구하는 학력은…… MIT 교수가 와야 할 정도인 것 같더군요. 정말 엄청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빌어먹을 직업입니다. 최소 학력만으로도 게임 플레이에는 많은 지장은 없을 것 같기는 한데, 최소 학력만으로는 너무 쓰레기…… 아니, 쓰레기 중의 쓰레기. 쓰레기 킹 같더군요. 최소 학력만으로 플레이하면 잡망캐(잡캐+망캐)가 됩니다. 최고 학력으로 플레이하면 엄청날 것 같기는 합니다만…… 웬만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건 못할 것 같습니다.

2. 학력 필수?
이 직업에서 학력이 필요한 부분.
‘스킬’입니다.
직업의 스킬이 각각 요구하는 학력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탐구자는 특이하게도 학력의 단계를 조절할 수 있는데 초급, 중급, 고급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엄청난 학력을 가지고 있는 천재가 아니므로 초급에 대해서만 언급하겠습니다. 중급부터는 신세계라서요.
-원소마법 [수학]
화염계 마법 : 인수분해
전격계 마법 : 수열
냉기계 마법 : 경우의 수
대지계 마법 : 명제
대기계 마법 : 함수
-신성마법 [영어]
-직업전용버프 [언어]
-물리공격 [사탐&과탐-택1]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만 이건 초급입니다.
중급?
그딴 거 필요 없습니다.
맛보기로 중급을 해 보고 싶다고 말하고 시험해 보려고 했다가 무슨 에너지 산출, 회전률, 탄도학 공식에다가 각종 이론들, 아 그중 제가 들어 본 적이 있는 이름은 딱 하나가 있더군요. 탄도학 공식이라고…… 게임 판타지 소설에서 딱 한 번 들어 봤습니다.
젠장.
뭐 밑도 끝도 없이 나오는 숫자와 기호의 향연에 미칠 것 같아서 중급과 고급은 건드리지도 못했습니다.

3. 이 직업을 가지고 랭커가 된 사람이 있는가?
있습니다.
괴물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분이죠.
PK 랭크 1위 ‘검은학살자’님이 그 주인공입니다.
죽인 사람 숫자가 비공개로 되어 있는 그분. 2위가 PK 횟수가 10만 번이 가까워지는 것을 보아서 적어도 10만 번은 넘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4. 탐구자의 미래
깜깜해요.
막장입니다.
낭떠러지예요.
끝도 보이지 않습니다.
운영자는 대체 이런 직업 왜 만드신 겁니까?
내 살다 살다 이런 황당한 직업은 처음 봐요.
화약까지 직접 제조해서 폭탄을 무기로 쓰는 직업도 봤고, 낚싯대를 휘둘러서 몬스터를 잡는 직업도 봤습니다. 게임 안에서 문제집을 써서 출판하는 직업도 봤습니다.
그런데 이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세상에, 게임을 왜 하는지 알기나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게임은 환상이에요!
환상 세계라구요!
그런데 왜 이딴 직업을 만든 겁니까!
현실이 절실하게 다가오잖아요!
현실이 저의 가슴을 사뿐히 즈려밟고 있지 않습니까!
게임에서만이라도 공부에서 해방되게 해 달라!
저는 중학생이에요! 겨우 중학생이라고요!
……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흥분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