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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마스터 1(10화)
4. 접속(2)


“아 썅! 뭐야?!”
블랙스타는 몇 초 후 아까 그 장소에 밝은 빛에 휩싸인 채 다시 나타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타난 것이 아니라 ‘부활’. 처음 도착한 곳이 자동적으로 부활 시 스타트 지점으로 설정되었기 때문에 사망한 후 다시 그 장소에 부활한 것이다.
“젠장…….”
블랙스타는 욕설을 내뱉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까랑 똑같은 풍경이었다.
너무나도 평화로워 보이는 풍경.
거기다가 수상한 사람들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분명 사망했다고 떴으니 날 죽인 놈이 있어. 그리고 가까이 있는 놈은 없었으니 분명히 장거리에서 날 죽인 거야.’
블랙스타는 눈을 날카롭게 뜬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딱히 수상해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뭐지…….’
블랙스타는 머리를 긁으면서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시야가 검게 변하면서 안내음이 들렸다.
푹!
[사망하셨습니다. 레벨 10 이하의 초보자에게는 사망 패널티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단, 10번 사망할 시 사망 패널티가 적용되게 됩니다. [남은 횟수 : 8]]
다시 한 번 현성의 눈을 어지럽게 하는 섬광의 잔상.
그리고…… 다시 그 장소에 부활했다.
“로그아웃!”
블랙스타는 부활하자마자 로그아웃을 하려고 했다.
[전투 중에는 로그아웃을 하실 수 없습니다.]
하지만 무슨 영문인지 전투 중이라면서 로그아웃을 할 수 없게 막는 게임 시스템.
“젠장!”
블랙스타는 이를 악물고 머릿속에 이 난관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리려고 애쓰면서 주변을 계속 둘러보며 끊임없이 움직였다.
그렇게 초를 다투는 상황에 블랙스타의 눈에 은색 갑주에 은색 투구, 긴 창을 들고 있는 한 사내가 들어왔다.
경비병!
그동안 공식 홈페이지에서 엄청나게 봤던 경비병의 모습이다!
블랙스타는 안심하며 경비병을 향하여 돌진하면서 소리쳤다.
“경비병! 저 좀 도와주십시오! 누가 계속 저를 공격합니다!”
“뭐야? 시민도 아닌 새끼가 어디서 난리야?! 저리 안 꺼져?! 너 상대해 줄 시간 없어!”
“제발 그러지 말고 부탁합니다. 누가 저를 계속…….”
푹!
[사망하셨습니다. 레벨 10 이하의 초보자에게는 사망 패널티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단, 10번 이상 사망할 시 사망 패널티가 적용되게 됩니다. 전 사망 시간에서 6시간이 지나기 전에 3번 이상 사망하셨으므로 부활 장소가 다른 곳으로 지정됩니다. [남은 횟수 : 7]]
하지만 경비병의 매몰찬 거절과 함께 실패.
그리고…… 다시 한 번 블랙스타의 눈에 밝은 섬광의 잔상이 맴돌면서 눈을 어지럽게 만들었고, 이윽고 다시 서서히 풍경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온통 하얀 벽으로 되어 있는 건물의 안.
‘휴우…… 이번에는 아까 그 장소가 아니군.’
블랙스타는 주변을 둘러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얀색 커튼.
하얀색 침대.
하얀색 벽.
갈색 책상.
햇살이 비치고 있는 창문.
새가 창밖에 있는 나무에 앉아서 짹짹대고 있었고, 보기만 해도 청결해 보이는 건물 안에서는 안경을 쓴 한 젊은 여자가 의자에 기댄 채 보고만 있어도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행복한 표정으로 잠을 자고 있었다.
“양호실……?”
블랙스타는 눈에 보이는 풍경을 보고는 중얼거렸다.
양호실의 풍경.
학창 시절에 양아치들이 그토록 선호하던 최고의 잠자는 장소.
‘게임에도 양호실이라는 것이 있었네.’
블랙스타는 신기한 듯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보면 볼수록 완벽한 양호실이다.
“이야∼ 신기하네…….”
“으, 응?”
의자에 기대어 자고 있던 여자는 블랙스타의 중얼거림을 듣고는 퍼뜩 놀라서 잠에서 깼다.
슥슥―
여자는 블랙스타를 보고는 재빨리 소매로 입가에 묻은 침을 닦고는, 삐뚤어진 안경을 제대로 쓰고는 눈을 한차례 비비고 말했다.
“무, 무슨 일?”
너무나도 무방비한 모습.
‘저런 월급 도둑놈!’
분명히 겉모습은 20대 후반 정도로 된 여자인데, 하는 짓은 영락없는 어린애.
블랙스타는 맹한 짓을 하는 여자의 모습에 월급 도둑이라고 불리는 아주 더러운 것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하는 짓은 더럽게 없으면서 월마다 월급이나 타 먹는 도둑놈들!
블랙스타는 여자의 멍한 모습에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죽고 나니까 여기에 부활하던데요.”
여자는 블랙스타의 말을 듣고는 한참을 웅∼하면서 고민하다가 손뼉을 딱 치면서 소리쳤다.
“아! 3연속 PK로 사망한 초보자!”
그렇게 소리친 여자는 가장 아래에 있는 책상 서랍을 열고는 종이뭉치를 뒤적거리다가 종이 한 장을 꺼내 블랙스타에게 건네주었다.
블랙스타는 영문도 모른 채 여자가 주는 종이를 받아 읽어 보았다.

악(惡) 속성의 마을의 특징.

맨 위에 대문짝만 하게 적혀 있는 글.
“왜 이런 걸 저에게 주는 겁니까?”
블랙스타는 그 제목을 읽고는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여자에게 말했다.
본디 게임이란 것은 최대한 현실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온라인 게임을 보면 알지 않은가?
튜토리얼 같은 경우 자연스럽게 사냥이라든가 채집 같은 것과 연계시켜서 게임 내의 조작법을 익히게 하고, 게임의 세계관은 NPC에게 질문을 해서 받는 대답 형식으로 플레이어에게 알려 주고…….
이게 바로 게임의 현실성을 위한 것.
그런데 이 여자는 이런 이상한 종이를 준다.
이 행동은 기계를 사용하기 전에 사용법을 읽어 보라면서 매뉴얼을 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으음…… 초보자가 3연속으로 죽으면 저절로 이곳에서 시작되거든? 그런데 3연속으로 죽은 초보자들은 대부분 신규 유저라서, 음…… 그러니까. 이런 주의사항 같은 것을 미리 알아 두라고…… 하는 건데……, 음…… 기분 나빴……으려나?”
여자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대답했다.
“뭐 기분 나쁘지는 않고…… 그냥 당황해서 그렇습니다. 이런 걸 주면서 보라고 할 줄은 몰랐는데…….”
블랙스타 역시 여자의 조심스러운 태도 때문에 어색함을 느껴 머리를 긁적이며 종이로 시선을 옮겼다.

특징1. 초보자의 PK가 가능합니다.
선(善) 속성의 마을과는 달리 악(惡) 속성의 마을은 마을에서의 초보자의 PK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초보자만이 초보자를 죽일 수 있으며, 레벨 10 이상의 유저는 초보자를 죽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초보자는 레벨 10 이상의 유저를 공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보자는 레벨 10 이상의 유저를 먼저 공격할 수 있고 레벨 10 이상의 유저는 초보자를 먼저 공격할 수 없는 시스템을 악용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초보자가 먼저 레벨 10 이상의 유저를 공격할 경우 정당방위로 설정이 되어 레벨 10 이상의 유저도 초보자를 공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양측의 동의로 이루어진 대결의 경우와 살인을 한 초보자는 레벨 10 이상의 유저가 먼저 공격을 할 수 있습니다.
초보자를 살해한 초보자는 무조건적으로 수배가 되게 되며, 같은 초보자를 3번 이상 살해한 사람의 경우엔 거액의 현상금과 함께 NPC에 의해서 척살 퀘스트의 대상이 됩니다.
또한 피해자의 경우에는 6시간 안에 3번 사망하면 마을 내에 존재하는 안전한 장소 중 하나를 랜덤으로 지정, 자동적으로 그곳이 부활 지점으로 설정되게 됩니다.

특징2. 살인 패널티가 적습니다.
살인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직접 살인과 간접 살인.
직접 살인은 NPC, 유저를 직접적으로 공격해서 죽이는 것을 뜻하며 간접 살인은 방화나 살인 공모, 청부 등을 뜻합니다.
악(惡) 속성의 마을은 선(善) 속성의 마을보다 살인 패널티가 적습니다.
살인을 할 시 NPC만이 구분할 수 있는 피 냄새가 나는 것은 똑같습니다.
하지만 선 속성의 마을에서의 살인 패널티는 1번 이상 살인 시 현상금, 수배, 사망할 경우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을 떨어뜨릴 확률 3배 증가입니다.
악 속성의 마을에서의 살인 패널티는 3번 이상 살인을 한 경우 현상금과 수배. 1번 이상 살인을 하면 사망할 경우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을 떨어뜨릴 확률 3배 증가입니다.
머더러 계열 직업은 선, 악 속성의 마을 구분 없이 직접 살인의 패널티를 받지 않습니다. 머더러 계열 직업은 직접 살인도 간접 살인의 시스템을 따릅니다.
간접 살인에 대한 패널티는 범죄를 저지른 것을 목격한 목격자가 있을 시에만 죄목에 따른 현상금과 수배가 이루어집니다. 수배가 된 경우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을 떨어뜨릴 확률이 2배 증가합니다. 단, 사건을 목격했던 목격자들이 게임 시간 하루가 지나기 전에 전부 사망하면 걸려 있던 현상금과 수배가 취소됩니다.

특징3. 선(善) 속성의 마을과는 색다른 직업을 할 수 있습니다.
선 속성의 마을의 직업들은 프리스트, 검사, 마법사 등…… 기본적으로 알려져 있는 직업들입니다.
하지만 악 속성의 마을의 직업들은 암살자, 용병, 다크 프리스트, 흑마법사 등의 어둠 속에 있는 직업들입니다.
선 속성의 마을의 따분한 직업들과는 달리 화끈한 재미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이 직업들은 당신으로 하여금 거침없는 행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특징4. 악명 시스템.
선 속성의 마을에서는 명성 시스템을 쓰고 있습니다.
명성치가 높을수록 혜택이 많아지고, 명성이 높으면 호칭까지 생성됩니다.
하지만 악 속성의 마을에서는 그와 반대되는 악명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둘 다 스텟창에도 나타나 있지 않고, 높으면 호칭이 생성되며, 오로지 NPC들을 통해서만 얼마나 낮고 얼마나 높은지 가늠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높을 경우 모든 NPC들에게서 호감을 받는 명성의 효과와는 달리 악명은 높을 경우 악한 NPC에게선 호감을, 선한 NPC에게선 불쾌감을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초보자 PK가 된다고요?”
블랙스타는 멍한 표정으로 여자에게 말했다.
끄덕끄덕.
여자는 막대사탕을 빨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개 썅……!’
블랙스타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초보자 PK가 된다?
그 말인즉슨 초보자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언제 죽을지 몰라서 주변을 경계하면서 다녀야 한다는 말이 아닌가?
아무리 여기에 적혀 있는 대로 패널티가 크다고 할지라도 이런 미친 짓을 할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자면 초보자끼리 파티를 하고 있는데 보스몬스터가 나타났다.
초보자끼리 힘을 모아서 보스를 거의 빈사 상태에 몰아넣은 상황.
……그리고 그 상황에서 아이템과 경험치를 독식하기 위해 파티원들을 공격.
그것이 아니면?
사냥을 하다가 좋은 아이템이 나왔다.
초보자가 끼기에는 과분한 아이템.
그리고…… 그것을 먹기 위해서 공격.
이런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욕망이란 것은 끝이 없는 것.
언제 어디서 뒤통수를 칠지 모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마을은 엄청나게 무서운 마을.
사람들의 의심과 악의가 소용돌이치는 마을인 것이다.
하지만, 블랙스타에게는 어찌 보면 최고의 마을이었다.
블랙스타는 의심이 상당히 많은 성격이었다.
악의를 먹고 자라났기 때문인지, 의심이 상당히 많았고, 생각도 깊어서 사람에 대해서 평가하는 것을 잘했다.
물론 자신과 3년이나 같이 한 친구들은 마음이 풀어진 덕분에 의심할 생각도 못하고 철썩같이 믿다가 배신당했지만, 초면인 사람이라든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 같은 경우는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았다.
택배가 온다?
그러면 오른손엔 식칼을 들고 그것을 등 뒤에 숨긴 다음에 문을 열어 준다.
택배로 위장한 강도가 아닌가 하는 의심.
단지 그 이유 때문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