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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마스터 1(11화)
4. 접속(3)
마트에서 프리미엄이라는 글자가 붙은 식품을 본다면 일단 의심부터 하면서 뒤에 성분 분석표를 보고, 꼼꼼히 따져서 이득인지 아닌지 계산을 한다.
용량이 많은 것과 용량이 적은 식품 두 개가 눈앞에 있다면 일단 며칠에 한 번 먹는지를 계산해 보고, 질릴 음식인지 질리지 않을 음식인지를 잘 판단해 본 다음에 질리지 않을 음식이라면 가격 대비 효율이 어느 것이 높은지 계산한 다음에야 물건을 골랐다.
설문조사를 한다고 하면 사기는 아닌지 의심부터 한다.
예쁜 여자가 다가와서 말을 건다면 사기가 아닌가 하고 의심하면서 대화를 한다. 그리고 대화를 어느 한 방향으로 유도를 하고, 유도에 걸려들면 바로 볼일 없다는 듯 몸을 돌려서 가 버린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의심의 귀감.
일상이 의심으로 가득 차 있는 인생!
거기다가 모든 것을 의심하면서 살아가다 보니 점점 철저해지고, 점점 이득을 중요시 여기는 성격이 되어 갔다.
그리고 이득을 중요시 여기는 성격의 정점.
극에 다다른 사악함.
악의 축.
문전 고등학교 3대 테러 사건을 벌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대범함.
화장실에 비눗물을 코팅함으로써 수십 명이 다쳤는데도 노리고 있는 놈이 다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시 비눗물을 코팅해서 또 다른 수십 명을 다치게 만드는 악랄함.
자신, 그리고 자신의 주변인만 아니면 누구든 상관없다는 이기주의.
일단 찍히면 끔찍한 복수를 하는 집요함!
목적?
그런 것은 없다.
오로지 자신만을 위하여!
그것이 바로 현성, 게임에서는 블랙스타라는 아이디를 쓰고 있는 인간!
빠드득!
블랙스타는 이를 한번 갈고는 험악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초보자라, 초보자라…… 상태창, 장비창, 인벤토리.”
음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블랙스타는 조용히 중얼거려서 장비창, 인벤토리를 열었다.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과 현재 소지금이 눈에 들어왔다.
<초보자용 상의(남)>
종류 : 방어구
물리 방어력 : 5
설명 : 남성 초보자에게 지급되는 기본 옷. 싸구려 천으로 만든 것 같은데…….
<초보자용 하의(남)>
종류 : 방어구
물리 방어력 : 5
설명 : 남성 초보자에게 지급되는 기본 옷. 싸구려 천으로 만든 것 같은데…….
현재 소지금 : 1골드
블랙스타의 입이 호선을 그렸다.
장비창은 안습 그 자체. 하지만 인벤토리를 보라!
1골드.
현실돈 1000원.
하지만…… 1000원으로도 얼마든지 사람은 죽일 수 있다.
블랙스타는 씨익 웃으면서 여성에게 물었다.
“저기, 여기 잡화점이 어디 있습니까?”
여성은 블랙스타의 미소를 보고는 마왕을 떠올렸다.
“저기이…… 잡화점보다는 관청에 먼저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여성은 소름 끼치는 표정을 짓고 있는 블랙스타에게 용기를 내서 말했다.
목소리의 크기는 모기보다 조금 더 큰 정도였지만…….
“관청이요?”
“네에……. 요 아래에 관청이 있거든요……. 관청에 등록을 하셔야 마을의 시민으로 등록이 되어서 유사시에 경비병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관청 등록?’
블랙스타의 이마가 다시 한 번 찌푸려졌다.
아까 블랙스타가 겪었던 정말 어이가 없던 일.
경비병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니 오히려 경비병이 되레 화를 내면서 블랙스타를 내쫓았었다.
“저어기…… 10실버 정도는 가지고 계시죠……?”
여성은 블랙스타의 인상이 찌푸려지는 것을 보고 자신이 뭔가 잘못했나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블랙스타는 고개를 두 차례 끄덕이더니, 여성에게 말했다.
“관청 등록을 안 하면 어떻게 되나요?”
여성은 으음∼ 하고 뭔가 떠올리는 듯이 눈을 감고 고민을 하다가, 생각이 났다는 듯 손뼉을 딱 치면서 말했다.
“관청 등록을 안 하면요, 일단은 마을 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경비병이 웬만해서는 나서지 않아요. 경비병이 살인 장면을 2번 목격하면 그때는 바로 나서게 되는데…… 음, 그건 그다지…….”
“아, 예. 감사합니다. 하하하.”
블랙스타는 여성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개…… 같은!”
한 글자 한 글자 끊어서 소리치는 욕!
인공지능이라도 있는 듯, 주인의 의지를 배반하는 입!
“오냐! 싸우자!”
<몬스터 기름 3L(최하급)>
종류 : 소모품
설명 : 몬스터에게 추출한 기름. 그다지 질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횃불을 만들 때나 간신히 쓸 수 있을 것 같다.
<부싯돌>
종류 : 소모품
설명 : 여행자들의 필수품. 두 돌이 부딪칠 때 불꽃이 일어나기 때문에 편하게 불을 붙일 수 있다.
<굵은 철사>
종류 : 소모품
설명 : 매우 굵은 철사. 단단하다.
현재 소지금 : 50실버
인벤토리를 확인하던 블랙스타가 씨익 웃었다.
잡화점에 들르자마자 찾은 것은 기름.
그리고 불을 붙이기 위한 부싯돌.
몬스터 기름은 리터당 20실버였고, 부싯돌은 1실버였다.
하지만 블랙스타는 그 가격을 깎고 또 깎아서 3L를 사는 조건으로 49실버, 부싯돌을 1실버에 주고 샀다. 그리고 단골이 된다고 말하면서 결국 철사 1m까지 공짜로 얻어 왔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그 개새끼만 찾으면 된다.’
블랙스타는 WANTED라고 적혀 있는 게시판을 빠르게 읽기 시작했다.
이윽고 눈에 들어오는 한 명.
지옥유령
죄목 : 초보자 PK
현상금 : 3골드
초보자들을 학살하고 다니는 죄질 나쁜 흉악범.
하얀색의 질 좋은 갑옷을 입고 있으며 석궁을 무기로 사용한다.
생사 불문.
찌익!
블랙스타는 그 전단지를 찢어서 품 안에 집어넣었다.
[퀘스트가 추가되었습니다!]
그것과 동시에 울리는 알림음과 퀘스트 정보.
일반 퀘스트 - 수배자 사냥 [난이도 : F]
수배자를 사냥하라.
-특징
이름 : 지옥유령
모습 : 하얀색 갑옷을 입고 있음.
무기 : 석궁
죄목 : 연쇄살인. 현재 34명 사살.
클리어 조건 : 어떤 방식으로든 1회 살해.
성공시 보상 : 3골드
실패시 패널티 : 없음
그냥 일반 퀘스트였다.
하지만…… 보상만큼은 짭짤했다.
“크흐흐흐!”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사악함으로 똘똘 뭉친 마왕이 게임에서 탄생했다.
***
“캬∼!”
사람이 바글바글한 술집.
한 남자가 기분 좋은 얼굴로 맥주를 원샷 하고는 탄성을 내질렀다.
“어이 주인장! 오늘 흑맥주 최곤데! 한 잔 더!”
“당연하지! 우리 집 흑맥주는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내가 만들고 있으니까! 소드 마스터? 얼마든지 와 보라고 그래! 나는 맥주 마스터다! 크하하하!”
남자의 외침에 주인장은 넉살좋게 농담을 던졌고, 그 농담에 주변 사람들이 와하하하 웃으면서 주인장을 향해서 우∼우∼! 하고 추파를 던졌다.
“어우, 추파 던지지 마쇼들! 아무리 내가 잘생겼어도 그렇게 관심을 보이면 안 되지! 난 남자가 싫거든! 아, 여자처럼 예쁘장하게 생긴 남자라면 모르지! 하하하하!”
주인장은 우∼우 소리도 넉살좋게 농담으로 넘어가고는 흑맥주를 주문한 남자에게 재빨리 흑맥주 한 잔을 채워서 건네주었다.
그리고 남자는 흑맥주를 보고 다시 행복한 표정으로 그것을 원샷 했다.
아니, 하려고 했다.
“불이야!”
푸웁!
“켁! 켁!”
하지만 누군가가 소리친 외침 때문에 맥주를 먹다가 사례가 들리고 말았다.
남자는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재빨리 돌려 보았다.
검은색 연기!
유독물질이 가득 함유되어 있는 연기!
남자는 혼비백산하면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발이 말을 듣지 않았다.
“뭐, 뭐야?!”
남자는 자신의 발을 쳐다보았다.
자신의 발에 걸려 있는 것은 굵은 철사로 만든 올가미.
통칭 올무라고 불리는 덫이었다.
“이, 이!”
남자는 올무를 보고는 입구 쪽을 쳐다보았다.
나무로 된 가게였기에 불은 빠르게 번져 나갔고, 현재 불이 남자를 향해서 거의 다가와 있는 상태였다.
“이익!”
남자는 올무를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입구 쪽으로 달리려고 했으나, 남자가 힘을 주면 줄수록 올무는 더더욱 강하게 조여지면서 남자의 다리에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애쓰는 와중에 불은 남자의 코앞까지 다가왔고, 남자는 절망이 가득 담긴 말투로 중얼거렸다.
“아, 안 돼…….”
“돼.”
촤아아악!
그리고 그 순간 뒤에서 들리는 사람 목소리.
그와 동시에 남자의 몸에 끼얹어지는 액체!
남자는 혼비백산한 표정으로 몸에 이상한 액체를 끼얹은 사람을 쳐다보았다.
“너, 너는 내가 오늘 죽인 초보자!”
액체.
정확히 말하자면 몬스터 기름.
그것을 끼얹은 남자, 블랙스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남자에게 말했다.
“좋아. 네가 나를 죽였다는 것을 시인했군. 그 대가로 살려 주겠다.”
남자는 블랙스타의 말을 듣고는 희망에 찬 얼굴로 블랙스타에게 말했다.
“그, 그럼 나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블랙스타는 남자의 물음에 단호하게 대답했다.
“너는 죽을 것이다!”
블랙스타는 그 말을 하자마자 빠르게 입구를 향해 뛰어갔다.
화르륵―
남자는 자신의 몸에 빠르게 붙는 불을 보면서 외쳤다.
“아, 안 돼! 살려 준다며!”
[사망하셨습니다. 일정량의 경험치 감소와 일정 확률로 아이템 드롭, 현실 시간 12시간 접속 불가가 사망 패널티로 적용됩니다.]
남자는 곧 안내음을 들으며 눈앞이 검게 변해 가는 것을 느꼈다.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블랙스타는 약간의 데미지를 입으면서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빠져나옴과 동시에 귀에 들리는 안내음을 듣고는 미소를 지었다.
‘복수 완료.’
악마의 미소가 저러할까?
원수를 죽인 사람의 미소가 저러할까?
어찌 사람의 미소가 사악함을 저렇게나 담을 수 있단 말인가!
블랙스타는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는 듯 나오자마자 죽을 듯이 몸부림을 치다가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있지 않음을 눈치채고는 슬그머니 일어나서 인파 속으로 섞여 들어갔다.
이로써 완전범죄.
“흐흐흐…… 인벤토리.”
현재 소지금 : 3골드 50실버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은 아까와 똑같았다.
하지만 소지금이 변해 있었다.
현상금만큼 + 되어 있는 것이다.
이로써 블랙스타는 현실돈 3500원에 해당하는 돈을 소지하게 되었다.
“사냥이나 할까…….”
블랙스타는 씨익 미소를 지으면서 중얼거렸다.
그리고 멀리서 보아도 확실하게 보이는, 엄청나게 큰 규모의 성문을 쳐다보았다.
모든 게임에서 그러하듯이 성문을 벗어나면 사냥터가 나오고, 몬스터가 나올 것이다.
그리고 그 몬스터들을 잡으면서 레벨업을 하고 레벨 10이 되면 전직을 할 수 있다.
블랙스타는 부지런하게 성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사람들이 전부 불구경을 하러 갔기 때문에 거리에는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고, 그 덕분에 블랙스타는 비교적 편하게 남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