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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마스터 1(12화)
4. 접속(4)


“호오…….”
블랙스타는 엄청난 규모를 가지고 있는 남문을 보면서 탄성을 내질렀다.
수십 미터는 될 정도로 큰 성문.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꽤 많이 봤지만, 실제로 보니까 느낌 자체가 다르다.
실제로 보니까 모든 온라인 게임에서 성을 걸고 싸움을 할 때 공성측이 수성보다 훨씬 어려운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나랑은 상관없는 이야기지.’
블랙스타는 성문에 잠깐 관심을 가졌다가, 자신이 성을 가질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는 것을 생각해 내고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이 가상현실 게임에서 성이라는 것은 엄청난 가격을 가지고 있다.
억 소리가 날 정도로 거금으로 거래되고 있는 성도 있고, 아무리 싼 거라고 해도 몇 천만 원 정도 한다. 성이라는 것이 그렇게나 가치가 있는가? 물론 성을 가지면 세금을 걷기 때문에 돈이 엄청나게 벌린다. 하지만 억대로 거래될 만한 가치는 없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렇게 비싼 건가?
이유는 뻔한 것이 아닌가.
부자들의 허영심.
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특권을 누리고 있는 특권계층이라는 말과 동일하다.
특권계층이라는 것을 과시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성인데, 그 성이 크면 클수록 그 우월감은 커지게 된다.
결론은 블랙스타는 절대 성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무슨 게임 판타지 소설에서나 등장할 법한 기연이라든가 행운, 히든 퀘스트를 얻지 않는 한 그것은 절대 불가능.
히든이라는 것이 무슨 밥 먹듯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현실적으로는 불가능.
이런 것을 잘 표현해 주는 세 글자의 단어가 있다.
“현시창……인가. 하하.”
현실은 시궁창.
블랙스타는 인터넷에서 자주 쓰이는 말을 입에 담고는 피식 웃더니 성 바깥으로 걸어갔다.
푹!
그리고 성 바깥으로 발걸음을 옮김과 동시에 들리는 파공음.
[사망하셨습니다. 레벨 10 이하의 초보자에게는 사망 패널티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단, 10번 사망할 시 사망 패널티가 적용되게 됩니다. [남은 횟수 : 6]]

빠드득!
부활하자마자 저절로 갈리는 이빨!
성문을 나가자마자 날아온 공격.
소리로 보아선 분명히 활이나 석궁이 분명했다.
어떤 목적으로? 어째서 그런 곳에서?
이런 의문은 절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공격하는 바람에 죽었다는 것!
“로그아웃.”
블랙스타는 이를 갈며 로그아웃했다.

***

빠드득!
캡슐에서 나오자마자 인공지능이라도 있는 듯, 서로 부딪쳐서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는 이빨!
현성은 캡슐에서 빠르게 나와서 컴퓨터의 전원을 켜고 어나더 라이프 공식 홈페이지 정보 게시판으로 가서 프레인 왕국을 검색했다.

「프레인 왕국 초보자 사냥」
「악질적인 프레인 왕국 초보자 마을 PK단」
「프레인 왕국, GM이 나서야 한다!」

그리고 검색과 동시에 뜨는 엄청난 글들.
마치 모 P2P에 ‘야’라고 치면 나오는 결과를 보는 듯했다.

「제목 : 프레인 왕국 초보자 사냥
작성자 : 햇님은반짝
안녕하세요. 프레인 왕국의 초보자 마을에서 처음 게임을 시작한 유저입니다.
저는 참 어이없는 일을 겪었는데요.
접속하자마자 누군가가 저를 공격해서 바로 사망했습니다.
그것도 3연속…….
물론 3번 죽으니까 부활 장소가 자동으로 바뀌어서 안심을 하고, 무기 상점에서 얼마 안 되는 돈을 탈탈 털어서 사냥을 하러 나갔습니다.
그런데…… 문을 나서자마자 화살이 날아와서 저를 죽이더라구요.
서문, 남문, 북문, 동문…….
전부 마찬가지였습니다.
이건 사냥을 하지 말라는 소리가 아닙니까?
저는 초보자에게 주어지는 10번의 사망 패널티 면제 혜택을 전부 써 버리고, 지금 열 받아서 아이디를 새로 만들어서 키우고 있습니다. 선 마을에 가니까 살 것 같더라구요. 마을에서 공격도 안 받고.
그나저나 이 개념 없는 짓거리를 하고 있는 놈들의 정체가 대체 뭘까요?」

「제목 : 악질적인 프레인 왕국 초보자 마을 PK단
작성자 : 역사극장
프레인 왕국에서 시작한 초보자들 중 대부분은 아주 짜증나는 일을 겪었을 겁니다.
초보자 PK!
그것도 구역까지 딱딱 맡아서 하는 더러운 짓거리.
이것에 대해서 말하려 합니다.
저는 마을 바깥에 나가지도 못하고 마을 안에서 몸을 사리면서 살다가, 프레인 왕국 초보자 마을에는 연합 하나가 있다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저레벨 때 악명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 서로 연합을 해서 신규 유저들을 공격하는 더러운 놈들.
한마디로 초보자끼리 뭉쳐서 초보자 죽여서 이득 보겠다는 개소리지요.
대략 두 자릿수로 이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의외로 규모가 상당히 크더라구요.
혼자서는 복수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해서 복수할 사람을 모으기가 쉬운 것도 아니고…….
결국 저도 아이디를 삭제하고 새로 키웠습니다.
신고를 해도 문제없다고 하면서 무시하더라구요.
뭐……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포기해야 하려나…….」

「제목 : 프레인 왕국, GM이 나서야 한다!
작성자 : 각성자
프레인 왕국에서 일어나는 초보자 PK 사건.
이건 인간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사태입니다.
초보자 마을에서 초보자를 PK 할 수 있다?
지금 장난합니까?
아무리 현실성을 강조한다고 해도,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생각해 보세요.
어떤 초보자가 시작하자마자 화살 맞고 죽는 걸 좋아하겠냐고요.
님들 같으면 시작하자마자 계속 죽는 게임 하고 싶습니까? 적어도 저는 아닙니다. 아마 열이 뻗쳐서 바로 접어 버릴 겁니다.
이보세요, Another Life 관계자 분들.
프레인 왕국 초보자 연속 PK 사건은 그냥 비매너 사건이 아니라, 게임을 하는 유저들의 수는 물론 수입이 줄어드는 문제로까지 발전할 수 있단 말입니다.
어서 어떻게 손을 써 보세요. 제발.
아 진짜 제발 좀…….」

“흐음…….”
이 글들이 사실이라면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다.
신규 유저들을 먹이로 삼는다는 말인즉, 나아가서는 게임의 신규 유저 숫자를 줄어들게 만드는 최악의 사태로도 만들 수 있다.
이 정도면 GM이 나서서 처벌을 해도 될 정도인데…….
하지만 아직까지 나서지 않는 것을 보아선 이것은 게임 시스템상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게임 시스템상 문제가 없다=나서지 않겠다.
“그럼 나는 전직 못하는 건가……?”
현성은 짜증나는 얼굴로 중얼거리면서 전직 레벨로 검색했다.

「각 직업의 전직 레벨」

클릭.

「제목 : 각 직업의 전직 레벨
작성자 : Jobmaster
안녕하십니까.
게임의 모든 직업을 해 보겠다는 멋진 야망을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 Jobmaster입니다.
그동안 아이디 삭제, 생성을 반복하면 직업을 바꿔 가면서 플레이를 해 왔던 저의 확실한 정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순서는 레벨 제한입니다.
선 성향 직업이 위쪽에 있고, 악 성향 직업은 아래에 있습니다.
전사 : 레벨 10
홉고블린 10마리 사냥
마법사 : 레벨 10
마나 교감 성공
성직자 : 레벨 10
3시간 기도
궁수 : 레벨 10
5번 과녁에 쏴서 총점 30점 이상
…….
…….
복수자 : 레벨 제한 없음
언데드 계열 몬스터 40마리 사냥
유저들에게 40번 이상 사망
한 번도 살인 경험이 없는 유저 40명 살해
…….
…….
사냥꾼 : 레벨 제한 없음
사슴 10마리 사냥
……
암살자 : 레벨 10
살인자 10명 이상 살해
흑마법사 : 레벨 제한 없음
낡은 스켈레톤 10마리 사냥하기
연금술사 : 레벨 제한 없음
지능 30, 솜씨 30
직접, 간접 살인의 경험이 전혀 없을 것
탐구자 : 레벨 제한 없음
시험
이상입니다.」

“흐음…….”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레벨 제한이 없는 직업 중에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는 직업은 단 하나.
탐구자뿐이다.
탐구자는 아까 현성이 봤던 영상으로 볼 때는 엄청난 위력을 냈었다.
하지만…… 문제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
그것도 짜증이 나리만큼 엄청난 공부를 해야 했다.
화염계 마법은 인수분해.
전격계 마법은 수열.
냉기계 마법은 경우의 수.
대지계 마법은 명제.
대기계 마법은 함수.
신성마법은 영어.
직업전용버프는 언어.
물리공격은 과탐은 배우지 않았으니 당연히 사탐.
‘음…… 잠깐!’
아까 보았던 탐구자의 정보에 대해서 떠올린 현성은 무언가 머릿속으로 퍼뜩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공부라는 말을 듣고 어렵다고 느꼈을 뿐이지 실제로 몇몇 개는 쉬운 것이다!
인수분해는 오래전에 배운 수학의 기초!
경우의 수라는 것은 확률을 구하는 것!
거기다가 신성마법이 영어라는 문제점이 있다고 해도, 인터넷 사전에서 명언이란 명언은 다 검색해서 그것을 달달 외우면 된다.
문장째로 외우는데 무슨 문제인가!
거기다가 직업전용버프가 언어?
언어 정도는 얼마든지 풀 수 있다!
사탐? 윤리와 사상은 어느 정도 마스터를 한 상태.
“오호라, 탐구자…….”
탐구자는 살인자 계열 직업이라고 했다.
그 말인즉슨 몬스터를 잡을 때에는 50%의 경험치, 유저를 사냥할 때는 100%의 경험치.
‘같은 레벨의 유저=같은 레벨의 몬스터……로 경험치가 계산되던가?’
현성은 예전에 보았었던 어나더 라이프 뻘팁을 생각하고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캐삭빵은 내 근성이 용납하지 못하지…….”
하지만 현성은 중요한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글에 쓰여 있었던 스킬을 사용하기 위한 최소 학력은 최하 등급 스킬용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모든 게임에서는 스킬들의 등급이 올라갈수록 패널티도 더 늘어난다는 것을.



5. 전직(1)


슈우우우―
밝은 빛무리와 함께 초보자 마을에 모습을 드러내는 인영 하나가 있었다.
갈색의 수수한 상하의를 입고 있는 전형적인 초보자.
씨익―
인터넷 검색을 하고 돌아온 블랙스타는 웃었다.
그냥…… 웃었다.
“이건 새로운 현실이니까 어떻게 행동하든 문제가 없으렷다……?”
나지막한 중얼거림.
그 말을 중얼거리는 블랙스타의 눈에는 아까 제헌과 호프집에서 있을 때처럼 귀화(鬼火)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검은 눈 안에는 푸른 지옥불이 불타고 있었고, 그 지옥불은 마치 사람의 형상과 닮아 있었고, 그 모습은…… 블랙스타에게 찍힌 놈들의 미래처럼 보였다.
“저기, 경비병님. 여기 탐구자로 전직하는 곳이 어디입니까?”
흠칫!
‘이, 이 녀석은 뭐지?!’
경비병도 흠칫하면서 물러날 태세.
눈에서는 귀화.
지옥에서 뛰쳐나온 악귀 같은 일그러짐이 가득한 얼굴.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입.
거기다가 착각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등 뒤에 악귀들의 형상까지 보이는 듯하다.
조금만 건드려도 툭, 하고 터지며 재앙을 불러일으킬 것만 같았다.
“흠, 흠…… 저쪽으로 쭉 가다 보면 낡은 건물 하나가 보이는데…… 거기가 바로 탐구자들의 전직소입니다.”
평소에는 쓰지도 않는 존댓말까지 저절로 쓰게 된다!
본능이 말해 주고 있었다.
지금 저놈을 건드리면 위험하다고.
저 존재는 뒤끝과 사악함으로 똘똘 뭉쳐 있는 존재라고!
“아,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흐흐흐…….”
블랙스타는 음험한 미소를 지으면서 꾸벅 인사하고 경비병이 손가락으로 알려 준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